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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누아르 1 : 3월의 제비꽃 (북스피어X) ㅣ 개봉열독 X시리즈
필립 커 지음, 박진세 옮김 / 북스피어 / 2017년 4월
평점 :
절판
어느 책인가를 읽다가 제목을 적어두었는데, 왜 그랬는지 기억이 가물거립니다. 어떻든 꼬리를 무는 책읽기 때문에 고른 책입니다. 스코틀랜드 작가 필립 커의 등단작품이라고 합니다. 히틀러의 나치당이 집권에 성공하면서 세를 불려가던 1936년을 배경으로 어수선한 베를린의 분위기를 제대로 그렸다는 평가를 들었다고 합니다.
1933년 정권을 장악한 나치스당과 히틀러가 3월23일에 수권법을 통과시키면서 일당독제체제를 확립하자 나치당원이 급속하게 증가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3월의 제비꽃’은 나치의 정원 장악 후에 새롭게 나치당에 가입한 기회주의자들을 비꼬아 이르던 말이라고 합니다.
이 무렵 베를린에서는 강력범죄가 노골적으로 자행되면서 사람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일이 빈번했다고 합니다. 작가는 ‘3월의 제비꽃’에 이어 ‘창백한 범죄자’와 ‘독일 장송곡’으로 이어지는 베를린 누아르 연작을 통하여 나치의 강압적 통치로 인한 공포와 어수선한 베를린의 분위기를 그려냈습니다. 주인공은 사라진 사람을 찾는 일을 전문으로 하는 경찰 출신의 사립탐정 베른하르트 귄터입니다. 나치당이 집권하면서 경찰의 핵심에서 밀려나면서 옷을 벗고 사립탐정이 된 인물입니다.
사람을 찾는 일을 전문으로 한다고는 하지만 “1936년 늦가을의 독일에서는 누군가를 찾는다는 것은 바닥에 떨어진 엄청나게 큰 서랍 속 내용물을 찾으려고 애쓰는 것(364쪽)”이라고 작가는 설명하였습니다. 결혼까지도 생각해보았던 비서 다크마르가 탐정사무소를 그만두고 결혼을 하던 날 귄터는 철강재벌 직스로부터 사건을 의뢰받습니다.
직스의 딸 그레테와 국가사회주의자인 사위 파울 파르가 자택에서 살해되고 금고에 있던 75만 라이히마르크 가치의 보석도 도난당했습니다. 직스씨는 보석을 찾아달라고 의뢰한 것입니다. 급하게 구한 비서도 하루를 버티지 못하고 그만두는 바람에 곤란을 겪으면서 사건해결에 매달립니다.
사건의 본질에 접근하는 방식은 작가 나름대로의 방식이 있는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경찰 출신이다보니 경찰 내부에 친분이 있는 사람의 도움을 얻기도 하고, 경찰로 일할 때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보석이 누구의 손에 있는지 파악에 나서는 한편 사건 당일의 상황을 파악하기 위한 작업을 시작합니다. 하지만 경찰을 물론이고 게슈타포를 창설한 괴링으로부터도 실종된 사람을 찾아달라는 의뢰를 받게 됩니다.
귄터가 사건의 본질에 접근해가는 과정을 보면 나치의 내부에서도 권력을 차지하기 위한 갈등이 존재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고, 수사당국의 무자비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범죄자들 역시 거침이 없고 무도하기 이를 데 없어 혼란스럽던 당시의 사회상이 그려질 듯했습니다.
천신만고 끝에 직스씨가 의뢰한 사건의 본질을 밝혀냈지만, 게슈타포에 체포되고 말았습니다. 친위대장 하이드리히로부터 그레테와 파를의 집에 있던 금고 안에 들어있던 서류를 찾아달라는 요청을 받고 다하우 수용소로 보내졌습니다. 다하우는 1933년에 나치 친위대의 하인리히 힘러가 처음 설립한 수용소입니다. 정치범을 수용하기 위하여 버려진 군수공장을 개조하여 만들었는데 이내 강재노역을 시키는 방향으로 확대되었다가 종국에는 유대인들을 수용하여 학살하기 시작했습니다. 서류상으로만 32,000명이 수용소에서 사망한 것으로 기록되었습니다. 다하우 수용소에서의 장면은 나치가 저지른 끔찍한 범죄의 한 자락을 들춰내기 위한 목적이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하이드리히가 의뢰한 사건은 우연한 인연으로 해결을 하는 듯하였습니다만, 의뢰인이 원하는 것을 찾아주었는지는 분명치 않습니다. 다만 다하우 수용소를 나와 자유의 몸이 되고, 스페인에서의 복무 중에 남편이 사망한 다크마르와 재회하는 것으로 마무리가 되는 것은 이야기의 진행을 지나치게 축약하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