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으로 인도하는 질문여행 - 내 삶에 대한 물음표. 인도에 가면 답을 찾을 수 있다.
전명윤 지음, 대한항공 기획 / 홍익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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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참 총기있다는 생각을 두 번 하게 됩니다. 처음에 골랐을 때는 막연했지만 인도여행에 관한 이야기 같은데 독특하다는 느낌이 들었고, 책을 읽은 뒤에는 작가의 기획의도를 제대로 담은 제목이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출판사 리뷰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인도를 찾아가는 이유에는 세 가지가 있다고 한다. 1) 현실이 막막하고 힘들 때 깨달음을 얻고 싶다. 2) 낯설고 신비로운 풍경과 문화를 접하고 싶다. 3) 아직 보이지 않는 나의 길을 찾는다. 이 모든 걸 충족시키고 싶다면? 지금 『생각으로 인도하는 질문여행』을 만나라.” 그러니까 인도여행을 꿈꾸는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채워줄 수 있다는 자신감(?) 넘친다고 해도 되나요?


실제로 인도여행기를 읽다보면 막막한 현실을 도피하기 위해서 찾았던 인도에서 해답을 얻었다는 내용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대륙의 끝에 위치해서 온갖 문화가 모여들어 잡탕을 이루고 있다고 합니다만, 인도 역시 유라시아 대륙에서 남쪽으로 튀어나온 탓인지, 우리나라보다 더한 듯합니다. 마지막 이유는 고차원적인 느낌입니다. 하지만 인도는 싯다르타가 깨달음을 얻은 곳 아니겠습니까? 깨달음을 얻으려면 자신에게 많은 질문을 던져야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데 착안을 했던 것 같습니다.


책을 열어 목차를 먼저 만나면, 인도 각지의 15곳을 요약한 작은 제목이 흥미롭습니다. 델리, 타지마할, 뭄바이, 바라나시처럼 잘 알고 있거나 들어본 장소도 있습니다만, 나머지는 처음 들어보는 곳입니다. 그리고 책 말미에 붙여둔 지도를 보면 15곳이 인도땅 전역에 흩어져 있어서 이 장소들을 꿰어서 다녀 보려해도 쉽지 않은 노릇일 듯합니다. 그만큼 인도여행에 쌓은 작가의 내공이 짐작되는 일면입니다. 작가 역시 실연후 처음 인도를 찾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일궈낸 성과이니 시작은 막막했지만, 끝은 창대해지고 있는 셈인가요?


작가는 인도에서 가봄직한 장소 열다섯 곳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 다음에 몇 쪽에 걸쳐서 그곳에서 가져봄직한 질문과 답을 몇 쪽에 걸쳐 쏟아냅니다. 그냥이 아니라 그럴듯한 사진을 곁들이고 있는데, 사진이 참 좋습니다. 순간 포착도 좋고, 질문의 요지를 잘 담아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인도여행이 시작되는 장소 델리에서의 마지막 한 마디가 눈길을 끌었습니다. “여행의 길 위에선 눈앞의 기회에 자신을 던져봐요. 두려움 때문에 소중한 것을 놓칠 순 없으니(23쪽)” 사실 여행지에 대한 설명보다 오히려 부록처럼 붙여둔 질문과 답이 더 흥미롭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런가하면 파키스탄으로 연결되는 통로에 있는 자이살메르에서 도시의 흥망성쇠를 이야기하는 대목도 좋습니다. “도시란 늘 변한다. 사람의 인생과 비슷해, 생성됐다가 커지는가 하면 결국은 쇠망한다. 영원무궁할 것 같았던 번영의 자이살메르는 무역로가 바닷길로 바뀌면서 한 차례 타격을 받았고, 인도와 파키스탄이 분단되며 아예 무역 거점으로서의 생명 자체가 끊어졌다.(168쪽)” 12세기에는 작은 왕국의 수도로서 영화를 누렸던 자이살메르가 스러졌다가 최근에 다시 관광의 명소로 부상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가하면 인도는 상하의 나라라는 잘못된 생각을 바로잡는 대목도 있습니다. 인도의 계절은 봄,여름,장마,가을,겨울,선선한 계절의 여섯으로 나뉜다고 합니다. 11월 중순에서 1월 중순까지가 겨울인데, 12월 한 달이 혹한기로 북인도 평원은 섭씨 4도까지 떨어진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기온과 비교해보면 혹한도 아닌 것 같습니다. 그래도 기억해둘 필요가 있겠습니다. 조만간에는 가볼 생각을 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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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의 유혹 - 에코의 즐거운 상상 3
움베르토 에코 지음, 조형준 옮김 / 새물결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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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는 사람은 글쓰기에 관한 책의 유혹을 뿌리치기가 어렵습니다. 움베르토 에코와 같은 글쓰기의 대가가 쓴 책이라면 더욱 그러합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제목에 낚인 느낌이 조금 남습니다. 이 책의 원제는 <거울과 그 밖의 다른 현상에 관해: 기호, 재현, 환상, 상상> 가운데서 이탈리아어 권 밖의 독자를 위해 따로 묶은 독일어판 선집을 옮긴 것이라고 옮긴이는 설명합니다.


