식물의 방식 - 서로 기여하고 번영하는 삶에 관하여
베론다 L. 몽고메리 지음, 정서진 옮김 / 이상북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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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봄에는 모처럼 새로 화분을 사들이고 기왕에 있던 화분들은 분갈이도 했습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몇 개는 분갈이 뒤에 시들시들하더니 죽어버렸습니다. 잘되는 화분도 없지는 않습니다만 이렇게 소멸한 화분이 몇 개가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안타까운 마음에 <식물의 방식>이 눈에 띄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미시간 주립대학에서 분자생물학과 분자유전학을 전공하는 베론다 몽고메리교수는 어렸을 적부터 식물에 관심이 많았다고 합니다. 성장환경이 식물학에 매료될만한 것은 아니었지만 어머니께서 식물을 키우는데 탁월한 재능이 있었다고 합니다. 저의 어머님 역시 화분에 돌보는데 일가견이 있어서 시들시들하던 화분을 보내드리면 금세 쌩쌩하게 활기를 회복하곤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식물에 관한 것들은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에 이르는 동안 배운 것이 전부일 정도입니다. 하지만 학문의 발전은 식물학 분야에서도 괄목할만해서 새로운 사실들이 많이 발견되었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식물을 연구하면서 배운 것들을 세상에 알리기 위하여 이 책을 썼다고 합니다. 예를 들면, ‘식물의 개별적이고 집단적인 전략과 행동이 어떻게 적응에 능숙하면서 생산적인 삶으로 이어지는지, 그리고 우리가 어떻게 식물에게 배울 수 있을지를 전하고자 했다는 것입니다. 결국 식물에 대한 이해와 교감을 통해 우리는 인간으로서 우리 자신과 우리 주변의 다른 생물을 더 잘 지탱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쉽게 말하면 이 책을 통하여 식물에 대한 인식을 높이되 잠재적 편견을 완화하고, 식물의 지혜와 식물이 우리에게 가르쳐 줄 수 있는 것을 소개하려 했다는 것입니다. 서론에서는 식물이 살아남아 번성하는 방식을 소개하고, 이어서 본문에서는 이 방식들을 구체적으로 설명합니다. 환경에 맞추어 스스로를 조절하고, 경쟁과 협력을 적절하게 유지함으로서 번성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그저 주의를 조금 기울이면 된다는 것입니다.


책을 읽다보면 식물이 일종의 기억력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와 놀랐습니다. 기억력은 신경세포를 가지고 있는 동물의 특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는 후성유전학적 변화에 영향을 받는다고 설명합니다. 유전자, 후성유전학은 DNA의 염기서열이 변화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기전을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변화가 일어난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기전이 유전자에 새겨져 후대로 이어질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어찌되었거나 식물에서의 기억력을 후성유전학으로 설명한다고 한다는 것은 동물에서의 기억과 다른 기전으로 일어나는 현상이라 할 것이므로 기억이라는 용어보다는 다른 용어를 채택하는 것이 옳을 것 같습니다.


운동성이라고는 전혀 없을 것 같은 식물도 일정부분 움직일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부로부터의 위험이 닥쳤을 때 동물처럼 싸우거나 피해 달아날 수는 없기 때문에 식물은 동물에 의한 손상이나 외부 식물의 침입에서부터 홍수와 화재 방사선 등 독성 물질로 인한 손상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위험에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저자는 식물이 감각을 통해 주변 환경을 감지하고 위험 상황을 판단하면서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의사결정을 내려 각기 다르게 생장하는 방식으로 행동한다는 것을 이야기합니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행동할 뿐만 아니라 주변식물은 물론 다른 유기체들과 소통하면서 환경을 변화시키기까지 한다는 것입니다. 식물들이 생존하기 위하여 서로 소통하고 협력하는 것처럼 우리 인간도 소통과 협력을 바탕으로 개인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는 것입니다.


