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과 흔적 사이를 걷다
김봉아 지음 / 책넝쿨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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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서 지금까지 살았던 동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하고 있습니다. 저는 초등학교 2학년때까지는 마을 앞뒤로 논이 펼쳐지는 시골에서 살았지만, 다음에는 가까운 도시로, 그리고 대학때는 서울로 올라와서 엄청나게 많은 동네를 전전하면서 살아왔습니다.

요즘에는 인터넷으로 동네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을 알고는 옛날 살던 동네를 찾아보았습니다만, 상전벽해라는 말이 실감이 날 정도로 변한 동네가 한둘이 아니었습니다. ‘사라져가는 농촌문화유산을 찾아서’라는 부제가 달린 <추억과 흔적 사이를 걷다>는 어렸을 적에 보았던 농촌의 풍경에 대한 옛기억을 되살려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읽게 된 책입니다.

이 책은 농민신문의 김봉아 기자님이 부제대로 옛날 같으면 농촌에서 흔히 볼 수 있던 것들이 어느 사이 사라져버리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남은 것이라도 보존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겠다는 점을 깨우쳐주고 있습니다. 물론 옛날 것들이 지금 시대에 사용할 가치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만, 그 의미를 챙겨보는 일만큼은 필요하지 싶습니다. 우리가 살아온 역사가 그 속에서 숨 쉬고 있을 터이니 말입니다.

저자는 과거에 우리나라의 농업생산에 중요한 역할을 하면서 역사적, 문화적, 경관적으로 보존할 만한 가치가 있는 20곳을 찾아보았다고 합니다. 구들장논, 밭담과 같이 이미 국가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된 것부터, 둠벙, 물레방아, 정미소, 대장간 등 농업생산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들이라서 전국 어느 농촌에서나 흔히 볼 수 있던 것들이 지금은 많이 사라져 보기 힘든 것들도 다루었다고 합니다. 20 곳에서 발견한 것들을 논, 밭, 나무와 숲, 수리시설, 가공보관시설 등으로 나뉘어 정리한 결과가 <추억과 흔적 사이를 걷다>입니다.

읽어가다 보니 아직 가보지 않은 청산도의 구들장논이나 울진의 금강소나무숲, 김제 벽골제, 제천 의림지, 등을 제외하고는 한번쯤을 가본 곳이며, 여기 소개된 것들을 직접 볼 기회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정미소나 대장간, 양조장과 같은 곳은 기자님이 소개한 곳을 가본 것은 아닙니다만, 제가 살던 시골에서도 많이 본 것들이라서 익숙한 느낌이 되살아났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기자님이 소개한 장소가 아니면 볼 수 없는 것들은 기회가 된다면 한번쯤 가서 직접 눈으로 확인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물론 그곳에 살고 계신 분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겠지요. 요즈음에는 사람들 입에 오르내려서 소문이라도 나면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서 그곳에서 사시는 분들이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문제도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살던 동네에서도 보았던, 지금은 사라져가고 있다는 둠벙이나, 양조장, 저수지 수문, 개울 등은 옛날 기억을 되살려 직접 찾아가보고 싶습니다. 생각 같아서는 개울을 막아서 물을 퍼내 물고기를 잡아보는 일도 해보고 싶습니다만, 아마 지금 사시는 분들한테 야단을 맞지 않을까 싶습니다. 한 여름에는 누렇게 뜬 볏줄기에 숨어 있는 벌레를 잡아 송사리를 잡거나, 누렇게 익어가는 논에서 메뚜기를 잡거나, 추수가 끝난 논에서 우렁이를 잡던 어린 시절의 추억도 되살려보고 싶습니다.

기자님 역시 시골에서 자란 듯이 농촌에서 볼 수 있었던 것들에 대한 기억이 또렷한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만난 분들로부터 옛날이야기도 많이 들어 정리해내는 취재도 알차게 해 오신 것 같습니다. 취재활동에 동행하신 사진기자님들 역시 좋은 사진을 찍어서 옛 추억을 되살리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우리의 문화유산을 발굴하고 보존하는 이런 기획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이런 책들이 많이 읽히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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