저자는 ‘이 책에는 미학 논문, 대중문화를 분석하고 있는 글, 텍스트비평 논문 그리고 철학 논문과 기호학 논문이 들어 있다.(9쪽)’라고 설명합니다. 강연이나 학술대회, 혹은 청탁에 의한 기고문 등을 모아 엮었다는 것입니다. 그 가운데 ‘글쓰기의 유혹’이라는 글의 제목에서 우리말로 옮긴 이 책의 제목을 따왔다고 했습니다. 학술적인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 만큼 만만치 않은 책읽기였습니다. “부제인 ‘기호, 재현, 환상, 상상’은 이 책이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적 상상력 문제(341쪽)”를 다루고 있다고 옮긴이는 설명합니다.


모두 14꼭지의 글을 세 묶음으로 나누었습니다. 서론부분에 해당하는 ‘예술과 매스미디어 우주의 시리즈 문제: 미학에서 시학으로’에서는 주로 현대의 매스미디어 문화에 관하여 논합니다. “현대의 매스미디어 문화가 제기한 몇 가지 예술적-미학적 문제를 검토하면서 이러한 매스미디어 문화를 조망할 수 있는 새로운 문제틀을 정식화(345쪽)”하고 있다고 옮긴이는 설명합니다.


기왕 유혹을 당했으니, 제1부 “세계를 얼마나 다양하게 서술할 수 있을까”에 들어있는 ‘글쓰기의 유혹’이라는 제목의 글을 생각해봅니다. 이 글은 파리의 갈레리 나쇼날 뒤 그랑 팔레에서 열린 글쓰기의 탄생을 주제로 한 전람회에 대한 단상을 적었습니다. 수메르, 아시리아, 그리고 바빌로니아의 상형문자가 기록된 점토판을 비롯하여 이집트의 상형문자 등을 전시한 전람회였던 모양입니다. 필자는 과연 글쓰기를 배운 사람만이 축복을 받을 수 있는지 고민해본 것 같습니다. 플라톤은 <파이드리아>에서 글자의 발명에 관한 파라오와 토트신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파라오는 토트 신이 글자를 고안했다고 질책을 했는데, 그 이유는 인간은 다시 자신의 생각과 기억을 계발할 수 없게 될 것으로 보았기 때문입니다. 전혀 틀린 말은 아닙니다만, 글쓰기를 배우지 않은 소크라테스의 말도 플라톤에 의하여 채록되어 전해질 수 있는 것은 역시 글로 남겨질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요?


필자가 기호학자임을 고려할 때, 당연히 인간의 생각을 남길 수 있는 기호, 즉 문자에 대하여 우호적일 수밖에 없다는 한계가 느껴지면서도 공감하는 대목입니다. 글쓰기의 유혹에 대한 저자의 결론은 이렇습니다. “글쓰기는 정보를 기록하기 위해 고안되었으나 즉시 이데올로기적 기능도 넘겨받기 시작했다. 제의를 찬미하고 법을 확정하고 특권을 강조하기 위해 수없이 많은 글이 씌어졌다.(117쪽)” 즉 사람들이 글쓰기를 통하여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적을 수 있게 되는 것보다 특정한 목적의 글쓰기가 선행되었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제3부 “세계에 대하 요모조모 생각해보기”에서는 보르헤스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읽을 수 있습니다. 보르헤스와 돈 이시드로 파로디가 함께 쓴 탐정이야기가 그때까지의 글쓰기와는 다른 창조적 글쓰기였다고 말합니다. ‘보르헤스의 우주는 다양한 사람과 정신이 도서관의 법칙에 따라 사고하고 있는 세계(273쪽)라고 정의한 에코는 그 법칙은 신실증주의 과학의 법칙이 아니라 비논리가 정신과 세계의 법칙을 모두 지배하는 역설적 법칙이라 했습니다. 보르헤스의 우주는 연출, 즉 픽션의 법칙에 다라 움직이는 것이었다고 보았습니다. 에코의 소설 ’장미의 이름‘은 보르헤스의 ’바벨의 도서관‘에 헌정하는 작품으로 이해해도 될 것 같습니다. 그밖에도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에 대한 에코의 설명도 남음이 있는 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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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도살장
커트 보네거트 지음, 박웅희 옮김 / 아이필드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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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 최고의 책> 때문에 읽게 되었습니다. 10명의 회원들로 구성된 북클럽 회원들 가운데 아내를 여윈 존이 선택한 책입니다. 아내와의 인연을 엮어준 책이었기 때문에 존은 인생의 최고의 책으로 <제5도살장>을 꼽았던 것입니다. 그래서 작가는 ‘하지만 그녀는 돌아보았고, 나는 그 때문에 그녀가 좋다. 얼마나 인간적인가’라는 대목을 뽑아 10월의 글로 삼았습니다. 한편 작가가 이 책을 고른 이유는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장치로 활용하기 위해서입니다.


