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별자리는 무엇인가요 - a love letter to my city, my soul, my base
유현준 지음 / 와이즈베리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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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온 날들을 정리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다만 어떻게 정리할까 하는 것과 정리하는데 필요한 시간이 문제가 되는 것 같습니다. 최근에 읽은 <경관기행; >을 읽으면서 살던 곳을 되짚어가면서 정리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된 탓인지 이와 관련된 책들이 눈에 띄게 되는 것 같습니다. 건축을 하시는 유현준님이 쓴 <당신의 별자리는 무엇인가요>도 기본적인 생각이 비슷해보였습니다.

작가는 이 책에서 그가 좋아하는 121가지의 공간과 장소를 중심으로 도시와 건축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소개하는 내용으로 구성하였습니다. 내용은 크게 ‘나를 만든 공간들’과 ‘보물찾기’로 나누었는데, ‘나를 만든 공간들’에 바로 유년시절과 청년시절을 보낸 장소들에 대한 생각을 담았습니다. 사람은 일생 동안 만나는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지는데, 시간을 보낸 공간 역시 그 사람들 만든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유년시절과 청년시절에 보낸 공간 가운데 의미가 큰 공간을 돌아보고자 한 것입니다.

그리고는 아마도 성년이 되어서 만난 공간에 대한 이야기가 될 것 같습니다만, ‘보물찾기’라는 제목 아래, ‘내겐 너무 특별한 도시의 요소들’, ‘연인을 위한 도시의 시공간’, ‘혼자 있기 좋은 도시의 시공간’, ‘일하는 도시의 시공간’이라는 제목으로 도시 속의 공간들을, 주로 서울에서 만날 수 있는 공간입니다만, 소개합니다. 어쩌면 독자들 역시 같은 생각을 할 수도 있는 그런 장소들입니다.

다만 장소라는 개념은 시간이라는 요소가 빠진 3차원적 개념이라는 점이 조금 아쉽습니다. 옛날 집의 마당이나 거실까지도 저자의 관심대상이 되었는데요. 현재의 모습은 당연히 더할 수 없었고, 옛날 추억을 반추하는데 머물고 있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경관기행>에서는 ‘풍경’이라는 개념을 가지고와서 공간에 시간적 요소까지 가미하여 이야기를 전개했던 것 같습니다. 다양한 사진들을 곁들여 설명을 뒷받침하고 있는 것도 눈에 띄는 점입니다. ‘나를 만든 공간들’의 경우는 옛날 사진들을 끄집어낸 것 같습니다. 그리고 ‘보물찾기’의 경우는 사진작가의 도움을 받았다고 합니다. 책말미에 덧붙인 편집자의 설명에 따르면 사진작가 양해철님이 이야기 속의 장소를 찾아 찍은 사진을 사용하였다는 것입니다.

만일 제가 이런 글을 쓴다면 물론 직접 찾아가서 풍경은 물론 공간도 확인해보고 느껴볼 생각입니다만, 우선은 네이버나 다음 지도에 첨부되어있는 거리풍경을 인용해볼 생각입니다. 역마살을 타고 난 탓인지 태어나서 지금까지 숱하게 많은 장소를 옮겨가며 살았기 때문입니다.

저자 역시 살던 동네에 대한 기억을 더듬어 구글에서 검색을 해보았더니 즐겨가던 가게가 폐업한 것으로 나와 섭섭했다고 합니다. 그 소회를 “내가 즐겨 가던 가게가 사라지는 것은 일종의 수몰지역 난민이 되는 기분이다. 가게가 사라지면 나의 추억과 그 시절 그 시간도 함께 사라지기 때문이다.(101쪽)” 사실 제가 살던 집, 심지어는 동네까지도 재개발이 진행되어 흔적도 없이 사라진 곳이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곳에서 겪었던 일들 가운데 적지 않는 부분은 분명 기억 속에 남아있을 것 같습니다. 다행히 사진이라도 남아 있다면 기억을 되살리는데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산토리니에 가셔서 현대도시가 아름답지 않은 이유를 깨달았다 하셨다는 말씀에는 솔직하게 동의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몇 시간을 들여 배로 왕복하면서 구경한 산토리니섬의 분위기는 왁자지껄한 관광지 분위기 그대로였고, 숨이 멎을 듯했다는 이야기를 하신 분도 있었던 일몰광경도 대단치 않았던 것 같습니다. 물론 그날 날씨 때문일 수도 있기는 합니다.

