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소가 된 인간 - 나는 어떻게 인간의 삶으로부터 자유로워졌는가
토머스 트웨이츠 지음, 황성원 옮김 / 책세상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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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도 제목이려니와 언덕에서 풀을 뜯고 있는 염소 무리 속에 섞여 있는 인간의 기묘한 자세가 참 기상천외하다는 느낌이 들어 읽게 되었습니다. 스포일러가 되는 셈이지만, 염소처럼 걷고 먹는 생활을 해보겠다는 생각을 한 저자도 참 대단하지만, 그런 계획에 돈을 대주는 영국사회가 더 대단하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다양한 기획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아온 저자는 빅토리아 앨버트 박물관에 영구적으로 소장하기로 한 토스터 프로젝트의 성공 이후 참신한 기획이 떠오르지 않아 몸살을 앓았던 모양입니다. 텔레비전에 출연하고, 책을 내는 등, 어찌 보면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것에 목을 맨 사람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염소되기 프로젝트의 출발은 ‘인간세계와 생활 세계의 복잡다단함에서 벗어나보기’였다고 합니다. 그리하여 ‘지구 위를 가볍게 밟고 서서 유혈이 낭자하는 어떤 고통도 유발하지 않고, 온 사방에서 자라는 녹색식물에서 만족스럽게 자양분을 얻으며 지내보기, 풀을 조금씩 뜯어먹고 땅 위에서 잠을 자며 주위에 있는 것들에 동화된 채 살아보기’로 정하였습니다. 처음 기획단계에서는 코끼리가 되어보기로 하고, 웰컴트러스트에 제안서를 보냈더니, ‘훌륭한 실적을 가진 실험적인 디자이너의 경이로울 정도로 열정 가득한 아이디어’라고 인정받았다고 합니다. 역시 ‘실적’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코끼리가 되어 보겠다는 생각은 전적으로 디자이너로서의 실용적 고려가 우선했던 것인데, 실제로 남아프리카공화국에 갔을 때 코끼리를 직접 보니 극복해야 할 난점이 수두룩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결정적인 것은 ‘한마디로 멍청한 짓’이라는 주술사의 조언이 결정타가 되어 ‘코끼리 되기’를 접고, ‘염소 되기’가 대안으로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니까 임기응변이 뛰어나다고 할 수는 있겠지만 다분히 어떤 일이고 충분하고 깊이있게 생각하는 유형은 아니지 싶습니다. 세상을 즉흥적으로 살아가는 사람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기획단계에서부터 촬영팀이 동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세상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일에 민감한 유형의 사람입니다. 그의 전작 토스터 프로젝트를 보지 않았지만 일단 기획이 시작되면 자료조사 등 밑작업을 진행하고 필요한 부품을 디자인해서 제작하고 기획을 실행하기까지 필요하면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는 과정까지 세세하게 기록하였습니다. 발상은 즉흥적일지 모르나 일을 추진하는 과정은 치밀한 듯합니다.


<염소가 된 인간>에서는 영혼, 마음, 몸, 내장, 염소의 삶이라는 다섯 가지 주제를 차례로 다루었습니다. 문제는 인간의 시각으로 염소의 생각과 삶을 추론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 염소가 되어본다는 발상인데 지금까지 어느 인간도 염소와 직접 대화하여 그들을 이해해본 사람이 없으므로 여전히 인간의 시각으로 해석한 것에 불과하지 않나 싶습니다.


이 책에 실린 사진을 보면 염소 무리에 들어간 그를 보고 다가온 염소가 그와 접촉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그와 같은 염소의 행동을 보고는 자신이 염소에 동화되었다고 말하는 것도 어찌 보면 착각일 수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 염소로부터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직접 들은 바가 없기 때문입니다.


염소와 골격마저도 다른 인간이 염소처럼 행동하기 위하여 의족을 달고 네발로 걷는다고 해서 전체의 체형이 염소와 전혀 닮지도 않았는데 염소가 동료라고 생각했을까 싶습니다. 그저 ‘너 누구니?’하는 호기심의 발로에 불과하였을 것 같습니다. 자주 보는 목동도 아니고 갑자기 나타나 잠시 동행한 사이에 동질감을 느낄 이유가 있었을까요?


책의 전반부는 염소와 인간의 진화와 관련된 이야기들이 정리되어 있고, 후반부에는 염소처럼 행동하기 위하여 의족을 제작하여 익히는 과정과 알프스 산록에서 염소와 동행하는 과정을 많은 사진과 함께 보여줍니다. 책을 읽고 난 뒤의 느낌은 글쎄요.... 그렇게까지 해보아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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