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인문학 수업 : 연결 - 오늘의 지식을 내일의 변화로 이어가기 퇴근길 인문학 수업
이종관 외 지음, 백상경제연구원 엮음 / 한빛비즈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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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 인문학수업>이 책 읽는 분들의 사랑을 받아 멈춤, 전환, 전진 등 세 가지 주제를 다룬 시즌1에 이어 관계에 이어 연결을 주제로 하여 시즌2를 마무리한다고 합니다. 시즌2에서는 꼭 한 번 다루어야 할 근본적인 질문, “인문학은 어떻게 삶이 되는가”에 초점을 맞추어 기획되었다고 합니다. 특히 연결편에서는 ‘인문학 코드’, ‘ 리더의 교양’, ‘시장과 문화’라는 카데고리 아래 산업과 문화 속에 스며든 인문정신이 우리 삶과 어떤 연관성을 가지고 있는지에 주목했다는 것입니다.

‘오늘의 지식을 내일의 변화로 이어가기’라는 부제가 이 책의 성격을 설명하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문학, 세종, 춘추전국시대, 르네상스 미술, 중국비즈니스, 유럽 명품브랜드의 변천사, 한의학 명의 열전 등의 글은 옛것을 짚어보는 듯한, 즉 미래지향적이라고 보기 어려운 내용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특히 한의학 명의 열전의 경우 중국 전설의 명의 편작과 화타에 이어, 조선조의 전순의, 허준, 이제마 등의 한의학 명의의 삶과 업적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우리말로는 한의학이라고 합니다만, 과거에는 한의학(漢醫學)으로 적던 것을 한의학(韓醫學)으로 바꾼 바 있으니 글쓴이가 한의(漢醫)와 한의(韓醫)의 대표인물을 고른 것을 탓할 이유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의학이 과학적이라는 주장에는 공감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병을 고쳐 건강한 삶을 지켜준다는 목적이 같다면 도구가 다른 한의학을  현대의학과 마찬가지로 과학적이라는 주장은 어불성설입니다. 과학적으로 입증된 도구를 사용해야 과학적이라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퇴근길 인문학수업; 연결>편에서 한의학을 주제로 선정한 것이 적절해보이지 않는다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현대의학이 각고의 노력 끝에 성취해낸 진단기기나 치료기기를 과학적으로 입증된 바 없이 사용하는 것으로 한의학의 현대화가 이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다른 글들은 주제에 잘 부합하는 내용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내용이 있는 이야기의 중요성을 짚은 제2강은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정보를 전달하거나 물건을 새로 내놓는 경우에도 흥미로운 이야기가 더해지면 아무래도 관심도 더 끌 수 있고, 전하고자 하는 바를 쉽게 이해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바로 그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능력은 타고나는 것보다는 많은 이야기를 들어서 자기의 것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책읽기가 가장 좋은 훈련인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퇴근길 인문학수업>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인문학 책읽기가 결국은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길을 발견하는 방법이 된다는 것입니다.

책읽기도 많이 하다보면 비판적 책읽기와 읽는 내용을 새롭게 해석하는 방법에 눈을 뜨게 되는 것 같습니다. 셋째 아들이었던 세종이 양녕대군과 효령대군을 제치고 왕위에 오르게 된 배경이 그저 양녕대군의 패륜적 행태만을 지적하기 보다는 충녕대군의 감춰진 왕재를 살핀 두 형님의 배려가 숨어있었다는 뒷이야기도 짚었더라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그런가 하면 스웨덴의 명품 브랜드 이케아의 탄생에 관한 이야기에서 회장의 친나치 행각을 비롯하여 조세회피 문제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이야기는 물론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민감한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한 제품을 내놓고서는 한국에서는 팔지 않겠다고 대응한 것들도 짚었더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1~5권까지 필진으로 참여하신 분들을 보면 철학자, 경제학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한문학자, 심리학자, 연극연출가, 인류학자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나와 자신의 영역에서의 인문학 강좌를 펼쳐냈는데, 하루 30분 책읽기로 인문학적 소양이 조금씩 쌓여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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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칸트인가 - 인류 정신사를 완전히 뒤바꾼 코페르니쿠스적 전회 서가명강 시리즈 5
김상환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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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왜 칸트인가>가 눈에 확 들어온 것은 최근에 발트연안국가를 여행하는 길에 들른 칼리닌그라드에서 칸트의 무덤과 동상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인문학을 공부한다면서도 근대 서양철학의 중요한 저서들을 아직 읽지 않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서울대학교 철학과의 김상환교수님께서 쓰신 <왜 칸트인가>에는 ‘인류 정신사를 완전히 뒤바꾼 코페르니쿠스적 전회’라는 부제가 붙어있었습니다. 과연 그럴까 싶었는데, 책을 읽고 나서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을 뿐 아니라, 서양철학에서 차지하는 칸트의 위상에 관한 ‘칸트 이전의 모든 철학은 칸트라는 큰 호수로 들어오고, 칸트 이후의 모든 철학은 칸트에서 시작된 물줄기다’라는 호수비유도 수긍이 간다하겠습니다. 이밖에도 칸트를 ‘철학의 코페르니쿠스’, ‘철학의 콜럼부스’라고 부르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칸트의 철학은 <순수이성비판(1781)>, <실천이성비판(1788)>, <판단력비판(1790)> 등 3대 비판서를 기본 골격으로 하는데, 이 저작들을 통하여 인식론, 윤리학, 미학, 자연관 등에서 엄청난 변화를 일으켰다고 합니다. 천문학 분야에서 코페르니쿠스가 가져온 혁명에 비유할 만하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칸트의 3대 비판서의 핵심내용을 요약하여 칸트가 근대철학에서 일으킨 혁명의 내용이 무엇인지를 깔끔하게 정리해냈습니다.

