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늘 아프리카가 그립다
이지상 지음 / 디자인하우스 / 1999년 12월
평점 :
절판


2년 전에 다녀온 아프리카 여행을 정리하기 위하여 읽은 책입니다. 저보다 20여년 가까운 옛날에 다녀온 아프리카인지라 느끼는 점이 많이 다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지금은 여행사에서 팔고 있는 상품도 많이 다양해지고 그리 어렵지 않게 아프리카의 신기한 풍물을 볼 수 있습니다만, 그때는 여행사 상품이 많지 않고 비용도 만만치가 않아서 선뜻 아프리카 여행을 나서기가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여행가의 길을 나섰다는 작가이고 보면, 저와 연배도 크게 차이가 나지 않은데도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물론 서문에서 밝히고 있는 것처럼 ‘삶의 풍요로움과 즐거움은 결코 성공에 있지 않고, 그 길을 가며 부딪치고 헤매는 과정에 있다’는데 어느 정도는 공감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만... 저라면 아예 생각조차 하지 못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뒤늦게 배운 도둑이 날새는 줄 모른다고 적지 않은 나이에 세상을 배워보겠다고 나선 것인지도 모릅니다.

인도를 헤맨 작가는 무언가에 끌리듯 아프리카로 향했다고 했습니다. 어려서의 꿈이 아프리카에서 타잔이 되는 것이었다고 하는 것은  그 옛날 여러 차례 제작된 영화와 드라마의 영향을 받은 세대의 특징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초원의 왕국>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보면 마음이 아프리카로 향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아프리카에 다녀와서 달라진 점이 있습니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 여기저기 아프던 증상들이 대부분 사라졌다는 것입니다. 아프리카 대륙의 원시적인 기운에 몸에 스며들었던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작가는 프롤로그에서 초원의 육식동물들이 살아남기 위하여 사냥을 하고, 그렇게 죽어가는 초식동물들이 안타깝더라는 이야기와 그런 광경을 보면서 세상에 던져진 생명이 살아가는 일이 다 그렇다는 것을 깨닫게 되더라는 이야기 등이 새삼스러운 것 아닐까 싶기도 했습니다.

비용을 줄이기 위하여 나름대로는 준비를 많이 하고 여행을 시작했다고는 하지만, 여행을 통해서 무엇을 보고 느낄 것인지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물론 자유여행이라는 것이 출발해서 돌아올 때까지 완벽한 계획 아래 움직이기보다는 어느 정도 느슨한 일정으로 상황에 맞게 변화를 두는 경향이 있다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만 큰 틀에서 여행의 목적은 정하고 가야 하지 싶습니다.

관광산업의 체계가 잡혀있지 않은 아프리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여행사에서 충분히 검토가 된 상품을 통하여 효율적으로 여행을 즐기는 것도 한 방편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은 이 책을 읽고서 더욱 분명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또 한 가지 짚어야 할 점은 해외여행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할 점은 바로 안전이라 할 것인데, 자유여행을 하시는 분들이 흔히 놓치기 쉬운 점인 듯합니다. 작가 역시 안전에 대한 심각한 고민이 없어 보이는 듯한 것은 이미 여행을 다녀온 작가 입장에서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이 책을 읽은 독자가 같은 생각을 할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여행 전에도 깊은 고민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여행기를 낼 때도 더 많은 고민을 해야 할 것입니다.

특히 케냐를 중심으로 탄자니아, 우간다, 르완다 등 중앙아프리카를 두루 돌아보았다고 합니다만, 내전상태로 안전이 불분명한 나라를 여행하는 것은 개인의 문제 뿐 아니라 외교적으로도 문제가 될 수 있는 사건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자연 속에서 옷을 벗어던지고 알몸이 되어 느낄 수 있는 해방감을 즐기는 것도 좋겠습니다만, 풍속에 관한 현지의 관련법을 위반하는 것은 아닌가도 생각해볼 일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디서 살 것인가 - 우리가 살고 싶은 곳의 기준을 바꾸다
유현준 지음 / 을유문화사 / 2018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최근에 건축을 전공하시는 유현준 교수가 쓴 일련의 책들을 읽고 있습니다. 저술 순서와는 무관하게 가장 최근작인 <당신의 별자리는 무엇인가요; https://blog.naver.com/neuro412/221571143493>를 시작으로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https://blog.naver.com/neuro412/221644321329> 등에 이어 읽게 된 책이 <어디서 살 것인가>입니다. 저자가 이 책을 쓴 이유는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에서 다 말하지 못한 건축과 도시에 비친 우리의 모습과 건축가로서 실제로 우리를 둘러싼 공간들을 디자인하면서 알게 된 우리의 이야기를 담으려 했다고 합니다. 이 책을 통하여 우리 자신에 대해 조금이라도 더 알아갔으면 하는 바람도 있는 것입니다.

