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걸리고도 잘 사는 법
최일봉 지음 / 율리시즈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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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아무래도 암으로 진단을 받아 수술까지 받고보니 암에 관한 책이 눈에 잘 띄는 것 같습니다. <, 걸리고도 잘사는 법>도 그래서 눈길이 갔을 터인데, 저자께서 가톨릭의과대학 방사선종양학과의 최일봉교수님이라는 것을 알고는 반가웠습니다. 제가 미국에서 공부할 때 신세를 많이 진 선배님이셨기 때문입니다. 교수님은 방사선학과를 전공하셨는데, 저와 비슷한 시기에 미국에서 온열치료의 원리에 대하여 공부를 하시고 우리나라에 도입한 선구자이시기도 합니다.


책을 읽어보니 <, 걸리고도 잘사는 법>에서 다룬 내용들은 암에 관해 일반적으로 알려진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고, 암 환자의 관리법, 병원과 의사를 고르는 방법 등 의사로서 환자에게 꼭 당부하고 싶은 주의사항과 조언 등으로, 말기에 이른 암환자들에게 크게 도움이 될 내용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도 수술을 받고서 추적관찰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만, 재발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암과 관련된 자료를 두루 섭렵하고 있습니다. 모두에 나오는 암 진료 의사의 이야기를 보면 암 환자를 죽게 만드는 원인은 스트레스와 영양실조였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암환자는 암진단을 받던 날 얼마나 살 수 있습니까?”하고 묻는 순간부터 스트레스의 노예가 된다고 합니다. 제 경우를 보더라도 매월 한번씩 받는 전립선항원검사의 수치에 따라 만 가지 생각이 오가는 것을 보면 아무래도 정신적으로 압박을 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최교수님은 이 책은 결국 암과의 평화공존, 다시 말해서 암과 같이 대화하면서 암으로 죽지 않고 편안히 살아가기를 제안하고 안내하기 위해 씌어졌다.”라고 설명하였습니다. 흔히 병에 걸리면 투병한다고 합니다. 즉 병에서 낫기 위하여 전쟁을 치르듯 전력을 다한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그러려면 아무래도 정신적 압박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긴장감이 또 다른 병을 낳을 수도 있습니다. 주치의께서도 대범하라고 말씀하시지만 결코 쉽지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암 치료의 핵심은 일단 잘 먹어 기운을 차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수술을 받은 직후에는 체중이 줄어서 긴장을 하기도 했습니다만, 이내 회복하여 요즈음에는 체중을 줄여야 하는 것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현재로서는 항암제나 방사선치료를 받지 않고 있어 신체적인 부담이 없습니다만, 항암치료를 받으려면 체력이 뒷받침되어야 하니 운동을 열심히 하고 잘 먹어서 체력을 북돋워야 하겠습니다.


실제로 암이 전이되거나 재발한 노인의 경우 2주일 동안 식사를 하지 못하게 되면 돌아가시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흔히 입맛이 없으면 밥맛으로 먹으라고 합니다만, 입맛이 없다고 해서 식사하는 것을 소홀히하게 되면 악순환을 불러오게 됩니다. 입대할 무렵 과체중으로 뛰는 것도 힘들 지경이었기 때문에 체중을 줄이기 위하여 식사를 줄였던 적이 있습니다. 식사를 줄이기를 몇 주일 했더니 나중에는 밥냄새를 맡게 되면 욕지기가 올라오게 되었습니다. 거식증의 초기단계에 이른 것입니다. 대행히 훈련을 마치고 자대 부임하여 운동을 꾸준하게 하면서 식사를 제대로 하였더니 이런 증상이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반동으로 체중이 야금야금 늘기도 했습니다.


과거에는 질병의 치료를 주치의에게 일임하는 방식이었습니다만, 최근에슨 치료법들이 다양하기 때문에 각자의 사정에 맞는 치료를 선택할 수 있도록 주치의와 환자가 의논하여 결정하는 추세입니다. 따라서 본인의 병 상태를 잘 이해하고 주치의와 의논하여 치료방향을 정하는 것이 최선이라 하겠습니다.


