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민주 파티시에의 디저트 노트
유민주 지음, 심지아 그림 / 시드앤피드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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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 책은 반드시 독후감을 쓴다는 원칙을 지켜오고 있습니다. <유민주 파티시에의 디저트 노트>를 받아 읽고는 고민에 빠졌습니다. 디저트 레시피를 정리한 책을 읽은 소감을 정리할 수 있는 좋은 생각이 떠오르지 않아서입니다. 결국 아내와 함께 저자가 운영하는 디저트 카페 ‘글래머러스 펭귄’을 찾아 디저트를 먹어보기로 하였습니다. 태풍 다나스의 영향으로 빗줄기가 오락가락하는 가운데 한남동으로 향했습니다.

정오를 막 지난 시간이긴 했지만 비가 오고 있어서 애프터눈 티를 마시기에는 안성 맞춤한 날씨였습니다. 서비스는 별로였습니다. 주문을 하려니 빈 좌석이 있는지 확인을 손님이 알아서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별로 많지 않은 좌석이 모두 차 있어서 창가에 마련된 좁은 자리에 아내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앉아야 했습니다.

얼그레이 차에 디저트로 크림 브륄레와 얼그레이 스콘을 시켰습니다. 서비스로 제공하는 아이스크림은 디저트를 먹은 다음에 받았습니다. 창문 밖으로 우산을 쓰고 오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면서 디저트를 먹는 분위기가 그리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디저트에 대한 감상을 적자면, 얼그레이 스콘은 단맛이 덜해서 좋았습니다. 하지만, 크림 브륄레는 조금 느끼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위에 얹은 얇은 설탕막의 단맛이 느끼함을 줄여주는 것 같습니다. 아이스크림은 조금 짜고, 달았는데, 양이 조금 부담스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혹시 저자가 근무하고 있다면 사인을 부탁드리려 했지만 나오지 않았다해서 조금은 아쉬웠습니다. 유효기간이 얼마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신혼의 달달함이 가게로 향한 발걸음을 붙들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젊은이들에게는 충분히 핫할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만, 저처럼 연식이 된 사람들에게는 낯설다는 느낌이 들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면 책으로 돌아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책을 쓴 유민주 파티시에는 ‘베이킹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맛있는 레시피를 찾는 일이 가장 행복하다’고 합니다. 디저트 카페 ‘글래머러스 펭귄’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 나눈 이야기들을 통해 행복을 얻을 수 있었다는 이야기이겠지요. 이 책은 그런 과정에서 얻은 수많은 레시피 가운데 특히 마음을 나눈 사연이 있으며, 누구라도 쉽게 만들 수 있는 것들을 골라 이 책에 담았다고 합니다. 이 책에 담은 레시피로는 12종의 케익, 3종의 파운드케이크, 4종의 머핀, 3종의 트레이베이크, 4종의 스콘, 5종의 타르트, 5종의 쿠키, 9종의 브런치, 2종의 아이스크림, 4종의 푸딩 등에다가 서비스로 2종의 반려견 쿠키를 더했습니다.

대부분의 레시피에는 가게에서 만난 분들과의 사연을 소개하고 있는 점도 특이하고, 보통은 사진을 곁들이는 것과는 달리 뉴욕에 거주하면서 한국과 미국을 중심으로 일본, 유럽 등 다양한 도시에서 활동하는 일러스트레이터, 심지아님의 일러스트레이션 작품을 곁들인 것도 특이합니다. 사진이 곁들여졌어도 눈으로 보아서만은 디저트의 맛을 제대로 평가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을 것입니다. 물론 일러스트레이션이 아주 대상의 특징을 잘 살려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만, 맛까지 제대로 느낄 수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요리와 관련된 드라마를 보면 셰프들은 자신만의 레시피를 만들어내기 위한 습작노트를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유민주 파티시에의 디저트 노트>의 경우도 저자 나름대로의 레시피에 얽힌 사연까지 담은 레시피 노트일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런 소중한 경험을 다른 이들과 공유하려 공개한 것도 대단하단 생각을 해봅니다. 제가 전공하는 분야에서도 레시피와 비슷하게 수많은 프로토콜이 있습니다. 그런데 프로토콜에 적혀있는 과정을 그대로 따라 해도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정적인 비법을 공개하지 않기 때문이죠. 이 책에 적힌 디저트 만드는 과정대로 하면 글래머러스 펭귄에서 즐길 수 있는 수준의 디저트를 만들 수 있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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