책읽기를 마치고 나서 느낀 점이 몇 가지 있습니다. 우선 저자가 말하고 싶은 것은 틀에 박힌 듯 지어낸 건물에 사는 아이들, 사람들에게서는 창의성이라는 것을 기대할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그 점에 대하여는 충분히 공감하게 됩니다. 문제는 건축보다 더 중요한 우리나라의 교육체계가 여전히 다양성을 담보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그 옛날의 학교는 틀에 박힌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틀에 박힌 듯한 모습의 학교들에서 배우는 것들은 각각 다른 모습이었다는 것입니다. 교실 밖에서 무언가 배울 기회가 지금보다 훨씬 많았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다양한 매체를 통하여 일반인들과 소통의 기회를 많이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매체들이 얼마나 틀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논의가 이루어지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방송의 특성상 일정한 틀 안에서 이야기가 오가는 경우가 많고, 시청자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한계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전에 틀이 정해지지 않으면 이야기가 산으로 갈 수도 있고, 사실이 제대로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들이 오갈 위험도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점도 있는 듯합니다. 저자가 설정한 이야기의 흐름에 맞추기 위한 근거들이 객관적이고 적절하게 비교되고 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예를 들면 도심의 공원의 크기와 간격을 비교하기 위하여 뉴욕의 맨하탄과 서울특별시를 비교한 것이 적절한가 하는 것입니다. 물론 서울에 공원이 아주 드물기 때문에 그나마 이름이 붙어있는 공원을 이끌어 내려다보니 서울시 전체를 맨하탄과 비교한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제가 아는 맨하탄은 그야말로 언덕도 없는 평지이기 때문에 공원을 조성하지 않으면 그야말로 삭막할 수밖에 없는 장소이지만, 서울의 경우는 동네마다 작은 숲을 이루는 이름 없는 언덕이 흩어져 있다는 점을 간과한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아주 가끔씩은 과연 가능한 이야기일까 싶은 대목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과거 아이들이 엎드려 놀고 숙제하던 골목길 공간은 지금은 뚱뚱한 자동차가 차지하고 앉아 있다.(133쪽)”는 대목을 읽으면서 지금으로부터 50년전 동네 모습이 과연 이랬던가 기억이 가물거립니다. 돌을 높이 쌓아 무거운 건축물을 만드는 이유가 자신의 권력을 자랑하기 위함이라면서 우리가 등산을 가면 작은 돌로 탑을 쌓는 것 또한 자기를 과시하기 위함이라는 설명도 이해되지 않는 대목입니다. 저도 어쩌다 남들이 쌓은 작은 돌탑 곁에 저만의 작은 돌탑을 쌓은 적도 있습니다만, 그것이 제 자신을 과시하기 위함이라기보다는 작은 돌탑을 쌓으면서 무언가 이루어졌으면 좋을 작은 소망을 비는 마음이 아니었던가 싶습니다.

최근에 주목받고 있는 3D 프린터로 만든 재료가 벽돌, 철근콘크리트의 뒤를 이어 세계를 통합할 건축재료의 뒤를 이어 세계를 통합할 건축 재료가 될 것이라는 저자의 주장이 쉽게 이해되지 않습니다. 제가 알기로 3D 프린터는 일정한 재료를 가지고 특정한 물체를 성형해내는 장비이지 재료를 생산하는 설비가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건물을 지을 때 건물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그 안에 담을 삶을 바라보아야 한다는 저자의 인식에 공감합니다. 어디서 살 것인가? 하는 물음에 대한 답이 정해져 있지 않다는 것도 동의합니다. 개인마다 사정이 다르기 때문에 그 사정에 따라서 각자에 맞는 곳에서 살면되는 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디서 살 것인가에 대한 답을 주기보다는 답을 결정하는데 필요한 사고방식을 깨닫게 되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추억과 흔적 사이를 걷다
김봉아 지음 / 책넝쿨 / 2018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태어나서 지금까지 살았던 동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하고 있습니다. 저는 초등학교 2학년때까지는 마을 앞뒤로 논이 펼쳐지는 시골에서 살았지만, 다음에는 가까운 도시로, 그리고 대학때는 서울로 올라와서 엄청나게 많은 동네를 전전하면서 살아왔습니다.

