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리시스
제임스 조이스 지음, 김종건 옮김 / 생각의나무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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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조이스를 새삼 인식하게 된 것은 15년 가을이던가 크로아티아의 풀라에 갔을 때, 세르기우스 개선문 옆 카페 테라스에 앉아 있는 좌상을 만나면서입니다. 스물두 살이 되던 해 만난 노라 바너클과 함께 사랑의 도피행에 오른 조이스가 런던, 취리히, 트리에스테를 거쳐 이곳에 정착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곳에서 더불린 사람들에 포함된 몇 편의 단편을 썼다고 합니다. 그리고도 한참 지나서야 <더블린 사람들; http://blog.joins.com/yang412/15019313>을 읽었고, 이제 <율리시스>를 읽게 된 것입니다.


일단은 1324쪽에 달하는 엄청난 부피와 크기에서 중압감을 받게 됩니다. 게다가 앞에 둔 ‘옮긴이의 글’에서는 <율리시스>를 ‘언어적 주술의 아수라장’이라고 규정하였습니다. 그리고는 ‘<율리시스>의 언어적 유희 가운데서는 소위 응축어가 태반인데, 이들은 마치 페넬로페의 베틀처럼 시공간을 초월하여 인간의 종교, 역사, 신학, 과학, 문학, 민속, 전설 등의 실올을 짜고 또 짜간다(12쪽)’라고 이유를 설명합니다. 번역이 그만큼 어렵다는 하소연이며, <율리시스>를 읽기를 성서 읽듯 해달라는 주문을 곁들입니다. 꼼꼼히 읽되 세부에 매달리지 말고 큰 틀에서 바라보라는 설명입니다.


잘 알려진 것처럼 율리시스는 호머의 대 서사시 <오디세이아>를 토대로 구성된 것입니다. 율리우스는 트로이의 전쟁영웅 오디세이아의 영어식 이름인 셈입니다.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를 따라 텔레마키아, 율리우스의 방황, 그리고 귀향의 3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모두 18장으로 구성된 이야기는 1904년 6월 16일(소위 블룸즈 데이) 오전 8시부터 17일 새벽 2시 블룸의 집에서 이야기를 마무리하기까지 만 하루도 되지 않는 시간동안 리오폴드 블룸과 스티븐 데덜러스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상황을 그려냈습니다.


먼저 스티븐의 이야기가 3개의 장에 걸쳐 전개되고, 이어서 블룸의 이야기가 11개의 장에 걸쳐 전개되고, 제15장에서는 두 사람이 같이 등장합니다. 두 사람의 이야기는 더블린 시내의 주요 장소는 물론 거리를 따라 이동하면서 전개되기 때문에 율리우스의 방황에 해당하는 모습을 보여주고는 있습니다만, 정황이 정확하게 일치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읽는 이에 따라서는 오디세이아와 비교해가면서 읽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오디세우스와 그 아들 텔레마코스 그리고 아내 페넬로페 사이의 관계를 고려하였을 때 블룸과 그의 아내 몰리 사이의 복잡한 관계를 직접 비교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는 생각입니다.


모두 18개의 장에는 주제가 되는 분야가 다양하게 배치되어 있을 뿐 아니라 상징이 되는 등장인물이 있고, 문장의 구성도 달리하는 등 변화무쌍하기 때문에 엄청난 부피에 비하면 빠르게 읽어나갈 수 있습니다. 매 쪽마다 붙어있는 각주에 매달리다 보면 읽어가는 호흡이 끊어질 수도 있으니, 읽는 흐름에 따라서 조절을 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100명이 넘는 등장인물 역시 말미에 정리되어 있습니다만, 주요인물만 정리되어 있을 뿐, 의인화된 사물이나 무형의 존재들도 등장하기 때문에 그 의미를 새기는 것도 쉽지는 않은 일이었습니다.


지난 달에 더블린에 갈 기회가 있는데, <율리시스>에 등장하는 장소는 가보지 못하였습니다. 단체여행인만큼 한계를 어쩔 수 없었습니다. 