<, 걸리고도 잘사는 법>은 특히 전이되거나 재발된 암환자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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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상오단장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최고은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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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누리사랑방 벗을 찾았다가 읽어보게 된 책입니다. 책을 좋아하시는 분의 누리사랑방을 찾아가면 잘 정리된 독후감을 읽고 관심을 가지게 되는 책들이 많습니다. 새로운 책을 읽는 좋은 기회가 되는 셈입이다. 언뜻 보아서는 무슨 내용인지 쉽게 이해되지 않는 제목입니다. 한자를 쓰는 일본의 책을 그대로 옮겼기 때문입니다. 추상오단장(追想五斷章)에서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추상(追想)지나간 일을 돌이켜 생각함이며. 단장(斷章)한 체계로 뭉뚱그리지 않고 토막을 지어 몇 줄씩의 산문체로 적은 글이라고 뜻을 풀어 놓았습니다. 그러니까 옛날 일을 다섯 개의 단장으로 나누어 쓴 글이라는 의미가 되겠습니다.


이야기는 1992년을 시대적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거품경제가 붕괴되면서 일본사회가 무기력증에 빠져 있을 때입니다. 주인공 요시미츠는 등록금을 마련할 수 없어 휴학으로 하고 큰아버지의 고서점에서 일을 하면서 얹혀 지내고 있습니다. 고서점이 코로 주조 선생의 장사를 인수해온 다음날 찾아온 기타자토 카나코라는 젊은 여성이 부친이 썼다는 다섯 편의 단편소설을 찾아주면 후사하겠다고 제안을 합니다. 복학을 하기 위하여 돈이 필요했던 요시미츠는 큰아버지 몰래 이일을 맡게 되었습니다.


그러니까 추상오단장(追想五斷章)은 카나코의 아버지 산고가 쓴 다섯 편의 짧을 글을 찾아가는 과정 속에 다섯 편의 단장이 이야기 속의 이야기 형태로 엮여 있습니다. 흥미롭게도 산고 씨가 카노 고쿠뱌쿠라는 필명으로 쓴 다섯 편의 단장은 리들 스토리(Riddle story)였다고 합니다. 판단을 독자에 맡기고 결말을 쓰지 않는 소설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산고씨는 다섯 편의 단장의 제목과 한줄짜리 결말 부분을 따로 적어두었다는 것이 알려지게 됩니다. 요시미츠는 산고 씨가 생전에 관계를 맺었던 분들을 찾아 도움을 받아가며 다섯 편의 이야기를 추적해갑니다.


다섯편의 이야기를 발견된 순서에 따라 소개하면 첫 번째 작품 기적의 소녀는 잡지 호천의 1973년 봄호에 실렸고, 두 번째 작품 환생의 땅은 잡지 신유대의 1973년 겨울호에, 세 번째 이야기 소비전래(小碑傳來)는 잡지 아사카 구회 1975년 봄호에, 네 번째 이야기 어두운 터널은 츠루마키 아키라의 쇼트 소설 극장에 각각 실려 있었고, 마지막 이야기 눈꽃은 산고씨가 입원해 있던 병원의 간호사에게 맡겼던 미발표 원고였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산고씨가 생전에 네 편의 이야기 가운데 세편은 카노 고쿠바쿠라는 필명으로 발표되었는데, 네 번째 야이기는 산고씨의 생애에 있었던 불행한 사건을 취재하여 발표했던 기자 츠루마키 아키라가 자신의 이름으로 발표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작품은 자신의 본명으로 기록하였습니다.


다섯 편의 이야기를 뒤쫓다보니 이 글들이 산고씨가 아내이자 카나코의 어머니인 여배우 이누이 토마코를 벨기에의 앤트워프에서 살해했다고 의심을 받은 사건으로 연결이 되었습니다. 물론 최종적으로는 혐의가 없다는 결론이 났지만, 일본 국내에서는 츠루마키 아키라가 취재하여 사건의 전모를 발표하면서 산고씨가 아내를 죽였을지도 모른다는 의혹에 휩싸이게 되었던 것입니다.


