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트 여행 노트 - 북유럽과 동유럽 사이
방지연 지음 / 버튼티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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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 전 이야기입니다만, 핀란드에서 열린 학회에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그때 에스토니아의 탈린을 잠깐 다녀올 생각을 해보았지만 일정을 맞추기가 어렵고 미리 준비한 것도 없어서 결국 포기했던 아쉬움이 마음 한 구석에 남았던가 봅이다. 그렇게 미루어 두었던 발트 세 나라를 이번에는 가보려 준비하고 있습니다.

동네 도서관에는 발트3국에 대한 책이 별로 없어 아쉽던 참이라서 뭐라도 건질게 있을까 싶어 고른 책이 <발트 여행 노트>입니다. 도쿄에서 디자이너로 활동할 무렵 발트3국이 린넨의 본고장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발트3국을 찾아볼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여행의 목표를 ‘발트의 수공예’에 두었기 때문인지 책의 내용은 방문하는 도시의 중심에 있는 린넨가게, 전통시장, 수공예 시장, 마을의 축제, 예술가의 아뜰리에 등을 중점적으로 소개하고 있어서 제가 생각한 발트3국 여행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저자는 카페, 잡화, 산책, 전시회를 좋아하며, 특히 서점과 책을 가장 좋아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책을 만들기 시작했다는데, 벌써 해외생활이나 여행을 바탕으로 쓴 책이 <도쿄 맑음>을 비롯하여 4권에 이른다고 합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벌써 10권 분량 이상의 해외여행관련 원고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아직 책으로 묶어본 원고가 한편도 없는 저로서는 부러울 따름입니다. 어떻게 금년 안에는 한권을 만들어보아야 하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최신 정보를 자주 보완하는 전문여행안내서가 아니면 교통편이라거나 숙소 등에 관한 정보는 크게 의미가 없어 보입니다. 오히려 독자로 하여금 헷갈리게 만드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서입니다. 그래도 통화라거나 간단하게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현지언어 정도를 소개하는 것은 좋은 아이디어 같습니다.

제가 여행기를 쓰기 시작한 것은 나이 들어 여행을 떠날 형편이 되지 않더라도, 옛날의 여행에서 무엇을 보고, 듣고, 배웠는지 되돌아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즉, 제가 살아온 날들 가운데 일부를 정리해둔다는 의미입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작가 역시 하고 계신 디자인과 관련된 것들에 대한 기록을 남기려는 취지라 보이는데, 그렇다면 독자의 범위가 한정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그리고 수퍼마켓이나 식당 등 시시콜콜한 부분까지 언급을 한 것도 시의성을 고려한다면 그리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개인의 취향에 따라 선호가 갈라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책을 좋아하신다는데 발트3국과 관련된 책은 소개하는 부분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라트비아의 수도 리가에서는 발테르스 운 라파(Valters un Rapa, 아마도 부엉이 서점)에도 들렀던가 봅니다. 프랑스 작가 장 자끄 상페의 <얼굴 빨개지는 아이>를 사들었다고 하는데, 라트비아어로 된 책을 산 이유는 책을 읽을 수는 없지만, 책을 산 부엉이서점과 서점에 찾아간 날의 기억을 되살릴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는 것입니다. 책을 사는 이유가 읽기 위함이라고 생각하는 저와는 다른 생각이라서 저도 생각을 더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하긴 디자인을 하신다니 일과 관련된 책을 읽는 방식이 아니라 보는 방식으로도 도움을 얻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제 경우는 여행지에서 미술관은 빠트리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미술은 잘 모르지만 그래도 누구의 어떤 작품을 보았다는 일종의 허영심 같은 것이 작용하지 싶습니다. 그리고 역사적 건축물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대체로 건축에는 이야기가 많이 곁들여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여행기에 사진을 곁들이는 경우 사진 설명을 꼭 곁들입니다. 저자의 경우에 많은 사진들을 곁들이고 있지만, 설명이 없는 사진들은 어떤 상황인지 전혀 알 수 없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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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하는 뇌 - 뇌과학자와 예술가가 함께 밝혀낸 인간 창의성의 비밀
데이비드 이글먼.앤서니 브란트 지음, 엄성수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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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전에 다녀왔던 아프리카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정리해보려 합니다. 아프리카에 갔을 적에 찾아갔던 올두바이 협곡은 약 180만년 전에 살았던 오스트랄로피테쿠스를 비롯하여 호모 하빌리스의 유골이 발견된 장소이기도합니다. 현생인류와 그 직계조상이라 할 수 있는 호모 하빌리스는 약 233만년~140만년전 제4기 플라이스토세 시기에 살았습니다. 그러니까 호모 하빌리스부터 호모 에렉투스를 거쳐서 현생인류에 이르기까지 약 200만년의 세월이 흐른 셈입니다. 그 가운데 199만년 동안 인류가 발전한 내용을 보면 아주 미미하다고 합니다.

