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브 - 신은 혼자서 상처받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윌리엄 폴 영 지음, 한은경 옮김 / 세계사 / 2017년 3월
평점 :
품절


임사체험을 통하여 사후세계와 영적존재를 다룬 <갈림길>로 만났던 윌리엄 폴 영의 신작 <이브>를 읽었습니다. 전작에서 한 발 더 나아가서 이번에는 천지창조와 아담과 이브의 탄생과 에덴동산에서의 추방 과정을 다루고 있습니다. 저자의 영성추구가 한층 진전을 보인 작품으로 보입니다.


이야기의 주인공 릴리는 천지창조와 아담과 이브의 탄생의 증인으로 선택받았습니다. 기독교의 교리에 대한 앎이 거의 없는 제가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었습니다. 천지창조가 무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알았던 것인데, 신이 천지와 아담, 이브를 만드는 과정을 증인이 지켜본다는 설정 말입니다. 뿐만 아니라 그 증인은 어디에서 온 것인지도 분명치 않습니다.


구체적인 설명이 없습니다만, 지구에서 온 듯한 릴리가 도착한 곳이 어디인지도 분명치 않습니다. 어쩌면 다중우주의 개념을 적용하고 있는 듯합니다. 또한 릴리가 도착한 곳의 과학 수준은 엄청 발전한 것으로 보입니다. 신체의 이식은 물론 의식을 조절하고, 치명적인 장애도 쉽게 조절이 가능한 놀라운 세계입니다.


릴리의 역할을 도와주는 역할을 맡은 존에게 마더 이브가 나타납니다. 그녀는 오늘 자신의 아이가 태어날 것임을 예고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곳에 사는 사람 모두가 마더 이브의 자녀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얼마 전에 끝난 드라마 도깨비에서 우리가 보았던 ‘삼신 할매’라는 여신을 의미하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데 태어난다는 여자아이는 누군가의 몸에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커다란 컨테이너에 실려 바닷가에 도착했습니다. 망신창이의 상태의 10대의 소녀가 실낱같은 생명을 유지한 채 실려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녀의 유전자 정보는 완전히 뒤죽박죽이었다고 합니다. 과학적으로는 설명이 불가능한 일인 듯합니다. 존을 비롯하여 많은 사람들의 돌봄으로 그녀는 차근차근 회복해갑니다. 그리고 세 사람의 방문을 받습니다. 고고학의 창시자 제럴드, 분류학과 철학의 창시자 사이먼, 그리고 영혼 심리학의 창시자 아니타입니다. 그러니까 동방박사에 해당하는 셈인가요? 이들 세명의 박사의 역할이 미묘합니다. 특히 사이먼의 경우 존을 비롯하여 릴리를 지키고 도와주는 사람들과는 다른 목적을 가진 것처럼 보입니다.


사이먼은 릴리가 태초의 증인이며, 모든 이의 역사를 바꿀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아담과 이브가 뱀의 유혹을 받아 선악과를 따먹은 데까지는 지금까지 알고 있는 성경말씀과 같은데, <이브>에서는 두 사람이 같이 에덴동산을 떠나지 않습니다. 아담만이 떠나고 이브는 에덴에 남은 것입니다. 사이먼의 사주에 따라 릴리는 아담의 선택을 받아 역사를 바꾸려 시도합니다만, 아담은 릴리를 거부하고 자신의 마음은 여전히 이브에게 향하고 있다고 합니다. 사이먼은 인간이 죽음을 피할 수 없는 존재가 된 것은 뱀의 유혹에서 기인한 것이 아니라 아담의 잘못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릴리는 아이를 가질 수 없는 상태입니다. 이곳에 도착하기 전에 마약중독인 모친의 강요로 몸을 팔다보니 몸이 망신창이가 된 것입니다. 그것도 대여섯 살에 그랬다니 이 점도 쉽게 이해되지 않는 부분입니다. 릴리는 아담과 이브의 관계를 되돌리는 역할을 맡은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치유함으로써 역사를 바꿀 수 있다는 역할을 맡은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아담과 이브는 물론 릴리에 이르기까지 ‘영원한 이’의 사랑을 믿는데서 치유의 힘이 생기는 것이라는 점을 알게 된 것 같습니다.


