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살 것인가 - 우리가 살고 싶은 곳의 기준을 바꾸다
유현준 지음 / 을유문화사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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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건축을 전공하시는 유현준 교수가 쓴 일련의 책들을 읽고 있습니다. 저술 순서와는 무관하게 가장 최근작인 <당신의 별자리는 무엇인가요; https://blog.naver.com/neuro412/221571143493>를 시작으로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https://blog.naver.com/neuro412/221644321329> 등에 이어 읽게 된 책이 <어디서 살 것인가>입니다. 저자가 이 책을 쓴 이유는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에서 다 말하지 못한 건축과 도시에 비친 우리의 모습과 건축가로서 실제로 우리를 둘러싼 공간들을 디자인하면서 알게 된 우리의 이야기를 담으려 했다고 합니다. 이 책을 통하여 우리 자신에 대해 조금이라도 더 알아갔으면 하는 바람도 있는 것입니다.

책읽기를 마치고 나서 느낀 점이 몇 가지 있습니다. 우선 저자가 말하고 싶은 것은 틀에 박힌 듯 지어낸 건물에 사는 아이들, 사람들에게서는 창의성이라는 것을 기대할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그 점에 대하여는 충분히 공감하게 됩니다. 문제는 건축보다 더 중요한 우리나라의 교육체계가 여전히 다양성을 담보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그 옛날의 학교는 틀에 박힌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틀에 박힌 듯한 모습의 학교들에서 배우는 것들은 각각 다른 모습이었다는 것입니다. 교실 밖에서 무언가 배울 기회가 지금보다 훨씬 많았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다양한 매체를 통하여 일반인들과 소통의 기회를 많이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매체들이 얼마나 틀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논의가 이루어지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방송의 특성상 일정한 틀 안에서 이야기가 오가는 경우가 많고, 시청자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한계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전에 틀이 정해지지 않으면 이야기가 산으로 갈 수도 있고, 사실이 제대로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들이 오갈 위험도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점도 있는 듯합니다. 저자가 설정한 이야기의 흐름에 맞추기 위한 근거들이 객관적이고 적절하게 비교되고 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예를 들면 도심의 공원의 크기와 간격을 비교하기 위하여 뉴욕의 맨하탄과 서울특별시를 비교한 것이 적절한가 하는 것입니다. 물론 서울에 공원이 아주 드물기 때문에 그나마 이름이 붙어있는 공원을 이끌어 내려다보니 서울시 전체를 맨하탄과 비교한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제가 아는 맨하탄은 그야말로 언덕도 없는 평지이기 때문에 공원을 조성하지 않으면 그야말로 삭막할 수밖에 없는 장소이지만, 서울의 경우는 동네마다 작은 숲을 이루는 이름 없는 언덕이 흩어져 있다는 점을 간과한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아주 가끔씩은 과연 가능한 이야기일까 싶은 대목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과거 아이들이 엎드려 놀고 숙제하던 골목길 공간은 지금은 뚱뚱한 자동차가 차지하고 앉아 있다.(133쪽)”는 대목을 읽으면서 지금으로부터 50년전 동네 모습이 과연 이랬던가 기억이 가물거립니다. 돌을 높이 쌓아 무거운 건축물을 만드는 이유가 자신의 권력을 자랑하기 위함이라면서 우리가 등산을 가면 작은 돌로 탑을 쌓는 것 또한 자기를 과시하기 위함이라는 설명도 이해되지 않는 대목입니다. 저도 어쩌다 남들이 쌓은 작은 돌탑 곁에 저만의 작은 돌탑을 쌓은 적도 있습니다만, 그것이 제 자신을 과시하기 위함이라기보다는 작은 돌탑을 쌓으면서 무언가 이루어졌으면 좋을 작은 소망을 비는 마음이 아니었던가 싶습니다.

최근에 주목받고 있는 3D 프린터로 만든 재료가 벽돌, 철근콘크리트의 뒤를 이어 세계를 통합할 건축재료의 뒤를 이어 세계를 통합할 건축 재료가 될 것이라는 저자의 주장이 쉽게 이해되지 않습니다. 제가 알기로 3D 프린터는 일정한 재료를 가지고 특정한 물체를 성형해내는 장비이지 재료를 생산하는 설비가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건물을 지을 때 건물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그 안에 담을 삶을 바라보아야 한다는 저자의 인식에 공감합니다. 어디서 살 것인가? 하는 물음에 대한 답이 정해져 있지 않다는 것도 동의합니다. 개인마다 사정이 다르기 때문에 그 사정에 따라서 각자에 맞는 곳에서 살면되는 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디서 살 것인가에 대한 답을 주기보다는 답을 결정하는데 필요한 사고방식을 깨닫게 되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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