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함께 여행하는 이유 - 나와 너를 잃지 않는 동행의 기술
카트린 지타 지음, 배명자 옮김 / 책세상 / 2016년 5월
평점 :
절판


‘커플이 가장 많이 이별하는 때가 왜 하필 함께 여행한 후일까?’하는 의문부호에 공감하는 바가 있기도 했거니와, <내가 함께 여행하는 이유>라는 제목에 대하여, 그 이유가 정말 궁금했습니다. 이 책을 쓴 오스트리아의 셀프심리코칭 전문가이자 여행 칼럼니스트 카트린 지타의 전작이 <내가 혼자 여행하는 이유>였기 때문입니다.

전작에 대한 독후감을 다시 읽어보니, 여행을 빙자한 심리코칭이 주목적이면서, 여행을 통하여 얻는 경험을 어떻게 극대화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 여행을 안전하게 하기 위한 방법 등등 여행에 관한 일반적인 이야기를 담았다고 정리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혼자 여행하는 이유를 따져보았던 저자가 이번에는 함께 여행하는 이유를 들고 나온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역시 이번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여행을 주제로 한 심리코칭이 주목적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여행의 기술에 관한 이야기는 빠져있습니다. 다만 제목처럼 누군가와 함께 여행을 할 때 조심해야 할 사항들을 짚고 있습니다. ‘나와 너를 잃지 않는 동행의 기술’이라는 부제(아마도 원제목인 듯합니다)가 설명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모두 4개의 장으로 구분은 하였지만 큰 의미는 없을 듯합니다. 사실 저도 여행을 다녀와서 같이 갔던 친구들과 관계가 소원해진 경험도 있습니다. 아내와 함께 간 여행에서도 긴장이 감도는 순간이 없지 않았던 기억도 있습니다. 정말 누군가와 함께 여행할 때는 스스로를 잘 제어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전작에서 주로 혼자서 여행한다 했던 저자는 ‘누구나 함께 여행한다’라고 말을 바꾸고 있어서 ‘왜 이러지?’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 점에 대하여 저자는 “(전작에서는) ‘나 자신’에 대한 이야기만 했다. (…) ‘혼자 하는 여행은 자신을 발견할 수 있는 멋진 기회’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해명하였습니다.

‘함께 여행을 다녀온 연인이나 부부가 헤어진다. 특별한 순간이 되어야 할 시간이 관계가 뒤틀어지는 끔찍한 재앙으로 변한다’라는 전제에 대하여 ‘함께 여행하는 기술을 배워두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특히 심리코칭 전문가이자 여행칼럼니스트라는 저자의 특장점을 고루 살리는 기획이라는 생각합니다.

실제로 저자는 여행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던 다양한 심리사례를 인용하여 문제점을 진단하고 해결방안을 제시합니다. 책을 읽어가다 보면 저자가 말하는 여행의 범주는 단지 여행에 머물지 않고 흔히 여행에 비유하는 ‘삶’까지도 포괄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함께하는 여행 혹은 삶에서 반드시 고려해야 할 점은 모든 것을 자기중심적으로 이끌어가려 하지 말고, 또 누군가에 이끌려가는 것도 적절치 않다는 것입니다. ‘혼자만의 시간’은 타인과의 관계를 정립할 뿐 아니라 나와의 관계를 맺는 소중한 시간이라는 것입니다.

이 점에 대하여 저자는 이렇게 적었습니다. “혼자만의 시간은 나와 관계를 맺는 소중한 시간이다! 자신만을 위한 시간과 공간은 매우 중요하다. 일상에서뿐 아니라 여행에서도! 자신의 내면에서 힘을 얻고 나를 지탱할 버팀목을 찾기 위해서는 혼자만의 시간이 필수다(95쪽)”

문법에 도치법이라는 것이 있죠.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강조하거나 단조롭지 않게 하기 위하여 어순을 바꾸는 기법입니다. <내가 혼자 여행하는 방법>은 <내가 함께 여행하는 방법>의 뒤에 오는 것이 순서가 맞을 것 같은데, 막상 읽어보니 반대로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 아이 잘 크고 있나요? - 육아초보 부모가 묻고 50년 경력 의사가 답하는 Q&A 100
이승구 지음 / 지식서재 / 2018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의학관련 단체에 근무한 적도 있고, 지금도 의료와 관련된 곳에서 일하고 있기도 할 뿐 아니라, 저 역시 건강서적의 저자이기도 한 탓인지, 건강에 관한 책이 나오면 일단 관심을 가지고 읽게 됩니다. 그것이 의학을 전공한 분이 저자이거나 혹은 의학을 전공하지 않은 분이 저자인 경우를 막론하고서입니다. 적어도 건강서적은 의학적 사실에 바탕을 두고 있어야 한다고 믿기 때문에 혹여 문제가 있다고 보이는 경우에는 독후감을 통하여 문제를 지적하곤 합니다.

