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적 은둔의 역사 - 혼자인 시간을 살아가고 사랑하는 법
데이비드 빈센트 지음, 공경희 옮김 / 더퀘스트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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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 때리기를 즐기는 사람도 있습니다만, 혼자만 있는 상황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래도 저는 책을 읽고 뭔가 글을 쓰는 일을 좋아합니다.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는 일은 누구와 함께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어찌 보면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기에 썩 좋은 취미활동이라는 생각입니다.


혼자만의 시간을 즐긴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모아 정리한 <낭만적 은둔의 역사>는 다양하게 혼자만의 시간을 즐긴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영국의 왕립 역사학회와 왕립 예술학회의 회원인 데이비드 빈센트교수는 계급과 문화, 비밀, 사생활, 정치 등에 관한 다양한 주제를 연구해왔습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산책, 여가활동, 독방(여기에서는 수도원과 감옥의 예를 들었습니다), 취미(DIY, 산책, 낚시, 정원 가꾸기 등) 등을 비롯한 다양한 주제에서의 혼자 있기의 역사를 다루었습니다. 그런데 회복, 외로움, 당신 등의 주제는 혼자만의 시간이 가지는 긍정적인 효과를 논한다는 전체의 목표와는 다소 거리감이 있어 보입니다.


저자는 시간여행자를 위한 안내서라는 제목의 서문에서 1791년 영국에서 출간된 스위스 철학자 요한 게오르그 치머만의 <고독에 관하여>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고독에 관하여>가 지난 400여년 동안 혼자 있기를 경험한 사람들에 관하여 살펴보았다 해서 시간여행자를 위한 안내서라는 제목을 붙인 것으로 보입니다만, 딱히 혼자 있기가 아니더라도 어떤 주제에 관해 역사적 자취를 살펴보는 내용이라면 붙일 수 있는 제목이라는 생각입니다.


몽테뉴는 공직에서 물러나 자신의 성에 은둔하면서 방대한 분량의 <수상록>을 집필했습니다. 근대 유럽에서는 자기만의 공간으로 물러나는 은둔을 매력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보니 헨리 데이빗 소로우의 <월든>의 예를 보더라도 은둔을 생산적으로 활용한 사례들이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최근에 사회적으로도 크게 문제가 되고 있는 치매의 경우도 타인과의 교류가 치매를 예방하고 병증의 진행을 늦추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영국의 문인 존 이블린이 활동적인 일과 삶이 고독보다 나은 이유라는 글에서 장담컨대 가장 현명한 이들은 서가가 잔뜩 있는 골방과 벽장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활발한 대화에서 나온다라고 한 것을 보면, 은둔이 그리 좋은 일은 아니라는 것을 일찍 간파한 선각자라 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들로 채우고 누리망도 잘 쓸 수 있도록 한 집필실에 칩거하면서 책을 써보는 꿈을 키워볼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이 책을 스위스를 여행하면서 읽었는데, 다양한 자료를 인용하고 있고, 산책과 여행도 혼자 있기의 대표적 사례로 다루고 있어서 여행에 관한 이야기를 정리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여행을 주제로 책을 쓴 많은 작가들이 여행사에서 제공하는 여행상품으로 하는 여행은 가치를 논할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이런 여행에서도 현지 사람들의 삶을 살펴볼 기회가 있고, 그들이 쌓아온 문명들을 직접 보고 느끼고 생각할 시간이 충분하다는 것입니다. 시차 탓에 잠에서 깨어난 이른 새벽, 차로 이동하는 시간 등 넘쳐나는 여유시간은 책을 읽거나 무언가를 생각하고 기록하기에 충분합니다. 단체 속에서 은둔을 즐길 수 있다고 할까요? 교통과 숙소 그리고 볼거리를 예매하는데 드는 시간을 크게 절약할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입니다.


은둔이 꼭 낭만적인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무리 속에서도 고독을 느낀다면 이 또한 은둔이라 할 것이고, 이런 은둔은 부정적인 의미를 담지 않을까 싶습니다. 은둔 과정에서 외로움이 느껴진다면 은둔에서 나와 타인과의 소통하고 교감하는 일로 복귀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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