<율리시스>는 <더블린 사람들>과 함께 더블린에 대한 제임스 조이스의 애정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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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산책 - 앤티크.마켓.가든, 느리게 런던 즐기기
박영자 글.사진 / 한길사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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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런던 이야기를 읽었습니다. 세 명의 저자가 하던 일을 걷어치우고 런던으로 향했다는 공통점이 재미있습니다. <런던 산책>의 저자는 ‘그저 학생신분으로 돌아가 뒤늦은 호사를 맛보고 싶었다’는 호사스러운(?) 이유를 들었습니다. 저자는 ‘오래된 것’과 느림에 대한 미련 같은 것이 숨어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것들이 어느 날 숨 가쁘게 돌아가는 광고 일을 접게 만들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녀의 런던 생활에는 ‘역사가 깊은 동네와 가게, 오랜 세월을 고스란히 담은 골동품, 또 그만큼 오래된 카페의 붙박이 의자와 거울을 찾아 낡은 복도와 골목을 드나드는 것’이 중심에 있었고, 그것을 이 책에 담아낸 듯합니다. 그렇게 찾아낸 ‘느리게, 런던산책을 즐기는 법’을 알려줍니다. 1. 번화한 거리에서 한 블록 안으로 들어가 걷기, 2. 시간과 요일을 달리하여 같은 장소 다시 들러보기, 3. 가이드북은 접고 마음이 움직이는 곳으로 이동하기, 4. 영국을 이해랄 만한 문화적 산물들과 함께 하기, 등입니다.


그 넓은 런던에서 이와 같은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열 곳, 그러니까 햄스테드, 소호, 치즈윅, 템즈 강변, 이스트 앤드, 윔블던과 퍼트니, 이슬링턴, 첼시와 켄싱턴I, 그리니치, 켄싱턴2 등입니다. 이런 글을 쓰다보면 일정한 형식을 따라가는 경향이 있습니다만 저자의 경우는 그렇지 않아 보입니다. 하긴 장소마다 느낌이 다를 수 있으니 굳이 형식을 따질 필요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때로는 거리의 분위기를, 거리에 들어서 있는 가게들을, 거리에 관련된 사람들의 이야기 등등 얼마든지 주제를 달리할 수 있습니다.


햄스테드에서는 이곳에 살던 시인 키이츠와 <서양미술사>의 저자 곰브리치가 화제에 오르기도 합니다. ‘고정된 풍경이 없다’고 햄스테드를 특징 지울 수 있는 것은 지형의 높낮이 변화가 심해서 매번 다른 느낌을 얻게된다고 합니다. 이렇듯 동네 분위기를 섬세하게 묘사하는 것은 좋지만, 그 동네에 있는 가게에 관하여 시시콜콜 적은 것은 조금 짜증(?)이 일었던 것 같습니다. 아마도 가볼 기회가 없어서 그런 것 아닐까요? 부러우면 지는 것이라고 했는데......


