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트 여행 노트 - 북유럽과 동유럽 사이
방지연 지음 / 버튼티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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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 전 이야기입니다만, 핀란드에서 열린 학회에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그때 에스토니아의 탈린을 잠깐 다녀올 생각을 해보았지만 일정을 맞추기가 어렵고 미리 준비한 것도 없어서 결국 포기했던 아쉬움이 마음 한 구석에 남았던가 봅이다. 그렇게 미루어 두었던 발트 세 나라를 이번에는 가보려 준비하고 있습니다.

동네 도서관에는 발트3국에 대한 책이 별로 없어 아쉽던 참이라서 뭐라도 건질게 있을까 싶어 고른 책이 <발트 여행 노트>입니다. 도쿄에서 디자이너로 활동할 무렵 발트3국이 린넨의 본고장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발트3국을 찾아볼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여행의 목표를 ‘발트의 수공예’에 두었기 때문인지 책의 내용은 방문하는 도시의 중심에 있는 린넨가게, 전통시장, 수공예 시장, 마을의 축제, 예술가의 아뜰리에 등을 중점적으로 소개하고 있어서 제가 생각한 발트3국 여행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저자는 카페, 잡화, 산책, 전시회를 좋아하며, 특히 서점과 책을 가장 좋아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책을 만들기 시작했다는데, 벌써 해외생활이나 여행을 바탕으로 쓴 책이 <도쿄 맑음>을 비롯하여 4권에 이른다고 합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벌써 10권 분량 이상의 해외여행관련 원고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아직 책으로 묶어본 원고가 한편도 없는 저로서는 부러울 따름입니다. 어떻게 금년 안에는 한권을 만들어보아야 하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최신 정보를 자주 보완하는 전문여행안내서가 아니면 교통편이라거나 숙소 등에 관한 정보는 크게 의미가 없어 보입니다. 오히려 독자로 하여금 헷갈리게 만드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서입니다. 그래도 통화라거나 간단하게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현지언어 정도를 소개하는 것은 좋은 아이디어 같습니다.

제가 여행기를 쓰기 시작한 것은 나이 들어 여행을 떠날 형편이 되지 않더라도, 옛날의 여행에서 무엇을 보고, 듣고, 배웠는지 되돌아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즉, 제가 살아온 날들 가운데 일부를 정리해둔다는 의미입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작가 역시 하고 계신 디자인과 관련된 것들에 대한 기록을 남기려는 취지라 보이는데, 그렇다면 독자의 범위가 한정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그리고 수퍼마켓이나 식당 등 시시콜콜한 부분까지 언급을 한 것도 시의성을 고려한다면 그리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개인의 취향에 따라 선호가 갈라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책을 좋아하신다는데 발트3국과 관련된 책은 소개하는 부분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라트비아의 수도 리가에서는 발테르스 운 라파(Valters un Rapa, 아마도 부엉이 서점)에도 들렀던가 봅니다. 프랑스 작가 장 자끄 상페의 <얼굴 빨개지는 아이>를 사들었다고 하는데, 라트비아어로 된 책을 산 이유는 책을 읽을 수는 없지만, 책을 산 부엉이서점과 서점에 찾아간 날의 기억을 되살릴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는 것입니다. 책을 사는 이유가 읽기 위함이라고 생각하는 저와는 다른 생각이라서 저도 생각을 더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하긴 디자인을 하신다니 일과 관련된 책을 읽는 방식이 아니라 보는 방식으로도 도움을 얻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제 경우는 여행지에서 미술관은 빠트리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미술은 잘 모르지만 그래도 누구의 어떤 작품을 보았다는 일종의 허영심 같은 것이 작용하지 싶습니다. 그리고 역사적 건축물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대체로 건축에는 이야기가 많이 곁들여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여행기에 사진을 곁들이는 경우 사진 설명을 꼭 곁들입니다. 저자의 경우에 많은 사진들을 곁들이고 있지만, 설명이 없는 사진들은 어떤 상황인지 전혀 알 수 없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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