좋은 선택과 올바른 결정을 내리는 우리의 능력과 의지는 유전자에 새겨져 있지 않다. 그것은 학습된 기술이고, 식물은 훌륭한 선생이 될 수 있다라는 대목은 기억해둘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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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여행에서 찾은 20가지 행복철학 - 덴마크에서 인도까지
케이트 모건 지음, 김문주 옮김 / 유아이북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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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관련 책을 챙겨 읽는 편이라서 골랐습니다만 조금 실망했던 책읽기였습니다. ‘전 세계를 누비며 배운 행복의 기술이라는 뒷표지의 광고문구가 눈길을 끌었지만, 내용을 보면 집안에 앉아서도 누리망 검색을 통하여 챙겨볼 수 있는 내용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호주의 멜버른 출신의 저자는 10년이 넘게 여행작가로 활동해왔기 때문에 많은 나라를 여행하면서 다양한 문화를 접했을 것입니다. 즐기는 여행과 달리 일 때문에 하는 여행은 쉽지가 않습니다. 저도 젊어서는 업무로 해외여행을 떠나는 경우가 많았지만, 짧은 일정에 처리해야 할 일을 들고 가는 탓에 내내 긴장을 풀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작가 역시 일 때문에 떠나는 여행길이 고단할 수밖에 없었을 터, 그래서 여행을 하면서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어쩌면 책을 만들기 위한 기획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저자는 서문에서 행복은 추구해도 손에 잘 잡히지 않고, 사람마다 느끼는 행복의 의미와 행복에 대한 인식도 다르다.”라고 밝혔는데, 그것을 철학이라고 할 것까지는 아니지 싶기도 합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세계 곳곳에서 발견한 행복의 기술 20가지를 소개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유라시아, 남북 아메리카, 아프리카를 아우르는데 정작 저자가 속한 대양주의 것은 없습니다.


인도의 요가, 덴마크의 휘게, 중국의 태극권 등과 같이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것들이 있는가 하면 그리스의 메라키, 네덜란드의 허젤러헤이트, 핀란드의 시수 등과 같이 생소한 것들도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일본은 이키가이, 삼림욕, 참선 등 세 건이나 되는 것은 작가가 일본문화에 경도되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물론 작가가 소개한 행복의 기술을 현지에 가야만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것도 있겠습니다만, 굳이 현지에 가지 않더라도 살고 있는 곳에서도 즐길 수 있는 것들이 적지 않습니다. 장소와 관련하여 특별한 사항이 필요하지 않을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미국에서 공부할 때 머물던 세인트 폴 시에는 코모호수가 있었습니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습니다만 그때는 코모 호수가 스위스에도 있는 것으로 알았습니다. 지금에서야 코모호수는 스위스 국경 가까운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에 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책읽기가 잘못 알고 있는 것을 바로 잡아주는 기회가 된 셈입니다.


책읽기는 다양한 것들을 알게 해주는데,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즐거움이라는 돌체 파 니엔테(Dolce Far Niente)는 이탈리아 사람들이 즐기는 문화인데, 이 개념은 미국 작가 엘리자베스 길버트의 인기소설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에서 소개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다고 합니다. 치유를 주제로 한 수필집이라고 하니 저도 읽어봐야 하겠습니다. 꼬리를 무는 책읽기가 되는 셈입니다.


유성에서 근무할 적에 가끔 가던 우분투 서점이 있습니다. ‘건강한 책과 먹거리로 도시와 농촌을 잇다라는 목적의식을 가진 생태자연 전문서점이라고 합니다. 그 서점의 이름 우분투(Ubuntu)당신 덕에 내가 있다라는 의미로 일체감과 유대감, 인간애를 의미하는 남아프리카 지역에서 시작한 것이라고 합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아파르트헤이트의 역사를 청산하고 하나가 되는 과정에서 우분투 정신으로 공동체를 이룰 수 있었다고하니 양극단화로 치닫는 우리나라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정신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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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의 방식 - 새들은 어떻게 말하고 일하고 놀고 양육하고 생각할까?
제니퍼 애커먼 지음, 조은영 옮김 / 까치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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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천 뚝방길을 따라 산책을 해온 지도 20여년이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그 사이에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양재천에 모여 사는 새들이 참 다양해졌다는 점을 꼽고 싶습니다. 처음 양재천에 나섰을 때는 비둘기와 까치가 눈에 많이 띄었고, 참새 떼도 그리 크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새들의 개체수도 많아지고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새들이 다양해지다보니 비둘기, 까치, 참새, 까마귀 등 알만한 새들 말고도 모습이나 우는 소리가 생소한 그런 새들도 많습니다.


