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해!! 볼링 시작해!! 시리즈 2
서동휘 외 지음 / 브레인스토어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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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어가면서 꾸준하게 하는 운동이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다양한 운동이 있습니다만, 대부분 누군가와 함께 해야 하는 제약이 있어서 혼자서도 할 수 있는 종목을 찾게 됩니다. 걷기, 달리기, 수영과 같은 운동이 있습니다. 간편하기로는 걷기가 좋아서 주말에는 꽤 멀기 걷기도 합니다. 재수생 시절에 우연히 볼링을 칠 기회가 있었는데, 의과대학에 들어와서는 볼링을 즐기는 친구들이 없어서 점차 잊게 되었습니다.


40대 무렵 남원에서 근무할 때 볼링을 다시 시작했고, 대전으로 직장을 옮겼을 때는 혼자서 하는 운동으로 적극 활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식약청에서 일할 때는 볼링동호회를 창설해서 격주로 운동을 하고 부처대항전에도 나가기도 했습니다. 식약청을 그만두고는 꽤 오래 접고 지내다가 심평원이 원주로 이전하면서 근처에 있는 볼링장에 다시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우한폐렴의 사태로 인하여 문을 닫는 볼링장이 많아지면서 마땅한 볼링장을 찾지 못하였습니다. 군포에서 일을 시작하고 사회적 거리두기도 완화되면서 금년 봄부터 다시 볼링을 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빠르게 경기력이 회복되면서 전성기의 실력을 뛰어넘기도 했습니다만, 이내 난조에 빠져들고 있습니다. 요즘에는 그저 체력과 신체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그저 꾸준하게 운동을 이어간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 와중에 만난 책이 <시작해 볼링>입니다. 브레인스토어 출판사가 나만의 운동을 가져보라는 취지로 기획된 시작해연작의 하나라고 합니다. 사실 볼링을 체계적으로 배운 것이 아니라 꾸준하게 볼링공을 굴리면서 쌓아온 실력이라서 체계적으로 배워보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던 참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책을 읽고 독학으로 뭔가를 배우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다시 깨닫게 되었습니다. 책에 나오는 대목을 실전에 옮겨보았지만, 오히려 회복되던 경기력이 무너지는 결과를 가져왔기 때문입니다. 결국은 그동안 해오던 것처럼 나름의 방식으로 경기를 운영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역시 무엇이던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제대로 시작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볼링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에게는 크게 도움이 될 책이라는 점을 잘 알 수 있습니다. 볼링경기장에 대하여, 준비물이나 예절 등에 관한 기본적인 내용으로부터 볼링공을 투구하는 방법, 초구에서 남은 핀을 처리하는 방법 등 실전에서 아쉬운 부분을 잘 정리해놓았다는 생각입니다. 공을 잡는 방법, 던지는 방법에 따라 공이 굴러가는 경로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등을 이해할 수 있었지만, 실전에 응용하는 것은 쉽지가 않았습니다. 표지에 써있는 대로 곁에 두고 그냥 읽자는 대목이 이해되었습니다.


많은 사진을 곁들이고 있어서 도움이 될 것 같지만 아쉬운 점이 없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동영상이 있다면 낫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즉 동영상을 부록으로 첨부했더라면....그렇지만 투구방향이나 공의 궤적을 그림으로 표현한 것은 쉽게 이해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확실히 볼링은 공이 손을 떠나는 순간의 심리상태에 크게 영향을 받는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같은 상황에서 매번 같이 공을 던지는 것이 결코 쉽지가 않습니다. 당연히 결과도 크게 차이가 나기 마련입니다. 결국 똑같이 던지는 법을 몸에 익히는 것이 좋은 성적을 올리는 비결인 셈입니다.


개인적으로 나이가 들어서 볼링을 하는 좋은 점은 몸의 균형감각을 유지하는데 결정적인 운동이라는 점입니다. 볼링이 운동이 되겠느냐고 하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만, 제 경우는 서너번의 경기를 하게 되면 온몸이 땀에 적을 정도로 피곤함을 느끼는 것을 보면 분명 운동이 된다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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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요정 파데트
조르주 상드 지음, 이혜은 옮김 / 파롤앤(PAROLE&)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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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낭만주의 시대의 대표적 여류작가 조르주 상드는 백여편의 소설을 발표해 곡괭이질을 멈추지 않는 인부라는 평을 들었다고 합니다. 자신의 일을 가지고 자신의 힘으로 돈을 벌어 경제적 독립을 이루고자 했던 까닭에 다작을 했기 때문입니다. 그녀의 작품으로는 <앵디아나>, <사생아 프랑수아> 등을 읽어보았습니다만, 감정선이 섬세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사랑의 요정 파데트>온전하고 주체적인 삶을 추구한 작가의 자서전적인 작품으로 주인공 파데트는 작가의 분신과도 같다는 평을 받습니다.


