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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BEER천가 - 본격 맥주 교양 원샷툰 ㅣ 한빛비즈 교양툰 27
몰트다운 지음, 블리자두 그림 / 한빛비즈 / 2023년 8월
평점 :
한낮은 여전히 뜨겁지만, 아침과 저녁으로는 쌀쌀한 가운이 느껴지고 있습니다. 무더위가 지나면서 맥주의 인기도 조금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전통주가 워낙 강세를 보이기 때문에 맥주는 사람들의 관심이 덜한 탓인지 맥주에 대하여 알려진 것이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맥주의 본고장 유럽에서는 맥주에 관한 이야기들이 적지 않다. 맥주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만화로 정리하여 소개한 <용BEER천가>가 나왔습니다.
몰트다운이 글을 쓰고 블리자두가 그림을 그림 만화책 <용BEER천가>는 ‘B급 감성이 물씬 풍기는 알쓸맥잡!“이라는 간략한 광고 문안처럼 맥주에 관한 다양한 사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런가하면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 즉 다양한 작품들에서 소개된 명장면들을 재현하는 그림들을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드립과 패러디 도수가 90%이상‘이라는 광고문안과 함께 ”재미에 취한다“라는 재미있는 광고 문안이 곁들여져 있습니다.
이러저런 까닭인지 제목을 <용BEER천가>라고 지었습니다. 용비어천가는 조선 세종이 선대 왕들을 칭송한 최초의 우리말 시가라는 점을 인용하면서 우리나라 작가가 쓴 최초의 맥주만화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하여 정한 제목이라고 설명하였습니다.
아무래도 맥주하면 독일이 떠오를 수밖에 없을 듯합니다. 그래서 1516년 독일 바이에른이 공포한 맥주순수령으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맥주 순수령에 따르면 ’맥주는 보리(몰트), 물, 홉 세 가지로만 만들어야 한다.”고 합니다. 원료가 3가지밖에 안되기에 만들기도 어렵지 않을 듯한 데, 이 책에서는 맥주에 관한 16가지 이야기를 시시콜콜하게 적고 그려놓았습니다. 당연히 처음 들어본 이야기도 적지가 않습니다. 예를 들면 신 맥주 사워 에일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지금까지 들어본 적도 없으니 마셔본 적도 없는 맥주 이야기라서 신기했습니다.
게인적으로는 맥주보다는 우리 술 소주를 마시는 경우가 많습니다만, 대학시절에는 당시 유행하던 생맥주를 즐겨 마셨고, 대학을 졸업하고서는 잠시 흑맥주를 찾아 마시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미국에서 공부할 때는 식품점에서 쉽게 살 수 있어서 맥주만 마시기도 했습니다. 아일랜드를 여행하면서는 기네스 맥주 공장을 방문하여 기네스 맥주를 마시는 호사를 누리기도 했습니다. 그것도 스카이라운지에 올라 공장은 물론 공장 주변의 더블린 일대를 바라보며 맥주 맛을 음미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니 저와 맥주의 인연도 그리 간단한 것만은 아닙니다. 그래도 기네스 맥주를 만든 아서 기네스가 20대 시절 영국 대주교의 비서로 일했다는 것은 처음 알았습니다.
그리고 보면 작가가 <용BEER천가>를 쓰기 위하여 취재를 엄청 꼼꼼하게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감히 용비어천가를 끌어다 제목으로 삼은 것에 대하여 슬며시 용서(?)해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재발굴에 글 쓰고 검증하는 게 이리 어려울 줄을 몰랐다고 고백한 저자는 부족한 작품을 봐주신 독자님들의 응원에 감사하다는 말씀으로 이야기를 마쳤습니다.
우리나라는 꽤 오랜 세월 오비와 크라운이라는 양대 맥주가 시장을 나누어왔습니다. 그러던 것이 이제는 수입이 자유로워지면서 처음 듣는 외국의 맥주도 편의점에서 살 수 있게 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집에서 맥주를 빚어 마실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작가님이 책 말미에 집에서 맥주를 만드는 과정까지 사진으로 소개하였는데, 조금 아쉬운 점은 맥주를 집에서 제조할 수 있는 방법을 상세하게 설명해주셨더라면 좋았을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