앞서서 시간과 요일을 달리하여 같은 장소 다시 들러보기가 비법의 하나라고 했습니다만, 저자가 그려낸 소호의 풍경이 딱 들어맞습니다. “소호는 화려함과 기이함, 천박함과 진보적인 스타일 등 이질적이고 상반되는 문화가 마구 뒤엉켜 있는 고이다. 오전 열 시 소호의 뒷골목은 텅 비어 을씨년스럽고, 밤 열 시에는 뭔가 수상한 일들이 일어나는 현장처럼 보인다.(58쪽)” 하지만 스쳐가는 여행길에 같은 장소를 두 번 간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여행자는 안전이 확인되지 않은 장소라면 피하는 것이 상책이기 때문에 그곳에 사는 사람과는 접근방식이 다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여행의 참맛이란 대로변의 덩치 큰 건물과 그곳을 잠시 다녀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것만이 아니라, 몇 겹의 블록 안으로 들어가 그 곳의 생활과 찰나를 속속들이 확인할 때야 느낄 수 있다(59쪽)’라는 작가의 주장에 공감하지만 그대로 따라갈 수 없는 경우가 더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체러티 숍에 관한 작가의 보고에도 딴지를 약간 걸어보려고 합니다. 런던의 살인적인 물가 속에 살아남는 법으로 채러티 숍을 소개합니다. 오래 전에 미국에서 잠시 생활할 때 같은 동네에 굿윌이라는 이름의 체러티 숍이 있었습니다. 돌아가신 분들이 쓰던 물건들을 기증받아 싸게 파는 곳입니다. 때로는 명품도 건질 수 있다고 해서 가보긴 했습니다. 하지만 저보다 생활이 어려운 분들이 쓸 만한 물건을 고르는 편이 낫겠다 싶어서 한 번 가본 뒤로는 더 이상 찾지는 않았습니다. 호사를 맛보기 위하여 런던행을 결정하신 저자께서 런던의 살인적 물가를 거론하는 것이 어째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역사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나라의 전형으로 영국을 꼽는 사람들도 꽤 있지만, 한번 변하고자 하면 무릎을 ‘탁’하고 칠 정도로 창의적이고 합리적으로 일을 벌이는 나라가 영국인 것 같다(112쪽)”라는 보고는 마음에 와 닿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바로 이런 정신 같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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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의 위스키 성지여행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이윤정 옮김, 무라카미 요오코 사진 / 문학사상사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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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의 작품은 몇 권 읽었습니다만, 그의 대표작이라 할 <노르웨이 숲>이나 <해변의 카프카>는 아직입니다. 여행기로는 <하루키의 여행법; http://blog.joins.com/yang412/14394036>을 읽었는데 비교적 생소한 장소였던 까닭인지 별다른 느낌은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골라들었던 <무라카미 하루키의 위스키 성지여행>이었습니다. 그냥 ‘위스키 성지여행’해도 좋았을 것을 하루키에 기대려는 생각이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겹치는 느낌(?)이 남습니다.


‘어떤 여행이라도 많든 적든 간에 나름대로의 중심 테마 같은 것이 있다’라고 하루키는 이 책의 서두를 떼고 있습니다. 글을 남기지 않는 경우에도 여행의 테마를 정하는 분도 계시겠습니다만, 그 중심 테마라는 것은 어쩌면 글을 쓰는 사람들의 특징일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처음에는 부인과 함께 아일랜드를 한가롭게 돌아볼 생각이었는데, 위스키에 대한 글을 써달라는 청탁이 있어서 스코틀랜드의 아일레이 섬을 여정에 더하게 되었고, 전체의 글 내용을 보면 주객이 전도된 느낌입니다. ‘한가로운 여행’이 ‘위스키’에 방점이 찍히면서 아일레이섬의 비중이 커진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아일레이 섬을 찾는 사람은 별로 없다고 합니다. 관광명소랄 게 없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섬을 찾는 사람들은 섬의 고즈넉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어서라고 합니다. “그들은 홀로 섬을 찾아와서는, 작은 코티지를 빌려 몇 주일 동안 누구의 방해도 받는 일 없이 조용히 책을 읽는다. 난로에 향이 좋은 이탄을 지피고, 비발디의 테이프를 은은하게 틀어놓는다. 질 좋은 위스키와 잔 하나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전화선은 뽑아 버린다.(32쪽)” 정말 이런 여행을 해볼 수 있을까요?


청탁을 받은 원고가 있으니 위스키를 만드는 사람들을 소개받아 이야기를 나누고 위스키 만드는 공정을 견학하는 등 사전 준비가 있었고, 그렇게 들은 이야기와 아일레이를 돌아보면서 보고 느낀 바를 섞어서 브랜디를 만들어낸 셈입니다. 싱글 몰트 위스키로 유명한 아일레이에서 브랜디를 만들어낸 셈이라고 할까요?