뮈세와 쇼팽의 연인으로 두 사람의 명성에 가려진 삶을 살면서도 작가임을 내세웠습니다. <사랑의 요정 파데트>18482월 혁명으로 어수선한 파리를 떠나 고향인 베리에 정착했을 때 쓴 작품입니다. 시골의 풍경과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삶을 세밀하게 그려냈습니다. 쌍둥이 형제와 주인공 파데트 사이의 사랑과 질투를 그린 일종의 성장소설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이와 같은 이야기 구도는 ‘(쌍둥이는) 거의 항상 서로에게 피해를 주기 때문에, 둘 중 하나가 죽어야만 다른 하나가 건강하다는 민간의 속설에 기반합니다. 시의원을 지낸 바르보씨 아내가 쌍둥이를 낳았을 때 산파가 해준 말입니다. 쌍둥이들은 어른들의 걱정과는 달리 잘 자라주었지만 커갈수록 서로를 사랑하고 의지하는 성향이 강해졌습니다. 형 실비네와 동생 랑드리는 서로를 배려하고 아끼지만 형 실비네가 집착에 가까운 느낌이 들고 부모와 주변 사람들의 사랑을 두고 경쟁하는 느낌도 없지 않습니다. 동생 랑드리가 형 실비네보다 조금 더 건강하고 현실적인 면이 있어 보입니다.


한편 파데트는 품행이 좋지 않은 엄마가 할머니에게 맡기고 떠난 까닭에 동네사람들로부터 손가락질을 받으며 성장했습니다. 그런 것을 잘 알기에 선머슴처럼 하고 다녔기 때문에 마녀라는 의심도 받게 되었습니다. 랑드리가 파데트의 운명적인 만남은 형 실비네가 공연한 트집으로 집을 나가 숨어버리는 사건에서 비롯되었습니다. 파데트는 형을 찾아 헤매던 랑드리에게 형이 숨어있는 곳을 알려주고는 무언가 원하는 것을 주기로 합니다.


카이요씨 집에 일자리를 얻었던 랑드리는 카이요씨의 조카딸 마들롱에게 마음이 쏠리게 됩니다. 성 앙도슈 축일에 마들롱과 부레춤을 출 생각을 하던 차에 랑드리는 도깨비불에 홀렸고 파데트의 도움을 다시 받게 됩니다. 파데트는 성 앙도슈 축일의 미사가 끝난 뒤에 세 번, 저녁 기도를 마친 뒤에 두 번, 삼종 기도 뒤에 두 번, 도합 일곱 번 부레춤을 함께 추고, 다른 여자들과는 춤을 추지 말 것을 요구합니다.


자신이 한 약속을 반드시 지키는 랑드리는 자신과 부레춤을 출 것이라고 기대한 마들롱을 외면하고 파데트하고만 춤을 추었고, 마을 소년들의 짓궂을 놀림을 당하는 파데트를 구해주기까지 합니다. 이 일을 계기로 두 사람은 서로를 이해하게 됩니다. 랑드리의 조언은 파데트를 변하게 하고, 파데트는 랑드리의 성급함을 달래면서 두 사람의 사랑을 키워나갔습니다. 두 사람이 결혼할 나이가 되어감에 따라서 랑드리의 아버지와 형 실비네가 커다란 장벽으로 다가오지만 파데트의 영리한 생각으로 장애를 뛰어넘고 모두 행복한 결말을 맞게 됩니다.


