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상오단장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최고은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누리사랑방 벗을 찾았다가 읽어보게 된 책입니다. 책을 좋아하시는 분의 누리사랑방을 찾아가면 잘 정리된 독후감을 읽고 관심을 가지게 되는 책들이 많습니다. 새로운 책을 읽는 좋은 기회가 되는 셈입이다. 언뜻 보아서는 무슨 내용인지 쉽게 이해되지 않는 제목입니다. 한자를 쓰는 일본의 책을 그대로 옮겼기 때문입니다. 추상오단장(追想五斷章)에서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추상(追想)지나간 일을 돌이켜 생각함이며. 단장(斷章)한 체계로 뭉뚱그리지 않고 토막을 지어 몇 줄씩의 산문체로 적은 글이라고 뜻을 풀어 놓았습니다. 그러니까 옛날 일을 다섯 개의 단장으로 나누어 쓴 글이라는 의미가 되겠습니다.


이야기는 1992년을 시대적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거품경제가 붕괴되면서 일본사회가 무기력증에 빠져 있을 때입니다. 주인공 요시미츠는 등록금을 마련할 수 없어 휴학으로 하고 큰아버지의 고서점에서 일을 하면서 얹혀 지내고 있습니다. 고서점이 코로 주조 선생의 장사를 인수해온 다음날 찾아온 기타자토 카나코라는 젊은 여성이 부친이 썼다는 다섯 편의 단편소설을 찾아주면 후사하겠다고 제안을 합니다. 복학을 하기 위하여 돈이 필요했던 요시미츠는 큰아버지 몰래 이일을 맡게 되었습니다.


그러니까 추상오단장(追想五斷章)은 카나코의 아버지 산고가 쓴 다섯 편의 짧을 글을 찾아가는 과정 속에 다섯 편의 단장이 이야기 속의 이야기 형태로 엮여 있습니다. 흥미롭게도 산고 씨가 카노 고쿠뱌쿠라는 필명으로 쓴 다섯 편의 단장은 리들 스토리(Riddle story)였다고 합니다. 판단을 독자에 맡기고 결말을 쓰지 않는 소설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산고씨는 다섯 편의 단장의 제목과 한줄짜리 결말 부분을 따로 적어두었다는 것이 알려지게 됩니다. 요시미츠는 산고 씨가 생전에 관계를 맺었던 분들을 찾아 도움을 받아가며 다섯 편의 이야기를 추적해갑니다.


다섯편의 이야기를 발견된 순서에 따라 소개하면 첫 번째 작품 기적의 소녀는 잡지 호천의 1973년 봄호에 실렸고, 두 번째 작품 환생의 땅은 잡지 신유대의 1973년 겨울호에, 세 번째 이야기 소비전래(小碑傳來)는 잡지 아사카 구회 1975년 봄호에, 네 번째 이야기 어두운 터널은 츠루마키 아키라의 쇼트 소설 극장에 각각 실려 있었고, 마지막 이야기 눈꽃은 산고씨가 입원해 있던 병원의 간호사에게 맡겼던 미발표 원고였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산고씨가 생전에 네 편의 이야기 가운데 세편은 카노 고쿠바쿠라는 필명으로 발표되었는데, 네 번째 야이기는 산고씨의 생애에 있었던 불행한 사건을 취재하여 발표했던 기자 츠루마키 아키라가 자신의 이름으로 발표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작품은 자신의 본명으로 기록하였습니다.


다섯 편의 이야기를 뒤쫓다보니 이 글들이 산고씨가 아내이자 카나코의 어머니인 여배우 이누이 토마코를 벨기에의 앤트워프에서 살해했다고 의심을 받은 사건으로 연결이 되었습니다. 물론 최종적으로는 혐의가 없다는 결론이 났지만, 일본 국내에서는 츠루마키 아키라가 취재하여 사건의 전모를 발표하면서 산고씨가 아내를 죽였을지도 모른다는 의혹에 휩싸이게 되었던 것입니다.


산고씨는 다섯 편의 이야기를 통하여 그 사건의 본질에 대하여 이야기 하고 싶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흥미롭게도 다섯 편의 이야기는 무대가 다양합니다. 기적의 소녀는 루마니아의 브라쇼프라는 도시에서 들은 이야기를, 환생의 땅은 인도의 잔시라는 도시에서, 소비전래는 중국 사천지방의 면양이라는 도시에서, 어두운 터널은 볼리비아의 포토시라는 도시에서, 눈꽃은 스웨덴의 보로다렌 부근의 마을에서 들은 기이한 이야기를 소개하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추상오단장은 츠루마키 아키라가 쓴 앤트워프의 총성에 대한 해답을 주었던 것인데, 산고씨는 카나코가 그날 있었던 일을 뒤쫓을 것을 염두에 두고는 어머니의 죽음은 자살이었다는 결론에 도달하도록 의도된 글이었다는 것입니다. 과연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다섯편의 단장을 찾아가는 과정은 그대로 한편의 추리소설이었습니다. 물론 추리에 도움이 되는 단서는 조금씩 풀어내는 방식이라서 독자가 추리해낼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막판의 반전은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산고씨가 암에 걸렸지만 별다는 치료를 받은 것 같지 않고 말기에는 딸이 불편할까봐 병원에 잠시 입원했다가 점시 뒤에 운명했다는 것입니다. 199년대라면 암에 따라서는 완치도 가능했을 것 임에도, 그는 병마와 싸우려 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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