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의 재발견 - 돈·시간·건강·인간관계를 바꾸는 걷기의 놀라운 비밀
케빈 클링켄버그 지음, 김승진 옮김 / 아날로그(글담) / 2016년 4월
평점 :
절판


거의 20년 가까이 걷기를 해온 덕분에 어느 정도 건강을 지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차를 이용할 때는 걸을 일이 별로 없었지만, 차를 세워두고 다녀 버릇하면서부터는 걷는 거리가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대중교통이 편리한 덕을 많이 보는 것 같습니다. 저 역시 BMW(버스, 지하철 그리고 걷기)를 주로 애용하는 편입니다.


젊어서는 미국에서도 두어해 살아보았습니다만,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운전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걷기의 재발견>을 쓴 케빈 클린켄버그는 미국에서도 걷기를 일상화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조지아주 서배너에 사는 저자는 이 책의 성격을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책에는 도보가능한도시에 살면서 일상적으로 걷고 자전거를 타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내게 어떤 이득을 가져다 주었는지, 그리고 그것이 왜 당신에게도 이득이 될 것인지에 대한 내 생각이 담겨 있다. 나는 재정, 자유, 건강, 사회성의 측면에서 걷기가 내게 가져다준 긍정적인 영향들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미국의 삶은 대부분 도시의 부심이나 외곽에 있는 집에서 도심에 있는 직장으로 출퇴근을 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차를 이용하는 편이 편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저자는 도심에 집을 두고 재택근무를 하기 때문에 걷거나 자전거로 일상적인 업무를 처리하는데 어려움이 없다고 합니다.


저자는 그야말로 걷기를 생활화하는데 성공하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1일상 속 걷기에서는 살아가면서 닥치는 일상적인 일들을 처리하는데 있어 우선은 걸어가거나, 조금 멀면 자전거를 이용하는 편을 택한다고 합니다. 그리고는 걷기가 삶을 어떻게 바꾸었는가에 대하여 설명합니다. 당연히 작가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것들입니다. 2장부터 5장까지는 건강, 자유, 재정, 사회성 등의 영역에서 걷기가 삶을 어떻게 바꾸었는가에 대하여 설명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6장에서는 걷기 중심의 일상이 부딪치는 문제점을 다루었습니다.


걷기와 관련된 통계자료를 두루 챙겨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첫 번째 주제 건강에 관하여 걷고 나서 나는 더 건강해졌다라고 한 저자의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건강은 걷는 거리에 비례하는 것 같습니다. 지방에서 근무하던 지난 2년 전에는 숙소가 직장에서 멀지 않았기 때문에 주중에는 많이 걷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직장을 옮기고부터는 출퇴근거리가 멀어진데다가 전철 환승을 한차례 줄이고 대신 걷기 시작했습니다. 버스로 몇 정거장에 해당하는 2~3를 걸어 다닙니다. 그러다보니 하루에 6내외를 걷게 되었습니다.


저자가 인용하고 있는 건강을 위한 걷기의 해부학이라는 그림 자료는 일단은 맞는 것 같습니다만, 걷기가 주는 긍정적인 효과가 그저 막연하다는 느낌이 있습니다.


저자는 주변에서 걷기를 생활화하고 있는 12명의 지인들로부터 걷기에 관한 자신의 경험이나 생각을 간략하게 정리된 글을 받아서 책의 곳곳에 배치하였습니다. 이런 방식의 책 쓰기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저도 기회가 된다면 한번 시도해보고 싶습니다. 다만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한 기획으로 보입니다만, 각주 형식이 아니라 본문과는 별로도 참고할 만한 자료나 설명을 본문 중간에 배치하고 있어서 오히려 책을 읽는 흐름을 방해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또한 걷기를 생활화한 자신의 경험을 풀어내다보니 다소 방만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야기가 중복되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또한 잘 걷기 위하여 준비하거나 고려할 점들을 따로 정리해두었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남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산책자를 위한 자연수업 - 우리 주변에 널린 자연의 신호와 단서들을 알아보는 법 산책자를 위한 자연수업 1
트리스탄 굴리 지음, 김지원 옮김 / 이케이북 / 2017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걷기에 관한 이야기를 써보려 생각하고 있습니다. 걷기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책들을 읽고 있습니다. <산책자를 위한 자연수업>을 쓴 작가 트리스탄 굴리는 항법사이자 탐험가로 5개 대륙에서 탐험대를 이끌었다고 합니다. 유럽, 아프리카, 그리고 아시아의 여러 산을 등반했고, 작은 배로 바다를 건너기도 했습니다. 소형항공기를 조종해서 아프리카와 북극을 돌아보기도 했습니다.