야외에 가면 꽃 이름을 물어보지 말라고 합니다만, 새를 보고도 무슨 새인지 묻지 말라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보니 새에 대하여 아는 것이 별로 없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아마도 그런 이유에서 <새들의 방식>을 읽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저명한 과학 저술가 재니퍼 애커먼은 <새들의 방식>에서 다양한 새들이 의사소통, 먹이구하기, 짝짓기, 아기 새 기르기 등을 어떻게 하는지 학술자료를 바탕으로 소개하였습니다. 책을 읽어가면서 이름도 처음 듣는 새들이 이렇게 많고, 그들이 살아가는 모습도 지금까지 알고 있던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실 인간만이 언어로 소통한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만, 다양한 생물들은 나름대로의 소통방식을 가지고 있다고 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들이 나누는 대화가 어떤 내용인지 인간이 알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그들의 소통방식을 인간이 이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자는 포유류에게는 포유류의 방식이, 새에게는 새의 방식이 있다라고 시작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구상에는 1만 종이 훌쩍 넘는 새들이 살고 있다고 합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새들이 일상에서 보이는 놀랍고 당혹스럽기까지 한 행동들과 조류 세계의 평범함과 한계를 정의해온 오랜 통념을 확실하고 유쾌하게 뒤집는 다양한 행위와 모습을 담았다라고 했습니다. 목차에 정리된 것처럼 새들의 다섯 가지 일상적인 활동 영역-말하기, 일하기, 놀기, 짝짓기, 양육 등을 탐구하고 각각의 극단적인 사례들을 살펴보고있습니다. 새에 대한 다양한 것들을 알게 된 데는 탐사장비의 발전으로 새들의 행동을 영상으로 담거나 우짖는 소리를 녹음하거나, 새들의 생리활동을 과학적으로 기록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흔히 조금 모자란 사람을 새대가리라고 비하하기도 했습니다만, 알고 보니 새들은 우리가 아는 것보다 더 뛰어난 점이 많은 것 같습니다. 인간의 뇌가 1,400그램 정도되는데 새들의 뇌는 겨우 호두만한 크기라고 합니다. 그런데도 새들이 생각보다 더 똑똑한 것은 단위 부피 안에 들어있는 신경세포의 숫자가 포유류는 물론 영장류보다도 더 많다고 합니다.


특히 새들 가운데는 암기력이 파충류를 넘어서 포유류의 그것과 공통점이 더 많다고 합니다. 군대개미들이 군집을 이루어 먹이를 사냥하는 행위를 활용하여 먹이를 취하는 개미새들이 정보를 공유하고 행동의 유연성을 발휘하는 것을 정신적인 시간여행이라는 인상적인 단계에 진입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정신적 시간여행이란 과거로 돌아가 지난 사건에 대한 구체적인 사항들-무엇을, 언제, 어떻게-을 기억해내고, 미래의 행동을 계획하는 능력을 말한다고 합니다. 새들 가운데 획득한 먹이를 나중에 먹기 위하여 숨겨두는 종이 많은데, 이들은 특정한 시각적 기억을 생성함으로써 숨긴 장소를 기억한다고 합니다. 불과 호두알 크기의 뇌를 가진 새가 그렇게 오래, 그렇게 많은 장소를 구체적으로 기억한다는 것은 쉽게 상상이 되지 않습니다.


뻐꾸기는 알을 직접 품지 않고 다른 새들의 둥지에 탁란을 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탁란을 하는 새들은 뻐꾸기 말고도 더 있다고 하는데, 탁란을 하는 일도 쉽지가 않다고 합니다. 눈치를 챈 어미새가 뻐꾸기 알을 밀어내기도 한다고 합니다. 탁란을 하는 새나 숙주새 모두 자손을 지키고 퍼트리기 위하여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렇듯 제가 새에 대하여 지금까지 알고 있던 것들을 새롭게 정리해야 할 정도로 방대한 분량의 새로운 정보가 담겨 있어서 즐거운 책읽기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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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아프리카인가 - 지구 한 바퀴를 돌아 아프리카!
나선영 지음 / 바른북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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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파리 차 앞을 지나는 코끼리 무리를 담은 사진이 눈길을 끌어 고른 책입니다. 아프리카를 다녀온 지도 꽤 되었지만 세렝게티와 응고롱고로 초원을 한가롭게 거닐던 사자, 기린, 얼룩말 등 야생동물의 자태가 눈에 삼삼해서였을 것입니다.


45개국을 20년 이상 몸으로 부딪히다보니 삶의 패턴마저 바꿔 버릴 만큼 아프리카의 문화적 충격이 컸다는 여행작가 나선영님의 아프리카 여행기 <, 아프리카>입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나미비아, 짐바브웨, 잠비아, 그리고 탄자니아 등을 돌면서 찍은 3천장이 넘는 사진들 가운데 고르고 고른 듯한 사진을 엄청 많이 실었습니다.


