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의 부름
기욤 뮈소 지음, 전미연 옮김 / 밝은세상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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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욤 뮈소의 기존 작품과는 다른, 무정한 추리소설(하드보일드 스릴러 소설인데, 한글로 옮겨놓고 보니 맛이 안 나는 것 같습니다)입니다. 문제는 사건해결에 뛰어든 주인공이 은퇴한 전직 여형사와 역시 은퇴한 요리사라는 점입니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우리 속담을 작가가 알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 번잡한 뉴욕의 JFK공항에서 우연히 부딪힌 남녀가 휴대폰을 떨어트리고, 상대방의 휴대폰을 각각 가지고 비행기에 올라탄 것이 사건의 시작입니다. 아마도 같은 기종이고, 심지어는 휴대폰 케이스마저도 같았던 모양입니다.

휴대폰이 바뀌었으면 일반전화로 연락을 해서 주소확인하고 서로 보내주면 그만일 것입니다. 그런데 이 분들은 왜 상대방의 휴대폰에 저장된 것들, 사진도 모자라서 전자우편, 심지어는 암호를 걸어서 보관하고 있는 문서까지 들여다보게 된 것은 점잖치 못한 일 아닐까 싶습니다. 그것도 약혼자가 있는 여성의 휴대폰을 말입니다. 하지만 판도라가 열어보지 말라는 상자를 열어본 것처럼, ‘호기심’이란 인간의 본능일 것입니다. 다만 수양의 정도에 따라서 본능을 억누를 수 있는가 하는 것은 다음의 문제일 것입니다.

두 사람은 각각 살아온 지난날의 어느 시점에 만난 여자 아이를 매개로 하여 인연의 실타래가 얽혀있었던 것이니 JFK공항에서 부딪히는 사건은 우연이 아니라 운명으로 정해져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작가는 이런 운명의 순간을 ‘천사의 부름’이라고 이름지었습니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합니다. 서로의 인생에 관심이 증폭되면서 이유를 추적해 들어가는 것도 오지랖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한편으로는 작가가 이야기를 어떻게 꼬았다가 풀어갈 것인지 궁금증이 끓어오르면서 결국 새벽녘까지 책을 놓지 못하고 말았습니다.

사건은 영국 맨체스터의 치탬브리지에서 발생한 열네 살짜리 앨리스의 실종사건에서 시작됩니다. 당시 이 사건을 수사하던 여주인공 매들린은 실종소녀가 죽은 채로 발견된 뒤에 자살을 시도할 정도로 좌절하고 결국 경찰을 그만두게 된 것입니다. 그런가 하면 잘 나가던 요리사였던 남주인공 조나단은 갑작스러운 아내의 외도로 모든 것을 잃고 식당을 떠나 죽을 곳을 찾아가다가 한 여자아이를 만났던 것이 목숨을 구하는 계기가 됩니다. 그 순간 여자아이가 적어둔 쪽지에는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날들은 우리가 아직 살지 않은 날들이다.(247쪽)”라는 빅토르 위고가 한 말이 적혀 있습니다. 자살을 시도한 사람에게 줄 수 있는 최상의 조언이 아닐까 싶습니다.

천사의 부름이라고 할 운명의 힘은 두 사람을 연결했고, 결국은 오랜 옛날 죽었던 여자 아이의 목숨을 구하기에 이릅니다. 두 사람이 뉴욕에서 조우하는 순간을 저자는 이렇게 묘사합니다. “우연히 바뀐 휴대폰을 통해 상대방의 깊은 비밀을 발견했다. 상대의 결점, 상처, 집착에 대해 알게 되었다. 그들은 상배방의 장점과 약점을 알아가는 동안 서로에 대한 깊은 애착을 느꼈다. (…) 험한 길을 걸어 마침내 한곳에 다다른 그들은 상대방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 그들은 오래 전에 헤어졌다가 다시 만난 쌍둥이 영혼들이었다(313쪽)” 운명적인 만남은 어떻게 마무리가 될까요? 그렇습니다. 합체가 되는 일이겠지요.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었던 전처나 약혼자는 잠시 머물던 존재에 불과한 것이지요. 운명적인 만남이라 해서 처음부터 불꽃을 튀기지는 않는 모양입니다. 우여곡절을 겪고 나서야 운명적인 만남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늦깎이 운명도 있는 것이지요.

삼신할미가 두 사람을 엮은 사건은 이 이야기가 스릴러물인 만큼, 뒤에 이 책을 읽을 분들을 위하여 미주알고주알 고해바치지는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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