무명의 SF작가 커트 보네거트를 주목받는 작가로 만들어준 소설입니다. 아마도 베트남전쟁 당시 미국사회를 휩쓸고 있던 반전 분위기 덕을 보았을 수도 있습니다. 모티프는 스무살이 되던 1943년 징집되어 유럽전선에 투입된 작가가 1944년 12월 22일 벌지전투에서 포로가 되어 드레스덴에 있는 포로수용소에 갇히게 되었는데, 그 수용소가 바로 ‘제5 도살장’이라는 이름이었습니다. 그렇게 종전이 되었으면 이 특별한 책이 나오지 않았을 것입니다. 1945년 2월 13일부터 17일까지 미국과 영국의 항공기 800대가 대대적인 폭격을 가해 무려 13만명이 죽고 아름다운 도시가 초토화되었습니다. 보네거트를 비롯하여 <제5 도살장>의 등장인물들은 지하의 고기 저장고에 있었던 덕분에 죽음을 모면할 수 있었습니다. 드레스덴의 참사를 목격한 보니거트가 평화주의자가 된 것은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


<내 인생 최고의 책>에서는 <제5 도살장>에서 주목해야 할 장치가 바로 빌리 필그림의 ‘시간으로부터의 이탈’입니다. 빌리가 현실을 도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만들어낸 환상의 세계가 트라팔마도어 행성입니다. 지구로부터 500만km 떨어진 트라팔마도어행성의 사람들은 4차원을 초월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시간을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그들에게 모든 시간은 시간일 뿐 변하기 않습니다. 즉,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모든 순간이 시간 속에서 일어나고 또 일어나곤 합니다. 트라팔마도어행성은 드레스덴의 충격으로 PTSD를 앓게 된 빌 리가 현실세계로부터 도피하려고 만들어낸 환상의 세계일뿐입니다. 작가는 빌 리가 시간과 장소를 마음대로 이동하는 것으로 그렸습니다. 인간은 자유의지로 움직이는 존재임을 드러낸 것입니다.


<제5 도살장>에는 ‘아이들의 십자군 전쟁, 죽음과 추는 의무적인 춤’이라는 부제가 달려있습니다. 작가로서는 드레스덴의 충격적인 학살을 정리하기 위하여 많은 글을 쓰고 버렸던 것인데, 드레스덴의 수용소생활을 같이한 전우 버나드 V. 오헤어의 부인 메리가 ‘당신들은 그때 젖비린내 나는 애들에 불과했어요’라는 비난에서 이야기의 흐름을 정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철부지였을 10대에 겪은 참상을 어른의 시각에서 재구성할 것이 아니냐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의 시각에서 작품을 구성하겠다는 의지의 표시로 ‘아이들의 십자군 전쟁’이라는 제목이 정해진 것입니다. 물론 제목이 되지는 못했습니다만....


‘십자군’이란 단어에 숨어 있는 의미는 그들이 단지 무지하고 미개한 사람들이었을 뿐 아니라, 그들의 동기 역시 편협하기 이를 데 없는 신앙이었으며, 그들이 지나는 길은 피와 눈물의 길이었다는 것을 암시합니다. 200만 유럽인들이 수백만의 재화를 투입한 십자군전쟁에 나서서 얻은 것이라고는 고작 팔레스티나를 100년여를 소유한 것 뿐이라고 합니다.


