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도시, 돌의 도시, 영원의 도시 로마 - 지중해 문화를 찾아서2
신상화 지음 / 청년사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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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작 ‘지중해 문화를 찾아서’의 아테네에 이은 두 번째 책이라고 합니다. 지중해 국가들 가운데 그리스, 로마 그리고 스페인 등의 역사를 전공하신 분들이 학술적인 면과 현지에서 체류하면서 겪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지중해지역의 문화유산과 역사를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집필한 것입니다.

<로마: 물의 도시, 돌의 도시, 영원한 도시>는 여행안내서의 역할보다는 시대순으로 로마의 역사와 문화,, 현존하는 유적들을 살펴보기로 하였답니다. 다만 이런 것들을 단순하게 나열하기보다는 ‘로마인들이 만들어낸 도시와 사회의 성격과 특징을 시대별로 살펴보았다는 것입니다.

모두 6부로 구성된 내용을 보면, 먼저 로마를 지탱하는데 중요한 요소였던 물관리체계를 소개하고, 이어서 일곱 개의 언덕 위에 세워진 고대 도시국가 로마가 남겨놓은 유적을 살펴보았습니다. 다음에는콜로세움을 비롯한 공연-경연과 관련된 유적들과 그곳에서 펼쳐진 문화행사의 내용을 정리했고, 이어서 고대 로마인들의 삶에 영향을 미쳤던 종교적 유물을 살펴보았습니다. 특기 박해를 받았다는 기독교와 관련된 유적들은 별도로 다루었습니다. 전세계 가톨릭의 본산인 교황청과 관련된 유적도 별도로 다루었고, 마지막으로 무솔리니가 정권을 장악하였을 때 벌였던 개발사업으로 사라진 유물과 드러난 유물을 정리하였습니다.

고대도시 트로이를 발굴하는 과정에서 여러 시대의 유물이 층별로 묻혀있었다는 글을 읽은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데 로마 역시 3층의 도시라고 할 정도로 땅속에 유물이 얼마나 묻혀있는지 모른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화재 등의 사고로 건물이 파괴되면 잔해를 치우고 다시 짓는 것이 아니라 흙을 덮어 토대를 만든 위에 새 건물을 짓는 관행이 있었고, 로마제국이 쇠퇴하는 과정에서 로마를 지탱했던 사람이 급속하게 빠져나가면서 도시 자체가 쇠퇴하였고, 방치된 건물들이 스러지면서 그 위에 흙이 쌓여 농지로 변모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특히 일곱 개의 언덕 위에 세워진 로마의 낮은 곳은 테베레강의 반복되는 범람으로 흘러든 진흙으로 뒤덮여 묻혀버린 곳이 많았다고 합니다.