요즘에는 인터넷으로 동네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을 알고는 옛날 살던 동네를 찾아보았습니다만, 상전벽해라는 말이 실감이 날 정도로 변한 동네가 한둘이 아니었습니다. ‘사라져가는 농촌문화유산을 찾아서’라는 부제가 달린 <추억과 흔적 사이를 걷다>는 어렸을 적에 보았던 농촌의 풍경에 대한 옛기억을 되살려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읽게 된 책입니다.

이 책은 농민신문의 김봉아 기자님이 부제대로 옛날 같으면 농촌에서 흔히 볼 수 있던 것들이 어느 사이 사라져버리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남은 것이라도 보존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겠다는 점을 깨우쳐주고 있습니다. 물론 옛날 것들이 지금 시대에 사용할 가치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만, 그 의미를 챙겨보는 일만큼은 필요하지 싶습니다. 우리가 살아온 역사가 그 속에서 숨 쉬고 있을 터이니 말입니다.

저자는 과거에 우리나라의 농업생산에 중요한 역할을 하면서 역사적, 문화적, 경관적으로 보존할 만한 가치가 있는 20곳을 찾아보았다고 합니다. 구들장논, 밭담과 같이 이미 국가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된 것부터, 둠벙, 물레방아, 정미소, 대장간 등 농업생산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들이라서 전국 어느 농촌에서나 흔히 볼 수 있던 것들이 지금은 많이 사라져 보기 힘든 것들도 다루었다고 합니다. 20 곳에서 발견한 것들을 논, 밭, 나무와 숲, 수리시설, 가공보관시설 등으로 나뉘어 정리한 결과가 <추억과 흔적 사이를 걷다>입니다.

읽어가다 보니 아직 가보지 않은 청산도의 구들장논이나 울진의 금강소나무숲, 김제 벽골제, 제천 의림지, 등을 제외하고는 한번쯤을 가본 곳이며, 여기 소개된 것들을 직접 볼 기회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정미소나 대장간, 양조장과 같은 곳은 기자님이 소개한 곳을 가본 것은 아닙니다만, 제가 살던 시골에서도 많이 본 것들이라서 익숙한 느낌이 되살아났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기자님이 소개한 장소가 아니면 볼 수 없는 것들은 기회가 된다면 한번쯤 가서 직접 눈으로 확인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물론 그곳에 살고 계신 분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겠지요. 요즈음에는 사람들 입에 오르내려서 소문이라도 나면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서 그곳에서 사시는 분들이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문제도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살던 동네에서도 보았던, 지금은 사라져가고 있다는 둠벙이나, 양조장, 저수지 수문, 개울 등은 옛날 기억을 되살려 직접 찾아가보고 싶습니다. 생각 같아서는 개울을 막아서 물을 퍼내 물고기를 잡아보는 일도 해보고 싶습니다만, 아마 지금 사시는 분들한테 야단을 맞지 않을까 싶습니다. 한 여름에는 누렇게 뜬 볏줄기에 숨어 있는 벌레를 잡아 송사리를 잡거나, 누렇게 익어가는 논에서 메뚜기를 잡거나, 추수가 끝난 논에서 우렁이를 잡던 어린 시절의 추억도 되살려보고 싶습니다.

