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마다 전주의 병원에 입원하고 계신 어머니를 만나러 다니다 보니, 생각은 굴뚝같지만 시청할 수 없는 KBS1TV의 [TV 책을 보다]입니다. 이번 주에는 다산책방에서 나온 줄리언 반스의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http://blog.joins.com/yang412/12623266>를 다룬다고 해서 면회일정을 바꾸어 시청하기로 하였습니다. 멤버로 참여하고 있는 다산북카페 나나흰의 카페지기의 요청이 있기도 했지만, 줄리안 반스를 인터뷰한 내용을 볼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책이 출간되자 바로 읽을 수 있었습니다. 기억의 왜곡을 다루고 있어 특히 관심이 컸던 작품이기도 합니다. 이 책은 기억과 윤리의 ‘심리 스릴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합니다. 이야기 곳곳에 숨겨있는 복선들이 치밀하게 교차하고, 결말부분에 가서는 놀라운 반전으로 드러나기 때문일 것입니다. 따라서 이야기를 요약하는 일은 이 책을 읽을 생각을 가지고 계신 독자들에게 대한 예의가 아닐 듯 싶어 이글에서도 피해야 할 것 같습니다. 기억의 왜곡에 중점을 두고 읽었어야 할 저는 오히려 젊은 시절 토니가 해서는 안될 짓, 즉 헤어진 애인이 절친과 사귀게 되었다는 이야기에 발끈해서 저주에 가까운 편지를 보낸 일이 젊었기 때문에 저지른 헤프닝으로 치부한 것을 후회해야 할 것 같습니다. 오히려 그렇게 하고서 기억에서 지워버린 토니의 심리를 천착해야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오늘 방영된 [TV 책을 보다]에는 좋은연애연구소의 김지윤소장께서 작

품을 소개하였고, 소설가 최민석님, 영화평론가 김봉식님 그리고 정신과 전문의 박용석 선생님이 출연하여 작품을 이야기해주셨습니다. <미 비포 유>를 다룰 때 만났던 김솔희 아나운서님은 여전히 아름다우시네요(http://blog.joins.com/yang412/13382668). 오늘 [TV 책을 보다]에서는 기억의 왜곡보다는 남녀의 관계에 중점을 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사실 기억능력은 신이 인간에게 내려준 선물이라고 한다면 기억을 잊는 망각능력은 신이 내린 축복이라고 생각합니다. 보고 들은 것을 모조리 기억해야 한다면 아마도 인간의 평균수명은 절대로 늘어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작가 줄리언 반스의 인터뷰는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기다란 책장으로 둘러싸여 있는 작업실을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는데(혹시 KBS에서 방문한다고 해서 정리한 것일까요?) 지금은 구경조차 하기 어려운 전동타자기를 독수리타법으로 쳐서 원고를 쓰고 있는 작가의 모습이 친근하면서도, 지금은 아련하게 사라져버린 타자기에 대한 추억을 되살리게 만듭니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는 에이드리언은 작가의 친구의 죽음에서 비롯되었다고 합니다. 옥스퍼드에 진학한 작가와는 달리 케임브리지에 진학하면서 소식이 끊겼던 친구가 자살했다는 소식이 작품에 힌트가 되었다고 하니, 작가와 친구 사이에 삼각관계(?)하는 상상이 날개를 펼치게 됩니다.

 

에이드리언이 자주 인용했다는 “역사는 부정확한 기억이 불충분한 문서와 만나는 지점에서 빚어지는 확신이다.(34쪽)”라는 말을 했다는 프랑스 사람 파트리크 라그랑주는 헛간이라는 의미를 담은 프랑스어에서 탄생한 가상의 인물이라고 합니다. 역시 헛간라는 의미가 담긴 작가의 이름에서 나온 아이디어 같습니다.

 

방송을 보고 난 느낌은 아무래도 줄리언 반스의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를 다시 읽어야 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작가는 기억의 문제 이외에도 인간의 조건과 자유에 대한 성찰을 담고 있다고 해서입니다. 옮긴이는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삶은 우연으로 점철되어 있다. 우연의 연속 안에서 인간이 실제로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없다.(줄리언 반스 지음,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265쪽)” 아무리 목적의식도 없이 세상에 내던져진 인생이라고는 하지만, 자신의 삶을 일구어 나가는 것은 개인의 의지로 가능한 것 아닐까요?