이야기의 마지막 장면에서 상황이 정리되고 있습니다. 전체의 이야기가 릴리의 상상 혹은 다중성에 기인하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릴리는 병원에 입원하여 1년이 넘도록 치료를 받아왔는데, 주치의 이블린은 릴리가 비극과 상실의 아픔을 회복하는데 도움을 주어왔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릴리를 도와주었던 존은 자원봉사자였구요. 창세기의 깊은 의미를 모르면 이야기의 가닥을 잡기가 어려울 수도 있겠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
마르코 폴로 지음, 김호동 옮김 / 사계절 / 2000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여행기의 고전 중의 고전 <동방견문록>을 드디어 읽었습니다. 년전에 다녀온 크로아티아 코르출라섬 출신이라고는 주장도 있지만, 코르출라 역시 베네치아의 지배를 받았을 때이니 베네치아출신이라는 주장이 타당할 것 같습니다. 어떻든 17살이 되던 1271년 베네치아를 떠나 쿠빌라이황제가 지배하던 원나라의 수도 북경까지 여행하고 1292년 베네치아에 돌아왔습니다.(동방견문록 해설에는 1295년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1298년 제노아의 감옥에 갇혔을 때 피사 출신의 루스티켈로라는 사람을 만나 자신이 보고들은 것들을 구술하여 기록한 것이 <세계의 서술>이라는 제목의 책으로 우리에게 알려진 <동방견문록>은 일본어판의 제목을 따온 것이라고 합니다.


이 책의 원본은 전하지 않고 있으며 사본만도 160여종이나 된다고 합니다. 구텐베르크의 인쇄술이 소개되기 이전이었기 때문에 필사하여 유통되는 과정에서 첨삭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책에서는 모두 232개의 장에 걸친 이야기를 서편을 포함한 여덟 부분으로 나누는 것이 일반이라고 합니다. 해설부분을 옮겨 두겠습니다. “서편은 마르코 폴로가 어떠한 연유로 여행을 떠나게 되었고 어떤 사정으로 돌아와 책을 구술하게 되었는가 하는 배경적 설명이지만, 1편은 대․소 아르메니아와 투르크메니아에서 시작하여 이라크와 페르시아 지방을 포함하는 서아시아에 대한 기술이고, 2편에서는 아프가니스탄에서 파미르를 넘어 타림 분지를 경유하는 중앙아시아를 다루고 있다. 3편은 쿠빌라이의 수도인 상도와 대도의 모습과 대카안의 통치내용을 다루고, 4편에서는 마르코 폴로가 원조에 체류하면서 체험했던 중국의 북부와 사천․운남을 거쳐 버마에 이르는 지역을 설명하며, 5편은 당시 ‘만지’라고 불리던 남송의 영역, 즉 중국의 동남부를 포괄한다. 6편은 폴로 일가가 중국을 떠나 귀환하는 길에 보고들은 인도양 각지(대인도․소인도․․중인도)의 사정이고, 마지막으로 7편에서는 중앙아시아 대초원을 중심으로 러시아와 북극지방까지 설명하고 있다.(26쪽)”