어린 시절을 보낸 공간을 가까운 사람들과 함께 찾아가보는 것이 좋겠다는 제안에 공감합니다. 예닐곱 살을 보냈던 곳에 같이 자란 형제들과 같을 때 각자가 가지고 있던 추억의 결이 다른 것을 듣고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계획했던 길이 막히면 다른 길로 가면 된다’는 삶의 경로에 대한 이야기도 생각할 부분이 있었습니다. 저 역시 비슷한 삶을 살아왔기 때문인 듯합니다. 책을 읽어가면서 공감하거나 그렇지 못한 부분들이 있는 것도 책읽는 즐거움이 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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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에서 한국의 미래를 꿈꾸다
홍희정.홍성현 지음 / 이담북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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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가 추진하는 복지정책의 방향을 보면서, 복지 선진국인 북유럽국가의 실태가 궁금하던 차에 읽게 된 책입니다. 박사과정에서 학교지원으로 스웨덴에서 6개월 생활한 것이 스웨덴과의 인연이 되었던 저자가 스웨덴의 복지체제야말로 우리나라가 나아갈 방향이라는 생각에서 쓴 것이라고 합니다. 저자가 서문에서 적은 것처럼 최근에 북유럽 신드롬이 우리나라를 흔들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북유럽 국가의 사회복지제도는 참고할 것이 많다고 알고는 있습니다.

다른 나라의 제도를 검토할 때 꼭 고려할 점은 겉으로 보이는 것 이외에도 숨어있는 것들을, 특히 문제점이 될 것 같습니다만, 제대로 짚어보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저자 역시 본격적인 스웨덴 생활을 시작하고서는 잠시 머물렀던 시절에는 보지 못했던 것들을 보게 되었다고 합니다. 어떤 점을 그랬는지를 한줄로 설명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어떻든 저자는 이 책에서 복지 이슈를 중심으로 스웨덴에 대한 다섯 가지 주제를 다루고 있다고 했습니다. 첫째는 ‘워라벨’로 일 생활 균형, 근로 시간(6시간) 단축 등을 소개하고, 둘째는 ‘나눔’으로 2018년 정부예산안을 통해 살펴본 사회 복지 개혁과 난민 정책 등을 담았으며, 셋째는 ‘근로자의 권리’로 기본 소득, 일자리 정책, 자영업자 지원정책 등을 다루었다고 합니다. 넷째는 ‘개인행복’으로 스웨덴에서의 인격권에 대한 인식을 비롯하여 독거노인, 1인 가구 지원, 커뮤니티 케어를 설명하고, 마지막으로 ‘지속 가능’으로 스웨덴 민간 자원 연계 방안으로 활용되는 세컨핸드숍, 청소년 정신건강, 한파 등 재난에 대응하기 위한 대책, 애완동물을 기르는 반려인의 자격을 다루었습니다.

특히 저출산 고령화 문제는 우리나라가 당면한 것이라서 관심을 두고 읽었습니다. 스웨덴의 경우 일찍이 문제를 예견하고 사회적 안전장치를 마련하기 위한 노력을 꾸준하게 해왔다고 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그렇지 못했던 데다가 제도의 효과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나 사회적 합의 없이 중구난방 정책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자녀 육아에 대한 사회적 부담이 지나치게 큰 것이 출산을 기피하는 가장 큰 원인이 아닌가 싶습니다만, 사회적 인식을 제고하는데 앞장서야 할 방송 등에서도 혼밥, 혼술 등 말초적인 흥미본위의 방송편성으로 개인주의적인 시각을 키워가고 있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이들은 결국 노후생활의 안정도 결국은 스스로 해결해야 할 터인데 지금 시점에서는 관심 밖인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세 자녀 이상 낳은 부부에게는 그들의 노후를 사회가 책임을 지는 의미에서 일정 연령에 도달하는 경우 기초생활을 할 수 있는 수준의 연금을 제공하는 것도 고려해볼만 하겠습니다. 당연히 자녀 수에 따라서 연금의 규모에 차등을 두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스웨덴 복지정책의 특징은 사회적 합의에 기반한 것이라는 점입니다. 즉 정책이 단기적인 시각에서 졸속 입안되는 것이 아니라 파악된 문제점에 기반하여 대책을 만들고, 그 대책에서 예견되는 문제점까지 충분히 반영하여 보완한 다음에 국민적 합의를 도출한 다음에 시행한다는 점입니다. 이때 합의가 어렵다해서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이 아니라 꾸준하게 설득하고 이견을 좁혀가는 과정에서 국민들의 뜻이 크게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인구의 규모라거나 복지정책의 연륜 등 사회적 여건이 우리나라와는 분명 차이가 있다는 점은 고려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나라에서 시행되고 있는 복지정책을 우리나라에서도 충분히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복지사회에 관심을 가진 분들이 읽으면 많은 도움이 될 책읽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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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 인문학 수업 : 관계 - 나를 바라보고 상대방을 이해하는 심리의 첫걸음 퇴근길 인문학 수업
백상경제연구원 외 지음 / 한빛비즈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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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에 대한 사람들의 갈증이 조금씩 생기는가 봅니다. 뒤늦게 인문학에 관심을 가지게 된 저도 나름대로는 인문학 분야의 책을 꽤 읽어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조금만 깊이가 있는 책을 읽게 되면 쉽게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을 해주는 인문학 서적에 관심이 가게 되는 것 같습니다.