최근에는 아이의 건강을 다루는 책에는 관심을 덜 두는 편이었습니다. 아마도 아이들이 장성한 때문일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아이 잘 크고 있나요?>를 읽게 된 것은 아이들이 어서 짝을 지었으면 하는 바램 때문입니다. 손주라도 보면 건강문제에 조언을 해줄 기회가 있을까 싶기도 해서입니다. 물론 아이들이 모두 의학을 전공하고 있으니 알아서 잘 할 것이라고는 생각합니다. 하지만 예전에 소아과를 전공하는 제 대학동기도 아이가 아프다고 하니 응급실로 데라가라고 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도 있습니다. 스님이 제 머리를 깍지 못한다는 우리네 속설처럼 병원에서 환자를 볼 때는 금세 판단을 할 상황에서도 제 자식이면 판단을 미룰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여기에 더하여 이 책의 저자는 저의 대학선배님이기도 해서 더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소아정형외과를 전공하셨는데, 책을 써내실 것이라고는 생각을 못했기 때문입니다. 책을 읽은 소감을 먼저 말씀드리면 전체적으로 기획이 참 잘 되었다는 느낌입니다. 정형외과 분야뿐 아니라 임신에서 성장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조언을 적절하게 풀어내는 것으로 시작하여 성장과정에서 나타나는 병적 증상을 조기에 발견해낼 수 있는 팁을 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이가 흔히 당할 수 있는 응급상황에서 어떤 조치를 하는 것이 큰 위험을 줄일 수 있는지도 알려줍니다. 마지막으로는 아무래도 전공이 전공인 만큼 정형외과적인 질병에 대한 증상과 대응방법이 많은 느낌이지만, 다양한 신체의 질병에 대한 설명도 하고, 정신질환까지도 짚고 있습니다.

질문과 답변으로 된 형식을 취하게 된 것은 <디트뉴스>라는 매체에 주간으로 써오신 칼럼들을 중심으로 책을 꾸몄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것도 무려 100개나 되는 질문에 답을 마련했으니 아기를 키우면서 생길 수 있는 다양한 문제들을 대부분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 책을 이용하시려면, 우선 전체를 완독하신 다음에 제목을 잘 기억해두셨다가 상황에 맞게 골라 읽으시면 될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설명에 공감을 합니다만, 딱 한 가지 질문에는 선뜻 동의할 수 없었습니다. 바로 일곱 번째 질문, ‘밤에 아이가 울어도 아이아빠는 모른 척 잠만 자요’였는데요. 제 경우에도 큰 아이가 갓난아기였을 때, 한밤중에 깨어 우는 경우가 여러 번 있었습니다. 그때 아이를 달래 다시 잠들게 한 것은 아내가 아닌 저였다는 것입니다.

전반적으로는 쉬운 말로 설명을 하고 있어 이해가 어렵지는 않을 듯합니다. 다만 가끔 만나는 의학용어는 일반사람들이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저 역시 지난해 출간한 책에 대한 독후감을 읽으면서 의학용어나 전문적인 설명이 쉽게 이해할 수 없었다는 지적을 받으면서 역시 더 쉽게 설명을 해야 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의사경력이 50년이나 되었다거나, 옥스퍼드대학 등에서 유학한 경험이 있다거나 하는 소개보다는 ‘손자 손녀를 둔 할아버지 의사의 친절한 해설’이라는 저자 설명이 더 믿을만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세상의 모든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손자 손녀에게는 진솔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람이 아름답다 - 니체의 <선악의 저편>이 들려주는 생의 예찬
이동용 지음 / 이담북스 / 2017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회화나 조각과 같은 예술작품은 아는 만큼 이해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책을 읽다보니 문학이나 철학 등을 다룬 책 역시 같은 원리가 적용되는 것 같습니다. 아는 만큼, 자기 식으로 해석할 수 있는 것이고, 그것은 오롯이 읽는 사람 나름대로의 것이기 때문에 옳다 그르다 이야기할 것이 없다는 생각입니다.