로마는 광장과 분수의 도시라고 한다던가요? 로마라는 도시 자체가 유적이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유적의 보존보다는 유적에서 뜯어낸 건축재를 재활용하여 건물을 짓는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역사적으로 의미가 큰 건물이 전해지지 못한 경우도 많은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는 로마제국이 기독교를 공인하기 전에는 심한 탄압을 받았다고 알고 있었습니다만, 저자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크리스토교도들의 순교설은 델레하이어 신부와 다른 학자드이 증명했듯이 역사적으로 전혀 증거가 없다. (…) 대부분의 이야기들은 중세시대에 만들어진 전설일 뿐이다. 크리스트교도들은 다른 곳에서 처형되었고, 박해도 특별한 경우에 이루어졌다.(163쪽)’라고 기록합니다. 이 점은 에드워드 기번의 <로마제국 쇠망사>에서도 언급되었던 것 같습니다. 종교에 대하여 비교적 관대했던 로마제국과는 달리 기독교는 로마제국의 다신적 종교를 우상숭배라고 배타적 행동을 서슴치않았던 것이 초기 로마제국의 위정자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던 것으로, 화를 자초한 바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엄청난 규모의 유적인데도 불고하고 작은 크기나마 사진이 첨부되어 있는 점도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사진마다 적절한 분량의 설명이 더해진 것에서도 저자의 배려가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이 책에 담긴 유적들을 한나절에 얼마나 볼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아마도 로마는 잠시 체류로 이해할 수 있는 도시는 아닐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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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봄 - 개정판 레이첼 카슨 전집 5
레이첼 카슨 지음, 김은령 옮김, 홍욱희 감수 / 에코리브르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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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문제에 대한 대중적 인식을 새롭게 하면서 현대적인 환경운동을 촉발시킨, 20세기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친 책이라고 할 <침묵의 봄>을 드디어 읽었습니다. 이와 같은 찬사를 받는 이유는 무분별한 살충제 사용으로 파괴되는 야생 생물계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공개했다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이 책의 출판을 막으려는 화학업계의 거센 방해를 물리치고 세상 사람들의 눈을 환경문제로 돌리는 계기를 만들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사실 화학혁명 이후에 크게는 지구환경, 작게는 개인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은 유해화학물질로 뒤덮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초기에는 화학물질의 효능에만 관심을 쏟았을 뿐 화학물질이 인간에게 위해를 줄 수 있다는 점은 전혀 관심을 끌지 못했던 것입니다. 특히 급성 독성이 나타나는 경우를 제외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저자는 특히 DDT, 2,4-D와 같은 살충제가 환경에 어떤 영향을 주고 궁극적으로는 인체에 이르러 어떤 해독을 주게 되는 지를 다양한 사례들을 인용하여 설명합니다. 특히 특유의 감성적인 표현은 사람들의 정서를 흔들어 문제의 심각성을 쉽게 이해하고 궁극적인 대책마련을 촉구하기에 이르렀던 것 같습니다. 린다 리어가 쓴 서문에는 이런 표현이 있습니다. “그녀의 도전에서 과학과 정부가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는 시민환경운동이 시작되었다. 카슨은 한 개인이 사회를 어떻게 바꾸어 놓을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가 되었다.(21쪽)”

살충제가 인류에 기여한 것은 말라리아의 위협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랬던 살충제가 모기는 물론 같은 환경계에 있는 작은 동물은 물론 대형 동물에 까지 독성작용을 나타낸다는 것을 뒤늦게서야 알게 된 것입니다. 인류는 하나를 얻고 대신 많은 것을 잃었던 것입니다.

요즈음에는 항공방제를 하는 것을 볼 기회가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만, 대기 중에 살포된 살충제는 목표가 되는 대기 중에, 초목에, 강물에, 그리고 대지에 떨어져 쌓이면서 다양한 생물종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말았던 것입니다. 그래서 강에는 더 이상 물고기가 살 수 없게 되고, 봄이 되었지만, 노래하는 새들을 더 이상 만날 수 없는 ‘침묵의 봄’을 맞을 수밖에 없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던 저자는 이 책의 제목을 <침묵의 봄>으로 정한 것 같습니다.

화학물질을 해충의 방제에 사용하다가 오히려 환경이 오염되거나 2차 피해가 발생함에 따라서 해충 방제에 천적을 활용하는 기법이 발전하게 된 것 같습니다. 즉 저자는 해충방제를 손놓고 있으라는 주장은 아닙니다. 방제는 필요하다 환경에 유해한 화학물질을 이용한 방법은 피하라는 주문입니다. 때로는 화학물질이 환경에 주는 유해의 정도를 0 수준에서 관리하라는 주문도 있습니다만, 사실 위해관리를 0 수준에서 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또 불필요하기도 합니다. 생명체는 나름대로의 자기보존기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유해화학물질에 노출된다고 하더라도 어느 정도의 안전 범위는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안전한 범주에서는 화학물질을 사용할 수 있고, 그대신 정확한 정보를 사람들에게 제공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위해성 평가와 위해성 관리, 그리고 위해성 소통이 불필요한 오해와 피해를 피할 수 있는 길입니다.