 

“마지막 장을 덮은 뒤 바로 다시 첫 장으로 되돌아갔다.”라고 한 조선일보의 어수웅기자의 말 때문이었는지, 그냥 덮어 둔 책을 다시 읽어볼 생각이 들었던 것은 마지막 반전의 힌트를 확인하겠다는 생각보다는 작가가 전하고자 했던 진실을 다시 느껴보기 위함이라고 해두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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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킹으로 지구 한 바퀴 : 중국.중동.아프리카 편 - 이름만 들어도 숨 가쁜 트레킹 & 트레블 명소 무작정 체험기 트레킹으로 지구 한 바퀴 1
김동우 지음 / 지식공간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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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여행은 느릴수록 오감을 통한 느낌이 크다고 하겠습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걷는 것이 가장 좋은 여행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시간이 많이 든다는 것이 문제가 되겠지요. 걷는 것도 어디를 어떻게 걷는가에 따라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가벼운 차림새로 마을 주변을 걷는 산책으로부터, 오락 활동과 스포츠로서 행하는 걷기를 의미하는 하이킹(hiking)이 있습니다.

 

대개 큰 도시 주변의 시골지역에서 미리 정한 코스를 따라 한적한 교외구경을 만끽하며 걷는데, 반나절에 11~19㎞, 하루에 19~32㎞ 정도를 걷게 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비교적 고도가 낮은 산길을 넘거나 빙하와 눈덮인 벌판을 건너기도 하는데, 이 정도가 되면 트레킹(trekking)이라고 불러야 할 것입니다. 즉 트레킹은 느리지만 힘이 드는 하이킹이라는 정도의 의미로, 등반과 하이킹의 중간 형태입니다. 트레킹은 원래 남아프리카의 네덜란드계 주민인 보어인의 언어로 ‘우마차를 타고 여행한다’라는 의미로 사용되다가 단순히 ‘여행하다, 이주하다, 출발하다’ 등의 의미로 변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2년 전 주말이면 아내와 함께 2008년 판 <주말이 기다려지는 행복한 걷기여행; 서울․수도권; http://blog.joins.com/yang412/11747933>이 소개하는 서울근교의 걷기 좋은 코스를 따라 걸은 적이 있습니다. 대부분 하이킹 코스라고 할 수준입니다. 52개 코스를 마치고서는 개인적인 사정 때문에 주말걷기를 이어가지 못하고 있어 아쉬워하고 있습니다. 이런 참에 트레커 김동우님이 좋은 트레킹코스를 따라 세계일주를 한 경험을 담았다는 <트레킹으로 지구 한 바퀴>을 읽게 된 것은 행운이었다고 하겠습니다. 먼저 이 책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만나는 책들과는 다른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표지는 왼쪽 제본이 아니라 위쪽 제본으로 되어 있어 책을 받아들고는 책장을 위쪽으로 넘겨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책내용은 왼쪽 제본으로 바꾸어 읽게 되어있습니다. 전면에 여행지 사진을 자연스럽게 담으려는 기획의도가 엿보이는 부분입니다만, 책읽기에는 다소 불편한 자세가 되는 것 같습니다.

 