최근 1만년 사이에 현생인류를 급속한 발전을 이루었는데, 특히 18세기 산업혁명 이후 약 200년에 걸쳐 인류문명의 발전 속도는 너무 빨라 현기증이 일어날 정도라고 아프리카를 여행한 이지상님은 적고 있습니다.(이지상 지음, 나는 늘 아프리카가 그립다 77쪽, 디자인하우스, 1999년) 그렇다면 인류 문명의 발전 속도에 가속이 붙게 된 이유가 궁금해집니다. 그 궁금증에 대한 해답을 데이비드 이글먼과 앤서니 브란트가 쓴 <창조하는 뇌>에서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인간이 진화과정을 통하여 신경계에 창의적 사고가 가능한 구조와 기능을 갖추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자들은 “그 창의적인 소프트웨어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왜 우리에게 그런 소프트웨어가 있는지, 우리는 무얼 만드는지, 그 소프트웨어는 우리를 어디로 데려가는지 등(16쪽)”에 대하여 설명하려고 했다는 것입니다.

저자들이 머리말에서 정리한 이 책의 얼개는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1부 ‘하늘 아래 새로운 것’에서는 “왜 우리에게 창의력이 필요한지, 우리는 어떻게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각해내는지, 우리가 이루는 혁신은 시대와 장소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 고찰”하며, 2부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뇌’에서는 “많은 옵션을 만들기, 위험감수하기 같은 창의적 사고방식의 주요 특징을 살펴보고”, 3부 ‘창의성의 탄생’에서는 “기업과 학교로 눈을 돌려 미래를 위한 이 인큐베이터 안에서 어떻게 창의력을 육성할지 알아보고, 마지막으로 창의적인 마인드, 인간 정신 찬미, 우리를 둘러싼 세계를 변화시키기 위한 비전을 다룬다”라고 하였습니다.

세상에 새로운 것이 하늘에서 뚝 떨어지듯 생겨나는 법은 없다고 합니다. 즉, 무엇이든지 조금씩 단계적으로 발전이 이루어진다는 것인데, 기왕에 있던 것에 무언가 변화를 주어 개선된 무엇을 만들어내온 것이 쌓여서 오늘에 이른 것입니다. 물론 그 바탕에는 인류가 몸으로 겪으면서 얻은 정보와 사유를 통하여 얻은 새로운 개념을 다음 대에 전하는 기술이, 처음에는 언어로, 다음에는 문자로, 그리고 현대에 이르러서는 전산기술로 발전해온 것이 최근의 가속이라고 말하는 것도 적절치 않은 수준으로 문명의 발전을 이루게 된 힘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저자들은 기왕의 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힘, 즉 창조하는 뇌가 가지는 휘기, 쪼개기, 섞기 등, 세 가지 전략을 소개합니다. ‘휘기’는 원형을 변형하거나 뒤틀어 본래의 모습에서 벗어나도록 한다는 것입니다. ‘쪼개기’는 전체를 해체하는 과정입니다. 그리고 ‘섞기’는 2 가지 이상의 재료를 합하는 과정입니다. 저자들은 대표적으로 창의성을 발휘하는 분야로 회화, 조각 등의 예술분야와 건축 등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창의성이란 타고나는 것이라기보다는 훈련을 통하여 몸에 배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창의성과 혁신에 도움을 주는 교훈이 있는데, 먼저 첫 번째 해결책에 올인하지 않는 게 좋은 습관이라고 합니다. 새로운 무엇을 만들어내는 혁신은 하나에 매몰되지 않는 유연성에서 출발한다는 것입니다.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고 검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새로 낸 아이디어를 버리는 것을 시간 낭비라 생각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또한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특히 젊은이들을 혁신의 주인공으로 키워가려면, 의미 있는 일을 하게하고, 그 결과에 따라 보상을 주라는 이야기도 합니다. 예술은 창의성을 꽃피우게 만듭니다. 생각해보면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는 기초보다는 즉각 응용할 수 있는 것을 집중적으로 공부하도록 하는 교육을 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선 먹기는 단게 좋다고 하지만, 긴 안목으로 보면 기초를 탄탄하게 만든 뒤에 응용을 얹어야 하는데, 이런 과정은 성과가 쉬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채택하는데 두려움을 가지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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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안단테 - 여행이라기보다는 유목에 가까운
윤정욱 지음 / 이담북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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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세이에 특별한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꾸준하게 여행을 다니고, 다녀온 곳에 대한 다양한 앎을 정리해오고 있는데, 무언가 새로운 틀에서 여행에 관한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행에세이는 적지 않게 읽었지만, 아직도 이것이다 싶은 정형은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몽골 안단테>는 15박 16일간의 몽골을 여행하면서 보고 느낀 점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작가는 왜 몽골을 여행하기로 했는지 그 이유를 적지 않았습니다. 몽골에서 사막을 여행한 까닭인지 생 텍쥐페리의 <어린 왕자>를 끌어왔는데, ‘소중한 것은 눈앞에 보이지 않는다’는 구절을 확실하게 이해할 수가 있었다고 적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가다 보니 글보다 사진이 차지하는 부분이 더 많아보였는데, 그렇듯 수많은 사진들이 겹치는 느낌을 줍니다.  작가가 완벽한 동행이라고 말한, 사진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모두 여섯인데, 동생들이라고 하는 것을 보면 친분이 있는 것인지, 아니면 이번 여행에서 처음 만나게 된 것인지도 오리무중입니다. 이분들이 정면사진 뒷모습 등 다양한 모습을 담는 것은 좋지만, 설명이 없는 사진은 책을 읽는 사람에게 별다른 느낌을 주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책을 읽어가면서 아쉬웠던 것은 어디서 출발해서 어떤 여정을 따라 갔는지에 대한 정보가 없기 때문에 익숙하지 않은 지명을 따라가는 것이 마치 눈감고 끌려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는 것입니다. 상황에 대한 서술을 일관성이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작가의 스마트폰은 터지지 않아서 무용지물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일행이 탄 버스를 운전하는 기사는 어디론가 전화를 걸고 있었다는 것도 이해되지 않는 대목입니다.