<퇴근길 인문학수업>이 사람들의 관심을 받으면서 시즌1을 마무리하고 시즌2를 시작했다는 반가운 소식을 듣게 됩니다. 시즌 1의 경우 ‘바쁜 걸음을 멈추고 나를 둘러싼 세계와 마주하기’라는 부제로 하여 멈춤이라는 주제를 다룬 책을 읽으면서 주제에 쉽게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과는 다른 시선으로 나를 돌아보기’를 부제로 한 전환과 ‘일상의 시간에서 세상 밖으로 나아가기’라는 부제를 단 전진의 경우는 아직 읽어보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시즌의 기획이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한 꼭지의 글을 읽으면서 인문학적 소양을 넓혀가는 재미를 느끼다 보면 12주가 금세 지나갈 것 같습니다. 저처럼 책으로 묶어 나왔을 때 한 번에 읽는 사람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시즌2의 시작은 ‘나를 바라보고 상대방을 이해하는 심리의 첫걸음’을 부제로 한 관계입니다. 분야는 심리, 경제, 사회, 문화, 신화, 과학, 역사, 문학, 고전 등의 분야에서 열두 분이 강의를 해주셨다는데, 그리고 보니 시즌1에서부터 계속 참여해주시는 분도 있는 것 같습니다. ‘적당한 분량에 쉬운 설명, 그리고 깊이 있는 내용. 그래서 공부를 했다는 느낌이 든다’는 느낌을 적어주신 분의 말씀에 저도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최근에 근무환경이 갑자기 바뀌면서 특히 관계를 재설정해야 하는 위기상황을 맞고 있기 때문인지 노주선박사님의 ‘다름의 심리학’이라는 주제가 특히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나름대로는 열린 가슴으로 일을 해왔다고 생각을 했는데, 변화해가는 환경은 제 생각과는 사뭇 다르게 움직이는 것 같습니다. 다들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 점점 커지고 있는 것입니다. 어쩌면 제가 오해를 하고 있는 탓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얼마 전에 <취향의 발견; >이라는 제목의 책을 읽은 탓인지 김동훈님의 같은 제목의 강의도 쉽게 빠져들 수 있었습니다. 전자가 다소 취미에 가까운 내용을 다루었던 것에 비하여 김동훈님은 취향의 의미를 다른 각도에서 접근한 것도 신선했습니다. 마지막 강의에서 취향이란 ‘좋아하는 대상을 감각적으로 분별할 수 있는 것(347쪽)’이라고 정의하고서는 ‘De gustibus non est disputandum’이라는 라틴어 경구를 소개하였는데, ‘취향에는 정답이 없다’라는 뜻이라고 했습니다. 역시 취향은 각자 나름대로의 독특한 바가 있다는 것인데, 그렇기에 취향이라고 하는 것 아닐까 싶었습니다.

저 역시 책읽기, 글쓰기 그리고 여행을 좋아하는 편이라서인지 박일호님의 ‘현대인을 위한 여행인문학’이라는 강의도 집중해서 읽게 되었습니다. 여행을 그저 소확행으로만 이해하는 것도 여행이 가지는 다양한 의미를 축소시키는 것 아닐까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앞서 김동훈님께서 취향에는 정답이 없다고 한 것처럼 여행을 하는 이유에도 정답이 없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통계를 내기 위해서는 굵직굵직하게 나누어 개인들의 이유를 가급적이면 묶을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겠지만, 여행하는 이유까지 굳이 그럴 까닭이 없지 않을까요?