인문의 근간이 되는 철학을 체계적으로 배울 기회는 없었습니다만, 꽤 오랫동안 조금씩 철학책을 읽어 오다보니 조금은 이해의 폭이 넓어진다는 생각이 들기는 합니다만, 독학(?)이다보니 내 멋대로 이해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듭니다.

각설하고, <사람이 아름답다>는 ‘니체의 <선악의 저편>이 들려주는 생의 예찬’이라는 부제가 설명하듯 <선악의 저편>에 담은 니체의 후기 사상의 진수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선악의 저편>은 모마스 모어가 이야기한 유토피아, 즉 니체가 꿈꾸는 이상향일 것입니다. 이 책의 저자는 선악의 저편이야말로, ‘모든 사랑의 기적이 일어나는 곳이며, 그 사랑이야말로 온전히 삶을 삶답게 만들어주는 곳’이라고 정의합니다. <선악의 저편>에는 ‘미래철학의 서곡’이라는 부제가 달려있는 것처럼 그러한 이상향을 꿈꾸는 철학을 의미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한 미래철학을 여는 첫 번째 주제가 ‘독단주의’와 ‘관점주의’입니다. 어쩌면 ‘신의 죽었다’라고 단언한 것처럼 지금까지 진리라고 믿었던 모든 것들을 깡그리 잊어버리고 새로운 관점에서 미래를 준비하자고 생각했던 니체가 <선악의 저편>의 서문에서 ‘세상의 모든 철학자가 독단주의자였을 경우’라는 가정으로 시작하기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독단주의자라 하면 저자의 설명대로, ‘대화하기 힘든 사람, 입만 열면 불평불만을 쏟아내는 사람, 말만 꺼내면 싸우려 드는 사람, 논쟁을 일삼는 사람’ 등을 이르는데, 이 대목을 읽는 순간 ‘저도 독단적일 때가 많았구나’ 하고 자신을 돌아보게 됩니다.

오랫동안 니체의 사상을 뒤쫓아 사유해온 저자는 자신만의 시선과 언어로 니체의 사상을 해석하고, 그것을 세상에 알려왔다고 합니다. <사람이 아름답다>는 그 다섯 번째의 결과물로서 니체가 말년인 1886년에 출간한 <선악의 저편>에 대한 저자 나름의 사유를 정리한 것입니다. 저자가 생각하는 ‘선악의 저편’에서는 사랑으로 넘쳐나는 곳인데, 그 이유는 ‘사람은 사랑하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그 사랑은 ‘신’의 다른 이름이라는 저자의 설명을 읽다보니 ‘신은 죽었다’라고 했던 니체는 궁극적으로 그때까지 사람들이 믿었던 신이 아닌 진정한 의미의 신의 존재를 설파하려는 생각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 신은 차라투스트라가 될 수도 있고 사랑이 될 수도 있는 것 같습니다.

저자는 <선악의 저편>을 비롯한 니체의 저서의 일부를 인용하고, 그 부분에 담긴 니체의 생각을 요즈음의 언어로 풀어 설명합니다. 당연히 니체뿐 아니라 다양한 철학자들의 생각과 니체의 생각을 비교하기도 하고, 더하여 저자의 생각을 펼쳐내기도 합니다. 철학적인 부분은 금세 이해되지 않는 한계(이는 어쩌면 저의 책읽기 내공이 부족한 탓일 것입니다)는 있습니다만, 그래도 사랑과 행복이라는 일반적인 화두를 설명하는 것이기 때문에 조금은 이해되는, 아니 저의 방식으로 이해되는 점이 있기는 합니다. ‘철학을 공부하다 보면 참 애매모호한 개념들이 많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127쪽)’라는 저자의 친절한(?) 설명을 만나면서 나름대로 위로를 받기도 합니다.