안타까운 점은 Turing Point라고 적은 서문 지금까지의 아프리카는 잊어라라는 제목의 글에서부터 01 I Love Africa, 02 Rainbow Africa, 03 Tour of Africa, 04 Interior of Africa, 05 Dream of Africa, 06 Movie of Africa 07 Why Africa로 나누어 놓은 64꼭지의 글들은 정리되지 않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프리카에 대하여 정확히 전달하고 이해를 돕는 것이 이 글을 쓰는 목적이라고 했습니다만, 아프리카의 불과 5개국을 돌아보고 아프리카를 이야기하겠다는 것은 표지에 나오는 코끼리에 관한 우화를 생각나게 합니다.


응고롱고로 분화구에서 건강한 흙 내음을 밟으면서 그 속에서 자라는 생명체의 소중함이 느껴졌다는 대목을 예로 들면 흙내음을 밟는다는 표현도 어색할 뿐 만 아니라, 코뿔소가 멸종의 위기를 맞고 응고롱고로 초원을 뒤덮고 있는 외래 침입종 잡초로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듯합니다.


케이프타운 부근에 있다는 흑인들 집단거주지역은 타운십 투어를 신청해야만 들어갈 수 있는데, 가이드가 안내해준다는데 개인적으로 가면 위험하다는 것도 이해되지 않습니다. 허락없이 사진을 찍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눈치라면서도 판자촌의 암울한 현실 속에서 하나 같이 밝은 표정이라는 것도 겉도는 느낌입니다.


멋있어 보이는 단어를 고르는데 집중을 하다 보니 그 단어들을 잘 이어 수도 쉽게 읽히도록 하는 데는 신경이 미치지 못했던가 봅니다. 태양의 강렬함은 단순히 빨간색으로 표현할 도 없다는 것은 초등학생의 그림에서 본 것을 이야기하는 것일 뿐 정작 강렬한 해는 그저 환하다는 느낌밖에 남지 않는다는 것은 몰랐을까요?


남아프리카공화국, 나미비아, 짐바브웨, 잠비아, 그리고 탄자니아 등 5개국을 돌아보는 여행기를 76쪽에 담으려다보니 이야기의 선후가 뒤섞이고 맥락이 건너뛰기 일쑤입니다. 시그널 힐에서 지켜보는 해넘이의 감동을 적은 부분의 경우입니다. “찰나의 순간은 금방 사라진다. 아쉬움에 뒤를 돌아보지만 사람들은 거짓말처럼 사라진다. 야경의 여운은 늦게까지 이어진다. 북적거리는 펍에서 와인과 음악에 몰입해본다.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황홀에 젖는다.” 나미브 사막에서의 잠자리에 관한 대목도 있습니다. “사막에서의 캠핑인지라 새벽은 춥다. 여행사 여직원 덕분에 챙겨준 침낭에 의지하여 추위를 견디며 숙면을 했다.”


마지막 부분 'Why Africa'에서는 왜 아프리카에 주목해야 하는가를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아프리카가 블루오션이 될 것이라고 하는데, ‘가 빠졌습니다. 아프리카에서 미래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하였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 미래의 비즈니스가 될 것인지는 이야기가 없습니다.


뒷표지를 보면 아프리카를 이해하기 쉽게 풀어준 여행지침서’, ‘선입견을 버리고 쉽게 떠날 수 있는 아프리카여행 꿀팁이라고 광고를 하고 있지만, 이 책은 아프리카의 여행지침서라고 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너무 많습니다. 아프리카 여행에서 찍어온 좋은 사진들을 볼 수 있는 정도라고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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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널티킥 앞에 선 골키퍼의 불안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33
페터 한트케 지음, 윤용호 옮김 / 민음사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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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년 1월에 열린 고전독서회에서 페터 한트케의 <소망 없는 불행>을 읽고 논의할 때, 회원 한 분이 추천하셨던 <페널티킥 앞에 선 골키퍼의 불안>을 읽었습니다. 결론을 먼저 말씀드리면 저는 누군가에게 추천할 생각은 들지 않을 것 같습니다. 중요한 요소들이 충분히 설명되지 않아서 이야기의 맥락이 제대로 이해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읽는 이의 상상에 맡겨두겠다는 생각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야기의 주인공 요제프 블로흐는 한때 잘나가는 골키퍼였습니다. 지금은 건축공사장에서 조립공으로 일하고 있는데, 어느날 아침 일꾼들이 새참을 먹을 무렵 출근했을 때 현장감독이 힐끗 올려다보는 눈길에서 해고되었다고 지레 짐작하고 공사장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부터는 모든 행동이 충동적으로 일어납니다. 재래시장으로 가서 밥을 먹은 뒤에는 극장에 들어가 영화를 보고 호텔에 들어가 잠들었다가 저녁에는 호텔을 나와 술을 마십니다.