이 책은 도보여행자를 위한 안내서가 아니라 야외에서 어떤 단서와 표지를 알아보고 그것을 통해 상황을 예측하거나 추론하는 기술을 알려준다고 하였습니다. “이런 기술을 활용하여 길고 짧은 여행을 근사하게 만들어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도 하였습니다.


저자는 하늘과 땅과 바다를 누비면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 나무, 식물, 이끼와 버섯, 바위와 야생화, 하늘, , , , 동물, 도시와 마을, 바다, , 호수, , 모래 등 우리가 자연에서 마주하는 모든 것들이 주는 정보를 어떻게 인식하고 활용할 것인가를 설명하였습니다. 또한 야간산책, 다약 족과의 산책 등 자신이 직접 겪은 산책(사실 산책이라기보다는 탐험이라고 하는 것이 옳을 것입니다)에서 자연이 주는 표지를 어떻게 활용했는지 소개하였습니다.


저자는 산책을 시작할 때는 우선 높은 지대와 골짜기, 언덕과 평지를 살펴보고 그 형태와 패턴을 알아보는 것이 좋다라고 이야기합니다. 즉 주변 환경을 제대로 관찰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날씨의 변화를 제대로 예측하여 대비를 하고, 지형으로부터 위험요소를 파악하게 된다면 위험한 상황에 처하는 것을 막을 수 있고, 위기의 상황에서도 스스로를 지켜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학생 때 친구들과 내장산에 놀러간 적이 있습니다. 내장사에 올라가기 전에 폭포에 먼저 들렀는데, 폭포 위로 올라서 백양사에 먼저 다녀오자는 친구의 말에 따랐다가 길을 잃고 산중을 헤매기 시작했습니다. 산꾼들이 만든 오솔길을 발견하여 산을 내려가는 실마리를 찾았고, 시냇물이 흐르는 방향을 따라가다가 인가를 만나 천신만고 끝에 백양사에 이르렀을 때는 해가 지고 있었습니다. 거의 종일을 산속에서 헤맨 셈입니다. 요즘 같은 휴대전화도 없고 지도조차도 없이 벌일 일이었습니다. 철모르던 시절에 객기로 벌인 일이었는데 산에 간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없었으니 관계당국의 도움을 받을 수도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산을 만만하게 보면 안된다는 진리를 일찍 깨우칠 수 있는 사고였습니다.


책을 읽다보면 놀라운 사실들을 많이 깨치게 됩니다. 일단 중요한 것은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는 일입니다. 동서남북을 가늠하는 일이 중요한데, 해와 달, 별자리를 이용하는 방법 뿐 아니라 나무, 이끼 등의 모양에서도 어느 정도는 가늠할 수 있다고 합니다. 물론 이 책에서 설명하는 곳이 주로 영국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자연의 요소들이 우리나라와는 사뭇 다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원리를 안다면 우리나라의 자연 요소들에 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재구성할 수도 있겠습니다.


예를 들면 고사리가 자라는 모습을 보면 이 지역에 부는 바람의 세기를 추측할 수 있다고 합니다. 고사리가 수위와 바람의 세기에 예민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지난해 늦가을에 뉴질랜드를 여행할 때 수목원을 찾았는데, 제 키를 훌쩍 넘는 고사리 숲을 본 적이 있습니다. 고사리가 2m 높이로 빽빽하게 자라는 곳은 물이 많고 바람이 거의 불지 않는 곳이라고 합니다.


스위스를 여행할 때 루체른의 리기산을 올랐을 때 시야를 가리던 것이 구름인지 안개인지 헷갈렸는데, 저자에 따르면 구름과 안개는 관측자의 시점의 차이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지상에서 보면 산꼭대기가 구름에 덮여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산 정상에 있는 등반가들에게는 안개로 보인다는 것입니다. 이 책에서 배운 것을 여행 혹은 산책에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베를린 누아르 1 : 3월의 제비꽃 (북스피어X) 개봉열독 X시리즈
필립 커 지음, 박진세 옮김 / 북스피어 / 2017년 4월
평점 :
절판


어느 책인가를 읽다가 제목을 적어두었는데, 왜 그랬는지 기억이 가물거립니다. 어떻든 꼬리를 무는 책읽기 때문에 고른 책입니다. 스코틀랜드 작가 필립 커의 등단작품이라고 합니다. 히틀러의 나치당이 집권에 성공하면서 세를 불려가던 1936년을 배경으로 어수선한 베를린의 분위기를 제대로 그렸다는 평가를 들었다고 합니다.