이야기를 모두 읽고서야 언젠가 읽어보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만, 읽은 기록을 찾아낼 수는 없었습니다. 그리고 잊고 있던 도깨비불에 관한 이야기도 새삼 흥미로웠습니다. 성 앙도슈 축일을 하루 앞두고 랑드리가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 여울목에서 도깨비불에 홀리는 장면이 있습니다. “(도깨비불) 그것은 움직이고, 달리고, 뛰어오르고, 이쪽 기슭에서 저쪽 기슭으로 건너다니고, 심지어는 물에 비쳐서 두 개로 보이고, 날개를 펼치고 중심을 잡는 새처럼 있다가, 송진 불이 타는 소리를 내기도 했다.(82)” 커서는 학교에서 도깨비불이 인() 성분이 내는 것이라고 알게 되었습니다만, 어려서 시골에서 자랄 때는 도깨비불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들었고, 무서워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아마 랑드리 역시 도깨비불의 정체를 잘 몰랐기 때문에 무서워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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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의 방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30
버지니아 울프 지음, 이미애 옮김 / 민음사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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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은 데이비드 빈센트의 <낭만적 은둔의 역사; >에서 언급되어서 읽게 되었다고 생각을 했는데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민음사의 <자기만의 방>에는 버지니아 울프의 수필 자기만의 방‘3기니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그녀의 대표작 가운데 <델러웨이 부인><등대로>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만, 수필은 처음입니다. <자기만의 방>은 여성주의 역사에서 중요한 작품으로 꼽히고 있다고 합니다. 최근 들어 우리 사회에서 여성과 남성이 극단적으로 대치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하고 있어 이 책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 조심스럽습니다.


자기만의 방은 울프가 여성과 픽션이라는 주제로 한 강연을 바탕으로 쓴 것이라고 합니다. 주제와 관련하여 울프는 1. 여성과, 여성이 과연 어떤 존재인가를 의미할 수도 있고, 2, 여성과, 여성이 쓴 픽션을 의미할 수도 있으며, 3. 여성과, 여성에 관해 쓰인 픽션을 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적었습니다. 하지만 세 가지 주제를 아우르는 이야기를 할 수 없겠다는 생각에서 여성이 픽션을 쓰기 위해서는 돈과 자기만의 방이 있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로 했다는 것입니다. 강연을 통하여 몹시 풀이 죽어 보이는 젊은 여성들에게 용기를 불어넣어주고 싶었다는 뜻을 담은 것이라고 합니다.


자기만의 방은 모두 6개의 장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먼저 대학이 상징하는 특권에 여성들을 철저하게 소외시켜왔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19세기 말에 들어서야 케임브리지에 거턴(1869)과 뉴넘(1871) 등의 여자대학이 설립되었다고 합니다. 결국 울프가 이 수필을 쓸 당시에는 여성들에게도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이미 열려있는 상황이었음에도 굳이 짚어낸 까닭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전에 모든 남성들이 대학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을 받았던 것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어서 역사적으로 남성들은 여성을 열등한 존재로 치부함으로서 얻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활동해왔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셰익스피어에게 주디라는 누이가 있었더라면 어떤 상황이 일어났을까를 상정하였습니다.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 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성이라는 이유로 그 재능을 썩혔을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뿐만 아니라 당시 사회적 파문을 일으켰던 레즈비언 소설을 바탕으로, 메리 카마이클의 <생의 모험>이라는 소설을 상상으로 재구성하여 논의하기에 이릅니다. 결과적으로 자기만의 방은 전통적으로 가부장제를 근간으로 한 영국사회가 여성을 열등한 집단으로 매도하고 남성들이 독점한 기득권을 나누어주려 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3기니는 전쟁을 방지하고 문화와 지적 자유를 수호하기 위한방법을 문의한 변호사의 편지와 여자대학 재건 기금을 요청하는 편지, 그리고 여성의 전문직 진출을 원조하려는 협회의 기금 요청 편지에 대하여 쓴 답장이라는 형식을 갖춘 수필입니다. 연관이 없어보이는 세 가지 사안이 사실을 평화의 증진이라는 대의와 긴밀하게 연관이 되어있다는 점을 밝히면서 세 단체에 각각 1기니의 기금을 보내겠다는 결론에 이르는 내용입니다.


자기만의 방에서도 지적을 한 것처럼 대학은 남성들을 교육시키는데 필요한 자금을 지원해주면서도 여성들에게는 그런 기회를 주지 않아왔음을 지적합니다. 즉 딸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아들들을 교육시켜왔다는 것입니다. 돌이켜보면 별로 오래지 않은 과거에 우리사회에서도 같은 일이 적지 않게 있었다고 합니다.


여성들에게도 대학교육을 받고 전문직으로 일할 기회가 열렸음에도 불구하고 급여수준에서 차이가 있어서 여성들은 여전히 가난하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고용과 승진에서 차별을 받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세상이 변하여 여성들에게 부여된 권리가 남성과 동등한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는 인식이 싹트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 이유로 남성과 여성이 대치하는 그런 상황도 생기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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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적 은둔의 역사 - 혼자인 시간을 살아가고 사랑하는 법
데이비드 빈센트 지음, 공경희 옮김 / 더퀘스트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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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 때리기를 즐기는 사람도 있습니다만, 혼자만 있는 상황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래도 저는 책을 읽고 뭔가 글을 쓰는 일을 좋아합니다.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는 일은 누구와 함께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어찌 보면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기에 썩 좋은 취미활동이라는 생각입니다.