세계를 한 바퀴 돌았으니 당연히 보여주고 싶은 것도 많고, 할 말도 많았기 때문인지 1막과 2막으로 나뉘어 있다고 합니다. 이번에 읽게 된 1막에는 인천을 떠나 중국→파키스탄→아랍에미레이트→요르단→이집트→에티오피아→케냐→탄자니아(케냐)에 이르는 아시아 아프리카 지역의 트레킹 코스를 따라간 여정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읽어보지 않아도 훤하게 알 것만 같은 험난한 세계일주여행에 나선 이유가 무엇일까 궁금했습니다. 저자는 학교를 졸업하고 언론사에서 기자로 활동하게 되었는데, 다람쥐 쳇바퀴 돌 듯하는 의미없는 일상이 결국은 마음을 공허하게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입니다. 결국은 “너 지금 행복하니?”라고 스스로에게 묻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더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내 인생에 쉼표를 찍고 싶었다. 한 번쯤 내 감정에 솔직해지기… 나 자신에게 떳떳해지기… 남이 아닌 내가 원하는 일 해보기… 정말, 그래보기”를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세계일주이고, 그 과정에서 평소 관심이 많은 트레킹을 결합한 세계일주를 꿈꾸게 된 것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그 결과물을 같은 꿈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과 공유하기를 원했기 때문에 블로그를 통해서 자신의 경험을 소개하고, 책으로 묶어내기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험난한 여정에서 생긴 다양한 에피소드를 가식과 과장 없이 사실대로 전하려 했고, 여행에서 느낀 멜랑꼴리한 감상들은 최대한 배제했는데, 이는 예비세계일주자를 위험에 빠뜨리는 헛된 모험심을 심어주고 싶지 않다는 소망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일단 세계일주 여행의 준비과정이 비교적 소상하게 정리하는 것으로 시작하고 있으며, 방문지에 관한 정보 등을 ‘깨알정보’라는 이름의 별도 박스로 처리해서 쉽게 읽어볼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해외여행에서 아주 중요한 정보라고 할 교통편과 숙소에 관하여 역시 박스로 처리해서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다만 파키스탄을 제외하고는 중국과 이집트를 비롯한 아프리카 지역에 대한 강한 부정적 이미지는 그곳을 방문할 계획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위축시키기에 충분하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 저자가 가진 에티오피아 사람과 문화에 대한 의문에 대한 영국 트레커 레임의 대답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습니다. “그래서 여행을 하는 거잖아. 킴! 그냥 즐겨. 단지 이들의 삶이고 너의 삶이야. 너의 기준으로 그들을 보지 마.(340쪽)”

 

저자의 블로그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도 곁들이고 있습니다. “때로는 외롭고, 때로는 긴장되며, 때로는 감동적인… 글을 읽어 내려가는 순간부터, 난 한 권의 여행기를 읽는 것이 아니라, 저자와 함께 여행에 동참하고 있었다.”라고 적은 안영진님의 코멘트에 완전 동감합니다. 그의 남미와 북미 트레킹 여행기가 기다려지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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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의 마법 - 직원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35가지 방법
박성현.김경익 지음 / 다산북스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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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에 관한 다양한 이론을 읽어보면서 느낀 점은 결국 자신이 맡고 있는 조직에 가장 적합한 리더십 모형과 그 모형을 운용하는데 적합한 인물이 결합해야 제대로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판도라TV의 김경익대표의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리더십은 중간관리자의 팔로우십과 잘 결합하여 좋은 모형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신뢰의 마법>은 김경익대표가 20여명으로 구성된 에브리온TV라는 벤처기업을 운영하면서 적용하고 있는 대표와 직원들 간에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한 관계가 하나의 조직문화의 전범을 만들어내기까지의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저자들은 “우리처럼 작은 회사를 시작하는 분들에게 회사를 제대로 운영하고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 노하우를 알려주기 위해서이다.(5쪽)”라고 이 책을 쓴 이유는 적고 있습니다. 대단한 자신감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저마다 개성이 다른 사람들이 모여 이루는 회사라는 조직, 역시 생명을 가지고 있는 것이라서 모범답안대로 움직이지만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에브리온TV는 창업한지 만 2년이 되는 작은 회사입니다. 이 회사의 오늘이 있기까지의 과정을 1부에서는 사무실 공간을 세팅하는 열 가지 방법, 2부에서는 신뢰를 바탕으로 한 기업문화를 만드는 열네 가지 방법, 그리고 3부에서는 신뢰로 성장시키는 인재육성법 열한 가지 방법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모두 저자들이 직장생활을 하면서 느끼거나 다른 회사에서 배워서 적용한 것들이라고 합니다. 전체의 이야기는 김경익대표의 시각에서 서술되고 있는 리더십에 관한 이야기입니다만, 중간 중간에는 에브리온TV에서 근무하는 다양한 직급의 직원들이 서술하는 팔로워십에 관한 이야기들이 들어있어 책읽는 분위기도 전환되면서 대표의 리더십이 직원들의 팔로워십과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지 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 주제가 되고 있는 ‘사무실은 단지 일하는 곳이 아니다’라는 내용은 직원이 회사의 기본 자산이라는 대표의 인식을 잘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전에 조직을 관리할 때, 직원들이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직장분위기를 만들어주려고 노력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직장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벼울 수 있도록, 동료를 만나는 시간이 기다려질 수 있도록 서로의 관계를 긴밀하게 만들어내려고 노력하였던 것인데, 이러한 노력을 견제하려는 움직임 때문에 완벽하게 돌아가지는 못했던 아픈 기억도 떠오릅니다.