강의를 해주신 분들 모두 그 분야의 전문가들이시지만 간혹 정의나 개념이 분명치 않은 설명도 없지는 않은 듯합니다. 첫 강에서 사극의 영향 때문인지 무수리라는 표현을 일반화하여 사용한 듯한데, 무수리는 고려나 조선시대에는 왕실에서 일하던 계집종을 이르던 왕실용어였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일반화하여 사용하는 것은 너무 자기비하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특히 자존감을 이야기할 때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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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다 - 전염병에 의한 동물 살처분 매몰지에 대한 기록
문선희 지음 / 책공장더불어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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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각은 신이 인간에 내린 가장 큰 축복’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살기가 복잡해지면서 내 일이 아닌 것은 그만큼 쉽게 잊히는 것 같습니다. 아니 의도적으로 잊으려 노력하는 경우도 없지 않은 것 같습니다. 어느 해던가 조류독감, 구제역 등이 돌면서 닭이나 오리, 돼지 등을 대규모로 살처분하는 모습이 방송을 탄 것을 기억합니다. 널찍하게 파놓은 구덩이에 버둥거리는 동물을 쏟아 붓고는 흙을 덮어 생매장하는 모습에서 얼마나 충격을 받았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동물을 살처분해서 묻은 장소가 어디인지 궁금하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 뒤로 그 장소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를 생각해본 적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잊혀져가는 사건을 기억하는 사람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닌가 봅니다. <묻다>는 2010년 우리나라의 축산농가를 강타한 구제역과 조류독감으로 살처분되었던 동물들이 묻힌 장소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이들 동물전염병을 관리하는데 있어 살처분이 유일한 방법인가를 묻고 있습니다.

작가에 대한 소개가 분명치 않습니다만 사진작가인 듯합니다. 그래서 살처분 동물을 묻은 장소를 곰팡이가 뒤덮고 있거나, 시간이 많이 경과한 곳의 경우 풀이 자라 뒤덮고 있는 사진들을 같이 소개하고 있습니다. 어떤 상황은 백 마디의 말보다도 정황을 담은 사진 한 장이 더 많은 이야기를 전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책에 실려 있는 살처분된 동물을 묻은 장소를 담은 사진이 충격으로 다가오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소비가 늘면서 가축사육방식도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습니다. 식용육의 소요가 늘면서 풀어놓고 키우던 옛날 방식은 시간이 많이 걸리는데다가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입니다. 특히 단위 면적에 키우는 동물의 개체수를 최대한 늘려 잡는 밀집사육의 경우는 동물의 면역이 떨어지기 때문에 동물전염병에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구제역이나 조류독감과 같은 급성 전염병의 경우 확산을 차단하기 위한 표준처리방식을 수립하고 있는 것입니다. 동물사육농장의 왕래를 금하고 전염병이 발생한 농장을 중심으로 일정 거리 안에 있는 농장의 동물을 살처분하는 방식입니다.

작가는 이 경우에 처분 대상인 동물을 안락사시킨 후 소각하거나 매몰하라고 법에서 권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급박한 상황임을 빌어 생매장하고 있는 것은 불법이라고 주장합니다. 동물전염병을 조기에 차단해야 하는 행정당국의 입장에서는 법이 정한대로 하다가는 전염병이 전국으로 번질 수 있기 때문에 시간과의 싸움일 수밖에 없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합니다. 과연 급성 동물전염병을 조기에 종식시키려면 빠른 시간에 살처분을 해서 건강한 동물들과 차단시켜야 한다면 법을 보완하여 불법을 저지르지 않는 것이 옳을 것 같습니다.