이야기 사이사이에 곁들여진 사진들이 참 좋습니다. 하루키의 부인이 찍은 것들이라고 하는데, 사진에서도 많은 이야기들이 튀어나오는 듯합니다. 하루키는 글로 이야기하고 부인은 사진으로 이야기를 하는 셈입니다. 위스키하면 스코틀랜드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위스키는 아일랜드에서 탄생했다고 합니다. 1920년대 만해도 아이리시 위스키가 대세였다는 것입니다. 아일랜드에서 탄생한 위스키가 스코틀랜드로 건너간 것은 15세기 무렵인데 아일랜드에 가까운 아일레이가 앞장을 섰다는 것입니다. 아일레이는 보리, 맛있는 물 그리고 이탄이라는 위스키의 삼박자가 고루 갖추어졌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스코틀랜드 위스키가 대세라고해도 위스키의 본고장 아일랜드가 이야기의 중심에 서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루키가 아일레이를 찾은 이유는 싱글 몰트 위스키하면 아일레이이기 때문인 듯합니다. 우리도 잘 아는 조니 워커나 커티 삭, 화이트 호스 등과 같은 유명한 스코틀랜드산 브랜디드 위스키 치고 아일레이의 싱글 몰트 위스키를 섞지 않는 브랜드는 없다고 합니다.


아일레이의 싱글몰트 위스키에서는 해초향이라고 하는 갯내음이 숨어있다고 합니다. 갯바람이 이탄에, 땅속에 스며든 물에, 그리고 초지에도 스며들기 때문에, 그것들을 원료로 하는 위스키에도 자연스럽게 녹아든다는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생굴이 싱글몰트 위스키를 끼얹어 먹으면 맛이 기막히다고 하는데 기회가 되면 저도 해보려합니다.


아무래도 아일레이를 가볼 기회가 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아일랜드만큼은 기회가 될 듯해서 아일랜드편을 더 열심히 읽었습니다. 하루키가 ‘아일랜드는 정말 아름다운 나라’라고 느낀 이유는 산뜻하고 드넓고 짓푸른 녹음때문이라고 합니다 그 아일랜드를 제대로 느끼려면 차를 빌려 한가롭게 시골을 돌아다니라고 충고합니다. 하루 이동거리도 짧게 하고, 마음에 드는 장소가 나타나면 발걸음을 멈춰 몇 시간이라도 멍하니 머물 수 있는 여유를 가지면 좋을 것이라고 합니다. 4시쯤에는 숙소에 들고, 6시반쯤에는 그럴 듯한 식당에 들러 메뉴를 챙겨보는.... 하루키의 말대로 율리시스적으로 심오한 아이리시 펍에 가볼 기회가 된다면 제임슨이나 튤러모어 듀와 같은 아이리시 위스키를 맛볼 기회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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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홀릭 - 유쾌한 런더너 박지영의 런던, 런더너, 런던 라이프
박지영 지음 / 푸르메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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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을 거닐다>에 이어 런던을 공부하는 책읽기입니다. 묘하게도 닮은 듯 다른 점이 있는 책이네요. <런던홀릭>은 중앙일보 문화부에서 활동하던 박지영기자가 소더비 대학원 아트 비즈니스에서 공부하면서 느낀 런던, 런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정리했습니다.


먼저 두 저자와 책이 닮은 점을 꼽아보면, 다니던 직장을 과감하게 정리하고 런던으로 떠났다는 것입니다. 다니던 직장을 정리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겪어봐서 잘 알고 있기에 해본 생각입니다. 런던에서 보고 들은 것을 정리해서 책으로 묶었다는 점도 공통점이 될 것 같습니다. 남편 혹은 남친에 대한 이야기가 자주 등정한다는 점도 공통점이라면 공통점이네요. 그리고 남자분들이 저자를 위하여 상당한 희생(?)을 하는 듯하다는 점도 공통점이라고 보이는데, 런던이기 때문인가요?