산고씨는 다섯 편의 이야기를 통하여 그 사건의 본질에 대하여 이야기 하고 싶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흥미롭게도 다섯 편의 이야기는 무대가 다양합니다. 기적의 소녀는 루마니아의 브라쇼프라는 도시에서 들은 이야기를, 환생의 땅은 인도의 잔시라는 도시에서, 소비전래는 중국 사천지방의 면양이라는 도시에서, 어두운 터널은 볼리비아의 포토시라는 도시에서, 눈꽃은 스웨덴의 보로다렌 부근의 마을에서 들은 기이한 이야기를 소개하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추상오단장은 츠루마키 아키라가 쓴 앤트워프의 총성에 대한 해답을 주었던 것인데, 산고씨는 카나코가 그날 있었던 일을 뒤쫓을 것을 염두에 두고는 어머니의 죽음은 자살이었다는 결론에 도달하도록 의도된 글이었다는 것입니다. 과연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다섯편의 단장을 찾아가는 과정은 그대로 한편의 추리소설이었습니다. 물론 추리에 도움이 되는 단서는 조금씩 풀어내는 방식이라서 독자가 추리해낼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막판의 반전은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산고씨가 암에 걸렸지만 별다는 치료를 받은 것 같지 않고 말기에는 딸이 불편할까봐 병원에 잠시 입원했다가 점시 뒤에 운명했다는 것입니다. 199년대라면 암에 따라서는 완치도 가능했을 것 임에도, 그는 병마와 싸우려 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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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BEER천가 - 본격 맥주 교양 원샷툰 한빛비즈 교양툰 27
몰트다운 지음, 블리자두 그림 / 한빛비즈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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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은 여전히 뜨겁지만, 아침과 저녁으로는 쌀쌀한 가운이 느껴지고 있습니다. 무더위가 지나면서 맥주의 인기도 조금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전통주가 워낙 강세를 보이기 때문에 맥주는 사람들의 관심이 덜한 탓인지 맥주에 대하여 알려진 것이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맥주의 본고장 유럽에서는 맥주에 관한 이야기들이 적지 않다. 맥주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만화로 정리하여 소개한 <BEER천가>가 나왔습니다.


몰트다운이 글을 쓰고 블리자두가 그림을 그림 만화책 <BEER천가>‘B급 감성이 물씬 풍기는 알쓸맥잡!“이라는 간략한 광고 문안처럼 맥주에 관한 다양한 사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런가하면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 즉 다양한 작품들에서 소개된 명장면들을 재현하는 그림들을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드립과 패러디 도수가 90%이상이라는 광고문안과 함께 재미에 취한다라는 재미있는 광고 문안이 곁들여져 있습니다.


이러저런 까닭인지 제목을 <BEER천가>라고 지었습니다. 용비어천가는 조선 세종이 선대 왕들을 칭송한 최초의 우리말 시가라는 점을 인용하면서 우리나라 작가가 쓴 최초의 맥주만화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하여 정한 제목이라고 설명하였습니다.


아무래도 맥주하면 독일이 떠오를 수밖에 없을 듯합니다. 그래서 1516년 독일 바이에른이 공포한 맥주순수령으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맥주 순수령에 따르면 맥주는 보리(몰트), , 홉 세 가지로만 만들어야 한다.”고 합니다. 원료가 3가지밖에 안되기에 만들기도 어렵지 않을 듯한 데, 이 책에서는 맥주에 관한 16가지 이야기를 시시콜콜하게 적고 그려놓았습니다. 당연히 처음 들어본 이야기도 적지가 않습니다. 예를 들면 신 맥주 사워 에일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지금까지 들어본 적도 없으니 마셔본 적도 없는 맥주 이야기라서 신기했습니다.


게인적으로는 맥주보다는 우리 술 소주를 마시는 경우가 많습니다만, 대학시절에는 당시 유행하던 생맥주를 즐겨 마셨고, 대학을 졸업하고서는 잠시 흑맥주를 찾아 마시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미국에서 공부할 때는 식품점에서 쉽게 살 수 있어서 맥주만 마시기도 했습니다. 아일랜드를 여행하면서는 기네스 맥주 공장을 방문하여 기네스 맥주를 마시는 호사를 누리기도 했습니다. 그것도 스카이라운지에 올라 공장은 물론 공장 주변의 더블린 일대를 바라보며 맥주 맛을 음미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니 저와 맥주의 인연도 그리 간단한 것만은 아닙니다. 그래도 기네스 맥주를 만든 아서 기네스가 20대 시절 영국 대주교의 비서로 일했다는 것은 처음 알았습니다.


그리고 보면 작가가 <BEER천가>를 쓰기 위하여 취재를 엄청 꼼꼼하게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감히 용비어천가를 끌어다 제목으로 삼은 것에 대하여 슬며시 용서(?)해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재발굴에 글 쓰고 검증하는 게 이리 어려울 줄을 몰랐다고 고백한 저자는 부족한 작품을 봐주신 독자님들의 응원에 감사하다는 말씀으로 이야기를 마쳤습니다.