1933년 정권을 장악한 나치스당과 히틀러가 323일에 수권법을 통과시키면서 일당독제체제를 확립하자 나치당원이 급속하게 증가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3월의 제비꽃은 나치의 정원 장악 후에 새롭게 나치당에 가입한 기회주의자들을 비꼬아 이르던 말이라고 합니다.


이 무렵 베를린에서는 강력범죄가 노골적으로 자행되면서 사람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일이 빈번했다고 합니다. 작가는 ‘3월의 제비꽃에 이어 창백한 범죄자독일 장송곡으로 이어지는 베를린 누아르 연작을 통하여 나치의 강압적 통치로 인한 공포와 어수선한 베를린의 분위기를 그려냈습니다. 주인공은 사라진 사람을 찾는 일을 전문으로 하는 경찰 출신의 사립탐정 베른하르트 귄터입니다. 나치당이 집권하면서 경찰의 핵심에서 밀려나면서 옷을 벗고 사립탐정이 된 인물입니다.


사람을 찾는 일을 전문으로 한다고는 하지만 “1936년 늦가을의 독일에서는 누군가를 찾는다는 것은 바닥에 떨어진 엄청나게 큰 서랍 속 내용물을 찾으려고 애쓰는 것(364)”이라고 작가는 설명하였습니다. 결혼까지도 생각해보았던 비서 다크마르가 탐정사무소를 그만두고 결혼을 하던 날 귄터는 철강재벌 직스로부터 사건을 의뢰받습니다.


직스의 딸 그레테와 국가사회주의자인 사위 파울 파르가 자택에서 살해되고 금고에 있던 75만 라이히마르크 가치의 보석도 도난당했습니다. 직스씨는 보석을 찾아달라고 의뢰한 것입니다. 급하게 구한 비서도 하루를 버티지 못하고 그만두는 바람에 곤란을 겪으면서 사건해결에 매달립니다.


사건의 본질에 접근하는 방식은 작가 나름대로의 방식이 있는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경찰 출신이다보니 경찰 내부에 친분이 있는 사람의 도움을 얻기도 하고, 경찰로 일할 때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보석이 누구의 손에 있는지 파악에 나서는 한편 사건 당일의 상황을 파악하기 위한 작업을 시작합니다. 하지만 경찰을 물론이고 게슈타포를 창설한 괴링으로부터도 실종된 사람을 찾아달라는 의뢰를 받게 됩니다.


귄터가 사건의 본질에 접근해가는 과정을 보면 나치의 내부에서도 권력을 차지하기 위한 갈등이 존재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고, 수사당국의 무자비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범죄자들 역시 거침이 없고 무도하기 이를 데 없어 혼란스럽던 당시의 사회상이 그려질 듯했습니다.


천신만고 끝에 직스씨가 의뢰한 사건의 본질을 밝혀냈지만, 게슈타포에 체포되고 말았습니다. 친위대장 하이드리히로부터 그레테와 파를의 집에 있던 금고 안에 들어있던 서류를 찾아달라는 요청을 받고 다하우 수용소로 보내졌습니다. 다하우는 1933년에 나치 친위대의 하인리히 힘러가 처음 설립한 수용소입니다. 정치범을 수용하기 위하여 버려진 군수공장을 개조하여 만들었는데 이내 강재노역을 시키는 방향으로 확대되었다가 종국에는 유대인들을 수용하여 학살하기 시작했습니다. 서류상으로만 32,000명이 수용소에서 사망한 것으로 기록되었습니다. 다하우 수용소에서의 장면은 나치가 저지른 끔찍한 범죄의 한 자락을 들춰내기 위한 목적이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하이드리히가 의뢰한 사건은 우연한 인연으로 해결을 하는 듯하였습니다만, 의뢰인이 원하는 것을 찾아주었는지는 분명치 않습니다. 다만 다하우 수용소를 나와 자유의 몸이 되고, 스페인에서의 복무 중에 남편이 사망한 다크마르와 재회하는 것으로 마무리가 되는 것은 이야기의 진행을 지나치게 축약하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만화로 보는 일리아스 - 트로이의 노래 한빛비즈 교양툰 22
동사원형 지음 / 한빛비즈 / 2023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만화로 보는 일리아스>는 그야말로 구름에 달 가듯 단숨에 읽어 내렸습니다. 호메로스의 <일리아스>는 제가 참여하고 있는 고전독서회에서 읽은 것이 그리 오래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야기의 흐름에 익숙한 까닭도 있겠습니다만, 이야기가 잘 요약되어 있으며, 등장인물들의 관계가 잘 정리되어 있어서였던 것으로 생각합니다.