사실 보고 들은 것을 그대로 활자로 옮기면 책을 만들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 책이 읽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가 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인 것입니다. 저자 역시 이런 점을 깨달았던 것 같습니다. 이런 부분입니다. “23년전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집에 돌아왔을 때에는 드레스덴 파괴에 대해 쉽게 쓸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내가 목격했던 것을 그대로 보고하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는 또 그것이 명작이 되거나, 그렇게까지 못 되더라도 큰 돈벌이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주제가 워낙 거창했으니까(11쪽)”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음에는 그리 많은 말이 떠오르지 않았고, 취재 끝에 썼다가 버린 원고만도 엄청났던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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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한번 가고 싶은 이스라엘 - SBS 방송작가 김종철과 함께 떠나는 여행
김종철 지음 / 베드로서원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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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가 사라져버린 5000년 성서의 나라’라는 부제가 달린 <이스라엘>에 이어 김종철작가의 이스라엘에 대한 책을 또 읽게 되었습니다. 저자는 지난 10년 동안 이스라엘을 무려 20여 차례 찾았다고 하는데, 그 여행을 통하여 얻은 경험에 이스라엘에 대한 역사적 문화적 지식들 버무려 저술한 책이 무려 50여 권에 달한다고 합니다. 두 권의 이스라엘에 관한 작가의 책을 읽다보면 가끔씩 겹친다는 느낌이 드는 대목이 있습니다. 하지만 전체의 분위기는 분명 전혀 다르다는 결론을 얻게 됩니다.


<꼭 한번 가고 싶은 이스라엘>은 책읽는 이의 시각에서 ‘꼭 한번 가고 싶은’ 생각이 들었으면 하는 작가의 희망을 담은 제목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이스라엘은 꼭 한번 가봐야 할 나라이다. 크리스천이든 크리스천이 아니든 상관이 없다’라고 머리말의 서두에 적었을 것입니다. 사실 이스라엘은 전쟁의 한 가운데 있는 국가라서 여행해도 좋을까 하는 불안함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노클링의 천국 홍해의 연안에 있는 에일랏은 관광객들이 몰려드는 지상낙원이라 부를 정도로 여유가 넘친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예루살렘의 올드 시티는 거대한 타임캡슐이라고 불러도 될만큼 고대문명이 남긴 유물을 볼 수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크리스천이 아니라도 찾아갈 이유가 분명히 있다고 하겠습니다. 크리스천이라면 당연히 성서에 담긴 이야기를 현장에서 직접 느껴보기 위한 성지순례로 다녀올 이유가 있다고 합니다. 2차원적인 성서와는 달리 성지는 3차원 공간인데 그곳에서 성령을 만나게 된다면 4차원의 세계를 경험하는 셈이라고 합니다. ‘이스라엘은 단지 세계지도 속에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는 단순한 나라가 아니라 기독교 역사의 현장이자 성경의 현실적인 배경이다.’라고 머리말의 결론을 맺어두었습니다.


저자는 책읽는 이를 예루살렘의 곳곳으로 안내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예루살렘의 역사적 배경을 시작으로 유대사원 자리에 지은 이슬람사원인 황금사원, 예수께서 십자가를 지고 걸었던 비아 돌로로사, 십자가에 매달렸던 골고다 언덕, 통곡의 벽, 시온산과 감람산, 예루살렘의 성벽을 넘어 외곽지역까지 샅샅히 안내한 다음에는, 에인케렘, 베들레헴, 헤브론, 세겜, 여리고, 유대광야, 마사다, 길릴리, 나사렛, 갈멜산에 이르기까지 기독교 신자가 아니더라도 한번쯤을 들어보았을 곳으로 향합니다.


자유여행을 했던 저자는 가장 민감한 지역이라는 헤브론에 갈때는 방탄조끼를 입고 갈 정도였다고 하는데, 단체여행객의 경우는 비교적 안전하다고 해서 조금은 위안이 될 듯합니다. 네게브 사막을 비롯하여 척박할 것 같은 이스라엘에도 헤브론 같은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 있다고 합니다. 이집트를 떠난 유대사람들에게 헤브론이 바로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이었던 모양입니다.