2013년부터 시작한 작가의 살처분 장소의 뒷모습에 대한 추적은 사진전을 통하여 세상에 알리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관련 제도를 보완하기 위한 노력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자칫하면 단발성 행사로 끝났을 수도 있는 일을 사명감을 더해져 후속조치로 이어지는 모습을 보면서 참 장한 분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다만 동물에 대한 안쓰러운 생각으로 감상적으로만 접근하는 것인 아닌지 하는 점입니다. 매몰장소에 출사를 다녀오는 날이면 동물들이 차를 따라오지 않나 후사경을 들여다보거나, 동물의 그림자가 밤새도록 창문 밖을 서성이는 느낌이 들었다고 적은 것을 보면 작가에게도 정신적으로 부담스러운 작업이 아니었난 싶습니다. 급성동물전염병의 관리가 과연 단순하게 인간들의 경제적 요구에 의해서만 이루어지는 것인가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겠고, 또한 전염병의 확산을 차단하기 위하여 살처분 이외의 방법이 과학적 근거가 있는 것인가 등도 면밀하게 검토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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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테크리스토 백작 1
알렉상드르 뒤마 지음, 오증자 옮김 / 민음사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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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 읽었어야 할 책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사실 제 나이에 <몬테크리스토백작>을 처음 읽었다 하면 믿지 않을 분도 계실 것 같기도 합니다. 늦게나마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지난달 프랑스를 여행할 때 남프랑스의 해안에 도착했을 때 인솔자가 읽어보면 좋다고 추천한 것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 작품의 시대적 배경은 엘바섬으로 귀양갔던 나폴레옹이 섬을 탈출해서 다시 권좌에 오를 무렵입니다. 그러니까 프랑스 대혁명 이후 혼란기의 프랑스 사회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혼란기에는 세상일이 정상적으로 돌아가지 않는 부분이 있기 마련입니다. 잘 나가던 귀족도 몰락할 수 있고, 별 볼 일 없는 사람도 기회만 잘 타면 귀족이 될 수도 있는 그런 세상이었던 것입니다. 문제는 남을 해치면서까지 제 욕심을 부리는 일은 없어야 하겠지요.

어린 나이에 재능을 인정받아 상선의 선장으로 내정받게 된 에드몽 당테스는 사랑하는 여인과 결혼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문제는 그의 성공을 시기한 같은 배의 회계 당글라르와 당테스가 사랑하는 여인 페르세데스를 연모하는 페르낭 몬테고가 의기투합하여 검찰에 고발한 것이 마침 검사의 부친이 연루된 상황이 되었던 것입니다. 결국 당테스는 제대로 된 조사도 받지 못하고 마르세이유 앞바다에 있는 이프섬의 감옥에 수감되고 말았던 것입니다. 열아홉에 수감된 당테스는 감옥에서 만난 파리아 신부의 도움을 받아 감옥을 탈출하는데 성공하였을 뿐 아니라 신부가 감춰둔 어마어마한 보물까지 손에 넣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는 당테스가 자신의 삶을 무너뜨린 삼인방을 뒤쫓아 복수하는 과정이 길게 이어집니다. 감옥을 탈출한 당테스는 몬테크리스토백작, 선원 신드밧드, 부소니신부 등 다양한 인물로 변신을 자유자재로 하면서 복수의 목표가 되는 인물들에게 접근해갑니다.

2282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의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설정된 복선 등이 깔끔하고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하소설의 경우 등장인물들의 관계를 잘 풀어야 이해가 쉽기 마련입니다. 복수 또한 급하게 서두르다보면 오히려 스스로가 올가미를 쓰는 경우도 없지 않기 때문에 완급을 잘 조절해야 하는 것도 잘 지켜지는 것 같습니다. 이야기가 정점에 오르는 시점에 이르러서야 복수의 목표가 되는 삼인방이 상대가 누군지 깨닫게 된다는 설정이야말로 이야기의 완급조절이 잘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복수에만 집착하면 관계가 무너질 수도 있는데, 당테스의 복수는 사랑했던 여인 메르세데스와 그녀의 아들에게까지는 미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자신을 옭아 넣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던 당글라르를 살려주는 여유를 두었던 것도 그가 복수에만 매달리는 차가운 사람은 아니라는 점을 알게 해준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을 사랑하라는 하느님의 섭리를 지키지 못한 자를 사랑으로 감싸주는 여유를 가졌다고나 할까요? 복수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된 까닭이었을 것이라고는 생각해보았습니다만, 사랑했던 여인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고 그녀의 아들과의 결투에서 져줄 생각까지 한 것은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었습니다.

이탈리아를 여행하면서 단테의 <신곡>을 다시 읽어보아야 하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처럼 <몽테크리스토 백작>을 읽으면서도 이미 가본 도시에서 벌어지는 상황이 손에 잡힐 듯 이해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외국 문학작품을 읽을 때 작품의 배경과 당시의 사회상에 대하여 아는 것이 별로 없어서 이해가 쉽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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