사막에서의 해넘이는 어디에서도 가슴이 벅차오르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것 같습니다. 그런 해넘이와 해진 평원에서 바라보는 밤하늘에 대한 작가의 설명을 읽다보면 정말 몽골을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몽골에서의 여행은 차에서 밤을 지새거나 아니면 여행객을 위한 게르에서 묵을 수가 있는 듯합니다. 어떤 곳에서는 물도 없어서 물티슈로 고양이세수를 하기도 하고, 어떤 곳에서는 물이 있어서 세수는 물론 샤워까지도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덥고 건조한 지역을 여행할 때 씻지 못해 찝찝한 느낌이 남는 것은 별로 내키지 않을 것 같습니다. 사막의 해넘이라든가, 밤하늘에 쏟아져 내릴 듯한 별들을 바라보는 것은 정말 느껴보고 싶지만 말입니다.

작가가 동생들을 위하여 밥을 챙기고 볼거리를 챙기는 이유도 분명치가 않습니다. 즉 일행과의 관계가 분명치 않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행들의 사진을 엄청 많이 인용하고 있는 것은 사전에 양해가 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밤에 동생들이 모여서 술을 마시면서 노는 자리에는 끼지않으려 한 듯한 느낌도 있어서 무슨 사연인지도 궁금합니다.

여정을 마치기 위하여 울란바토르로 돌아오기 전날의 마지막 밤은 ‘아마르바야스갈란트’ 사원 부근에서 묵었다고 합니다. 사원에도 가본 것 같습니다만, ‘어느 나라나 그렇겠지만, 사원에서 흥미를 끄는 요소를 딱히 찾아볼 수 없었다.’하고 적은 것이 전부였다는 점이 아쉬웠습니다. 현지 가이드 역시 사원에 관해서는 아는 바가 없으니 알아서 구경하라고 했다는데, 가이드 비용이 아까웠다고 말하는 것으로 끝내서는 안될 것 같습니다. 사원에서 관련 자료를 얻지 못했으면 인터넷에 널려 있는 정보조차 찾아보려는 노력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니 말입니다. 중국판 위키피디아와 영문판 위키피디아에서 비교적 상세한 설명을 찾아볼 수 있으니 말입니다. 절 이름에 담긴 의미도 ‘편안한 즐거움’이라고 했습니다만, 영문판 위키피디아에서는 ‘고요함의 수도원’이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몽골이라고 하는 이색적인 여행지에 대하여 궁금한 것이 많았던 모양입니다. 그런 궁금한 것들이 속 시원하게 풀리지 않아서 마음이 조금 불편했던 모양입니다. 양해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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젓가락이 숟가락에게
신진호 지음 / 북나비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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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에 다녀왔던 영국여행에 대한 기억을 정리하면서, 비슷한 시기에 역시 영국을 다녀온 동료의 시를 같이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같은 사물을 보더라도 산문을 쓰는 저와 시를 쓰는 동료의 시선이 차이가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차이가 무엇일까를 곰곰 생각해본 끝에 시인은 사물을 미분하듯 잘게 쪼개서 사물의 진수를 뽑아내고 그에 맞는 시어로 표현을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산문을 쓰는 저는 적분하듯 사물에 관한 것들을 모아들여 진면목을 표현하는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적분을 하는 제가 미분을 하는 시를 쓸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아마도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런데 또 한 분의 시인하고 일을 같이 하고 있습니다. 7년의 습작기간을 거친 끝에 등단을 했고, 등단 1년 만에 낸 시집을 주셨습니다. 등단은 신중하게 이루었지만, 등단 후에는 더 활발하게 시작활동을 하고 계셨던 것 같습니다. 시집 발간을 축하하는 글에서 소설가아며, 수필가이자 시인이신 김선화님은 ‘그는 사물 하나에서조차 인간의 참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이다. 소소한 특징을 발견하여 의미를 확장해 나가는 눈길이 따스하다.’라고 적으셨습니다. 앞서 제가 말씀드린 미적분학론이 그리 나쁜 비유는 아닌 것 같다는 자가당착에 빠져봅니다.