혼자만의 시간을 즐긴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모아 정리한 <낭만적 은둔의 역사>는 다양하게 혼자만의 시간을 즐긴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영국의 왕립 역사학회와 왕립 예술학회의 회원인 데이비드 빈센트교수는 계급과 문화, 비밀, 사생활, 정치 등에 관한 다양한 주제를 연구해왔습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산책, 여가활동, 독방(여기에서는 수도원과 감옥의 예를 들었습니다), 취미(DIY, 산책, 낚시, 정원 가꾸기 등) 등을 비롯한 다양한 주제에서의 혼자 있기의 역사를 다루었습니다. 그런데 회복, 외로움, 당신 등의 주제는 혼자만의 시간이 가지는 긍정적인 효과를 논한다는 전체의 목표와는 다소 거리감이 있어 보입니다.


저자는 시간여행자를 위한 안내서라는 제목의 서문에서 1791년 영국에서 출간된 스위스 철학자 요한 게오르그 치머만의 <고독에 관하여>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고독에 관하여>가 지난 400여년 동안 혼자 있기를 경험한 사람들에 관하여 살펴보았다 해서 시간여행자를 위한 안내서라는 제목을 붙인 것으로 보입니다만, 딱히 혼자 있기가 아니더라도 어떤 주제에 관해 역사적 자취를 살펴보는 내용이라면 붙일 수 있는 제목이라는 생각입니다.


몽테뉴는 공직에서 물러나 자신의 성에 은둔하면서 방대한 분량의 <수상록>을 집필했습니다. 근대 유럽에서는 자기만의 공간으로 물러나는 은둔을 매력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보니 헨리 데이빗 소로우의 <월든>의 예를 보더라도 은둔을 생산적으로 활용한 사례들이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최근에 사회적으로도 크게 문제가 되고 있는 치매의 경우도 타인과의 교류가 치매를 예방하고 병증의 진행을 늦추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영국의 문인 존 이블린이 활동적인 일과 삶이 고독보다 나은 이유라는 글에서 장담컨대 가장 현명한 이들은 서가가 잔뜩 있는 골방과 벽장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활발한 대화에서 나온다라고 한 것을 보면, 은둔이 그리 좋은 일은 아니라는 것을 일찍 간파한 선각자라 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들로 채우고 누리망도 잘 쓸 수 있도록 한 집필실에 칩거하면서 책을 써보는 꿈을 키워볼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이 책을 스위스를 여행하면서 읽었는데, 다양한 자료를 인용하고 있고, 산책과 여행도 혼자 있기의 대표적 사례로 다루고 있어서 여행에 관한 이야기를 정리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여행을 주제로 책을 쓴 많은 작가들이 여행사에서 제공하는 여행상품으로 하는 여행은 가치를 논할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이런 여행에서도 현지 사람들의 삶을 살펴볼 기회가 있고, 그들이 쌓아온 문명들을 직접 보고 느끼고 생각할 시간이 충분하다는 것입니다. 시차 탓에 잠에서 깨어난 이른 새벽, 차로 이동하는 시간 등 넘쳐나는 여유시간은 책을 읽거나 무언가를 생각하고 기록하기에 충분합니다. 단체 속에서 은둔을 즐길 수 있다고 할까요? 교통과 숙소 그리고 볼거리를 예매하는데 드는 시간을 크게 절약할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입니다.


은둔이 꼭 낭만적인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무리 속에서도 고독을 느낀다면 이 또한 은둔이라 할 것이고, 이런 은둔은 부정적인 의미를 담지 않을까 싶습니다. 은둔 과정에서 외로움이 느껴진다면 은둔에서 나와 타인과의 소통하고 교감하는 일로 복귀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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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다 예쁜 말들 민음사 모던 클래식 65
코맥 매카시 지음, 김시현 옮김 / 민음사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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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핀천, 돈 드릴로, 필립 로스와 함께 이 시대를 대표하는 미국 소설가 네 명 가운데 하나인 코맥 맥카시의 대표작 <모두 다 예쁜 말들>을 읽었습니다. 작가는 이 작품을 시작으로 해서 <국경을 넘어>, <평원의 도시들>까지 국경연작을 완성하였습니다. 하지만 저는 첫 작품을 가장 늦게 읽고 말았습니다. 특히 <평원의 도시들>에서는 이 작품의 주인공이 등장하는데 그의 어린 시절을 모르고 읽었기 때문에 성격을 파악하는데 다소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이야기는 주인공 존 그래디가 외할아버지의 장례식에 참석하는데서 시작합니다. 아버지의 죽음을 계기로 집을 떠나 샌앤토니오에서 배우로 활동하는 어머니는 목장을 팔기로 합니다. 소년은 친구 롤린스와 함께 국경을 넘어 멕시코에서 일자리를 얻었습니다. 열여섯 살이라는데 벌써 말을 다루는 솜씨가 만만치가 않습니다. 목장 주인은 그래디의 말 다루는 솜씨에 반하여 목부로 일하면서 야생마를 길들이고 종마와 교배하여 혈통이 좋은 말을 얻기로 합니다.