 

첫 번째로 팔로워십에 관한 글을 적고 있는 총괄본부장의 이야기는 매우 중요합니다. 즉 리더의 마음을 읽고 직원들에게 그 뜻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는 신뢰의 반은 팔로워십에서 나온다고 적고 있습니다. 지금 근무하고 있는 직장은 야근하는 분들이 많은 곳입니다만, 저는 회의가 없는 날에는 정시에 퇴근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윗사람이 퇴근하지 않고 있으면 아랫사람들 역시 퇴근하지 못하고 눈치를 보는 분위기는 어느 직장에서나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요즈음 젊은이들은 그렇지도 않은 것 같기는 합니다. 또한 회사의 재정상태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도 직원들의 신뢰를 얻는 좋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회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회사도 많다고 합니다. 저 역시 회식이라는 끔찍한 기억이 있습니다. 현재 제가 근무하는 직장 역시 회식을 기피하는 분위기입니다. 그래도 역시 회식은 나름대로의 긍정적인 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자들은 이 책에서 제시하는 35가지 매뉴얼은 이미 어디선가 봤던, 너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고 한발 물러서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에는 이 매뉴얼은 분명 새로운 시각을 통하여 탄생한 것으로 분명 독특한 면이 있다고 하겠습니다. 작은 규모의 회사라면 벤치마킹해볼 이유가 분명이 있어 보입니다. 그리고 부서운영에도 적용해볼 수 있는 아이템들도 많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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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 : 그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 시공 디스커버리 총서 9
장 기 마샤르 지음 / 시공사 / 199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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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유타주에 있는 다이노소 국립유적지(dinosaurs national monument) 방문을 돌아보려고 공룡에 관하여 정리된 책을 찾아보다가 시공디스커버리 시리즈로 나온 <공룡, 그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를 읽게 되었습니다. 프랑스의 저명한 공룡 전문 고생물학자인 장 기 미샤르가 쓴 책입니다. 제가 학교에서 공룡에 대하여 배울 때만해도 몇 종류 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했는데, 이 책을 읽고서는 지금까지 화석을 통하여 밝혀진 공룡의 종류만 해도 30여개 과(科)에 600~700 여 종류나 된다는 것을 알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제목처럼 놀라운 다양성이 아닐 수 없습니다.

 

가장 오래된 공룡의 화석은 트라이아스기 말, 즉 2억 2천만 년 전의 것이라고 합니다. 그때로부터 6,450만 년 전, 백악기 말에 지구상에서 사라질 때까지 무려 1억 5천만년 동안 지구의 절대 강자의 지위를 누려왔다고 하니, 인간 또한 그렇게 오랫동안 지구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언젠가 공룡과 인간의 선조가 공생하던 시절이 있었다는 내용을 무심코 리뷰에 담았다가 독자로부터 오류를 지적받은 적이 있습니다만 공룡이 살던 시절에는 작은 포유류가 공존하고 있었지만, 영장류는 아직 등장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인간과 침팬지, 고릴라, 비비, 여우원숭이 등을 포함한 영장류의 화석 중 지금까지 가장 오래 된 것은 5천500만 년 전의 것인데, 최근 이 시기를 1천만년 정도 올려 잡을 수 있는 화석이 발견되었다는 뉴스가 전해졌습니다. 즉, 공룡이 사라지고 나서 영장류의 조상이 등장했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화석연구를 통하여 공룡이 어떤 동물이었는가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거대한 공룡화석의 일부가 발견된 이래 펼쳐지던 과학자들의 상상력은 구체적인 화석들이 발견되어 공룡의 전체 모습을 가늠할 수 있게 되었고, 고생물학의 발전과 함께 공룡의 분류 또한 세밀해지고 정확해지게 되었을 뿐 아니라 공룡의 생태를 추측할 수 있기에 이르렀다는 것입니다. 그동안 공룡을 연구한 고생물학자들의 연구성과로 얻은 다양한 화보와 예술가들의 상상력이 가미된 그림들까지 다양한 자료들을 담고 있으며, 공룡에 대한 다양한 연구성과 역시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영화 <쥬라기 공원>에서 육식공룡이 재빠르게 공격하는 모습을 보고서 혼비백산했던 기억이 있습니다만, 2족보행을 하는 공룡 가운데 시속 50km달하는 속도로 달릴 수 있다고 계산해낸 수학자가 있다고 합니다. 만약 인류가 공룡과 함께 살았다면 그야말로 숨도 제대로 쉴 수 없었을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공룡의 발자국이 다수 발견되어 한반도에도 공룡이 살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만, 공룡의 발자국을 연구한 결과 공룡들이 무리를 지어 생활하는 등 사회적 행동을 보였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합니다. 옛날 배운 바에 따르면 공룡은 파충류에 속하기 때문에 냉혈동물이라고 알고 있습니다만, 그만한 덩치에 재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다면 온혈동물일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는 모양입니다.

