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호의 황홀한 여행
박종호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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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여행을 준비하면서 읽게 된 책입니다. 저자의 설명대로 이탈리아는 저 역시 어렸을 적부터 가보기를 꿈꾸었던 나라입니다. 그 동안 다른 여행에 끼어서 베네치아를 보았고, 학회에 참석하기 위하여 스트레사에 간 김에 밀라노를 하루 구경한 적은 있습니다. 결국 본격적으로 이탈리아를 구경한 것은 아닌 셈입니다. 그동안 해온 것처럼 이번에도 여행사의 상품을 이용할 예정입니다. 저자가 허탈한 실망으로 남았다고는 합니다만, 짧은 시간을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신과의사이면서 오페라평론를 비롯한 음악관련 글을 쓰시는 저자에게 이탈리아는 오랜 역사를 통하여 축적된 예술을 즐기는 기회였다고 합니다. 15년 동안 무려 20여 차례 이탈리아를 방문하면서 경험한 것들을 <박종호의 황홀한 여행>에 담았습니다. 이 정도면 자신의 이름을 내건 제목을 달아도 좋을 것 같습니다. 모두 17개 도시의 이야기를 4개의 장으로 구분하였는데, 장을 나눈 것은 별 의미가 없을 것 같습니다. 이탈리아는 1871년에서야 통일을 이룰 만큼 지방색이 강한 도시국가들로 이루어졌습니다. 저자에 따르면 한때 100여개가 넘는 도시국가들이 이탈리아반도에 자리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도시마다의 특징을 붙잡아 정리하는 방식으로 책을 구성하였습니다. 예를 들면 ‘화려함 속에 감추어진 고독함’이라는 제목으로 정리한 베네치아에 대해서, ‘속절없이 무너지는 곳-가장 화려하고 가장 사치스러웠던 도시’, ‘스카보니아 해안-늘 나를 울리는 핑크빛 가로등’, ‘곤돌라-관능 아니면 고독’, ‘산마르코광장-최고의 광장, 그것을 지키는 카페들’, ‘대운하-마법의 성 사이를 배로 달리며’, ‘구겐하임 미술관-화려했던 여인의 고독했던 자화상’, ‘산 미켈레-가장 아름다운 죽은 자의 섬’, ‘베네치아의 그림자-죽음을 준비하는 영원한 도시’ 등의 소제목으로 베네치아에 대한 인상을 적고 있습니다. 중세 지중해를 장악했던 도시 베네치아, 세상에서 가장 오랜 세월 동안 정치체제가 유지된 국가, 그런 도시가 죽음을 준비하고 있다는 저자의 예언이 맞지 않기를 바랍니다.

베네치아 외에도 비첸차, 베로나, 시르미오네, 밀라노, 부세토, 볼로냐, 피렌챠, 시에나, 피사, 토레 델 라고, 비알에조, 로마, 나폴리, 소렌토, 포시나노, 바리 등 17개 도시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미 책이나, 뉴스를 통하여 익숙한 도시도 있지만, 처음 듣는 작은 도시도 있어 저자의 마음씀씀이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 경우는 음악을 들으면서 울컥하는 경우가 그리 많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만, 음악을 사랑하는 저자의 경우는 다른 것 같습니다. 비첸차의 올림피코 극장에 갔을 때, 프랑스에서 온 합창단(아마도 아무추어였겠지요?)이 공연이 금지된 이 극장을 구경하다가 시작한 합창을 들으면서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고 합니다. 이탈리아 건축가 팔라디오가 마지막으로 건축한 이 극장은 그리스와 로마의 극장을 재현한 것으로 완벽하게 조화된 공간이라고 합니다. 합창을 들으면서 그 어떤 건축가도 흉내 낼 수 없는 맑고 따듯한 공명을 들을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프랑스 합창단의 합창도 감동이었겠지만, ‘과연 예술은 아름다운 것이며, 예술가란 위대한 존재였다’라고 적은 것을 보면, 소리와 조화를 이루는 극장을 만들어낸 팔라디오에게 감동한 것이라는 의미로 읽힙니다.

이번 여행에서 아마도 피렌체에 가볼 기회가 있을 듯합니다만, 그때 가지고 갈 책으로 <전망 좋은 방>을 고르겠다는 생각도 하게 된 책읽기였습니다. 영화, 오페라, 소설 등 다양한 소재를 인용하면서도 저자의 경험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솜씨가 예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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