제목에서 느끼는 것이지만 이 책의 중요한 화두는 말입니다. 그래디가 말을 좋아하는 이유는 사람을 좋아하는 이유와 똑 같았습니다. “그들에게는 피가 있고 피에는 열기가 있다. 그의 모든 존경과 모든 사랑과 모든 취향은 뜨거운 심장을 향한 것이었고, 그것은 영원히 변함없을 것이었다.(13)” 그래디와 롤린스의 삶을 꼬이게 만든 것도 말입니다. 멕시코로 향하는 길에 합류한 블레빈스가 타고온 좋은 말을 악천후에 잃었는데 그 말을 멕시코 사람에 차지한 것을 되찾는 과정에서 불상사가 생긴 것입니다.


그 사건이 화근이 되어 그래디와 롤린스는 감옥에 갇히고 죽음의 일보 전까지 가게 되지만 구사일생 목숨을 구하게 됩니다. 두 사람이 경찰에 잡혀가게 된 배경에는 그래디를 고용한 목장주가 있었습니다. 그래디가 목장 주의 딸 알레한드라와 사귀게 된 것이 들통이 난 것입니다. 결국 알레한드라는 그래디와 헤어지겠다고 하면서 그래디는 목숨을 건질 수 있었던 것입니다. 자초지종을 알게 된 그래디는 알레한드라와 마지막으로 만난 뒤에 목장으로 가서 정리를 하고 고향으로 돌아가기로 합니다. 고향으로 가기 전에 자신과, 롤린스 그리고 블레빈스의 말을 되찾고야 말았습니다.


그래디가 고향에 돌아왔을 때는 아버지는 이미 돌아가셨고, 집안일을 도와주던 아부엘라도 죽어서 장례를 치르게 됩니다. 장례식에 참석한 뒤 그래디는 다시 고향을 등지면서 이야기가 마무리됩니다. “기다란 검은 그림자는 마치 세상에 유일한 존재의 그림자인 양 말을 바싹 뒤따랐다. 그러다 어두워지는 땅속으로, 다가올 세상 속으로 점점 사라져 갔다.(412)” 그래디의 이야기는 <평원의 도시들>로 이어지게 됩니다만, 작가는 초원에서 생활하는 사나이들의 거친 삶을 잘 묘사하고 있습니다.


텍사스와 멕시코 사이의 국경을 넘나들면서 전형적인 서부의 풍경과 서부 사나이의 삶을 마치 손에 잡힐 듯이 읽힙니다. 평원을 달리는 기차의 모습을 그린 다음 장면이 좋은 예입니다. “곧 떠오를 태양을 맴도는 상스러운 위성인 양 기차는 머리 동쪽에서부터 요란하게 짖으며 달려오고, 얽히고설킨 메스키트 덤불을 가로지는 전조등의 기다란 불빛은 지독히도 곧은길을 따라 끝없이 이어진 울타리를 어둠 속에서 드러내는가 하면 줄줄이 늘어선 철조망과 기둥을 다시 후르르 집어삼켜 어둠 속을 보냈다. 희미하게 드러나는 수평선 위로 기차 연기가 서서히 흩어지며 어둠을 뒤쫓았고, 소리도 느릿느릿 연기를 뒤따랐다.(10)”


말을 타고 먼길을 가던 중에 야영을 하는 장면도 인상적입니다. “날이 어두워지고 그들이 땅이 봉긋 솟은 곳에서 잠잘 준비를 마치자 바람에 갈기갈기 찢긴 모닥불이 어둠을 톱질해댔다.(157)”


옮긴이는 이 책을 꿈을 찾아 용감하게 집을 떠나 온갖 위험 속에서 냉혹한 현실과 맞닥뜨리며 어른이 되어가는 한 소년의 슬프고도 매혹적인 이야기라고 요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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