책을 읽은 느낌을 몇 가지 정리해보면, 마르코 폴로가 실크로드를 경유하여 북경까지 갔다가 바닷길을 통하여 인도양을 지나 다시 페르시아를 지나 베네치아로 돌아온 것은 사실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다만 <동방견문록>에 기록된 내용들이 정확한 것인가 하는 점에는 동의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지역 간의 방위나 거리 등은 그 곳에 오래 살지 않으면 쉽게 알기 어려운 것들이며, 일종의 박물지에 해당하는 수많은 숫자들은 본인의 기억이라기보다는 추정이거나 혹은 참고자료에서 인용한 것들일 가능성도 있을 것 같습니다. 혹은 여행하면서 얻어들은 이야기도 포함되었을 수도 있겠습니다. 청장년 시절이면 기억력이 가장 뛰어난 시기라고는 하지만 20년이 넘는 세월의 체험, 특히 숫자를 정확하게 기억하는 것은 불가능할 듯 합니다. 16세기 중반부터 17세기 초까지 중국에서 살았던 마테오 리치의 경우 기억술을 연마하였다는 기록이 있어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는 있습니다(조너선 D. 스펜서 지음, 기억의 궁전; http://blog.joins.com/yang412/13778310). 그리고 보통의 여행기라면 집을 나서서 집에 돌아오기까지의 전 과정을 기록하는 것이 보통인데, <동방견문록>의 경우 페르시아지방에서 이야기가 끝이 나고 있는 것도 이해되지 않는 부분입니다.


다양한 지역을 여행하면서 보고 들은 이야기가 종교, 쿠빌라이와의 관계, 도시의 규모, 동물 등을 중심으로 천편일률적인 점도 그렇습니다. 어느 지방을 가더라도 그곳 나름의 특징이 있기 마련입니다만, 여기에는 그런 것들을 별로 볼 수 없습니다. 특히 중국의 학자들은 ‘만리장성, 중국의 기술이나 관습 등에 대한 언급이 없거나 미흡한 점’ 등을 들어 누군가로부터 들은 것이거나 자신이 지어낸 것이라고 추정하거나 심지어는 그가 실제로 동방을 여행한 적이 없다는 주장도 나오는 것 같습니다. 당시 유럽 사람들의 구미에 맞는 이국적 풍물을 강조하거나 허풍을 부리는 듯한 느낌이 남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방견문록>은 동방을 향한 유럽사람들의 막연한 호기심에 불을 당기는 효과가 컸다고 하니, 작가가 바라는 대로 이룬 셈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스터리 박물관 - 역사의 상식을 뒤집는 발칙한 고고학 여행
라인하르트 하베크 지음, 김희상 옮김 / 갤리온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역사의 상식을 뒤집는 발칙한 고고학 여행’이라는 부제를 보지 않았더라면 추리소설로 알았을 책입니다. 하긴 세상에는 설명이 안되는 일이 널려있으니 이해하려들면 이해 못할 일도 아니겠습니다만, 고고학 분야에서 상식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 무엇인지 궁금해서 읽게 되었습니다.


이집트의 역사가 마네토는 역사로 인정하지 않고 있는 선사의 왕조가 2만 4925년(태양력기준)을 다스렸다고 기록하고 있으며, 수메르문명이 남긴 암석기록에는 천지창조에서 대홍수에 이르기까지 10명의 왕들이 45만6천년을 다스렸다는 기록이 남아있다고 합니다. 이집트의 신성문자가 발명된 것은 기원전 3000년, 수메르 쐐기문자가 발명된 것은 기원전 2,200년이므로 그 이전의 기록은 구전으로 내려왔을 터이므로 신빙성이 의심되는 것은 당연한 일 같습니다. 천지창조의 순간 왕이 통치했다는 개념도 가능하지 않을 듯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인공유물, 즉 사람들이 만들어낸 물건들이 의외의 시간대에서 발견된다는 점에서 미스터리하다고 할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상식의 틀을 벗어나기 때문에 학문적으로 분류조차되지 못하고 박물관의 창고에서 먼지를 뒤집어쓴 채 설명이 가능한 날만 기다리고 있는 것들도 많다고 합니다. 이런 유물들이 우리나라에서도 전시된 적이 있다니 보지 못한 아쉬움이 남습니다.


