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봄 - 개정판 레이첼 카슨 전집 5
레이첼 카슨 지음, 김은령 옮김, 홍욱희 감수 / 에코리브르 / 2011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환경 문제에 대한 대중적 인식을 새롭게 하면서 현대적인 환경운동을 촉발시킨, 20세기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친 책이라고 할 <침묵의 봄>을 드디어 읽었습니다. 이와 같은 찬사를 받는 이유는 무분별한 살충제 사용으로 파괴되는 야생 생물계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공개했다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이 책의 출판을 막으려는 화학업계의 거센 방해를 물리치고 세상 사람들의 눈을 환경문제로 돌리는 계기를 만들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사실 화학혁명 이후에 크게는 지구환경, 작게는 개인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은 유해화학물질로 뒤덮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초기에는 화학물질의 효능에만 관심을 쏟았을 뿐 화학물질이 인간에게 위해를 줄 수 있다는 점은 전혀 관심을 끌지 못했던 것입니다. 특히 급성 독성이 나타나는 경우를 제외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저자는 특히 DDT, 2,4-D와 같은 살충제가 환경에 어떤 영향을 주고 궁극적으로는 인체에 이르러 어떤 해독을 주게 되는 지를 다양한 사례들을 인용하여 설명합니다. 특히 특유의 감성적인 표현은 사람들의 정서를 흔들어 문제의 심각성을 쉽게 이해하고 궁극적인 대책마련을 촉구하기에 이르렀던 것 같습니다. 린다 리어가 쓴 서문에는 이런 표현이 있습니다. “그녀의 도전에서 과학과 정부가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는 시민환경운동이 시작되었다. 카슨은 한 개인이 사회를 어떻게 바꾸어 놓을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가 되었다.(21쪽)”

살충제가 인류에 기여한 것은 말라리아의 위협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랬던 살충제가 모기는 물론 같은 환경계에 있는 작은 동물은 물론 대형 동물에 까지 독성작용을 나타낸다는 것을 뒤늦게서야 알게 된 것입니다. 인류는 하나를 얻고 대신 많은 것을 잃었던 것입니다.

요즈음에는 항공방제를 하는 것을 볼 기회가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만, 대기 중에 살포된 살충제는 목표가 되는 대기 중에, 초목에, 강물에, 그리고 대지에 떨어져 쌓이면서 다양한 생물종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말았던 것입니다. 그래서 강에는 더 이상 물고기가 살 수 없게 되고, 봄이 되었지만, 노래하는 새들을 더 이상 만날 수 없는 ‘침묵의 봄’을 맞을 수밖에 없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던 저자는 이 책의 제목을 <침묵의 봄>으로 정한 것 같습니다.

화학물질을 해충의 방제에 사용하다가 오히려 환경이 오염되거나 2차 피해가 발생함에 따라서 해충 방제에 천적을 활용하는 기법이 발전하게 된 것 같습니다. 즉 저자는 해충방제를 손놓고 있으라는 주장은 아닙니다. 방제는 필요하다 환경에 유해한 화학물질을 이용한 방법은 피하라는 주문입니다. 때로는 화학물질이 환경에 주는 유해의 정도를 0 수준에서 관리하라는 주문도 있습니다만, 사실 위해관리를 0 수준에서 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또 불필요하기도 합니다. 생명체는 나름대로의 자기보존기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유해화학물질에 노출된다고 하더라도 어느 정도의 안전 범위는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안전한 범주에서는 화학물질을 사용할 수 있고, 그대신 정확한 정보를 사람들에게 제공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위해성 평가와 위해성 관리, 그리고 위해성 소통이 불필요한 오해와 피해를 피할 수 있는 길입니다.

<침묵의 봄>을 제초제 혹은 살충제와 같은 농약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또 그 위해를 어떻게 피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의 출발로 삼아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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