다른 점이라면 <런던을 거닐다>의 작가는 충동적 혹은 쫓기듯 런던행을 결정한 듯하지만, <런던홀릭>은 상당히 계획적으로 추진한 것으로 보입니다. 책의 구성도 이런 성격을 반영하는 것 같습니다. 앞의 책이 런던에서 겪은 이야기들을 주섬주섬 모았다가 주제에 따라 나누어 정리한 느낌이지만, 뒤의 책은 일정한 기획 아래 글쓰기가 이루어졌다는 느낌입니다. 특히 이야기를 따라가는 사진들이 이를 뒷받침한다고 보았습니다. 이야기의 깊이에서도 차이가 느껴집니다. 앞의 책은 런던에 있는 볼만한 장소보다는 남친과의 이야기가 핵심이 되는 반면, 뒤의 책은 바로 그 장소에 대하여 보다 깊숙하게 다루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런던 사람들의 생각과 삶에 접근하는 정도에 있어서도 차이가 있어 보입니다. 공부에 임하는 자세에서도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특히 외국인에 대한 런던 사람들이 배타적이라는 이야기가 꽤나 충격적으로 다가오는데 그 배경에는 런던을 찾는 사람들의 졸부적인 행태가 만들어낸 현상이라는 설명이 이해되는 측면도 있습니다. 민원서비스에 무관심하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같으면 벌써 신문에 오르내리고 결국은 직장을 잃는 불행한 상황도 예상되는 그런 모습입니다. 특히 영국 의료기관의 의료서비스에 대한 저자의 경험은 우리나라 의료서비스의 소비자들이 다시 생각해볼 점도 있다고 보입니다. 런던에 살려면 아프지 말고 병에 걸리지도 말아야 한다는 저자의 절규(?)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 같습니다.


저자가 런던에 간 것이 2007년이라는데, 2008년 우리사회를 온통 혼돈에 빠트렸던 광우병 파동에 대하여 심드렁한 것이 오히려 놀랍습니다. “물론 광우병의 최초 발생지인 영국에서 영국산 쇠고기를 먹는다는 건 좀 찝찝한 일이다. 하지만 기절초풍할 만큼 싼 가격에 양질의 고기를 먹을 수 있으니 광우병에 대한 공포는 잠시 접어두자(138쪽)”라는 저자의 생각을 광우병 발병에 문제가 없다던 미국산 쇠고기에 공황에 빠진 듯 반응하던 우리나라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합니다.


런던에서 공부하면서, 공부에만 매달리지 않고 짬을 내서 유럽을 구경한 것도 충분히 이해가 되었습니다. 물론 아이가 어려서 모두 기억을 하지 못하겠지만 그래도 많은 것을 돌아보는 것도 공부가 된다는 생각입니다. 그리스의 산토리니아 크레타섬, 이탈리아 베니스와 토스카나, 스페인의 발렌시아,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 덴하그 그리고 로테르담, 포르투갈의 리스본과 카스카이스를 다녀온 이야기도 나름대로 배울 점이 있었습니다.


이탈리아에서 빌린 차량에 대한 속도위반 벌과금이 부과된 것에 대한 저자의 대응도 재미있습니다. 저도 캐나다를 여행하면서 속도위반으로 벌금을 문 적이 있는데, 캐나다 법원과 렌터카 회사 등에 몇 차례 편지를 보내 항의한 끝에 렌터카 회사에서 일부를 돌려받은 기억이 있습니다. 벌금을 돌려받으셨기를 기원합니다. 이야기 곳곳에서 드러나는 저자의 적극적인 생활태도를 보면 충분히 가능하리라 믿습니다.