김선화 시인의 말씀처럼 신진호시인은 일상에서 만나는 다양한 소재를 시로 옮겨왔습니다. 주부이면서 직장 일도 열심히 하시면서 시는 언제 쓰시는지 궁금해집니다. <젓가락이 숟가락에게>는 모두 150편의 시를 비슷한 주제에 따라 다섯 묶으로 나누었습니다. 1부 ‘젓가락이 숟가락에게’는 일상에서 볼 수 있는 상황들을 노래하였습니다. 「한밤의 독주회」는 코고는 소리를 피아니시모, 크레센도, 포르티시모 등, 음악을 연주하는 기호로 해석하고 있어, 읽어가다 슬며시 웃음이 터집니다. 표제작이기도 한 「젓가락이 숟가락에게」는 스무 해를 넘게 함께 짝을 맞춰온 젓가락과 숟가락이 어느 날 끓는 용광로에서 만나 작은 냄비로 만나기를 바란다고 했습니다. 평생을 희노애락을 같이 한 것도 모자로 다음 생에서는 한 몸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하니 그 사랑이 얼마나 극진한지 알듯합니다.

3부 ‘만약에 당신이 계시다면’에서는 가족에 대한 절절한 사랑을 그려냈습니다. 특히 먼저 가신 아버님에 대한 애절한 그리움과 나이 들어가시는 어머님에 대한 안타까운 심정이 읽혔습니다. 부모님 두 분이 모두 세상에 계시지 않는 저의 마음도 같이 애절해지는 느낌이 들어 코끝이 먹먹해졌습니다.

시인과 제가 근무하는 직장은 치악산이 손에 잡힐 듯 보이는 곳에 있습니다. 아직 가보지는 못했습니다만, 먼발치에서 보는 풍경이 매일 다르게 느껴집니다. 그런 치악산 모습을 몇 편의 시에 담았습니다. ‘어느 비 갠 날 아침’이라는 부제가 달린 시 「치악산2」는 이렇습니다. “풀빛 산허리에 / 흰 도포자락 너울너울 / 푸른 산봉우리 / 우윳빛 띠 두르니 / 구름바다 위에 뜬 / 오묘한 초록 섬 // 한 사람 / 신선 되어 / 그 섬을 탐하네.” 같은 산을 아무 생각 없이 바라 본 저와는 완전 차원이 다른 시각으로 바라본 시인이 부럽습니다.