우리나라는 꽤 오랜 세월 오비와 크라운이라는 양대 맥주가 시장을 나누어왔습니다. 그러던 것이 이제는 수입이 자유로워지면서 처음 듣는 외국의 맥주도 편의점에서 살 수 있게 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집에서 맥주를 빚어 마실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작가님이 책 말미에 집에서 맥주를 만드는 과정까지 사진으로 소개하였는데, 조금 아쉬운 점은 맥주를 집에서 제조할 수 있는 방법을 상세하게 설명해주셨더라면 좋았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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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아 연출의 사회학 - 일상이라는 무대에서 우리는 어떻게 연기하는가
어빙 고프먼 지음, 진수미 옮김 / 현암사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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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등지고 사는 사람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은 다양한 집단 속에서 어울려 살기 마련이고, 집단의 구성원들과 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겠습니다. 관계를 맺는 과정은 다양한 형태의 의사소통을 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표현하는 행동을 하기 마련입니다. 그 과정에서 타인이 자신을 잘 보아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을 어떻게 연출할 것인가를 나름대로 고민할 것입니다. 의사표현에는 말로써 하는 명시표현과 행동으로 보이는 암시표현을 모두 포함합니다.

스스로를 연출하는 행태에 대한 이야기를 정리한 <자아연출의 사회학>은 미시사회학 분야를 개척한 어빙 고프만이 쓴 책입니다. 고프만은 자아연출을 개인의 관점에서 본다면, “개인은 다른 사람들이 자기를 좋게 봐주기를, 자기가 그들을 높이 평가한다고 여겨주기를 바랄 것이다. 그들에 대한 자기의 실제 느낌을 그들이 감지하기를 바라거나 그저 모호한 인상만 받기를 바랄 수도 있다. 그는 상호작용이 유지될 수 있도록 다른 이들과 잘 화합하기를 원할 수도 있고, 다른 이들을 따돌리고, 헷갈리게 하고, 적대시하고, 모욕하려 할 수도 있다. 개인이 염두에 둔 목표와 동기가 무엇이든, 그의 관심사는 다른 이들의 행동, 특히 자기를 대하는 다른 이들의 반응을 통제하는데 있다.(14)”라고 하였습니다.


그런가하면 개인이 집단 속에서 어떻게 행동하는가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개인 참여자의 구체적 내용이나 사회체계의 작동에 상호 의존적 행동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는 다루지 않는다. 이 책은 개인이 남들 앞에서 행동할 때 택하는 극적 연출의 문제만 다룬다. 연출 기법과 무대 관리는 사소하지만 사회생활에서 매우 보편적이어서 사회학적 분석이 필요한 문제다라고 하였습니다. 그와 같은 사회학적 분석을 연극무대를 빌어서 설명을 한 점이 특이하였습니다. 대학 다니던 시절 연극동아리에서 활동하면서 제작에 참여한 바 있기 때문에 저자의 설명이 비교적 쉽게 이해되었습니다.


연극은 사회적 관계가 모종의 약속에 의하여 이루어진다는 점을 설명해줄 수 있습니다. 연극은 배우들이 무대에서 상호간에 주고받는 명시표현과 암시표현을 관객들이 지켜보고 이해하는 장()입니다. 그런가 하면 무대에서 한편의 연극을 공여하기 위하여 무대 뒤에서 많은 제작진들 사이에 많은 소통이 이루어집니다. 제작진 이외의 사람들 역시 무대 뒤의 사람들과 접촉을 할 수도 있습니다.


저자는 연극무대를 빌어서 사회적 관계의 이론을 펼침과 동시에 다양한 집단에서의 사례를 인용하기도 하는데, 특히 영국의 셰틀랜드 섬의 공동체의 사례를 많이 인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국립정신병원의 연구원으로 활동핮 적이 있는 까닭인지 병원사회의 경우도 적지 않게 인용합니다. 저의 경험에 비추어 간혹 공감되지 않는 대목이 없지는 않습니다.

예를 들면, “의과대학생들은 이상주의적 지향성을 지는 신입생에게 그 거룩한 포부를 한동안 제쳐놓으라고 말한다. 2년 동안 의대생은 시험에 통과하는 방법을 배우는데 시간을 보내느라 의학적 관심사는 포기할 수밖에 없다. 다은 2년은 질병에 관한 공부를 하느라 너무 바빠 정작 질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 관심을 보일 겨를이 없다. 의학공부가 끝난 후에야 그들은 비로소 그들이 처음에 지녔던 일 활동의 이상을 되새길 수 있다.(35)”라는 대목이 그렇습니다. 모든 의대생들이 꼭 같지는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옮긴이에 따르면 1959년에 발표된 이 책은 미국 사회작계는 물론이고 다양한 학문분야에서 고전으로 평가받았고, 대중적 명성을 누렸다고 합니다. 그런가하면 추천사를 뜬 김광기교수는 어빙 고프만을 사회학게의 영원한 이단자이자 이방인이라고 했습니만, 미국 사회학회 회장을 지낸 이를 이방인이라 하는 것이 옳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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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듦의 철학 - 지속하는 삶을 위한 성격의 힘
제임스 힐먼 지음, 이세진 옮김 / 청미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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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줄에 들어섰을 무렵 우아하게 늙어가는 방법을 생각해본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고민했던 우아하게 늙어가는 법은 막상 나이가 들었을 때는 하나도 생각나지 않고 실천에 옮겨본 것도 없는 것 같습니다. 간단한 것이라도 실행에 옮겨볼 것을 그랬습니다.