런던과 런던에 사는 사람들에 대하여 많은 것을 배우는 좋은 책읽기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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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소가 된 인간 - 나는 어떻게 인간의 삶으로부터 자유로워졌는가
토머스 트웨이츠 지음, 황성원 옮김 / 책세상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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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도 제목이려니와 언덕에서 풀을 뜯고 있는 염소 무리 속에 섞여 있는 인간의 기묘한 자세가 참 기상천외하다는 느낌이 들어 읽게 되었습니다. 스포일러가 되는 셈이지만, 염소처럼 걷고 먹는 생활을 해보겠다는 생각을 한 저자도 참 대단하지만, 그런 계획에 돈을 대주는 영국사회가 더 대단하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다양한 기획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아온 저자는 빅토리아 앨버트 박물관에 영구적으로 소장하기로 한 토스터 프로젝트의 성공 이후 참신한 기획이 떠오르지 않아 몸살을 앓았던 모양입니다. 텔레비전에 출연하고, 책을 내는 등, 어찌 보면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것에 목을 맨 사람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염소되기 프로젝트의 출발은 ‘인간세계와 생활 세계의 복잡다단함에서 벗어나보기’였다고 합니다. 그리하여 ‘지구 위를 가볍게 밟고 서서 유혈이 낭자하는 어떤 고통도 유발하지 않고, 온 사방에서 자라는 녹색식물에서 만족스럽게 자양분을 얻으며 지내보기, 풀을 조금씩 뜯어먹고 땅 위에서 잠을 자며 주위에 있는 것들에 동화된 채 살아보기’로 정하였습니다. 처음 기획단계에서는 코끼리가 되어보기로 하고, 웰컴트러스트에 제안서를 보냈더니, ‘훌륭한 실적을 가진 실험적인 디자이너의 경이로울 정도로 열정 가득한 아이디어’라고 인정받았다고 합니다. 역시 ‘실적’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코끼리가 되어 보겠다는 생각은 전적으로 디자이너로서의 실용적 고려가 우선했던 것인데, 실제로 남아프리카공화국에 갔을 때 코끼리를 직접 보니 극복해야 할 난점이 수두룩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결정적인 것은 ‘한마디로 멍청한 짓’이라는 주술사의 조언이 결정타가 되어 ‘코끼리 되기’를 접고, ‘염소 되기’가 대안으로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니까 임기응변이 뛰어나다고 할 수는 있겠지만 다분히 어떤 일이고 충분하고 깊이있게 생각하는 유형은 아니지 싶습니다. 세상을 즉흥적으로 살아가는 사람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기획단계에서부터 촬영팀이 동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세상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일에 민감한 유형의 사람입니다. 그의 전작 토스터 프로젝트를 보지 않았지만 일단 기획이 시작되면 자료조사 등 밑작업을 진행하고 필요한 부품을 디자인해서 제작하고 기획을 실행하기까지 필요하면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는 과정까지 세세하게 기록하였습니다. 발상은 즉흥적일지 모르나 일을 추진하는 과정은 치밀한 듯합니다.


<염소가 된 인간>에서는 영혼, 마음, 몸, 내장, 염소의 삶이라는 다섯 가지 주제를 차례로 다루었습니다. 문제는 인간의 시각으로 염소의 생각과 삶을 추론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 염소가 되어본다는 발상인데 지금까지 어느 인간도 염소와 직접 대화하여 그들을 이해해본 사람이 없으므로 여전히 인간의 시각으로 해석한 것에 불과하지 않나 싶습니다.


이 책에 실린 사진을 보면 염소 무리에 들어간 그를 보고 다가온 염소가 그와 접촉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그와 같은 염소의 행동을 보고는 자신이 염소에 동화되었다고 말하는 것도 어찌 보면 착각일 수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 염소로부터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직접 들은 바가 없기 때문입니다.


염소와 골격마저도 다른 인간이 염소처럼 행동하기 위하여 의족을 달고 네발로 걷는다고 해서 전체의 체형이 염소와 전혀 닮지도 않았는데 염소가 동료라고 생각했을까 싶습니다. 그저 ‘너 누구니?’하는 호기심의 발로에 불과하였을 것 같습니다. 자주 보는 목동도 아니고 갑자기 나타나 잠시 동행한 사이에 동질감을 느낄 이유가 있었을까요?


책의 전반부는 염소와 인간의 진화와 관련된 이야기들이 정리되어 있고, 후반부에는 염소처럼 행동하기 위하여 의족을 제작하여 익히는 과정과 알프스 산록에서 염소와 동행하는 과정을 많은 사진과 함께 보여줍니다. 책을 읽고 난 뒤의 느낌은 글쎄요.... 그렇게까지 해보아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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