 

공룡에 대하여 우리가 잘 못 알고 있는 사실이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 첫 번째는 공룡이 급변하는 지구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사라졌다는 가설인데, 공룡은 변화무쌍한 중생대 지구에서 무려 1억 5천만년을 이어 살아온 것을 본다면 그들의 환경적응력이 놀라웠을 것이라는 짐작이 어렵지 않을 것 같습니다. 공룡이 등장하기 이전인 페름기에서 트라이아스기로 넘어가는 시기에도 대규모의 종의 소멸이 있었지만, 공룡처럼 드라마틱하지 않아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공룡이 사라진 백악기와 제3기 사이의 시기에는 다양한 공룡 뿐 아니라 암모나이트류, 벨렘나이트류, 루디스트 류와 같은 무척추동물들도 같이 소멸되었다고 합니다. 공룡의 소멸을 설명하기 위하여 60여 가지 이상의 가설이 제시되고 있지만, 그 가운데 세 가지 이론이 과학적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합니다. 이들 이론은 모두 사실의 해석에 바탕을 두고 있지만 논란의 여지는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 첫 번째는 백악기와 제3기 경계에 해당하는 지층에 이리듐이라는 원소가 대량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에 근거하여 거대한 소행성이나 혜성의 핵이 지구와 충돌한 재난이 원인이라는 설명인데, 충돌지점이 아직도 발견되지 않은데다가, 이리듐이 풍부하게 검출되는 다른 지층이 발견되고 있다는 점과 생태환경에 약한 많은 동물군이 살아남은 것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점이 셜명되지 않는 다고 합니다. 두 번째 가설은 다량의 이리듐이 분출되었던 화산폭발이 원인이었을 것이라는 가설이 있는데, 이 또한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세 번째 가설은 백악기 바다에서 일어난 대규모 해퇴현상이 원인이라는 것입니다.

 

이 책의 말미에는 ‘기록과 증언’이라는 부록으로 공룡에 대한 과거 기록들을 실어서 공룡연구 초기의 사회적 분위기를 엿볼 수 있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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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드리언 몰의 비밀일기 1 - 13과 3/4살
수 타운센드 지음, 김한결 옮김 / 놀(다산북스)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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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기를 쓰기 시작했던 때가 중학교 2학년, 그러니까 우리 나이로 열네 살 때였습니다. 영국 작가 수 타운센트의 성장소설 <에이드리언 몰의 비밀일기>의 주인공이 비밀일기를 적기 시작할 무렵의 나이, 열세 살 무렵이었던 것입니다. 지금은 없애버렸기 때문에 다시 확인할 수는 없습니다만, 그 무렵 제가 일기에 적던 비밀스러운 이야기와 어떻게 다른지 비교해보는 기회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읽었습니다. 물론 주인공이 사는 곳이 영국의 시골이고 시대적 배경 역시 1981년과 82년이기 때문에 제가 일기를 쓰기 시작한 1967년과는 여러 면에서 비교가 불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아무리 눈치가 없다고 해도 가족들 사이의 묘한 분위기는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만, 에이드리언처럼 적나라하게 적을 용기까지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즉, 비밀일기라고는 하지만 만의 하나 누군가가 읽을 수 있다는 점은 염두에 두었던 것 같다는 것입니다. 또 다른 관점은 이젠 아이들이 모두 장성하였습니다만, 제 아이들이 저를 어떻게 보았을까 뒤돌아보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아이들에게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준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지만, 혹여는 부끄럽게 보였을 부분도 적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것 같습니다. 이래저래 가슴이 뜨끔한 책읽기가 아닐 수 없었습니다.