1부에서는 <순수이성비판>의 내용이 인지혁명으로 마음 모델을 혁신했다고 보았고, 2부에서는 <실천이성비판>의 내용이 윤리혁명으로 덕 윤리에서 의무의 윤리로 전환하는 전기가 되었다고 보았습니다. 3부는 <판단력비판>의 전반부는 미학 혁명으로 근대예술을 정초했다고 평가했으며, 4부에서는 <판단력비판>의 후반부에 대하여 생태 혁명으로 기계론에서 유기체론으로의 전환이 가능하게 되었다는 평가입니다.

각 부의 말미에는 칸트에 관한 궁금증에 대한 설명을 더해두었습니다. 칸트가 3대 비판서를 집필한 이유를 정리한 대목이 있습니다. 칸트가 살던 18세기 후반은 노동 및 사회, 학문 및 가치의 분화가 활발하던 시기였다고 합니다. 당연히 철학에서도 고유한 위상과 정체성의 확립이 요구되던 시기였습니다. 그리하여 “칸트는 3대 비판서를 통해 이론적 지식의 객관성을 따질 때의 기준, 실천적 행동의 도덕성을 문제 삼을 때의 근거, 예술적 창작의 심미적 가치를 판정할 때의 원리를 차례대로 해명하고자 했다(153쪽)”는 것입니다.

저자는 칸트의 3대 비판서에 머물지 않고 동서양의 다양한 저서들을 적절하게 인용하여 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게 합니다. <판단력 비판>의 초반에서 다루는 심미적 체험에 대한 취미판단에 관하여 칸트는 그 질적 특징을 ‘무관심한 만족감’에서 찾았다는 것입니다. 즉, 어떤 것을 아름답다고 판단할 때 우리는 만족감을 누리되 그 만족감은 무관심한 만족감이라는 것인데, 이때 만족감이란 쾌감, 기쁨, 즐거움을 말한답니다. 그런데 저자는 칸트의 ‘무관심한 만족감’을 공자의 ‘사무사(思無邪)’와 견주었습니다.

<논어>의 위정편에서 공자는 <시경(詩經)>에 대한 생각을 이렇게 말했습니다. “시경 삼백 편을 한 마디로 줄여 말하면, 그 핵심은 생각에 사특함이 없다는 데 있다.(詩三百, 一言而蔽之曰 思無邪) (193쪽)” 이 구절에 대하여 저자는 ‘사특함이란 어떤 사적인 관심에 의해 관심에 의해 구부러진 마음의 상태를 말한다. ’사무사‘란 개인적인 욕심에 의해 비뚤어진 데가 없는 곧은 마음, 사특한 의도에서 해방된 순진한 마음을 가리킨다’라고 했습니다. 이 대목에 눈길이 오래 머문 이유는 최근에 우리나라를 혼란의 구렁텅이로 몰아넣고 있는 분들이 모두 새겼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칸트의 3대 비판서를 이번 기회에 읽어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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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랍니다 나이 들어도 나를 잊지 않기를 - 물리치료사가 바라본 엉뚱하고 따뜻한 치매 세상 이야기
조상미 지음 / 이담북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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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를 제대로 알아야 치매를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쓴 책을 세상에 내놓은지가 벌써 20년이 넘었고, 그 사이에 발전한 사실을 담아 두 차례에 걸쳐 개정하고 있습니다. 가장 최근에 낸 책이 <치매 당신도 고칠 수 있다>입니다. 앞으로 세 번째 개정판을 낼 기회가 올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치매로 고통 받는 많은 분들에게 알려야 할 새로운 사실들을 꾸준하게 정리하고 있습니다.