고고학의 미스터리 첫 번째 이야기는 1921년 카브웨에서 발견된 고인류화석입니다. 170-250만년전에 네안데르탈인에 앞서 살았던 것으로 보이는 두개골에는 동그란 구멍이 나있는데 지름 5밀리미터의 깔끔한 원형의 구멍과 반대편에 커다란 구멍은 고속의 탄알에 의하여 생긴 것으로밖에 해석이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런가하면 1908년에 텍사스의 글렌 로즈에서 발견된 화석에서는 공룡의 발자국과 나란히 사람의 발자국이 선명하게 찍혀있다고 합니다. 화석은 생성당시 존재했던 사물이 들어가기 마련인데, 1억년이 넘은 석판에 인간의 것으로 보이는 뼈조각이 들어가 있다거나 인간이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해머가 들어가 있는 것도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파르티아유적과 이집트유적에서 배터리의 원리를 적용한 항아리가 발견되었다거나, 그리스 안티카레라의 바다밑에서 발견된 상선에 실려있던 기계는 모두 70여개의 톱니바퀴로 구성되어 태양계 행성의 운동을 계산해낼 수 있는 일종의 계산기였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보지는 못했습니다만, 지난해에 다녀온 콜롬비아에 있는 황금박물관은 서기 500년경에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는 황금부적을 소장하고 있는데 그 모습이 꼭 우주왕복선을 연상하게 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황금부적을 확대제작하여 날렸더니 멋들어지게 날기까지 했다는 것입니다. 그런가하면 멕시코, 에콰도르 등의 박물관에는 마치 우주복을 입은 우주인의 형상을 한 조각작품들을 소장하고 있다고 하는데, 어쩌면 당시 사람들의 제의를 묘사한 것들이 지금의 시각으로 보면 우주인처럼 보이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나스카유적에 나오는 우주인처럼 말입니다.


제가 살던 곳이라서인지 미네소타의 켄싱턴에서 발견된 룬 석판에 관한 내용도 흥미롭습니다. 1898년 스웨덴이서 이주한 농부 올로프 오만이 발견한 석판에는 콜럼버스가 도착하기 전에 미대륙에 상륙한 바이킹족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해서, 위조된 것으로 취급되고 있는 유물이라고 합니다. 룬 문자와 라틴어를 섞어서 쓴 룬 석판은 여전히 위조된 것으로 취급되고 있지만 여전히 미스터리한 부분이 있다는 의견을 저자는 내놓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과거의 유물을 현대적 시각으로 해석하는 것이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바빌론 신전에 새긴 생명의 나무를 DNA이중나선구조로 해석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과거를 아는 자만이 미래를 꿈꿀 수 있다’라는 속담을 인용하여 미스터리하다는 이유로 과거의 유물을 방치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는 주장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의 투쟁 고전으로 미래를 읽는다 12
아돌프 히틀러 지음, 이명성 옮김 / 홍신문화사 / 2006년 12월
평점 :
품절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켜 전세계의 전쟁의 소용돌이이 빠트리고, 전쟁의 와정에 유대인을 비롯한 다양한 인종과 사상을 가진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아돌프 히틀러가 남긴 대표작입니다.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젊은 시절 프라하로 도피해서 살던 이야기가 소개되었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읽은 기억이 있어서였고, 평범한 독일 사람들의 왜 그에게 홀딱 넘어가고 말았는지 궁금했기 때문입니다.


