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엄한 죽음
최철주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7년 2월
평점 :
절판


죽음은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것이지만, 그래도 아름답게 마무리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 길을 알려주는 책이라면 꼭 읽어야 속이 풀리곤 합니다. <존엄한 죽음>은 중앙방송 대표이사까지 지낸 언론인 최철주님이 오랫동안 취재해온 존엄한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사실 저는 일본에서 건너온 존엄사라는 용어가 별로 마음에 와닿지 않습니다. 차라리 ‘삶의 아름다운 마무리’라고 풀어쓰거나, 아니면 영어의 웰다잉(well dying)을 그대로 옮겨서 ‘잘 죽기’라고 하는 편이 낫겠다 싶습니다.


인식이 많이 개선되기는 했지만, 죽음은 여전히 낯설어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죽음에 관하여 솔직하게 말하는 것을 꺼려하는 것은 여전합니다. 그런 죽음에 관한 책을 세권째 내고 있다니 저자도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멋진 죽음에 관한 글을 쓰면서 저자는 우리의 살아가는 모습을 먼저 짚어냅니다. 그리고 우리는 어떻게 죽어가는가를 설명하고, 드디어 존엄한 죽음에 마음을 열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마지막으로는 우리는 어디로 가야하는가를 설명합니다.


멋진 죽음에 관한 강의로 자주 하고 있다는 아무래도 강의를 듣는 사람들이 죽음에 대하여 실감하지 못하는 분위기를 느끼면 가족 이야기를 꺼내기도 한다고 합니다. 사실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쉬울 수 있어도 가족 이야기를 꺼내기란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저자는 죽음을 맞을 준비를 미리 해야 한다고 역설합니다. 그 준비라는 것의 핵심은 죽음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미리 밝혀두면 아무래도 자신의 죽음을 지켜야 할 가족들이 부딪힐 수도 있는 어려운 문제를 쉽게 풀어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 준비에는 사전의료의향서와 연명치료중단에 관한 것들이 포함됩니다. 물론 저자가 짚고 있습니다만, 그렇게 분명한 의사를 밝히고 심지어는 문서로까지 확실하게 해두었다고 하더라고 자녀들이 이를 무시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합니다.


물론 자녀 입장에서는 부모의 죽음을 결정한다는 것이 불효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회복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약물에 의존하여 식물인간의 상태로 근근이 버티는 것도 부모를 고통스럽게 하는 것이니 불효라고 할 수 있습니다.


죽어가는 사람 역시 남을 사람을 위하여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저자가 인용한 행복전도사 최윤희씨와 그녀의 남편의 죽음은 저자의 말대로 충격이 아닐 수 없습니다. 희귀질환을 앓고 있던 그녀는 남편과 함께 목숨을 끊었는데, 유서에는 남편과 함께 동반여행을 떠난다고, 남편에게 미안하고 고맙다고 적었답니다. 설사 남편이 따라 죽겠다고 해도 말려야 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런 분이 남에게 행복을 전도한다고 했던 것이 믿어지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가정에서 숨을 거두는 경우도 법적으로는 자연사로 보지 않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따라서 병사의 경우라도 오랫동안 진료를 담당했던 의사의 판단에 따른 사망진단서를 발부받을 수 없닺다면, 일단 변사의 가능성을 배제하기 위하여 전문가가 발부하는 사체검안서를 받아야 장례가 가능하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가정에서 죽음을 맞는 것이 쉽지가 않을뿐더러 장례 역시 병원장례식장을 선호하기 때문에 죽음에 임박해서 병원을 찾는 아이러니한 일이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습니다.


스스로의 존엄을 지키는 것도 자신에게 달려있습니다. 저자의 말씀대로 삶에서 아무런 노력 없이 공짜로 인간대접을 받을 수 없는 것처럼 죽음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존엄한 죽음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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