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
마르코 폴로 지음, 김호동 옮김 / 사계절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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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의 고전 중의 고전 <동방견문록>을 드디어 읽었습니다. 년전에 다녀온 크로아티아 코르출라섬 출신이라고는 주장도 있지만, 코르출라 역시 베네치아의 지배를 받았을 때이니 베네치아출신이라는 주장이 타당할 것 같습니다. 어떻든 17살이 되던 1271년 베네치아를 떠나 쿠빌라이황제가 지배하던 원나라의 수도 북경까지 여행하고 1292년 베네치아에 돌아왔습니다.(동방견문록 해설에는 1295년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1298년 제노아의 감옥에 갇혔을 때 피사 출신의 루스티켈로라는 사람을 만나 자신이 보고들은 것들을 구술하여 기록한 것이 <세계의 서술>이라는 제목의 책으로 우리에게 알려진 <동방견문록>은 일본어판의 제목을 따온 것이라고 합니다.


이 책의 원본은 전하지 않고 있으며 사본만도 160여종이나 된다고 합니다. 구텐베르크의 인쇄술이 소개되기 이전이었기 때문에 필사하여 유통되는 과정에서 첨삭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책에서는 모두 232개의 장에 걸친 이야기를 서편을 포함한 여덟 부분으로 나누는 것이 일반이라고 합니다. 해설부분을 옮겨 두겠습니다. “서편은 마르코 폴로가 어떠한 연유로 여행을 떠나게 되었고 어떤 사정으로 돌아와 책을 구술하게 되었는가 하는 배경적 설명이지만, 1편은 대․소 아르메니아와 투르크메니아에서 시작하여 이라크와 페르시아 지방을 포함하는 서아시아에 대한 기술이고, 2편에서는 아프가니스탄에서 파미르를 넘어 타림 분지를 경유하는 중앙아시아를 다루고 있다. 3편은 쿠빌라이의 수도인 상도와 대도의 모습과 대카안의 통치내용을 다루고, 4편에서는 마르코 폴로가 원조에 체류하면서 체험했던 중국의 북부와 사천․운남을 거쳐 버마에 이르는 지역을 설명하며, 5편은 당시 ‘만지’라고 불리던 남송의 영역, 즉 중국의 동남부를 포괄한다. 6편은 폴로 일가가 중국을 떠나 귀환하는 길에 보고들은 인도양 각지(대인도․소인도․․중인도)의 사정이고, 마지막으로 7편에서는 중앙아시아 대초원을 중심으로 러시아와 북극지방까지 설명하고 있다.(26쪽)”


책을 읽은 느낌을 몇 가지 정리해보면, 마르코 폴로가 실크로드를 경유하여 북경까지 갔다가 바닷길을 통하여 인도양을 지나 다시 페르시아를 지나 베네치아로 돌아온 것은 사실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다만 <동방견문록>에 기록된 내용들이 정확한 것인가 하는 점에는 동의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지역 간의 방위나 거리 등은 그 곳에 오래 살지 않으면 쉽게 알기 어려운 것들이며, 일종의 박물지에 해당하는 수많은 숫자들은 본인의 기억이라기보다는 추정이거나 혹은 참고자료에서 인용한 것들일 가능성도 있을 것 같습니다. 혹은 여행하면서 얻어들은 이야기도 포함되었을 수도 있겠습니다. 청장년 시절이면 기억력이 가장 뛰어난 시기라고는 하지만 20년이 넘는 세월의 체험, 특히 숫자를 정확하게 기억하는 것은 불가능할 듯 합니다. 16세기 중반부터 17세기 초까지 중국에서 살았던 마테오 리치의 경우 기억술을 연마하였다는 기록이 있어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는 있습니다(조너선 D. 스펜서 지음, 기억의 궁전; http://blog.joins.com/yang412/13778310). 그리고 보통의 여행기라면 집을 나서서 집에 돌아오기까지의 전 과정을 기록하는 것이 보통인데, <동방견문록>의 경우 페르시아지방에서 이야기가 끝이 나고 있는 것도 이해되지 않는 부분입니다.


다양한 지역을 여행하면서 보고 들은 이야기가 종교, 쿠빌라이와의 관계, 도시의 규모, 동물 등을 중심으로 천편일률적인 점도 그렇습니다. 어느 지방을 가더라도 그곳 나름의 특징이 있기 마련입니다만, 여기에는 그런 것들을 별로 볼 수 없습니다. 특히 중국의 학자들은 ‘만리장성, 중국의 기술이나 관습 등에 대한 언급이 없거나 미흡한 점’ 등을 들어 누군가로부터 들은 것이거나 자신이 지어낸 것이라고 추정하거나 심지어는 그가 실제로 동방을 여행한 적이 없다는 주장도 나오는 것 같습니다. 당시 유럽 사람들의 구미에 맞는 이국적 풍물을 강조하거나 허풍을 부리는 듯한 느낌이 남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방견문록>은 동방을 향한 유럽사람들의 막연한 호기심에 불을 당기는 효과가 컸다고 하니, 작가가 바라는 대로 이룬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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