<바랍니다 나이 들어도 나를 잊지 않기를> 역시 그런 생각으로 꼼꼼하게 읽은 책입니다. 예전과는 달리 다양한 관점에서 본 치매에 관한 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 책은 저자가 10년 넘게 요양원에서 치매환자에게 물리치료를 해드리면서 경험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이들과의 동거는 하루하루가 다사다난했다. 하루도 조용히 지나가는 법이 없었다. (…) ‘이해’라는 잣대를 갖다 댈 수 없는 세상을 이해할 수 없어서 힘들고 짜증스러웠다”라고 프롤로그에 적은 것을 보면, 아마도 처음 일을 시작할 때는 치매환자의 특성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듯합니다. 어쩌면 요양원에서하던 일을 접고, 의원이나 병원 같은 곳으로 옮길 수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물리치료사를 구하는 곳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년이 넘게 요양원에서 치매환자들과 부대껴온 것은 다음과 같은 깨달음이 있었기 때문인 듯합니다. “우리가 그들의 세상을 바라보듯, 그들도 그들만의 세계에서 우리를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소통할 수 없는 그들은 눈빛으로 말하고 있었다. 따뜻함도 냉랭함도 분별할 수 있노라고. 그들은 느끼고 있었다. 다만 표현하지 못했을 뿐이다.”

저자가 이 책에서 소개하는 사건사고(?)들은 일반인의 시각에서 보면 절대 이해가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치매환자들이 보이는 행동이나 사고방식은 저마다의 특색이 있어서 일정한 틀에 넣을 수 없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따라서 상황에 맞게 환자의 행동이나 말을 이해하고 적절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즉, 대단한 순발력이 필요하다고 하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치매라는 증상을 보이는 질병을 잘 이해해야 하겠습니다. 사실 치매는 질병이 아니라 다양한 질환에서 나타낼 수 있는 증상들입니다. 치매 증상을 나타내는 질환들 가운데는 완치가 가능한 경우도 있지만, 대뇌의 퇴행성변화, 즉 되돌릴 수 없는 손상으로 생기는 경우가 훨씬 더 많습니다. 따라서 그런 변화가 서서히 진행되도록 하고, 남아있는 기능을 더 오래 유지시키는 돌봄에 무게를 두어야 하겠습니다.

아직까지도 치매하면 벽에 똥칠을 하고, 사람들과 전혀 대화가 되지 않는 그런 상황을 떠올립니다만, 이런 증상은 대체로 치매의 말기에 이르러서 나타나게 됩니다. 즉 치매 초기에는 환자의 행동이나 말이 치매 증상 때문일 것이라고 믿지 않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치매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나타날 가능성이 높은 증상입니다. 따라서 평소와 달라졌다는 느낌이 들면 일단 주의 깊게 관찰을 하고, 필요하면 전문가에게 보일 필요가 있습니다. 진행된 암은 손 쓸 수 있는 여지가 별로 없기 때문에 조기발견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왔고, 또 조기검진을 통하여 일찍 발견된 암을 수술 등의 방법으로 완치시키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치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조기에 발견하면 완치가 가능한 경우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럴 수 없는 원인에 의한 치매 역시 진행을 더디게 할 수 있는 약물치료를 비롯하여 비약물적 치료도 있기 때문에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치매로 고생하는 환자를 요양병원이나 요양시설에 모시는 것을 크게 부끄러워할 것도 아닙니다. 배회하는 증세나 배뇨, 배변 조절이 어려운 치매 환자의 경우는 전문시설에서 전문가들의 도움으로 간병하도록 하는 것이 환자를 위하여, 또 가족을 위한 선택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치매환자를 돌보는 분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아주 중요한 일이라는 점을 마지막으로 적어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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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기획자 공략집 - 게임 기획자를 꿈꾸는 이들을 위한 스토리 가이드북 직업공감 시리즈 6
오현근 지음 / 이담북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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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아이들은 밖에서 하는 놀이는 잘 모른다고 걱정하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주로 집에서 컴퓨터로, 혹은 스마트폰으로 하는 게임을 즐겨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생각해보니 어렸을 적에는 주로 집밖에서 하는 놀이에 빠져 밥먹는 시간에 늦기 일쑤였던 것 같습니다. 자치기, 팔방, 땅따먹기, S자로 그린 영토를 기반으로 깨금발로 뛰어다니면서 넘어뜨리기, 벽돌치기, 구슬치기, 구슬을 구멍에 넣기, 딱지치기 등등 종류도 다양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놀이도 조선시대와는 또 다른 것일 수도 있겠고, 70년대로 넘어오면서는 전기로 작동하는 게임, 예를 들면 헬리콥터 착륙시키기, 두더지, 등으로 넘어갔다가 80년대에는 그 유명한 갤로그를 비롯한 전자오락이 등장하면서 새로운 게임(이때부터는 놀이가 아니라 게임이었습니다.)에 빠져들었던 것 같습니다. 블록 깨기를 거쳐 테트리스 게임이 나올 무렵까지는 열심히 따라갔는데, 그 다음부터는 감당이 안되어 새로운 게임을 따라가지 못하고 말았습니다.

