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자를 위한 자연수업 - 우리 주변에 널린 자연의 신호와 단서들을 알아보는 법 산책자를 위한 자연수업 1
트리스탄 굴리 지음, 김지원 옮김 / 이케이북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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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에 관한 이야기를 써보려 생각하고 있습니다. 걷기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책들을 읽고 있습니다. <산책자를 위한 자연수업>을 쓴 작가 트리스탄 굴리는 항법사이자 탐험가로 5개 대륙에서 탐험대를 이끌었다고 합니다. 유럽, 아프리카, 그리고 아시아의 여러 산을 등반했고, 작은 배로 바다를 건너기도 했습니다. 소형항공기를 조종해서 아프리카와 북극을 돌아보기도 했습니다.


이 책은 도보여행자를 위한 안내서가 아니라 야외에서 어떤 단서와 표지를 알아보고 그것을 통해 상황을 예측하거나 추론하는 기술을 알려준다고 하였습니다. “이런 기술을 활용하여 길고 짧은 여행을 근사하게 만들어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도 하였습니다.


저자는 하늘과 땅과 바다를 누비면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 나무, 식물, 이끼와 버섯, 바위와 야생화, 하늘, , , , 동물, 도시와 마을, 바다, , 호수, , 모래 등 우리가 자연에서 마주하는 모든 것들이 주는 정보를 어떻게 인식하고 활용할 것인가를 설명하였습니다. 또한 야간산책, 다약 족과의 산책 등 자신이 직접 겪은 산책(사실 산책이라기보다는 탐험이라고 하는 것이 옳을 것입니다)에서 자연이 주는 표지를 어떻게 활용했는지 소개하였습니다.


저자는 산책을 시작할 때는 우선 높은 지대와 골짜기, 언덕과 평지를 살펴보고 그 형태와 패턴을 알아보는 것이 좋다라고 이야기합니다. 즉 주변 환경을 제대로 관찰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날씨의 변화를 제대로 예측하여 대비를 하고, 지형으로부터 위험요소를 파악하게 된다면 위험한 상황에 처하는 것을 막을 수 있고, 위기의 상황에서도 스스로를 지켜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학생 때 친구들과 내장산에 놀러간 적이 있습니다. 내장사에 올라가기 전에 폭포에 먼저 들렀는데, 폭포 위로 올라서 백양사에 먼저 다녀오자는 친구의 말에 따랐다가 길을 잃고 산중을 헤매기 시작했습니다. 산꾼들이 만든 오솔길을 발견하여 산을 내려가는 실마리를 찾았고, 시냇물이 흐르는 방향을 따라가다가 인가를 만나 천신만고 끝에 백양사에 이르렀을 때는 해가 지고 있었습니다. 거의 종일을 산속에서 헤맨 셈입니다. 요즘 같은 휴대전화도 없고 지도조차도 없이 벌일 일이었습니다. 철모르던 시절에 객기로 벌인 일이었는데 산에 간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없었으니 관계당국의 도움을 받을 수도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산을 만만하게 보면 안된다는 진리를 일찍 깨우칠 수 있는 사고였습니다.


책을 읽다보면 놀라운 사실들을 많이 깨치게 됩니다. 일단 중요한 것은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는 일입니다. 동서남북을 가늠하는 일이 중요한데, 해와 달, 별자리를 이용하는 방법 뿐 아니라 나무, 이끼 등의 모양에서도 어느 정도는 가늠할 수 있다고 합니다. 물론 이 책에서 설명하는 곳이 주로 영국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자연의 요소들이 우리나라와는 사뭇 다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원리를 안다면 우리나라의 자연 요소들에 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재구성할 수도 있겠습니다.


예를 들면 고사리가 자라는 모습을 보면 이 지역에 부는 바람의 세기를 추측할 수 있다고 합니다. 고사리가 수위와 바람의 세기에 예민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지난해 늦가을에 뉴질랜드를 여행할 때 수목원을 찾았는데, 제 키를 훌쩍 넘는 고사리 숲을 본 적이 있습니다. 고사리가 2m 높이로 빽빽하게 자라는 곳은 물이 많고 바람이 거의 불지 않는 곳이라고 합니다.


스위스를 여행할 때 루체른의 리기산을 올랐을 때 시야를 가리던 것이 구름인지 안개인지 헷갈렸는데, 저자에 따르면 구름과 안개는 관측자의 시점의 차이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지상에서 보면 산꼭대기가 구름에 덮여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산 정상에 있는 등반가들에게는 안개로 보인다는 것입니다. 이 책에서 배운 것을 여행 혹은 산책에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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