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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안단테 - 여행이라기보다는 유목에 가까운
윤정욱 지음 / 이담북스 / 2019년 6월
평점 :
여행에세이에 특별한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꾸준하게 여행을 다니고, 다녀온 곳에 대한 다양한 앎을 정리해오고 있는데, 무언가 새로운 틀에서 여행에 관한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행에세이는 적지 않게 읽었지만, 아직도 이것이다 싶은 정형은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몽골 안단테>는 15박 16일간의 몽골을 여행하면서 보고 느낀 점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작가는 왜 몽골을 여행하기로 했는지 그 이유를 적지 않았습니다. 몽골에서 사막을 여행한 까닭인지 생 텍쥐페리의 <어린 왕자>를 끌어왔는데, ‘소중한 것은 눈앞에 보이지 않는다’는 구절을 확실하게 이해할 수가 있었다고 적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가다 보니 글보다 사진이 차지하는 부분이 더 많아보였는데, 그렇듯 수많은 사진들이 겹치는 느낌을 줍니다. 작가가 완벽한 동행이라고 말한, 사진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모두 여섯인데, 동생들이라고 하는 것을 보면 친분이 있는 것인지, 아니면 이번 여행에서 처음 만나게 된 것인지도 오리무중입니다. 이분들이 정면사진 뒷모습 등 다양한 모습을 담는 것은 좋지만, 설명이 없는 사진은 책을 읽는 사람에게 별다른 느낌을 주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책을 읽어가면서 아쉬웠던 것은 어디서 출발해서 어떤 여정을 따라 갔는지에 대한 정보가 없기 때문에 익숙하지 않은 지명을 따라가는 것이 마치 눈감고 끌려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는 것입니다. 상황에 대한 서술을 일관성이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작가의 스마트폰은 터지지 않아서 무용지물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일행이 탄 버스를 운전하는 기사는 어디론가 전화를 걸고 있었다는 것도 이해되지 않는 대목입니다.
사막에서의 해넘이는 어디에서도 가슴이 벅차오르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것 같습니다. 그런 해넘이와 해진 평원에서 바라보는 밤하늘에 대한 작가의 설명을 읽다보면 정말 몽골을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몽골에서의 여행은 차에서 밤을 지새거나 아니면 여행객을 위한 게르에서 묵을 수가 있는 듯합니다. 어떤 곳에서는 물도 없어서 물티슈로 고양이세수를 하기도 하고, 어떤 곳에서는 물이 있어서 세수는 물론 샤워까지도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덥고 건조한 지역을 여행할 때 씻지 못해 찝찝한 느낌이 남는 것은 별로 내키지 않을 것 같습니다. 사막의 해넘이라든가, 밤하늘에 쏟아져 내릴 듯한 별들을 바라보는 것은 정말 느껴보고 싶지만 말입니다.
작가가 동생들을 위하여 밥을 챙기고 볼거리를 챙기는 이유도 분명치가 않습니다. 즉 일행과의 관계가 분명치 않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행들의 사진을 엄청 많이 인용하고 있는 것은 사전에 양해가 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밤에 동생들이 모여서 술을 마시면서 노는 자리에는 끼지않으려 한 듯한 느낌도 있어서 무슨 사연인지도 궁금합니다.
여정을 마치기 위하여 울란바토르로 돌아오기 전날의 마지막 밤은 ‘아마르바야스갈란트’ 사원 부근에서 묵었다고 합니다. 사원에도 가본 것 같습니다만, ‘어느 나라나 그렇겠지만, 사원에서 흥미를 끄는 요소를 딱히 찾아볼 수 없었다.’하고 적은 것이 전부였다는 점이 아쉬웠습니다. 현지 가이드 역시 사원에 관해서는 아는 바가 없으니 알아서 구경하라고 했다는데, 가이드 비용이 아까웠다고 말하는 것으로 끝내서는 안될 것 같습니다. 사원에서 관련 자료를 얻지 못했으면 인터넷에 널려 있는 정보조차 찾아보려는 노력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니 말입니다. 중국판 위키피디아와 영문판 위키피디아에서 비교적 상세한 설명을 찾아볼 수 있으니 말입니다. 절 이름에 담긴 의미도 ‘편안한 즐거움’이라고 했습니다만, 영문판 위키피디아에서는 ‘고요함의 수도원’이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몽골이라고 하는 이색적인 여행지에 대하여 궁금한 것이 많았던 모양입니다. 그런 궁금한 것들이 속 시원하게 풀리지 않아서 마음이 조금 불편했던 모양입니다. 양해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