그 뒤로 발전해온 게임들은 참 대단한 것 같습니다. 특히 외국 사람들을 우리나라에 초대하는 예능프로그램에서 게임방을 찾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을 보면 우리나라는 게임을 즐기는 외국인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는 모양입니다. 작년 말에는 게임개발을 주제로 한 드라마 <알람브라 궁전의 추억>을 보면서 충격을 받기도 했습니다. ‘현실과 가상현실을 구분할 수 없게 되는 날이 과연 올까?’라는 의문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드라마에서 게임 개발자와 그렇게 개발된 게임을 시장에 내놓는 사람이 구분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실 제 경우는 본업이 따로 있는 탓인지 게임을 즐기는 정도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게임을 어떻게 만드는지, 누가 만드는지, 나도 게임을 만들어볼까, 하는 등의 궁금증을 가진 사람도 있을 법합니다. 그런 분들 가운데 실제 게임을 만드는 일에 나서기도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런 분들은 어떻게 게임을 만드는 일을 시작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풀어주는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게임개발을 기획하는 일을 하시는 오현근님이 쓴 <게임기획자 공략집>입니다. 저자는 고등학교에 다닐 때부터 게임개발에 관심을 두고 관련분야의 교육에도 참여하는 등 관심을 현실로 바꾸어가는 노력을 기울였다고 합니다. 생각해보면 누군가 게임을 개발해서 시장에 내놓기 때문에 그 게임을 즐기는-사실 오늘날의 게임시장은 인터넷공간을 통하여 형성되기 때문에 그 규모가 엄청나다고 합니다-사람도 생기는 것 아니겠습니까? 따라서 게임개발을 직업이라 할 이유가 넘치고도 남을 것 같습니다.

저에게만 생소한 게임개발이라는 직업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에게도 좋은 안내서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게임기획자 공략집>이 그런 역할을 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담출판에서 직업공감시리즈로 내고 있는 책들을 보면 ‘이런 직업이 있었나’ 장래의 진로를 고민하는 젊은이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직업을 소개하고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만, 게임개발에 관한 이 책처럼 많이 생소한 느낌을 주는 책은 처음인 것 같습니다. 어쩌면 직업을 찾아 일에 매달리다보면 자신이 걸어온 길을 정리할 시간이 없거나, 책을 낼 정도로 글을 써내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일 것 같습니다.

물론 진로를 결정하는데 필요한 정보 역시 인터넷에서 찾아볼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을 것입니다. 저 역시 여행에 관한 글을 쓰면서 인터넷에서 자료를 많이 찾는 편입니다만, 꼭 필요하고 입맛에 맞는 정보를 찾기 위해서 너무나 많은 시간을 써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있습니다. 인터넷에 널려있는 정보들 가운데 검증되지 않은 내용들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적어도 진로를 결정하는데 참고할 수 있는 자료는 역시 책이 가장 중요하고도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게임기획자 공략집>은 저자가 13년차 게임기획자로 성장하기까지의 과정을 담담하게 정리해가면서, 각 단계마다 책을 읽는 사람이 가질만한 의문에 답을 달아주는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평소에 하고 있는 일을 잘 정리해두셨기 때문에 이 책을 쓸 수 있었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도 지금 하고 있는 일에 관한 책을 써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 책읽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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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모해도 괜찮아, 쿠바니까
김광일 지음 / 이담북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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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여행을 다녀와서 내는 여행기 가운데 쿠바가 유독 많은 것 같습니다. 아마도 쿠바에 대한 묘한 환상 같은 것이 있어 쿠바를 다녀오는 분들이 적지 않은 것 같기도 합니다. 제 경우는 여행사 상품으로 남미를 다녀오는 길에 쿠바에서 2박을 하는 일정으로 아바나를 중심으로 쿠바를 구경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의 제 느낌은 과거로 여행하는 느낌에 더하여 갑자기 불어 닥친 개방의 물결에 정체성이 흔들리는 듯한 느낌도 없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무모해도 괜찮아, 쿠바니까>는 CBS 노컷뉴스의 김광일 기자가 2주나 밀린 연차를 몰아 다녀온 쿠바에서 겪은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휴가를 처음 떠날 때는 철저하게 혼자이고 싶었다지만, 시작부터 끝까지 혼자였던 적은 별로 없었던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혼자이고 싶을 때는 차라리 산사에 들던지 아니면 남해의 낙도로 들어가는 편이 훨씬 좋을 것이라는 생각을 버리지 않고 있습니다.