기자님 역시 시골에서 자란 듯이 농촌에서 볼 수 있었던 것들에 대한 기억이 또렷한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만난 분들로부터 옛날이야기도 많이 들어 정리해내는 취재도 알차게 해 오신 것 같습니다. 취재활동에 동행하신 사진기자님들 역시 좋은 사진을 찍어서 옛 추억을 되살리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우리의 문화유산을 발굴하고 보존하는 이런 기획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이런 책들이 많이 읽히면 좋겠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해마를 찾아서 - 인간의 기억에 대한 모든 것
윌바 외스트뷔.힐데 외스트뷔 지음, 안미란 옮김 / 민음사 / 2019년 6월
평점 :
절판


검은 색 바탕에 푸른빛을 띠는 해마 한 마리가 그려진 <해마를 찾아서>는 어쩌면 ‘인간의 기억에 대한 모든 것’이라는 부제가 없었더라면 무슨 내용을 다루고 있는지 금세 감을 잡기가 어려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책입니다. 사실 해마는 기억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생명체는 아닙니다. 인간의 기억형성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대뇌의 부분이 해마를 닮았대서 ‘해마’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기억’은 제가 관심을 많이 두고 있는 분야이기도 합니다. 언젠가는 기억에 관한 이야기를 책으로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여전히 버리지 않고 있기도 합니다.

이 책의 주저자인 윌바 외스트뷔는 오슬로대학 심리학과에서 박사후 과정을 밟고 있는데, 기억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공저자인 힐데 외스트뷔는 개념사 연구자이면서도 작가라고 합니다.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한 설명이 없었지만, 책말미의 감사의 글에 적은 어린 시절의 사건을 참고하면, 가족이 아닐까 싶습니다. 윌바가 기억에 관한 연구를 정리하고 힐데는 기억과 관련된 사건들을 정리하고 글을 쓰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서로의 장점을 잘 살린 책쓰기라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해마를 찾아서>는 모두 7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인간이 기억을 하는데 있어 핵심적 역할을 하는 해마의 역할에 대한 설명으로부터 시작해서 기억이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지고, 개인적인 기억에 외상이 주는 효과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갔다가 기억이 허위로 만들어진다는 것을 설명합니다. 기억은 훈련에 의하여 좋아질 수 있다는 사실이 실험을 통하여 입증되었다는 것도 이야기하고, 기억의 반대개념 즉 망각에 대한 이야기도 빠트리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기억이 결국 인간의 오늘이 있게 만들었고, 역시 미래를 꿈꾸게 하는 중요한 힘이라는 것을 설명합니다.

기억에 관한 저자들의 개인적 경험과 연구결과 사건사고는 물론, 문학작품, 영화 등 기억과 관련된 다양한 자료들을 인용하여 이해를 돕고 있습니다. 특히 관련된 사람들이 남긴 기록은 물론 인터뷰 내용까지도 쉽게 설명하고 있어서 책 읽는 흐름을 수월하게 만들어줍니다. 전문적인 내용이면서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한다는 것이 참 어렵다는 생각을 평소에도 합니다만, 저자들의 글 솜씨에서 저도 해답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다만 아쉬운 것은 기억이 만들어지고, 저장되며, 그리고 그렇게 저장된 기억을 불러내는 과정이 어떻게 이루어지는가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비록 그 설명이 전문적인 내용이라고 하더라도 말입니다. 물론 아직도 추가연구가 필요한 부분이 남아있지만, 대강의 틀은 설명해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특히 기억이 만들어지는 기전에 관한 연구로 노벨의학살을 받은 에릭 캔들의 연구성과를 설명해주었더라면 좋았겠습니다.

기억이라는 것이 주변으로부터 오는 다양한 자극을 뇌 안에 있는 특정한 서랍에 넣었다가 필요할 때 끄집어내는 것은 아닐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기억이 형성되는 과정은 무엇인지 정말 궁금합니다. 기억이 신경세포들 사이에 정보를 주고받는 연결고리의 통해서 생화학적으로 이루어질 것으로 짐작은 합니다만, 아직 개념이 정리되지 못하고 있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기억력이 점차 떨어지는 것도 문제인데, 기억력을 강화하는 근거 있는 방법도 제시되면 좋겠습니다.

