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아름답다 - 니체의 <선악의 저편>이 들려주는 생의 예찬
이동용 지음 / 이담북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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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화나 조각과 같은 예술작품은 아는 만큼 이해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책을 읽다보니 문학이나 철학 등을 다룬 책 역시 같은 원리가 적용되는 것 같습니다. 아는 만큼, 자기 식으로 해석할 수 있는 것이고, 그것은 오롯이 읽는 사람 나름대로의 것이기 때문에 옳다 그르다 이야기할 것이 없다는 생각입니다.

인문의 근간이 되는 철학을 체계적으로 배울 기회는 없었습니다만, 꽤 오랫동안 조금씩 철학책을 읽어 오다보니 조금은 이해의 폭이 넓어진다는 생각이 들기는 합니다만, 독학(?)이다보니 내 멋대로 이해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듭니다.

각설하고, <사람이 아름답다>는 ‘니체의 <선악의 저편>이 들려주는 생의 예찬’이라는 부제가 설명하듯 <선악의 저편>에 담은 니체의 후기 사상의 진수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선악의 저편>은 모마스 모어가 이야기한 유토피아, 즉 니체가 꿈꾸는 이상향일 것입니다. 이 책의 저자는 선악의 저편이야말로, ‘모든 사랑의 기적이 일어나는 곳이며, 그 사랑이야말로 온전히 삶을 삶답게 만들어주는 곳’이라고 정의합니다. <선악의 저편>에는 ‘미래철학의 서곡’이라는 부제가 달려있는 것처럼 그러한 이상향을 꿈꾸는 철학을 의미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한 미래철학을 여는 첫 번째 주제가 ‘독단주의’와 ‘관점주의’입니다. 어쩌면 ‘신의 죽었다’라고 단언한 것처럼 지금까지 진리라고 믿었던 모든 것들을 깡그리 잊어버리고 새로운 관점에서 미래를 준비하자고 생각했던 니체가 <선악의 저편>의 서문에서 ‘세상의 모든 철학자가 독단주의자였을 경우’라는 가정으로 시작하기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독단주의자라 하면 저자의 설명대로, ‘대화하기 힘든 사람, 입만 열면 불평불만을 쏟아내는 사람, 말만 꺼내면 싸우려 드는 사람, 논쟁을 일삼는 사람’ 등을 이르는데, 이 대목을 읽는 순간 ‘저도 독단적일 때가 많았구나’ 하고 자신을 돌아보게 됩니다.

오랫동안 니체의 사상을 뒤쫓아 사유해온 저자는 자신만의 시선과 언어로 니체의 사상을 해석하고, 그것을 세상에 알려왔다고 합니다. <사람이 아름답다>는 그 다섯 번째의 결과물로서 니체가 말년인 1886년에 출간한 <선악의 저편>에 대한 저자 나름의 사유를 정리한 것입니다. 저자가 생각하는 ‘선악의 저편’에서는 사랑으로 넘쳐나는 곳인데, 그 이유는 ‘사람은 사랑하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그 사랑은 ‘신’의 다른 이름이라는 저자의 설명을 읽다보니 ‘신은 죽었다’라고 했던 니체는 궁극적으로 그때까지 사람들이 믿었던 신이 아닌 진정한 의미의 신의 존재를 설파하려는 생각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 신은 차라투스트라가 될 수도 있고 사랑이 될 수도 있는 것 같습니다.

저자는 <선악의 저편>을 비롯한 니체의 저서의 일부를 인용하고, 그 부분에 담긴 니체의 생각을 요즈음의 언어로 풀어 설명합니다. 당연히 니체뿐 아니라 다양한 철학자들의 생각과 니체의 생각을 비교하기도 하고, 더하여 저자의 생각을 펼쳐내기도 합니다. 철학적인 부분은 금세 이해되지 않는 한계(이는 어쩌면 저의 책읽기 내공이 부족한 탓일 것입니다)는 있습니다만, 그래도 사랑과 행복이라는 일반적인 화두를 설명하는 것이기 때문에 조금은 이해되는, 아니 저의 방식으로 이해되는 점이 있기는 합니다. ‘철학을 공부하다 보면 참 애매모호한 개념들이 많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127쪽)’라는 저자의 친절한(?) 설명을 만나면서 나름대로 위로를 받기도 합니다.

니체의 철학을 설명하기 위하여 저자는 영화 <시네마 천국>의 한 장면이나, 화가 뭉크의 <절규>를 인용하기도 하고 있어 어려운 니체의 사유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얻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신은 죽었다’던 니체의 허무주의가 추구한 것은 ‘사랑’이며, 이는 신에 대한 사랑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사랑이라고 저자는 설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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