치악산에 대한 여러 편의 시를 읽으면서 세잔이 고향인 액상 프로방스에 있는 생트 빅투아르(Sainte-Victoire)산을 그렸다는 것을 상기합니다. 세잔은 사물의 본질을 추구했다는 것입니다. 색채만으로 원근법을 나타내려한 시도라던가 대상을 수많은 도형으로 나누어 다양한 색으로 표현했다는 것입니다. 세잔이 생트 빅투아르 산을 바라보며 그림을 그렸다는 동네 뒷동산에 올라 생트 빅투아르를 바라보았습니다만, 별다fms 생각을 떠올리지 못했으니, 제가 그림을 그리거나 시를 쓸 재주가 없는 것은 확실한듯합니다. 만약 신지호 시인이 엑상 프로방스에 있는 세잔의 아틀리에가 있는 동네의 뒷동산에 올라 생트 빅투아르를 바라보면 아주 좋은 시를 써내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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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민주 파티시에의 디저트 노트
유민주 지음, 심지아 그림 / 시드앤피드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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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 책은 반드시 독후감을 쓴다는 원칙을 지켜오고 있습니다. <유민주 파티시에의 디저트 노트>를 받아 읽고는 고민에 빠졌습니다. 디저트 레시피를 정리한 책을 읽은 소감을 정리할 수 있는 좋은 생각이 떠오르지 않아서입니다. 결국 아내와 함께 저자가 운영하는 디저트 카페 ‘글래머러스 펭귄’을 찾아 디저트를 먹어보기로 하였습니다. 태풍 다나스의 영향으로 빗줄기가 오락가락하는 가운데 한남동으로 향했습니다.

정오를 막 지난 시간이긴 했지만 비가 오고 있어서 애프터눈 티를 마시기에는 안성 맞춤한 날씨였습니다. 서비스는 별로였습니다. 주문을 하려니 빈 좌석이 있는지 확인을 손님이 알아서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별로 많지 않은 좌석이 모두 차 있어서 창가에 마련된 좁은 자리에 아내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앉아야 했습니다.

얼그레이 차에 디저트로 크림 브륄레와 얼그레이 스콘을 시켰습니다. 서비스로 제공하는 아이스크림은 디저트를 먹은 다음에 받았습니다. 창문 밖으로 우산을 쓰고 오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면서 디저트를 먹는 분위기가 그리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디저트에 대한 감상을 적자면, 얼그레이 스콘은 단맛이 덜해서 좋았습니다. 하지만, 크림 브륄레는 조금 느끼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위에 얹은 얇은 설탕막의 단맛이 느끼함을 줄여주는 것 같습니다. 아이스크림은 조금 짜고, 달았는데, 양이 조금 부담스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혹시 저자가 근무하고 있다면 사인을 부탁드리려 했지만 나오지 않았다해서 조금은 아쉬웠습니다. 유효기간이 얼마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신혼의 달달함이 가게로 향한 발걸음을 붙들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젊은이들에게는 충분히 핫할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만, 저처럼 연식이 된 사람들에게는 낯설다는 느낌이 들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면 책으로 돌아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책을 쓴 유민주 파티시에는 ‘베이킹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맛있는 레시피를 찾는 일이 가장 행복하다’고 합니다. 디저트 카페 ‘글래머러스 펭귄’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 나눈 이야기들을 통해 행복을 얻을 수 있었다는 이야기이겠지요. 이 책은 그런 과정에서 얻은 수많은 레시피 가운데 특히 마음을 나눈 사연이 있으며, 누구라도 쉽게 만들 수 있는 것들을 골라 이 책에 담았다고 합니다. 이 책에 담은 레시피로는 12종의 케익, 3종의 파운드케이크, 4종의 머핀, 3종의 트레이베이크, 4종의 스콘, 5종의 타르트, 5종의 쿠키, 9종의 브런치, 2종의 아이스크림, 4종의 푸딩 등에다가 서비스로 2종의 반려견 쿠키를 더했습니다.

대부분의 레시피에는 가게에서 만난 분들과의 사연을 소개하고 있는 점도 특이하고, 보통은 사진을 곁들이는 것과는 달리 뉴욕에 거주하면서 한국과 미국을 중심으로 일본, 유럽 등 다양한 도시에서 활동하는 일러스트레이터, 심지아님의 일러스트레이션 작품을 곁들인 것도 특이합니다. 사진이 곁들여졌어도 눈으로 보아서만은 디저트의 맛을 제대로 평가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을 것입니다. 물론 일러스트레이션이 아주 대상의 특징을 잘 살려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만, 맛까지 제대로 느낄 수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요리와 관련된 드라마를 보면 셰프들은 자신만의 레시피를 만들어내기 위한 습작노트를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유민주 파티시에의 디저트 노트>의 경우도 저자 나름대로의 레시피에 얽힌 사연까지 담은 레시피 노트일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런 소중한 경험을 다른 이들과 공유하려 공개한 것도 대단하단 생각을 해봅니다. 제가 전공하는 분야에서도 레시피와 비슷하게 수많은 프로토콜이 있습니다. 그런데 프로토콜에 적혀있는 과정을 그대로 따라 해도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정적인 비법을 공개하지 않기 때문이죠. 이 책에 적힌 디저트 만드는 과정대로 하면 글래머러스 펭귄에서 즐길 수 있는 수준의 디저트를 만들 수 있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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