<침묵의 봄>을 제초제 혹은 살충제와 같은 농약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또 그 위해를 어떻게 피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의 출발로 삼아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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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양치질하지 마라
모리 아키라 지음, 정선미 옮김 / 시드앤피드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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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치아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는 편입니다. 칫솔질하는 것도 위아래가 아니라 좌우로 하고, 식사하고 3분 이내에는 해본 적이 없고, 아침에 한번 하는 날도 적지 않은 편입니다. 스케일링도 서른이 넘어 처음 해보았고, 매년하지도 않는 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갑이 넘어갈 때까지 잃은 치아는 한 개였습니다. 근관치료는 두 개를 더해서 크라운을 씌웠습니다. 물론 앞으로 무슨 일이 있을지 장담할 수는 없겠습니다만... 비교적 건강한 치아를 가지고 있는 것은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데 일본의 치과의사 모리 아키라박사가 쓴 <차라리 양치질하지 마라>를 읽으면서 고개가 끄덕여지는 점이 많은 것 같습니다. 많은 한국 사람들이 믿고 있는 3-3-3 양치질 습관에도 치약업계의 교묘한 상업적 부축임이 숨어있다고 합니다. 또한 식후 곧바로 양치질을 하는 것이 치아건강을 위협하는 요소라고 하니 정말 믿어야 될까 싶으면서도 설명이 솔깃한 측면이 있어 보입니다.

하지만 치아건강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치주질환이 생기게 되면 당뇨병, 지방간, 치매, 뇌졸중과 같은 질환이 동반된다는 주장에는 솔직하게 동의하기는 어렵습니다. 당뇨병 환자병원균에 취약하기 때문에 치아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 쉽게 치주질환에 걸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치아관리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가에 대하여, 저자는 자기 전과 아침에 일어났을 때, 두 차례 하되, 치실 사용을 우선적으로 권장한다고 합니다. 칫솔은 전동칫솔, 음파칫솔, 초음파 칫솔을 권한다고 합니다. 아침과 점심식사 후에는 치실을 사용하고, 혀를 돌려 치아를 마사지하듯 하면 좋겠다고 합니다. 치실질을 해서 플라크를 제거하고, 동시에 천연의 항균물질을 함유한 침이 치아 사이로 잘 흐르도록 길을 만들어주는 것이 치아건강에 가장 좋다는 것입니다.

식후에 치약을 묻혀 양치질을 하면 상쾌한 느낌이 드는 것은 이를 제대로 닦은 느낌이 들도록 하기 위하여 로릴 황산나트륨을 넣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혀로 치아를 문지르면 뽀드득하는 느낌이 들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양치질을 대충해도 치아를 제대로 닦았다는 느낌이 남는다고 합니다.

이를 닦으면 갈색으로 착색이 되어있던 치아가 하얗게 변하는 것은 치약에 포함된 연마제가 치아의 포면을 깍아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결과적으로 치아의 시멘트질이 점점 얇아지게 된다고 합니다. 탄수화물이 많은 음식을 먹은 뒤에는 입안의 산도가 달라지면서 치아의 표면이 약해지는데 이런 상황에서 연마제가 든 치약으로 이를 닦으면 치아가 깎여나가는 정도가 심해진다고 합니다.

어렸을 적에 치약이 귀하던 시절에는 아침에 일어나 아침을 먹기 전에 소금을 칫솔에 묻혀 이를 닦았습니다. 그것으로 끝이었습니다. 요즈음에도 식사를 하고 나서도 커피를 마셔야 하기 때문에 바로 이를 닦지는 않습니다. 결국 일을 시작하면서 커피를 마시다보면 양치질을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은 편입니다.

치약은 충치예방, 치주질환 예방, 입냄새 예방, 미백 등의 용도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용도에 따라 선택하는데, 충치예방의 경우는 불소함유 치약을, 치주질환 예방목적으로는 살균력이 있는 치약을 권장하는군요.

아참 빠트릴 뻔했습니다. 식사 후에 껌을 씹는 것은 침의 분비를 촉진하므로 치아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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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의 부름
기욤 뮈소 지음, 전미연 옮김 / 밝은세상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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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욤 뮈소의 기존 작품과는 다른, 무정한 추리소설(하드보일드 스릴러 소설인데, 한글로 옮겨놓고 보니 맛이 안 나는 것 같습니다)입니다. 문제는 사건해결에 뛰어든 주인공이 은퇴한 전직 여형사와 역시 은퇴한 요리사라는 점입니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우리 속담을 작가가 알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 번잡한 뉴욕의 JFK공항에서 우연히 부딪힌 남녀가 휴대폰을 떨어트리고, 상대방의 휴대폰을 각각 가지고 비행기에 올라탄 것이 사건의 시작입니다. 아마도 같은 기종이고, 심지어는 휴대폰 케이스마저도 같았던 모양입니다.