서문에서 밝히고 있는 것처럼 히틀러는 1924년 4월 1일 뮌헨 국민재판소에서 금고형을 선고받고 레히 강변에 있는 란츠베르크의 요새에 수감되었는데, 뮌헨폭동과 관련된 죄목이었다고 합니다. 국가사회주의 독일노동자당을 결성을 주도하면서 운동의 목표와 발전상을 정리하기로 했던 것입니다. 더불어 자신의 발전과정까지도 돌이켜보는 기회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잘 알려진 것처럼 <나의 투쟁>은 반민주주의적, 독재주의적, 반유대주의적 세계관을 피력하고, 동유럽에서 유대인을 추방하고 게르만민족만의 대제국을 건설한다는 구상을 담았는데, 당시 1천만권 이상이 팔려나간 나치의 성전(聖典)입니다. 그는 독일과의 국경이 가까운 오스트리아의 브라우나우에서 태어났는데, 오스트리아에 살고는 있었지만, 독일인이라는 점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독일이 오스트리아를 병합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어려서 화가의 꿈을 키웠던 그는 아버지의 반대로 실업학교에 진학하였지만, 아버지 사후에 미술의 꿈을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머니마저 돌아가신 다음에 빈으로 가서 치른 미술대학 입학시험에서 회화과에 낙방을 하였던 것입니다. 그가 회화과에 입학했더라면 세계의 역사가 달라질 수도 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20세기로 넘어오면서 빈의 사정은 부와 빈곤이 혼재되어 있는 복잡한 양상이었던 모양입니다.


그 시절 히틀러는 많은 책을 읽었다고 하는데, 독서하는 법에 관한 내용을 기억할 만합니다. “독서라고 하는 것은 그 자체에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고, 목적을 위한 수단이다. 첫째로 독서는 각 개인의 소질과 능력을 끌어내고 그 인격 형성을 충싥히 하깅 nl해서 조력하느 것이어야만 한다. 그러므로 독서는 각 사람이 자기 직업에 필요한 도구나 자재를 공급해야 한다. 둘째로 독서는 일반적인 세계상을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어떤 경우에나 독서는 그 책의 내용이 목차나 그 읽은 차례대로 기억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모자이크 무늬로 된 돌과 같이 일반적 세계상을 그 위상에 맞게 하며, 그것이 읽는 사람들의 머릿속에 형성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기억의 혼란만 불러일으킬 따름이다.(31쪽)”


최근에 읽은 움베르토 에코의 <프라하의 묘지>에서 소개된 유대인의 세계지배 음모를 파헤친 <시온의정서>가 20세기 초 러시아황제의 비밀경찰이 만들어낸 위서라는 것이 이미 밝혀졌다고 하는데, 그 파장이 히틀러에게 깊게 각인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십대 무렵 이미 유대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자리하기 시작했다는 고백도 적었습니다. 곳곳에서 유대인에 대한 혐오감을 토로하고 있는 것을 보면 성장하면서 유대인에 대한 부정적인 관념이 강화되어갔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는 오스트리아의 바이에른연대에 입대하여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하였지만, 패전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던 것 같고, 특히 파리강화조약으로 오스트리아가 부담하게 된 막대한 전비가 부당하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군에서 선전(宣傳)의 중요성에 눈을 뜨게 되고, 독일노동자당을 결성하는데 앞장을 서게 되는데, 초기부터 연설자로서의 자질을 드러내었던 모양입니다. 즉 타고난 선동가였던 것 같습니다. “기독교의 위대성은 어느 정도 비슷한 성질을 가지고 있던 고대의 철학적 의견과 타협 및 교섭을 시도한 점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교위를 전하고 그것을 위해 싸우는 불굴의 열광에 있었던 것이다(208쪽)”라고 적은 것을 보면, 기독교에 대한 그의 생각은 의외의 측면이 있는 듯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프라하의 묘지 1
움베르토 에코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움베르토 에코 읽기에 <프라하의 묘지> 하나를 더합니다. 에코는 이 작품에서 ‘거짓말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그리고 ‘어떻게 살아남는가!’를 보여주고자 했다고 합니다. 한편으로는 ‘잘못된 편견을 강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비판도 일었다.’라는 평도 들었다는 것입니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시온 장로들의 프로토콜>이 있습니다. 유럽의 반유대인 정서를 자극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는 이 문서에는 유대인들이 세계지배를 획책하고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1921년 런던 타임스에 의하여 허위임이 밝혀졌음에도 나치의 유대인 박해의 근거가 되었고 오늘날까지도 사실로 믿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로 질긴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에코는 시모니니라고 하는 가상의 인물을 통하여 반유대인 정서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확산되었는지를 그렸다고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 가운데 시모니니를 제외하고는 모두 실존인물이라는데 있는 것 같습니다. 시모니니가 가상의 인물이니 그가 실존인물과 주고받은 관계 역시 허구라고 하겠지만, 어디까지가 허구인가 하는 의문이 드는 것입니다. 옮긴이 역시 같은 생각이었던 듯 책의 말미에서 읽는 이가 사실과 허구의 경계를 구분하기 어려울 수도 있을 것으로 보아 이 책에 등장하는 사건들의 연표를 제시하면서 책읽기에 참조하기를 권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 담긴 이야기로 인하여 역사적 사실에 대한 의구심같은 것이 새롭게 생겨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1830년 이탈리아 피에몬테 지방에서 태어난 시모네 시모니니는 조부의 슬하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는데 조부의 영향을 받아 유대인과 예수회 그리고 프리메이슨을 증오하게 됩니다. 그는 남의 글씨체를 모방하고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재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당연히 정보기관의 주목을 받아 그들의 주문에 따라 활동하게 됩니다. 문서를 위조하여 누군가에게 불이익을 주는 일을 하는 만큼 자신의 이익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사람을 죽이는 일까지도 간단하게 생각하는 괴물이 되어갑니다. 이러던 가운데 자신이 살아온 날들의 기억을 모두 잃어버리는 사건을 만나게 되고, 시간이 흐른 다음에 단편적으로 떠오르는 기억을 매일 정리하기 시작한다는 설정으로 이야기를 꾸려가고 있습니다.


