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늘 아프리카가 그립다
이지상 지음 / 디자인하우스 / 1999년 12월
평점 :
절판


2년 전에 다녀온 아프리카 여행을 정리하기 위하여 읽은 책입니다. 저보다 20여년 가까운 옛날에 다녀온 아프리카인지라 느끼는 점이 많이 다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지금은 여행사에서 팔고 있는 상품도 많이 다양해지고 그리 어렵지 않게 아프리카의 신기한 풍물을 볼 수 있습니다만, 그때는 여행사 상품이 많지 않고 비용도 만만치가 않아서 선뜻 아프리카 여행을 나서기가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여행가의 길을 나섰다는 작가이고 보면, 저와 연배도 크게 차이가 나지 않은데도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물론 서문에서 밝히고 있는 것처럼 ‘삶의 풍요로움과 즐거움은 결코 성공에 있지 않고, 그 길을 가며 부딪치고 헤매는 과정에 있다’는데 어느 정도는 공감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만... 저라면 아예 생각조차 하지 못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뒤늦게 배운 도둑이 날새는 줄 모른다고 적지 않은 나이에 세상을 배워보겠다고 나선 것인지도 모릅니다.

인도를 헤맨 작가는 무언가에 끌리듯 아프리카로 향했다고 했습니다. 어려서의 꿈이 아프리카에서 타잔이 되는 것이었다고 하는 것은  그 옛날 여러 차례 제작된 영화와 드라마의 영향을 받은 세대의 특징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초원의 왕국>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보면 마음이 아프리카로 향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아프리카에 다녀와서 달라진 점이 있습니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 여기저기 아프던 증상들이 대부분 사라졌다는 것입니다. 아프리카 대륙의 원시적인 기운에 몸에 스며들었던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작가는 프롤로그에서 초원의 육식동물들이 살아남기 위하여 사냥을 하고, 그렇게 죽어가는 초식동물들이 안타깝더라는 이야기와 그런 광경을 보면서 세상에 던져진 생명이 살아가는 일이 다 그렇다는 것을 깨닫게 되더라는 이야기 등이 새삼스러운 것 아닐까 싶기도 했습니다.

비용을 줄이기 위하여 나름대로는 준비를 많이 하고 여행을 시작했다고는 하지만, 여행을 통해서 무엇을 보고 느낄 것인지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물론 자유여행이라는 것이 출발해서 돌아올 때까지 완벽한 계획 아래 움직이기보다는 어느 정도 느슨한 일정으로 상황에 맞게 변화를 두는 경향이 있다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만 큰 틀에서 여행의 목적은 정하고 가야 하지 싶습니다.

관광산업의 체계가 잡혀있지 않은 아프리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여행사에서 충분히 검토가 된 상품을 통하여 효율적으로 여행을 즐기는 것도 한 방편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은 이 책을 읽고서 더욱 분명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또 한 가지 짚어야 할 점은 해외여행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할 점은 바로 안전이라 할 것인데, 자유여행을 하시는 분들이 흔히 놓치기 쉬운 점인 듯합니다. 작가 역시 안전에 대한 심각한 고민이 없어 보이는 듯한 것은 이미 여행을 다녀온 작가 입장에서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이 책을 읽은 독자가 같은 생각을 할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여행 전에도 깊은 고민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여행기를 낼 때도 더 많은 고민을 해야 할 것입니다.

특히 케냐를 중심으로 탄자니아, 우간다, 르완다 등 중앙아프리카를 두루 돌아보았다고 합니다만, 내전상태로 안전이 불분명한 나라를 여행하는 것은 개인의 문제 뿐 아니라 외교적으로도 문제가 될 수 있는 사건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자연 속에서 옷을 벗어던지고 알몸이 되어 느낄 수 있는 해방감을 즐기는 것도 좋겠습니다만, 풍속에 관한 현지의 관련법을 위반하는 것은 아닌가도 생각해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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