나이 듦이란 죽음에 가까워지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나이가 들어가면서 몸과 마음이 쇄락해지고, 또 그런 변화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심리학을 전공하는 제임스 힐만은 다른 생각을 가졌던 모양입니다. 그는 <나이 듦의 철학>에서 나이가 들어간다고 해서 죽음에 가까워지는 것이 아니라 지속하는 삶을 만들어내기 위하여 무언가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듯합니다.


저자는 그리스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가 했던 말, “성격이 운명이다를 인용하면서 성격이란 특징, 기벽, 즐거움, 헌신 등의 독특한 조합이라고 했습니다. 인간이 나이가 들수록 현명해지고, 판단은 냉철해진다고 했습니다. 따라서 삶의 막바지 기간에 우리의 성격을 완성해야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저자는 아주 친절한 듯합니다. 책머리 부분에 독자에게 전하는 글을 먼저 싣고, 서문이 이어진 다음에 이 책의 구조에 대하여 설명해두었습니다. 이 책은 크게 3부로 구성되었습니다. 1지속에서는 오래됨/늙음이라는 관념을 살펴보고, 우리가 어떤 인물, 장소, 사물의 성격에 품는 애정에 이 관념이 중요하게 작용하는지 살펴보았습니다. 2떠나감에서는 우리가 삶의 무대에서 서서히 떠나기 시작하면서 일어나는 신체의 징후를 살펴보고, 그런 징후들이 성격 형성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 설명합니다. 나이듦으로 인하여 생기는 기능장애가 성격의 기능으로 바뀌는 것을 보여줍니다. 3떠나버림/남음은 신체적으로는 떠나는 시기이지만 각 사람이 구현한 독특한 성격은 남아 후세에 전해진다는 의미인 것 같습니다.


서문으로부터 제1부에 이르기까지 나이 듦에 관하여 정의를 내리고 있다고 보았는데, 그런 까닭인지 읽는 호흡을 유지하는 것이 쉽니 않을 정도로 난해하였던 것 같습니다. 일종의 총론에 해당하는 부분이라고 보았는데, 그래서인지 쉽게 이해되지 않는 대목이 적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제2부는 각론에 해당되는 것으로 보았습니다. 어쩌면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드러나는 신체 기능의 저하와 그에 따른 심리변화까지도 설명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각론에 해당하는 부분이라서인지 비교적 쉽게 읽히는 맛이 있습니다.


지속이라 함은 아마도 활력을 유지하는 시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떠나감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말하는 듯한데, 노화가 뚜렷하게 나타나는 시기를 이야기하는 것으로 이해되었습니다. 한 이야기를 반복하는 것으로 시작하여 피부도 탄력을 잃어 늘어지기 시작하고, 밤에 자주 깨어나는 것도 나이가 들면 뚜렷해지는 증상입니다. 근유도 밭아지고, 기억력이 감퇴하면서 치매에 대한 걱정이 늘어가기 시작합니다. 성격이 성마르게 되고, 감각이 무뎌지며, 성에 대한 욕망도 줄어들게 됩니다.


최근 들어 우리 사회에서는 세대 간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듯합니다. 옛날에는 나이든 사람은 조상’, 젊은이들의 본보기, 사회의 문화적 기억 및 전통의 전달자라고 인식되었는데, 최근에는 다양한 이유로 변화가 일고 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나이든 사람들이 오랜 세월 쌓아올린 경험치들이 누리망 공간을 비롯한 공유되면서 나이든 분들의 살아오면서 쌓아온 삶의 지혜를 누리망을 통하여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나이든 분들이 기억과 전통의 전달자라는 인식미 많이 희석되었다고 하겠습니다. 젊은이도 세월이 흐르다보면 나이든 사람이 됩니다. ‘뿌린 대로 거둔다는 우리네 옛말의 의미를 잘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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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3-09-07 0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늙는다는 것은 서서히 익어가는 것이라는 노랫말처럼 늙는다는 것은 아름다운 것 아닐까요?

처음처럼 2023-09-10 19:33   좋아요 0 | URL
우아하게 늙어가는 일도 행운이자 행복이라는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