휴대폰이 바뀌었으면 일반전화로 연락을 해서 주소확인하고 서로 보내주면 그만일 것입니다. 그런데 이 분들은 왜 상대방의 휴대폰에 저장된 것들, 사진도 모자라서 전자우편, 심지어는 암호를 걸어서 보관하고 있는 문서까지 들여다보게 된 것은 점잖치 못한 일 아닐까 싶습니다. 그것도 약혼자가 있는 여성의 휴대폰을 말입니다. 하지만 판도라가 열어보지 말라는 상자를 열어본 것처럼, ‘호기심’이란 인간의 본능일 것입니다. 다만 수양의 정도에 따라서 본능을 억누를 수 있는가 하는 것은 다음의 문제일 것입니다.

두 사람은 각각 살아온 지난날의 어느 시점에 만난 여자 아이를 매개로 하여 인연의 실타래가 얽혀있었던 것이니 JFK공항에서 부딪히는 사건은 우연이 아니라 운명으로 정해져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작가는 이런 운명의 순간을 ‘천사의 부름’이라고 이름지었습니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합니다. 서로의 인생에 관심이 증폭되면서 이유를 추적해 들어가는 것도 오지랖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한편으로는 작가가 이야기를 어떻게 꼬았다가 풀어갈 것인지 궁금증이 끓어오르면서 결국 새벽녘까지 책을 놓지 못하고 말았습니다.

사건은 영국 맨체스터의 치탬브리지에서 발생한 열네 살짜리 앨리스의 실종사건에서 시작됩니다. 당시 이 사건을 수사하던 여주인공 매들린은 실종소녀가 죽은 채로 발견된 뒤에 자살을 시도할 정도로 좌절하고 결국 경찰을 그만두게 된 것입니다. 그런가 하면 잘 나가던 요리사였던 남주인공 조나단은 갑작스러운 아내의 외도로 모든 것을 잃고 식당을 떠나 죽을 곳을 찾아가다가 한 여자아이를 만났던 것이 목숨을 구하는 계기가 됩니다. 그 순간 여자아이가 적어둔 쪽지에는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날들은 우리가 아직 살지 않은 날들이다.(247쪽)”라는 빅토르 위고가 한 말이 적혀 있습니다. 자살을 시도한 사람에게 줄 수 있는 최상의 조언이 아닐까 싶습니다.

천사의 부름이라고 할 운명의 힘은 두 사람을 연결했고, 결국은 오랜 옛날 죽었던 여자 아이의 목숨을 구하기에 이릅니다. 두 사람이 뉴욕에서 조우하는 순간을 저자는 이렇게 묘사합니다. “우연히 바뀐 휴대폰을 통해 상대방의 깊은 비밀을 발견했다. 상대의 결점, 상처, 집착에 대해 알게 되었다. 그들은 상배방의 장점과 약점을 알아가는 동안 서로에 대한 깊은 애착을 느꼈다. (…) 험한 길을 걸어 마침내 한곳에 다다른 그들은 상대방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 그들은 오래 전에 헤어졌다가 다시 만난 쌍둥이 영혼들이었다(313쪽)” 운명적인 만남은 어떻게 마무리가 될까요? 그렇습니다. 합체가 되는 일이겠지요.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었던 전처나 약혼자는 잠시 머물던 존재에 불과한 것이지요. 운명적인 만남이라 해서 처음부터 불꽃을 튀기지는 않는 모양입니다. 우여곡절을 겪고 나서야 운명적인 만남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늦깎이 운명도 있는 것이지요.