책읽는 이가 마지막으로 도착하는 곳은 텔아비브입니다. 1967년 6일 전쟁에서 빼앗은 예루살렘을 수도로 정하였지만,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8년 이스라엘이 건국을 할 때 바로 텔아비브를 중심으로 하였기 때문에 텔아비브는 여전히 국제도시로 성장하고 있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국가들이 주이스라엘 대사관을 텔아비브에 두고 있는 것은 비록 예루살렘이 수도이지만, 이스라엘의 점령지인 예루살렘을 수도로 인정하게 되면 아랍세계의 반발을 불러올 것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목차 뒤에 둔 지도에서 이스라엘 여행에 대한 개괄을 정리한 다음 저자의 안내에 따라 여행을 시작하면 됩니다. 각각의 지역에 있는 대표적인 유물로 안내하고, 유물에 얽힌 성경이야기 혹은 역사이야기를 잘 요약하여 설명하고 있습니다. 작가가 크리스천인 듯하지만 굳이 기독교의 입장을 강변하지는 않습니다. 그저 성경과 역사에 충실한 설명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그래도 아브라함에 아내 사라의 무덤을 쓰기 위하여 헷부족으로부터 400세겔을 주고 막벨라동굴을 샀다는 성경기록을 토대로 이스라엘의 영토에 대한 권한을 주장한다는 것은 지나치지 않는가 싶습니다. 겨우 한 사람의 몸을 눕힐 수 있는 땅을 엄청나게 뻥튀기하여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 타당한가 해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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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엄한 죽음
최철주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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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것이지만, 그래도 아름답게 마무리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 길을 알려주는 책이라면 꼭 읽어야 속이 풀리곤 합니다. <존엄한 죽음>은 중앙방송 대표이사까지 지낸 언론인 최철주님이 오랫동안 취재해온 존엄한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사실 저는 일본에서 건너온 존엄사라는 용어가 별로 마음에 와닿지 않습니다. 차라리 ‘삶의 아름다운 마무리’라고 풀어쓰거나, 아니면 영어의 웰다잉(well dying)을 그대로 옮겨서 ‘잘 죽기’라고 하는 편이 낫겠다 싶습니다.


인식이 많이 개선되기는 했지만, 죽음은 여전히 낯설어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죽음에 관하여 솔직하게 말하는 것을 꺼려하는 것은 여전합니다. 그런 죽음에 관한 책을 세권째 내고 있다니 저자도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멋진 죽음에 관한 글을 쓰면서 저자는 우리의 살아가는 모습을 먼저 짚어냅니다. 그리고 우리는 어떻게 죽어가는가를 설명하고, 드디어 존엄한 죽음에 마음을 열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마지막으로는 우리는 어디로 가야하는가를 설명합니다.


멋진 죽음에 관한 강의로 자주 하고 있다는 아무래도 강의를 듣는 사람들이 죽음에 대하여 실감하지 못하는 분위기를 느끼면 가족 이야기를 꺼내기도 한다고 합니다. 사실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쉬울 수 있어도 가족 이야기를 꺼내기란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저자는 죽음을 맞을 준비를 미리 해야 한다고 역설합니다. 그 준비라는 것의 핵심은 죽음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미리 밝혀두면 아무래도 자신의 죽음을 지켜야 할 가족들이 부딪힐 수도 있는 어려운 문제를 쉽게 풀어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 준비에는 사전의료의향서와 연명치료중단에 관한 것들이 포함됩니다. 물론 저자가 짚고 있습니다만, 그렇게 분명한 의사를 밝히고 심지어는 문서로까지 확실하게 해두었다고 하더라고 자녀들이 이를 무시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합니다.


물론 자녀 입장에서는 부모의 죽음을 결정한다는 것이 불효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회복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약물에 의존하여 식물인간의 상태로 근근이 버티는 것도 부모를 고통스럽게 하는 것이니 불효라고 할 수 있습니다.


죽어가는 사람 역시 남을 사람을 위하여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저자가 인용한 행복전도사 최윤희씨와 그녀의 남편의 죽음은 저자의 말대로 충격이 아닐 수 없습니다. 희귀질환을 앓고 있던 그녀는 남편과 함께 목숨을 끊었는데, 유서에는 남편과 함께 동반여행을 떠난다고, 남편에게 미안하고 고맙다고 적었답니다. 설사 남편이 따라 죽겠다고 해도 말려야 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런 분이 남에게 행복을 전도한다고 했던 것이 믿어지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가정에서 숨을 거두는 경우도 법적으로는 자연사로 보지 않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따라서 병사의 경우라도 오랫동안 진료를 담당했던 의사의 판단에 따른 사망진단서를 발부받을 수 없닺다면, 일단 변사의 가능성을 배제하기 위하여 전문가가 발부하는 사체검안서를 받아야 장례가 가능하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가정에서 죽음을 맞는 것이 쉽지가 않을뿐더러 장례 역시 병원장례식장을 선호하기 때문에 죽음에 임박해서 병원을 찾는 아이러니한 일이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습니다.


스스로의 존엄을 지키는 것도 자신에게 달려있습니다. 저자의 말씀대로 삶에서 아무런 노력 없이 공짜로 인간대접을 받을 수 없는 것처럼 죽음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존엄한 죽음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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