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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리시스
제임스 조이스 지음, 김종건 옮김 / 생각의나무 / 2011년 10월
평점 :
품절
제임스 조이스를 새삼 인식하게 된 것은 15년 가을이던가 크로아티아의 풀라에 갔을 때, 세르기우스 개선문 옆 카페 테라스에 앉아 있는 좌상을 만나면서입니다. 스물두 살이 되던 해 만난 노라 바너클과 함께 사랑의 도피행에 오른 조이스가 런던, 취리히, 트리에스테를 거쳐 이곳에 정착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곳에서 더불린 사람들에 포함된 몇 편의 단편을 썼다고 합니다. 그리고도 한참 지나서야 <더블린 사람들; http://blog.joins.com/yang412/15019313>을 읽었고, 이제 <율리시스>를 읽게 된 것입니다.
일단은 1324쪽에 달하는 엄청난 부피와 크기에서 중압감을 받게 됩니다. 게다가 앞에 둔 ‘옮긴이의 글’에서는 <율리시스>를 ‘언어적 주술의 아수라장’이라고 규정하였습니다. 그리고는 ‘<율리시스>의 언어적 유희 가운데서는 소위 응축어가 태반인데, 이들은 마치 페넬로페의 베틀처럼 시공간을 초월하여 인간의 종교, 역사, 신학, 과학, 문학, 민속, 전설 등의 실올을 짜고 또 짜간다(12쪽)’라고 이유를 설명합니다. 번역이 그만큼 어렵다는 하소연이며, <율리시스>를 읽기를 성서 읽듯 해달라는 주문을 곁들입니다. 꼼꼼히 읽되 세부에 매달리지 말고 큰 틀에서 바라보라는 설명입니다.
잘 알려진 것처럼 율리시스는 호머의 대 서사시 <오디세이아>를 토대로 구성된 것입니다. 율리우스는 트로이의 전쟁영웅 오디세이아의 영어식 이름인 셈입니다.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를 따라 텔레마키아, 율리우스의 방황, 그리고 귀향의 3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모두 18장으로 구성된 이야기는 1904년 6월 16일(소위 블룸즈 데이) 오전 8시부터 17일 새벽 2시 블룸의 집에서 이야기를 마무리하기까지 만 하루도 되지 않는 시간동안 리오폴드 블룸과 스티븐 데덜러스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상황을 그려냈습니다.
먼저 스티븐의 이야기가 3개의 장에 걸쳐 전개되고, 이어서 블룸의 이야기가 11개의 장에 걸쳐 전개되고, 제15장에서는 두 사람이 같이 등장합니다. 두 사람의 이야기는 더블린 시내의 주요 장소는 물론 거리를 따라 이동하면서 전개되기 때문에 율리우스의 방황에 해당하는 모습을 보여주고는 있습니다만, 정황이 정확하게 일치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읽는 이에 따라서는 오디세이아와 비교해가면서 읽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오디세우스와 그 아들 텔레마코스 그리고 아내 페넬로페 사이의 관계를 고려하였을 때 블룸과 그의 아내 몰리 사이의 복잡한 관계를 직접 비교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는 생각입니다.
모두 18개의 장에는 주제가 되는 분야가 다양하게 배치되어 있을 뿐 아니라 상징이 되는 등장인물이 있고, 문장의 구성도 달리하는 등 변화무쌍하기 때문에 엄청난 부피에 비하면 빠르게 읽어나갈 수 있습니다. 매 쪽마다 붙어있는 각주에 매달리다 보면 읽어가는 호흡이 끊어질 수도 있으니, 읽는 흐름에 따라서 조절을 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100명이 넘는 등장인물 역시 말미에 정리되어 있습니다만, 주요인물만 정리되어 있을 뿐, 의인화된 사물이나 무형의 존재들도 등장하기 때문에 그 의미를 새기는 것도 쉽지는 않은 일이었습니다.
지난 달에 더블린에 갈 기회가 있는데, <율리시스>에 등장하는 장소는 가보지 못하였습니다. 단체여행인만큼 한계를 어쩔 수 없었습니다.
<율리시스>는 <더블린 사람들>과 함께 더블린에 대한 제임스 조이스의 애정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