다음날은 토요일인데 호텔에서 하루 더 묵기로 합니다. 집은 어디에 있는지 왜 집으로 돌아가지 않는지 전혀 설명되지 않습니다. 이제는 자신이 누구인지 알지도 못하는 여성에게 전화를 걸어 만나자고 약속을 하지만 막상 만나서는 특별한 일도 없이 헤어집니다. 잠은 호텔에서 잤는데 샤워와 면도는 역 화장실에서 합니다. 도무지 뒤죽박죽입니다.


거리에서 만난 젊은이들과 싸움을 벌여 쥐어터지고, 극장의 매표원 아가씨를 기다려 따라가다가 건드렸더니 그녀가 격렬하게 그를 만졌다는 것도 이해되지 않습니다. 함께 그녀의 집에 들어가 관계를 맺게 되는 과정도 설명되지 않습니다. 더욱이 다음날 아침 식사를 챙겨준 그녀가 오늘 일하러 가지 않으세요?’라고 묻자, 갑자기 그녀의 목을 졸라 살해합니다. 바깥에서 사람 목소리가 들리자 공포심으로 숨이 막힐 것 같았고, 불안감으로 피곤해졌는지 잠이 들었다는 것도 이해되지 않습니다.


그리고는 서부역으로 가서 국경 근처로 갑니다. 예전의 여자친구가 여인숙을 운영하고 있는 곳으로 향한 것입니다. 그녀에게 전화를 걸기 위하여 정거장 우체국에 들어갔는데, 전화방에서 전화번호부를 뒤질 때 순경이 들어와 검문을 합니다. 극장 안내원이 고발을 했다면서 지서에 동행할 것을 요구합니다. 전화번호부로 순경을 갈겨 의식을 잃게 만든 블로흐는 기차 대신 버스를 타고 국경 마을로 향합니다.


국경마을에 도착해서는 여인숙을 찾아 여자 친구를 만났지만, 그녀는 이미 누군가와 사귀는 것 같습니다. 하릴없이 이곳저곳을 배회하다가 마지막에는 축구경기를 구경하게 됩니다. 옆에 앉은 사람과 축구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데 골키퍼의 시각을 이야기합니다. ‘공격수나 공으로부터 시각을 돌려 골키퍼만 바라보는 일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라는 것입니다. ‘통상적으로 사람들은 골문을 향해 슈팅이 되었을 때에야 비로서 골키퍼를 보게 되죠라고도 합니다. 사실 그런 것 같습니다. 운동장에서는 경기 중에 골키퍼를 쳐다볼 일은 별로 없습니다. TV 중계를 시청하는 경우에는 축구공과 무관하게 골키퍼가 화면에 잡혔을 때는 어쩔 수 없이 보기 마련입니다.


마지막으로 공을 차기 위하여 키커가 달려 나오면, 골키퍼는 무의식적으로 슈팅도 되기 전에 이미 키커가 공을 찰 방향으로 몸을 움직이게 됩니다. 그러면 키커는 침착하게 다른 방향으로 공을 차게 됩니다.’라고 말합니다. 사실은 무의식적으로 몸을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키커가 공을 찬 다음에 움직이게 되면 골대 구석으로 날아오는 공을 막을 시간이 없기 때문에 미리 예측한 방향으로 몸을 움직이게 되는 것입니다. 키커 역시 일찍 움직인 골키퍼가 공을 막을 수 있기 때문에 미리 예측한 방향으로 공을 차는 것이죠. 심지어는 골키퍼가 움직일 것을 예측하고 골기퍼 정면으로 공을 차기도 합니다. “페널티 키커는 그의 두 손을 향해 공을 찼다고 마무리한 이 소설처럼 말입니다.


<페널티킥 앞에 선 골키퍼의 불안>은 살인을 저지른 전직 골키퍼가 경찰을 피하기 위하여 불안한 나날을 보내는 심경을 마치 페널티킥 앞에 선 골키퍼와 같다고 설명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만, 읽어가는 가운데 그런 분위기는 별로 느껴지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역시 난해한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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