해외를 여행하는 한국 사람들 가운데 혼자서 고독한 여행을 즐기는 사람은 별로 없다는 것 같습니다. 누군가와 함께 하지 않으면 불안해지기 때문이라는데, 그럴거면 출발할 때 마음에 맞는 친구와 함께 여행을 떠나는 편이 더 낫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떻든 저자는 쿠바에서 보낸 2주일의 휴가는 아바나, 플라야 히론, 트리니다드, 산타 클라라, 바라데로 등을 찾았는데,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을 세워서 떠난 여행이 아니라 일단 떠나고 보는, 현지에 도착해서 사정에 맞게 일정을 잡는, 그야말로 무계획이 계획인 여행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이렇게 가는 여행이 진짜 여행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쿠바 사람들 속에 스며들어 그들의 삶을 제대로 느껴보았다는 이야기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여행을 떠난 시점도 적절해보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책을 읽다보면 더위에 지쳐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잡은 일정마저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 경우도 있어 보여서 말입니다.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니 생기는 기시감은 아마도 이제훈 배우와 류준열 배우가 출연한 여행예능 <트래블러>에서 본 풍경을 뒤따라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체 게바라의 행적에 대하여 그리 후한 편은 아닙니다만, 기왕에 일찍부터 체 게바라의 삶에 공감해오셨다고 한다면 쿠바에서의 체 게바라의 행적을 뒤쫓아보는 것도 좋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도 아니면 스페인의 식민지배에서 벗어나기 위한 독립운동의 흔적을 뒤쫓아보는 것도 좋지 않았을까요?

물론 휴가를 떠나기 전까지 출입처를 전전하면서 쌓인 피로를 풀기 위한 여행이었기에 먹고, 마시고, 느리게 가는 시간 속에 몸을 맡기고 싶었을 수도 있겠습니다. 오래 전에 미국에서 같이 근무하던 친구는 여름만 되면 북쪽에 있는 리조트에 가서 세끼 밥만 먹고 머릿속을 비우고 온다고 했습니다. 낮에는 나무 그늘에 누워 시원한 바람을 느끼고 밤에는 하늘에 뜬 별을 바라보는 것 이외에 책을 읽거나 생각도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몸과 마음을 같이 풀어놓는 휴식시간이 휴가에서 돌아와 바쁘게 돌아가는 삶에 큰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였습니다. 하긴 긴장감을 풀어내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무엇이 최고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닐 것 같습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쿠바에서 돌아온 뒷이야기가 없었던 것이 조금 아쉬운 책읽기였습니다.

중견급 기자라서 어련히 알아서 챙겼을 것으로 믿습니다만, 읽다보면 책 읽는 흐름이 흔들리는 곳이 더러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쿠바 여행 일정을 마치고 공항을 거쳐 출국할 예정(69쪽)’이라는 대목은 굳이 ‘공항을 거쳐’가 들어갈 이유는 없어 보입니다. 여러 차례 등장하는 ‘두런두런 앉아 이야기하다’는 대목도 어색합니다. 결정적인 것은 제가 옮겨 적기가 무엇합니다만 순화된 표현을 썼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대목(81, 179쪽)도 있었습니다.

쿠바는 빠르게 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순박한 쿠바사람들을 경험하고 오는 여행자들도 없지 않지만 사회주의 특유의 사고에 당혹하는 경우도 없지 않은 듯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무모해도 괜찮은 여행은 없습니다. 무모한 도전은 사고를 부를 수 있기 때문에 안전은 철저하게 챙겨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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