<프라하의 묘지>를 읽다보면 매일 글을 쓰다보면 책이 한권 만들어진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 같습니다. ‘어느 행인이 있어 1897년 3월의 그 우중충한 아침나절에....’로 시작되는 첫 문장은 이 긴 이야기를 풀어내는 사람 앞으로 우리를 인도합니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제목의 고백은 1897년 3월24일 시작하여 4월 19일까지 매일 적은 기록을 바탕으로, 자신의 기억을 재구성합니다. 그리고 중단되었다가 1898년 11월 10일이 이어졌다가 12월 20일 기록을 마지막으로 합니다. 화자는 시모니니인데, 중간에 달라 피콜라신부라는 인물이 등장하여 시모니니의 글을 반박하거나 자신의 생각을 기록하기도 합니다. 달라 피콜라신부는 결국 화자 시모니니의 제2의 인격인 것으로 드러납니다.


<시온장로의 프로토콜>이 프라하의 게토에 있는 공동묘지를 배경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이 흥미로웠습니다. 지난 동유럽여행에서 게토까지는 가보았지만, 공동묘지는 보지 못해서 실감을 더할 기회가 없었던 것 같아 아쉽기만 합니다. 찾아보니 <시온 의정서>라는 제목으로 두 종의 책이 우리나라에 소개되었는데, 하나는 시온 의정서의 내용을 바탕으로 구성된 것으로 시온 의정서의 내용대로 세상이 돌아가고 있다는 섬뜩한 주장이고, 다른 하나는 시온의정서의 허구를 파헤치는 비판서입니다. <푸코의 진자>에서도 성전기사단이 등장합니다만, <프라하의 묘지>에서도 프리메이슨과 성전기사단이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그들의 실체의 유무를 떠나 유럽 사람들이 이런 단체가 존재할 수도 있다고 믿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음모론은 대부분의 사람들의 흥미를 끌어낼 수 있는 좋은 이야기감이 아니겠습니까? 요즈음 우리사회의 분위기도 이를 닮아가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