고전독서회에서 내놓은 첫 번째 질문이 <일리아스>를 읽은 소감을 말하는 것이었는데, ‘한 마디로 지루한 느낌이 들었다라고 답했습니다. 정말 지루했습니다. 전투과정에서 누구와 누가 붙어서 누가 죽었다는 이야기가 반복되다보니 그런 느낌이 들었던 것이고, 왜 인간의 전쟁에 신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서 판을 좌지우지 하는 것도 못마땅했던 것 같습니다. 특히 신들이 인간과 별다를 것이 없어보여서 실망이었던 것 같습니다.


<만화로 보는 일리아스>에서는 신의 비중을 많이 줄여 인간의 문제로 좁혀놓은 것도 만화를 보는데 몰일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만화는 읽는 것이 아니라 보는 것이라고 하는 게 옳다는 생각입니다.) 워낙이는 <일리아스>가 이야기꾼이 청중에게 들려주는 형식이라서 운률을 맞추고 고저장단을 맞추어 읽어야 하겠습니다만, 우리말로 옮겨진 이야기에서는 그런 느낌이 충분히 살아나지 않는 것도 지루하다는 느낌이 들게 만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화는 총천연색으로 그려진 그림을 통하여 장면마다의 분위기가 한눈에 들어온다는 장점이 있는 것 같았습니다.


또 하나는 원전의 이야기만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번역서에서 주석을 달아놓은 것처럼, 혹은 서사시를 무성영화 시절 변사가 상황을 설명하여 청중의 이해를 돕는 것처럼 설명을 달아놓았다는 것입니다. 특히 <일리아스>에 대한 설명을 첫 번째 이야기로 삼았는데, 그중에서도 <일리아스>의 주제가 분노라고 적시하고 있는 것을 보고 놀랐습니다.


건곤일척의 전쟁이 분노때문에 발발하였다는 설명이 제일 그럴 듯하다는 생각입니다. 문제는 그 분노의 발단이 펠레우스라는 인간과 테티스라는 님프의 결혼식에 초대받지 못한 불화의 여신 에리스의 분노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입니다. 물론 인간 파리스가 젊은피의 욕망으로 아프로디테를 황금사과의 주인으로 정한 잘못이 있다고 하더라고, 작가는 파리스를 트로이 전쟁의 원흉으로 지목한 것이 옳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파리스와의 약속의 대가로 스파르타의 왕비 헬레네와 인연을 맺도록 한 것이 결국 전쟁이 발발하게 만들었으니 말입니다.


그러니까 트로이전쟁의 원인(遠因)은 불화의 여신 에리스이며, 근인(近因)은 헬레네를 파리스에게 소개해준 아프로디테라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따라서 트로이전쟁은 올림포스의 신들의 장난에 인간들이 놀아난 것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신들의 오락거리에서 전쟁이 시작되었고, 전쟁 중에서도 올림포스의 신들이 각각 그리스와 트로이 편에 서서 전쟁에 개입하였던 것입니다. 인간의 입장에서는 목숨이 오가는 절체절명의 전쟁상황이지만 불멸의 존재인 신들에게 있어 전쟁은 한낱 오락거리에 불과한 것이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그리스 사람들은 왜 올림포스의 신들이라는 개념을 만들어 화를 자초하였는지 의문이 생깁니다.


파리스를 트로이 전쟁의 원흉으로 지목한 것처럼 여러 상황에 대한 설명이 작가 나름의 기준에 따라 분명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사실은 이런 의견, 저런 의견이 있다는 정도로 모호한 입장을 취할 수도 있었겠지만, 이런 입장은 작가의 철학에 맞지 않았던 가 봅니다. 어떻든 <일리아스>의 등장인물은 물론전개되는 상황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구성하고 있어서 요즈음 젊은 독자들이 어렵다는 고전 <일리아스>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자연이 마음을 살린다 - 도시생활자가 일상에 자연을 담아야 하는 과학적 이유
플로렌스 윌리엄스 지음, 문희경 옮김, 신원섭 감수 / 더퀘스트 / 2018년 10월
평점 :
절판


자연의 치유력에 관한 아름다운 탐색이라는 요약이 눈길을 끌어 읽은 책입니다. 잡지 <아웃사이더>의 편집자이며 환경전문 언론인 플로렌스 윌리엄스가 쓴 <자연이 마음을 살린다>는 시인과 철학자들이 오래전부터 알았던 사실, 즉 우리가 머무는 장소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입증하려는 노력들을 조명합니다.