니체의 철학을 설명하기 위하여 저자는 영화 <시네마 천국>의 한 장면이나, 화가 뭉크의 <절규>를 인용하기도 하고 있어 어려운 니체의 사유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얻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신은 죽었다’던 니체의 허무주의가 추구한 것은 ‘사랑’이며, 이는 신에 대한 사랑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사랑이라고 저자는 설명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진로, 고민하고 답하다 - 알차고 유익한 진로상담 길라잡이
김이준 지음 / 이담북스 / 2017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흔히 ‘진로를 고민한다’라는 것이, 젊은이들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해온 것 같습니다. 그런데 조금만 생각해보면, 진학, 취업, 결혼, 은퇴 등 모든 사람들의 삶 전반에 걸쳐 내려야 하는 모든 결정들이 바로 진로의 설계 혹은 결정이라고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다양한 곳에서 경력설계에 관하여 조언을 해오거나, 교육을 해온 김이준교수의 <진로, 고민하고 답하다>를 받아들고서는 진로결정에 어려움을 겪는 분들을 위한 자습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하지만 책을 읽고 보니 ‘알차고 유익한 진로상담 길라잡이’라는 부제처럼 진로상담에 관심이 있는 분을 위한 교재라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젊은이들과 함께 일하고 있어 조언을 구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때 유용하게 써 먹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10대 청소년이나 청년 구직자뿐만이 아니라 이직이나 전직을 원하는 경력자는 물론 취업을 원하는 주부 혹은 은퇴를 맞이하고 있는 노년층에 이르기까지 유용’하다는 기획의도를 읽다보니, 은퇴를 조금 남겨놓은 저에게도 참 중요한 책일 될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현업을 그만두면 작은 연구소를 열어서 평생 배운 것을 사회에 환원하는 기회를 만들어볼까 하는 생각도 있습니다. 그래서 같이 힘을 합칠 수 있는 분들을 모으고 있습니다. 재능기부를 받아 연구소를 운영해볼 생각이기 때문입니다. 바로 ‘정말 자신이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야말로 진로결정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하니 힘을 얻게 됩니다.

<진로, 고민하고 답하다>는 크게 3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부 ‘진료는 나를 찾는 여정이다’에서는 진로교육을 소개하고, 진로교육의 목표를 정하는 방법, 자기이해가 중요하다는 이야기와 함께 다중지능이론이 진로교육에서 걸림돌이 되는 이유 등을 설명합니다. 2부 ‘진로코칭에는 전문성이 필요하다’에서는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의 진로교육과 학생부종합전형을 대비한 진로교육, 취업을 앞둔 시기에 진로를 결정하는 방법 등을 설명합니다. 마지막 3부에서는 진로교육에서의 학부모의 역할, 진로 가치관, 경력단절 여성의 재취업, 생애설계로서의 진로설계 등을 설명합니다. 저와 같은 사람은 3부를 꼼꼼히 읽어보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저자는 매 장마다, 먼저 자신이 경험한 상담사례를 요약하고, 그런 경우에 어떤 방식으로 진로상담을 해주어야 하는지 설명합니다. 그리고 매장의 마지막에는 상담자를 위한 가이드를 붙였습니다. 상담자를 꿈꾸는 분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핵심입니다.

생각해보니, 저의 경우는 진로를 결정하는데 별다른 걱정을 했던 것 같지는 않습니다. 요즘 젊은이들처럼 선친께서 정해주는 분야의 대학에 한차례 실패는 했지만 결국은 입학을 했고, 졸업을 하고는 전공을 살려 바로 직장이 결정된 셈이니 말입니다. 두 아이의 경우도 별다는 고민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다만, 중학교에 다닐 무렵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큰 아이의 경우에는 여름방학 기간에 열렸던 봉사활동에 데리고 가서 제가 해온 일을 직접 보고 느끼게 해준 것이 전부였던 것 같습니다. 가업이라고는 아직 할 수는 없습니다만, 두 아이들이 저의 뒤를 이어준 것에 대하여 감사하고 있습니다.

제 경우는 대학에서 입학결정에 대하여 후회한 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은데, 작은 아이는 언젠가 진로결정에 조금은 더 고민을 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는 눈치였습니다. 다만 최근에는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열심히 살고 있어서 그나마 다행입니다.

진로상담은 매력적인 직업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누군가의 앞날을 결정하기 위한 조언을 한다는 측면에서는 참 조심스러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파리의 아파트
기욤 뮈소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17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큰 아이 덕분에 읽게 되는 기욤 뮈소의 신간 <파리의 아파트>를 읽었습니다. 그동안 읽었던 그의 작품들은 대체로 단숨에 읽어낼 정도로 흡입력이 뛰어난 편입니다. 작가가 이 작품에서 보여주려 한 주제는 뜨거운 부성애였습니다. 천재 화가가 젊은 날 맺은 악연 때문에 아들이 납치되어 살해되는 참척(慘慽)을 당했는데, 그는 아들이 살아있다고 믿고 추적에 나섰지만, 불행하게도 심장질환으로 급사하고 말았습니다.

