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를 찾아서 - 인간의 기억에 대한 모든 것
윌바 외스트뷔.힐데 외스트뷔 지음, 안미란 옮김 / 민음사 / 2019년 6월
평점 :
절판


검은 색 바탕에 푸른빛을 띠는 해마 한 마리가 그려진 <해마를 찾아서>는 어쩌면 ‘인간의 기억에 대한 모든 것’이라는 부제가 없었더라면 무슨 내용을 다루고 있는지 금세 감을 잡기가 어려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책입니다. 사실 해마는 기억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생명체는 아닙니다. 인간의 기억형성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대뇌의 부분이 해마를 닮았대서 ‘해마’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기억’은 제가 관심을 많이 두고 있는 분야이기도 합니다. 언젠가는 기억에 관한 이야기를 책으로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여전히 버리지 않고 있기도 합니다.

이 책의 주저자인 윌바 외스트뷔는 오슬로대학 심리학과에서 박사후 과정을 밟고 있는데, 기억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공저자인 힐데 외스트뷔는 개념사 연구자이면서도 작가라고 합니다.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한 설명이 없었지만, 책말미의 감사의 글에 적은 어린 시절의 사건을 참고하면, 가족이 아닐까 싶습니다. 윌바가 기억에 관한 연구를 정리하고 힐데는 기억과 관련된 사건들을 정리하고 글을 쓰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서로의 장점을 잘 살린 책쓰기라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해마를 찾아서>는 모두 7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인간이 기억을 하는데 있어 핵심적 역할을 하는 해마의 역할에 대한 설명으로부터 시작해서 기억이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지고, 개인적인 기억에 외상이 주는 효과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갔다가 기억이 허위로 만들어진다는 것을 설명합니다. 기억은 훈련에 의하여 좋아질 수 있다는 사실이 실험을 통하여 입증되었다는 것도 이야기하고, 기억의 반대개념 즉 망각에 대한 이야기도 빠트리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기억이 결국 인간의 오늘이 있게 만들었고, 역시 미래를 꿈꾸게 하는 중요한 힘이라는 것을 설명합니다.

기억에 관한 저자들의 개인적 경험과 연구결과 사건사고는 물론, 문학작품, 영화 등 기억과 관련된 다양한 자료들을 인용하여 이해를 돕고 있습니다. 특히 관련된 사람들이 남긴 기록은 물론 인터뷰 내용까지도 쉽게 설명하고 있어서 책 읽는 흐름을 수월하게 만들어줍니다. 전문적인 내용이면서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한다는 것이 참 어렵다는 생각을 평소에도 합니다만, 저자들의 글 솜씨에서 저도 해답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다만 아쉬운 것은 기억이 만들어지고, 저장되며, 그리고 그렇게 저장된 기억을 불러내는 과정이 어떻게 이루어지는가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비록 그 설명이 전문적인 내용이라고 하더라도 말입니다. 물론 아직도 추가연구가 필요한 부분이 남아있지만, 대강의 틀은 설명해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특히 기억이 만들어지는 기전에 관한 연구로 노벨의학살을 받은 에릭 캔들의 연구성과를 설명해주었더라면 좋았겠습니다.

기억이라는 것이 주변으로부터 오는 다양한 자극을 뇌 안에 있는 특정한 서랍에 넣었다가 필요할 때 끄집어내는 것은 아닐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기억이 형성되는 과정은 무엇인지 정말 궁금합니다. 기억이 신경세포들 사이에 정보를 주고받는 연결고리의 통해서 생화학적으로 이루어질 것으로 짐작은 합니다만, 아직 개념이 정리되지 못하고 있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기억력이 점차 떨어지는 것도 문제인데, 기억력을 강화하는 근거 있는 방법도 제시되면 좋겠습니다.

그밖에도 제가 알고 있는 기억에 관한 많은 이야기들이 인용되지 않은 것도 조금 아쉽기는 합니다만, 저자들이 참고한 사건들이나 연구 성과들이 제가 알고 있는 것들과 겹치지 않는 점도 앞으로 기억에 대하여 정리하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결국 ‘인간의 기억에 대한 모든 것’이라는 부제는 조금 의욕적으로 붙인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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