<자연이 마음을 살린다>는 모두 5부로 구성되었는데, 1부에서는 인간의 뇌가 자연을 필요로 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바이오필리아 가설을 설명하고 2부에서는 후각, 청각 그리고 시각의 세 가지 주요한 감각을 통하여 자연에 노출하였을 때 얻는 직접적인 효과를 설명하였습니다. 3부에서는 조금 길게 한달에 다섯 시간 동안 자연에 들어가 있을 때 우리 뇌와 몸에 어떤 변화가 생기는가를 알아보았습니다. 4부에서는 야생으로 더 깊고 오래 들어갈 때 뇌에서 일어나는 재미있는 현상을 설명합니다. 마지막 5부에서는 이 책의 내용이 도시 사람들의 삶의 방식에 어떤 의미를 주는지 알아보았습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하여 자연이 신경세포를 어떻게 자극하는지에 관한 과학을 이해시키고자 하였습니다.


저자는 바이오필리아 효과를 설명하기 위하여 일본의 삼나무 숲에서 경험한 삼림욕을 인용합니다. 바이오필리아 이론은 통섭으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에드워드 윌슨이 제안한 것으로, “살아있는 다른 유기체에 갖는 본능적이고 정서적인 유대감이자 생존 이상의 좀 더 광범위한 충만감을 채워주는 진화적 적응 형태라고 정의합니다.(39)

숲을 여유롭게 산책하면 도시에서 걸을 때보다 코르티솔 수준이 12% 감소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교감신경계의 활동이 7% 감소하고 혈압이 1.4% 떨어지고 심박동수가 6% 감소했다고 합니다.


2부의 내용은 저자가 우리나라를 방문하여 전남 장성의 편백나무 숲으로 된 산림욕장에서 지낸 경험을 바탕으로 썼습니다. 피톤치드 효과는 일찍부터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만 지오스민이라는 토양성분은 처음 들었습니다. 지오스민은 비가 내리면 땅에서 올라오는 퀴퀴한 흙냄새를 내는 성분이라고 하는데, 스트렙토미세스가 내는 지오스민은 항바이러스 효과와 항암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또한 편백나무의 정유가 아토피를 완화해주고 코르티솔 수준을 감소시켜 긴장을 해소하는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경상북도 영주시 봉현면에는 국립삼림치유원이 있습니다. 이곳에는 마실치유의 숲길이 조성되어 있습니다. 숲길을 걷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산책길을 완만한 경사로 나무판 길로 연결하고 있습니다. 울창한 나무숲을 걷다보면 기분이 상쾌해지고 오감이 활짝 열리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숲길 걷기와 관련하여 8장 산책하기에서는 걷기에 관한 고금의 이야기들을 인용하고 있습니다. 처음 인용한 구절은 솔비투르 암불란도(solvitur ambulando)’, 걸으면 해결된다라는 의미의 라틴어입니다. 뿐만 아니라 산책의 효과를 과학적으로 증명하는 실험결과도 인용하였습니다.


저는 주로 양재천의 산책길을 주로 걷습니다만, 과거에는 서울근교의 야산에 자연발생적으로 생긴 산책길을 따라 걸은 적도 있습니다. 최근에는 국내여행사가 상품으로 개발하고 있는 숲길 걷기에도 다녀왔는데 역시 숲길이 걷는데는 최고인 것 같습니다. 주중에 쌓인 정신적 신체적 긴장을 주말 산책으로 완전하게 풀어내면 병이 생길 틈이 없을 것 같습니다.


저자는 이 책의 마지막 장에 많은 나라에서 도시화가 급속하게 진행이 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도시로 몰리고 있는 작금의 상황에서 거대도시에 자연을 도입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합니다. 누구나 자연과 가까이 살아야하는데, 그 이유는 나무와 하천과 녹지를 바라보기만 해도 인지적으로나 심리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