우연히 그가 남긴 집을 빌어 쓰게 전직 영국경찰 매들린과 미국의 희극작가 가스파르가 의기투합하여 화가가 마지막으로 그렸다는 세 점의 그림의 행방을 뒤쫓다가 급기야는 화가의 아들이 살아있을지 모른다고 추정하면서 이야기는 사뭇 긴박감을 띄게 됩니다.

젊을 시절 그래피티에 빠져들었던 숀 로렌츠는 우연히 만난 모델 페넬로페를 따라 파리로 건너가면서 천재화가의 재능이 꽃을 피우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미술가가 그림을 그리는데 있어 구상을 화폭에 제대로 옮기기 위하여 물감은 물론 화폭까지도 섬세하게 고른다는 사실도 덤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베테랑 수사관과 창의력이 뛰어난 극작가의 조합은 전작에서 보는 주인공들의 조합과는 색다르지만 환상적인 조합이었다는 생각에 이르게 됩니다. 여주인공인 매들린이 등장하는 프롤로그가 생뚱맞아 보이지만, 역시 처음 만난 매들린과 가스파르가 의기투합하여 사건해결에 나서게 되는 이유를 나중에는 깨닫게 됩니다. 사실 남녀 주인공이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보면 결국 연을 맺기 위한 과정이라는 공식을 이 작품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한편 처음 듣는 이야기도 없지 않은데, 일본인이나 중국인 관광객들이 파리에 도착했다가 정신의학적 문제로 입원했다가 본국으로 송환되는 ‘파리 증후군’ 같은 것입니다. 파리에 대하여 막연하게 품고 있던 이상적 이미지와 실제로 경험하게 된 파리의 모습 사이의 간극이 너무 커서 받는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여 생기는 상황이라는 것입니다.

또한 “똑똑한 인간은 어리석은 자들 사이에서 시간을 보내기 위해 이따금 술을 마시지 않을 수 없다(40쪽)”라는 헤밍웨이의 말을 인용하여, “그에게 술은 살다보면 생기게 마련인 균열을 메워주고, 삶을 조금은 덜 비극적으로 만들어주는 완충제 역할을 해주었다. 술은 제어하기 어려움 감정들과의 거리를 유지하도록 해주는 방패이고, 불안감으로부터 그를 보호해주는 갑옷이며, 가장 성능 좋은 수면제이기도 했다.”라면서 주인공 가스파르의 술버릇을 변호하기도 합니다.

이야기는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제외하면, 12월 20일 시작하여 12월 25일 크리스마스에 끝이 납니다. 불과 6일 동안 전체의 이야기가 숨 가쁘게 전개되는데, 초반에는 생판 초면인 남녀주인공이 대면하여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이 비교적 느리게 진행하지만, 일단 집주인이었다는 천재화가 숀의 신비로운 삶과 미궁에 빠진 그의 작품의 행방에 두 사람의 관심이 합치되면서 급류를 타기 시작하여 종국에는 화가가 숨겨두었던 작품들을 찾아내는데 성공합니다.

문제는 다음 단계인 화가의 아들의 죽음에 감추어진 비밀인데, 그 부분에서는 수사전문가와 이야기를 창조하는데 일가견이 있는 극작가의 견해가 일치하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다양한 전문가적인 견해를 통합해가는 과정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야기 끝에 붙여둔 옮긴이의 말에서도 생각거리를 발견합니다. 기욤 뮈소의 작품들을 보면 다양한 모습을 한 주인공들을 볼 수 있는데, 그 안에 담긴 주제는 ‘사랑’ 혹은 ‘사랑의 부재’라고 했습니다. 초기작에서는 젊은 남녀 주인공 사이의 사랑을 주로 다루었지만, 작가가 나이 들어가는 탓인지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 특히 부성애가 강조되는 경향으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옮긴이는 부성의 위기에 대한 경종을 울리려는 것 아닌가 하는 해석을 달아놓았는데, 거기까지는 아직 아닌 듯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