삼신할미가 두 사람을 엮은 사건은 이 이야기가 스릴러물인 만큼, 뒤에 이 책을 읽을 분들을 위하여 미주알고주알 고해바치지는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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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호의 황홀한 여행
박종호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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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여행을 준비하면서 읽게 된 책입니다. 저자의 설명대로 이탈리아는 저 역시 어렸을 적부터 가보기를 꿈꾸었던 나라입니다. 그 동안 다른 여행에 끼어서 베네치아를 보았고, 학회에 참석하기 위하여 스트레사에 간 김에 밀라노를 하루 구경한 적은 있습니다. 결국 본격적으로 이탈리아를 구경한 것은 아닌 셈입니다. 그동안 해온 것처럼 이번에도 여행사의 상품을 이용할 예정입니다. 저자가 허탈한 실망으로 남았다고는 합니다만, 짧은 시간을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신과의사이면서 오페라평론를 비롯한 음악관련 글을 쓰시는 저자에게 이탈리아는 오랜 역사를 통하여 축적된 예술을 즐기는 기회였다고 합니다. 15년 동안 무려 20여 차례 이탈리아를 방문하면서 경험한 것들을 <박종호의 황홀한 여행>에 담았습니다. 이 정도면 자신의 이름을 내건 제목을 달아도 좋을 것 같습니다. 모두 17개 도시의 이야기를 4개의 장으로 구분하였는데, 장을 나눈 것은 별 의미가 없을 것 같습니다. 이탈리아는 1871년에서야 통일을 이룰 만큼 지방색이 강한 도시국가들로 이루어졌습니다. 저자에 따르면 한때 100여개가 넘는 도시국가들이 이탈리아반도에 자리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도시마다의 특징을 붙잡아 정리하는 방식으로 책을 구성하였습니다. 예를 들면 ‘화려함 속에 감추어진 고독함’이라는 제목으로 정리한 베네치아에 대해서, ‘속절없이 무너지는 곳-가장 화려하고 가장 사치스러웠던 도시’, ‘스카보니아 해안-늘 나를 울리는 핑크빛 가로등’, ‘곤돌라-관능 아니면 고독’, ‘산마르코광장-최고의 광장, 그것을 지키는 카페들’, ‘대운하-마법의 성 사이를 배로 달리며’, ‘구겐하임 미술관-화려했던 여인의 고독했던 자화상’, ‘산 미켈레-가장 아름다운 죽은 자의 섬’, ‘베네치아의 그림자-죽음을 준비하는 영원한 도시’ 등의 소제목으로 베네치아에 대한 인상을 적고 있습니다. 중세 지중해를 장악했던 도시 베네치아, 세상에서 가장 오랜 세월 동안 정치체제가 유지된 국가, 그런 도시가 죽음을 준비하고 있다는 저자의 예언이 맞지 않기를 바랍니다.

베네치아 외에도 비첸차, 베로나, 시르미오네, 밀라노, 부세토, 볼로냐, 피렌챠, 시에나, 피사, 토레 델 라고, 비알에조, 로마, 나폴리, 소렌토, 포시나노, 바리 등 17개 도시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미 책이나, 뉴스를 통하여 익숙한 도시도 있지만, 처음 듣는 작은 도시도 있어 저자의 마음씀씀이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 경우는 음악을 들으면서 울컥하는 경우가 그리 많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만, 음악을 사랑하는 저자의 경우는 다른 것 같습니다. 비첸차의 올림피코 극장에 갔을 때, 프랑스에서 온 합창단(아마도 아무추어였겠지요?)이 공연이 금지된 이 극장을 구경하다가 시작한 합창을 들으면서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고 합니다. 이탈리아 건축가 팔라디오가 마지막으로 건축한 이 극장은 그리스와 로마의 극장을 재현한 것으로 완벽하게 조화된 공간이라고 합니다. 합창을 들으면서 그 어떤 건축가도 흉내 낼 수 없는 맑고 따듯한 공명을 들을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프랑스 합창단의 합창도 감동이었겠지만, ‘과연 예술은 아름다운 것이며, 예술가란 위대한 존재였다’라고 적은 것을 보면, 소리와 조화를 이루는 극장을 만들어낸 팔라디오에게 감동한 것이라는 의미로 읽힙니다.

이번 여행에서 아마도 피렌체에 가볼 기회가 있을 듯합니다만, 그때 가지고 갈 책으로 <전망 좋은 방>을 고르겠다는 생각도 하게 된 책읽기였습니다. 영화, 오페라, 소설 등 다양한 소재를 인용하면서도 저자의 경험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솜씨가 예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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