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널티킥 앞에 선 골키퍼의 불안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33
페터 한트케 지음, 윤용호 옮김 / 민음사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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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년 1월에 열린 고전독서회에서 페터 한트케의 <소망 없는 불행>을 읽고 논의할 때, 회원 한 분이 추천하셨던 <페널티킥 앞에 선 골키퍼의 불안>을 읽었습니다. 결론을 먼저 말씀드리면 저는 누군가에게 추천할 생각은 들지 않을 것 같습니다. 중요한 요소들이 충분히 설명되지 않아서 이야기의 맥락이 제대로 이해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읽는 이의 상상에 맡겨두겠다는 생각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야기의 주인공 요제프 블로흐는 한때 잘나가는 골키퍼였습니다. 지금은 건축공사장에서 조립공으로 일하고 있는데, 어느날 아침 일꾼들이 새참을 먹을 무렵 출근했을 때 현장감독이 힐끗 올려다보는 눈길에서 해고되었다고 지레 짐작하고 공사장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부터는 모든 행동이 충동적으로 일어납니다. 재래시장으로 가서 밥을 먹은 뒤에는 극장에 들어가 영화를 보고 호텔에 들어가 잠들었다가 저녁에는 호텔을 나와 술을 마십니다.


다음날은 토요일인데 호텔에서 하루 더 묵기로 합니다. 집은 어디에 있는지 왜 집으로 돌아가지 않는지 전혀 설명되지 않습니다. 이제는 자신이 누구인지 알지도 못하는 여성에게 전화를 걸어 만나자고 약속을 하지만 막상 만나서는 특별한 일도 없이 헤어집니다. 잠은 호텔에서 잤는데 샤워와 면도는 역 화장실에서 합니다. 도무지 뒤죽박죽입니다.


거리에서 만난 젊은이들과 싸움을 벌여 쥐어터지고, 극장의 매표원 아가씨를 기다려 따라가다가 건드렸더니 그녀가 격렬하게 그를 만졌다는 것도 이해되지 않습니다. 함께 그녀의 집에 들어가 관계를 맺게 되는 과정도 설명되지 않습니다. 더욱이 다음날 아침 식사를 챙겨준 그녀가 오늘 일하러 가지 않으세요?’라고 묻자, 갑자기 그녀의 목을 졸라 살해합니다. 바깥에서 사람 목소리가 들리자 공포심으로 숨이 막힐 것 같았고, 불안감으로 피곤해졌는지 잠이 들었다는 것도 이해되지 않습니다.


그리고는 서부역으로 가서 국경 근처로 갑니다. 예전의 여자친구가 여인숙을 운영하고 있는 곳으로 향한 것입니다. 그녀에게 전화를 걸기 위하여 정거장 우체국에 들어갔는데, 전화방에서 전화번호부를 뒤질 때 순경이 들어와 검문을 합니다. 극장 안내원이 고발을 했다면서 지서에 동행할 것을 요구합니다. 전화번호부로 순경을 갈겨 의식을 잃게 만든 블로흐는 기차 대신 버스를 타고 국경 마을로 향합니다.


국경마을에 도착해서는 여인숙을 찾아 여자 친구를 만났지만, 그녀는 이미 누군가와 사귀는 것 같습니다. 하릴없이 이곳저곳을 배회하다가 마지막에는 축구경기를 구경하게 됩니다. 옆에 앉은 사람과 축구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데 골키퍼의 시각을 이야기합니다. ‘공격수나 공으로부터 시각을 돌려 골키퍼만 바라보는 일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라는 것입니다. ‘통상적으로 사람들은 골문을 향해 슈팅이 되었을 때에야 비로서 골키퍼를 보게 되죠라고도 합니다. 사실 그런 것 같습니다. 운동장에서는 경기 중에 골키퍼를 쳐다볼 일은 별로 없습니다. TV 중계를 시청하는 경우에는 축구공과 무관하게 골키퍼가 화면에 잡혔을 때는 어쩔 수 없이 보기 마련입니다.


마지막으로 공을 차기 위하여 키커가 달려 나오면, 골키퍼는 무의식적으로 슈팅도 되기 전에 이미 키커가 공을 찰 방향으로 몸을 움직이게 됩니다. 그러면 키커는 침착하게 다른 방향으로 공을 차게 됩니다.’라고 말합니다. 사실은 무의식적으로 몸을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키커가 공을 찬 다음에 움직이게 되면 골대 구석으로 날아오는 공을 막을 시간이 없기 때문에 미리 예측한 방향으로 몸을 움직이게 되는 것입니다. 키커 역시 일찍 움직인 골키퍼가 공을 막을 수 있기 때문에 미리 예측한 방향으로 공을 차는 것이죠. 심지어는 골키퍼가 움직일 것을 예측하고 골기퍼 정면으로 공을 차기도 합니다. “페널티 키커는 그의 두 손을 향해 공을 찼다고 마무리한 이 소설처럼 말입니다.


<페널티킥 앞에 선 골키퍼의 불안>은 살인을 저지른 전직 골키퍼가 경찰을 피하기 위하여 불안한 나날을 보내는 심경을 마치 페널티킥 앞에 선 골키퍼와 같다고 설명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만, 읽어가는 가운데 그런 분위기는 별로 느껴지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역시 난해한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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