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다 예쁜 말들 민음사 모던 클래식 65
코맥 매카시 지음, 김시현 옮김 / 민음사 / 2008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토마스 핀천, 돈 드릴로, 필립 로스와 함께 이 시대를 대표하는 미국 소설가 네 명 가운데 하나인 코맥 맥카시의 대표작 <모두 다 예쁜 말들>을 읽었습니다. 작가는 이 작품을 시작으로 해서 <국경을 넘어>, <평원의 도시들>까지 국경연작을 완성하였습니다. 하지만 저는 첫 작품을 가장 늦게 읽고 말았습니다. 특히 <평원의 도시들>에서는 이 작품의 주인공이 등장하는데 그의 어린 시절을 모르고 읽었기 때문에 성격을 파악하는데 다소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이야기는 주인공 존 그래디가 외할아버지의 장례식에 참석하는데서 시작합니다. 아버지의 죽음을 계기로 집을 떠나 샌앤토니오에서 배우로 활동하는 어머니는 목장을 팔기로 합니다. 소년은 친구 롤린스와 함께 국경을 넘어 멕시코에서 일자리를 얻었습니다. 열여섯 살이라는데 벌써 말을 다루는 솜씨가 만만치가 않습니다. 목장 주인은 그래디의 말 다루는 솜씨에 반하여 목부로 일하면서 야생마를 길들이고 종마와 교배하여 혈통이 좋은 말을 얻기로 합니다.


제목에서 느끼는 것이지만 이 책의 중요한 화두는 말입니다. 그래디가 말을 좋아하는 이유는 사람을 좋아하는 이유와 똑 같았습니다. “그들에게는 피가 있고 피에는 열기가 있다. 그의 모든 존경과 모든 사랑과 모든 취향은 뜨거운 심장을 향한 것이었고, 그것은 영원히 변함없을 것이었다.(13)” 그래디와 롤린스의 삶을 꼬이게 만든 것도 말입니다. 멕시코로 향하는 길에 합류한 블레빈스가 타고온 좋은 말을 악천후에 잃었는데 그 말을 멕시코 사람에 차지한 것을 되찾는 과정에서 불상사가 생긴 것입니다.


그 사건이 화근이 되어 그래디와 롤린스는 감옥에 갇히고 죽음의 일보 전까지 가게 되지만 구사일생 목숨을 구하게 됩니다. 두 사람이 경찰에 잡혀가게 된 배경에는 그래디를 고용한 목장주가 있었습니다. 그래디가 목장 주의 딸 알레한드라와 사귀게 된 것이 들통이 난 것입니다. 결국 알레한드라는 그래디와 헤어지겠다고 하면서 그래디는 목숨을 건질 수 있었던 것입니다. 자초지종을 알게 된 그래디는 알레한드라와 마지막으로 만난 뒤에 목장으로 가서 정리를 하고 고향으로 돌아가기로 합니다. 고향으로 가기 전에 자신과, 롤린스 그리고 블레빈스의 말을 되찾고야 말았습니다.


그래디가 고향에 돌아왔을 때는 아버지는 이미 돌아가셨고, 집안일을 도와주던 아부엘라도 죽어서 장례를 치르게 됩니다. 장례식에 참석한 뒤 그래디는 다시 고향을 등지면서 이야기가 마무리됩니다. “기다란 검은 그림자는 마치 세상에 유일한 존재의 그림자인 양 말을 바싹 뒤따랐다. 그러다 어두워지는 땅속으로, 다가올 세상 속으로 점점 사라져 갔다.(412)” 그래디의 이야기는 <평원의 도시들>로 이어지게 됩니다만, 작가는 초원에서 생활하는 사나이들의 거친 삶을 잘 묘사하고 있습니다.


텍사스와 멕시코 사이의 국경을 넘나들면서 전형적인 서부의 풍경과 서부 사나이의 삶을 마치 손에 잡힐 듯이 읽힙니다. 평원을 달리는 기차의 모습을 그린 다음 장면이 좋은 예입니다. “곧 떠오를 태양을 맴도는 상스러운 위성인 양 기차는 머리 동쪽에서부터 요란하게 짖으며 달려오고, 얽히고설킨 메스키트 덤불을 가로지는 전조등의 기다란 불빛은 지독히도 곧은길을 따라 끝없이 이어진 울타리를 어둠 속에서 드러내는가 하면 줄줄이 늘어선 철조망과 기둥을 다시 후르르 집어삼켜 어둠 속을 보냈다. 희미하게 드러나는 수평선 위로 기차 연기가 서서히 흩어지며 어둠을 뒤쫓았고, 소리도 느릿느릿 연기를 뒤따랐다.(10)”


말을 타고 먼길을 가던 중에 야영을 하는 장면도 인상적입니다. “날이 어두워지고 그들이 땅이 봉긋 솟은 곳에서 잠잘 준비를 마치자 바람에 갈기갈기 찢긴 모닥불이 어둠을 톱질해댔다.(157)”


옮긴이는 이 책을 꿈을 찾아 용감하게 집을 떠나 온갖 위험 속에서 냉혹한 현실과 맞닥뜨리며 어른이 되어가는 한 소년의 슬프고도 매혹적인 이야기라고 요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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