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의 방식 - 새들은 어떻게 말하고 일하고 놀고 양육하고 생각할까?
제니퍼 애커먼 지음, 조은영 옮김 / 까치 / 2022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양재천 뚝방길을 따라 산책을 해온 지도 20여년이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그 사이에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양재천에 모여 사는 새들이 참 다양해졌다는 점을 꼽고 싶습니다. 처음 양재천에 나섰을 때는 비둘기와 까치가 눈에 많이 띄었고, 참새 떼도 그리 크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새들의 개체수도 많아지고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새들이 다양해지다보니 비둘기, 까치, 참새, 까마귀 등 알만한 새들 말고도 모습이나 우는 소리가 생소한 그런 새들도 많습니다.


야외에 가면 꽃 이름을 물어보지 말라고 합니다만, 새를 보고도 무슨 새인지 묻지 말라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보니 새에 대하여 아는 것이 별로 없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아마도 그런 이유에서 <새들의 방식>을 읽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저명한 과학 저술가 재니퍼 애커먼은 <새들의 방식>에서 다양한 새들이 의사소통, 먹이구하기, 짝짓기, 아기 새 기르기 등을 어떻게 하는지 학술자료를 바탕으로 소개하였습니다. 책을 읽어가면서 이름도 처음 듣는 새들이 이렇게 많고, 그들이 살아가는 모습도 지금까지 알고 있던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실 인간만이 언어로 소통한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만, 다양한 생물들은 나름대로의 소통방식을 가지고 있다고 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들이 나누는 대화가 어떤 내용인지 인간이 알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그들의 소통방식을 인간이 이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자는 포유류에게는 포유류의 방식이, 새에게는 새의 방식이 있다라고 시작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구상에는 1만 종이 훌쩍 넘는 새들이 살고 있다고 합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새들이 일상에서 보이는 놀랍고 당혹스럽기까지 한 행동들과 조류 세계의 평범함과 한계를 정의해온 오랜 통념을 확실하고 유쾌하게 뒤집는 다양한 행위와 모습을 담았다라고 했습니다. 목차에 정리된 것처럼 새들의 다섯 가지 일상적인 활동 영역-말하기, 일하기, 놀기, 짝짓기, 양육 등을 탐구하고 각각의 극단적인 사례들을 살펴보고있습니다. 새에 대한 다양한 것들을 알게 된 데는 탐사장비의 발전으로 새들의 행동을 영상으로 담거나 우짖는 소리를 녹음하거나, 새들의 생리활동을 과학적으로 기록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흔히 조금 모자란 사람을 새대가리라고 비하하기도 했습니다만, 알고 보니 새들은 우리가 아는 것보다 더 뛰어난 점이 많은 것 같습니다. 인간의 뇌가 1,400그램 정도되는데 새들의 뇌는 겨우 호두만한 크기라고 합니다. 그런데도 새들이 생각보다 더 똑똑한 것은 단위 부피 안에 들어있는 신경세포의 숫자가 포유류는 물론 영장류보다도 더 많다고 합니다.


특히 새들 가운데는 암기력이 파충류를 넘어서 포유류의 그것과 공통점이 더 많다고 합니다. 군대개미들이 군집을 이루어 먹이를 사냥하는 행위를 활용하여 먹이를 취하는 개미새들이 정보를 공유하고 행동의 유연성을 발휘하는 것을 정신적인 시간여행이라는 인상적인 단계에 진입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정신적 시간여행이란 과거로 돌아가 지난 사건에 대한 구체적인 사항들-무엇을, 언제, 어떻게-을 기억해내고, 미래의 행동을 계획하는 능력을 말한다고 합니다. 새들 가운데 획득한 먹이를 나중에 먹기 위하여 숨겨두는 종이 많은데, 이들은 특정한 시각적 기억을 생성함으로써 숨긴 장소를 기억한다고 합니다. 불과 호두알 크기의 뇌를 가진 새가 그렇게 오래, 그렇게 많은 장소를 구체적으로 기억한다는 것은 쉽게 상상이 되지 않습니다.


뻐꾸기는 알을 직접 품지 않고 다른 새들의 둥지에 탁란을 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탁란을 하는 새들은 뻐꾸기 말고도 더 있다고 하는데, 탁란을 하는 일도 쉽지가 않다고 합니다. 눈치를 챈 어미새가 뻐꾸기 알을 밀어내기도 한다고 합니다. 탁란을 하는 새나 숙주새 모두 자손을 지키고 퍼트리기 위하여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렇듯 제가 새에 대하여 지금까지 알고 있던 것들을 새롭게 정리해야 할 정도로 방대한 분량의 새로운 정보가 담겨 있어서 즐거운 책읽기가 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