그밖에도 제가 알고 있는 기억에 관한 많은 이야기들이 인용되지 않은 것도 조금 아쉽기는 합니다만, 저자들이 참고한 사건들이나 연구 성과들이 제가 알고 있는 것들과 겹치지 않는 점도 앞으로 기억에 대하여 정리하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결국 ‘인간의 기억에 대한 모든 것’이라는 부제는 조금 의욕적으로 붙인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도서관 여행하는 법 땅콩문고
임윤희 지음 / 유유 / 2019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즈음에도 동네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서 읽고 있습니다. 인문 분야의 책은 물론 여행관련 책을 많이 빌리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도서관을 통해서 세상을 여행하고 있는 셈입니다. 그런 이유 때문에 <도서관 여행하는 법>이 제 눈길을 붙들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막상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는 제가 생각했던 내용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이는 것 같습니다. 세상의 도서관들을 돌아본 경험이 주로 이야기되는 것 같습니다. 모두 29꼭지의 글은 외국의 도서관을 돌아보면서 느낀 생각 15꼭지와 국내 도서관의 사정에 관한 이야기가 14꼭지로 나뉘어 있습니다.

저자는 해외여행을 하면서 가급적이면 그곳의 도서관을 들러 사정을 알아보려 노력해왔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건물이 멋지거나 책이 많거나 서비스가 좋아서만이 아니라 도서관이라는 이름으로 만들어온 사람들의 꿈을 살피기 위함이라고 했습니다.

첫 번째 이야기 ‘세상에 대한 질문의 답을 찾아가는 길’이라는 제목의 글을 보면 미국의 도서관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은 도서관에 가면 세상의 모든 일에 대한 의문에 답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저 역시 미국에서 공부할 적에 필요한 사항들은 (주로 의학에 관한 것이었습니다만) 도서관에서 찾곤 했습니다. 물론 30년도 넘은 옛날이야기이고 인터넷읕 통하여 자료를 찾아보는 방법이 없을 때라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나름대로는 많은 자료를 구하곤 했습니다.

물론 요즘에는 인터넷에서 자료를 찾는 경우가 훨씬 더 많습니다. 물론 ‘인터넷에 아무리 믿을 수 없을 만큼 방대한 정보가 있다 해도 나는 도서관에서 시작하는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는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아주 오래 전 자료는 아직 인터넷을 통하여 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제가 미국에서 도서관을 이요할 때, 영어도 짧고 낯가림도 심해서 사서에게 부탁해본 적은 없습니다. 하지만 미국 저자들이 쓴 책을 보면 감사의 글에서 자료검색에 기여해준 도서관 사서에게 감사를 표시하는 경우는 많이 보았습니다.

우리나라의 도서관 사정에 관한 글을 읽다보면 저자가 옛날에 경험한 내용도 적지 않은데, 옛날보다는 도서관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의 수준이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아진 것도 사실입니다. 물론 저자가 이야기하는 외국의 대규모 도서관의 서비스와 비교하는 것이 적절한가 하는 문제는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에서 공부할 적에도 아이들을 위하여 동네도서관에서 책을 빌어다 보기도 했는데, 오래되기는 했지만 그때 미국에서 본 동네 도서관과 비교해보면 비록 서울이기는 하지만, 동네도서관의 수준이 훨씬 나은 점이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결국 도서관이라는 대상에 대하여 우리나라와 외국(일부 국가의 몇 곳이기는 합니다만)의 사정 비교하는 내용이라고 한다면, 적절한 수준의 도서관을 서로 비교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 역시 오래 전의 미국 도서관에 대한 이야기와 요즈음의 우리나라 도서관의 이야기를 맞대놓고 비교하는 우를 범하기는 하였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의 우리나라 도서관의 사정이 많이 나아지고 있다는 점이나 책을 읽을 수 있는 다양한 공간이 생겨나고 있다는 점 등, 희망적인 요소에 대한 이야기도 빠트리지는 않고 있습니다. 문제는 우리 국민들이 책을 별로 읽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라는 것을 짚었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평소에도 많은 책을 읽는 분들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만, 독서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보편적인 인식은 아주 낮은 것도 사실입니다. 책을 많이 읽어야 하는데... 시간이 없어서, 혹는 건강이 허락하지 않아서... 등의 핑계를 대는 분들이 제 주변에도 적지 않은 형편입니다. 책읽기는 정부가 나서서 강권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자연스럽게 책읽는 분위기를 만들어가는대 언론의 힘이 가장 클 것 같다는 생각을 여전히 합니다. 그래도 예전에는 동네서점이나 동네도서관 지어주기와 같은 예능프로그램도 있었지만 요즘에는 그저 놀러 다니거나 먹는 것에 치중하고 있는 예능프로그램을 보면서 절망감이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