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테크리스토 백작 1
알렉상드르 뒤마 지음, 오증자 옮김 / 민음사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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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 읽었어야 할 책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사실 제 나이에 <몬테크리스토백작>을 처음 읽었다 하면 믿지 않을 분도 계실 것 같기도 합니다. 늦게나마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지난달 프랑스를 여행할 때 남프랑스의 해안에 도착했을 때 인솔자가 읽어보면 좋다고 추천한 것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 작품의 시대적 배경은 엘바섬으로 귀양갔던 나폴레옹이 섬을 탈출해서 다시 권좌에 오를 무렵입니다. 그러니까 프랑스 대혁명 이후 혼란기의 프랑스 사회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혼란기에는 세상일이 정상적으로 돌아가지 않는 부분이 있기 마련입니다. 잘 나가던 귀족도 몰락할 수 있고, 별 볼 일 없는 사람도 기회만 잘 타면 귀족이 될 수도 있는 그런 세상이었던 것입니다. 문제는 남을 해치면서까지 제 욕심을 부리는 일은 없어야 하겠지요.

어린 나이에 재능을 인정받아 상선의 선장으로 내정받게 된 에드몽 당테스는 사랑하는 여인과 결혼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문제는 그의 성공을 시기한 같은 배의 회계 당글라르와 당테스가 사랑하는 여인 페르세데스를 연모하는 페르낭 몬테고가 의기투합하여 검찰에 고발한 것이 마침 검사의 부친이 연루된 상황이 되었던 것입니다. 결국 당테스는 제대로 된 조사도 받지 못하고 마르세이유 앞바다에 있는 이프섬의 감옥에 수감되고 말았던 것입니다. 열아홉에 수감된 당테스는 감옥에서 만난 파리아 신부의 도움을 받아 감옥을 탈출하는데 성공하였을 뿐 아니라 신부가 감춰둔 어마어마한 보물까지 손에 넣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는 당테스가 자신의 삶을 무너뜨린 삼인방을 뒤쫓아 복수하는 과정이 길게 이어집니다. 감옥을 탈출한 당테스는 몬테크리스토백작, 선원 신드밧드, 부소니신부 등 다양한 인물로 변신을 자유자재로 하면서 복수의 목표가 되는 인물들에게 접근해갑니다.

2282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의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설정된 복선 등이 깔끔하고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하소설의 경우 등장인물들의 관계를 잘 풀어야 이해가 쉽기 마련입니다. 복수 또한 급하게 서두르다보면 오히려 스스로가 올가미를 쓰는 경우도 없지 않기 때문에 완급을 잘 조절해야 하는 것도 잘 지켜지는 것 같습니다. 이야기가 정점에 오르는 시점에 이르러서야 복수의 목표가 되는 삼인방이 상대가 누군지 깨닫게 된다는 설정이야말로 이야기의 완급조절이 잘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복수에만 집착하면 관계가 무너질 수도 있는데, 당테스의 복수는 사랑했던 여인 메르세데스와 그녀의 아들에게까지는 미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자신을 옭아 넣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던 당글라르를 살려주는 여유를 두었던 것도 그가 복수에만 매달리는 차가운 사람은 아니라는 점을 알게 해준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을 사랑하라는 하느님의 섭리를 지키지 못한 자를 사랑으로 감싸주는 여유를 가졌다고나 할까요? 복수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된 까닭이었을 것이라고는 생각해보았습니다만, 사랑했던 여인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고 그녀의 아들과의 결투에서 져줄 생각까지 한 것은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었습니다.

이탈리아를 여행하면서 단테의 <신곡>을 다시 읽어보아야 하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처럼 <몽테크리스토 백작>을 읽으면서도 이미 가본 도시에서 벌어지는 상황이 손에 잡힐 듯 이해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외국 문학작품을 읽을 때 작품의 배경과 당시의 사회상에 대하여 아는 것이 별로 없어서 이해가 쉽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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