 

<에이드리언 몰의 비밀일기> 첫 번째 이야기는 열세 살이 되던 해의 1월 1일부터 시작해서 겨울, 봄, 여름, 가을이 지나서 다시 이듬해 1월부터 3월까지의 겨울 이야기까지를 담고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또래 아이들과는 차원이 다른 책읽기와 시작이 취미생활이고, 집안일 역시 똑 소리 나게 하는 주인공은 스스로를 지성인이라고 자부하는 애늙은이면서도 나이는 어쩔 수 없는 면도 있습니다. 그 나이도 저도 그랬을까 싶도록 조숙한 면도 있어 아이들을 잘 지켜봐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첫 번째로 비밀일기에 적은 에이드리언의 독서목록입니다. 1. 오만과 편견(제인 오스틴), 2. 동물농장(조지 오웰), 3. 마담 보바리(플뢰베르), 4. 고도를 기다리며(사무엘 베케트), 5. 플로스강의 물방앗간(조지 엘리엇), 6. 어려운 시절(찰스 디킨스), 7. 톰 아저씨의 오두막(마크 트웨인), 8. 섹스에 대한 진실(A.P.G. 헤이그), 9. 아동기로부터의 탈출(존 홀트), 10. 글렌코(존 프레볼), 11.진보, 공존, 지적인 자유(안드레이 사하로프), 12. 엘리스 같은 도시(네빌 슈트), 13. 죄와 벌(도스토엡스키), 14. 아이들은 왜 실패하는가(존 홀트) 등입니다. 열네 번째 책은 열네 살이 되던 해 겨울에 읽은 유일한 책입니다. 따라서 열세 살 때 모두 13권의 책을 읽었는데, 책의 제목만을 보아서도 그 나이에 쉽지 않은 독서양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 열세 살짜리가 읽고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인데, 책을 읽은 느낌을 구체적으로 적은 경우는 드물지만 나름대로 판단해보면 핵심 내용을 이해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작가 자신의 경험을 담아낸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실제로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주인공이 어린 시절 읽은 책들을 보면 우리나라의 아이들 같으면 생각하기 어려운 책들도 포함하고 있어서, 유럽사회에서 아이들 독서지도는 상당히 높은 수준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앞부분에 등장하는 에이드리언의 창작 시도 그렇지만,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수필은 놀라지 않을 수 없다는 생각입니다. 「봄」이라는 제목의 수필입니다. “나무들은 싹을 틔우고, 그중 일부는 잎이 되었다. 나뭇가지는 술에 취한 허수아비처럼 하늘 높이 두 팔을 뻗는다. 몸통을 비틀고 꼬며 땅속 깊은 곳으로 내려가 거대한 뿌리를 이룬다. 청명한 하늘은 결혼식장 문 앞에서 주저하는 신부처럼 불안하게 맴돈다. 새들은 술에 취한 허수아비처럼 불규칙한 곡선을 그리며 솜뭉치 같은 구름 속으로 날아든다. 반투명한 시냇물이 그 여정의 끝을 향해 장엄하게 흐른다. ‘바다로!’라고 외친다. ‘바다로!’라고 끝없이 외친다.(…)(318쪽)” 어떻습니까? 놀랍지 않습니까?

 

작가는 소년의 시각으로 본 사회의 모순과 갈등을 비판하고 풍자하는데 무게를 두었다고 합니다만, 먼 나라 한국의 나이 먹은 독자는 또래 아이의 웃자람을 걱정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었다고 말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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