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랍니다 나이 들어도 나를 잊지 않기를 - 물리치료사가 바라본 엉뚱하고 따뜻한 치매 세상 이야기
조상미 지음 / 이담북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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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를 제대로 알아야 치매를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쓴 책을 세상에 내놓은지가 벌써 20년이 넘었고, 그 사이에 발전한 사실을 담아 두 차례에 걸쳐 개정하고 있습니다. 가장 최근에 낸 책이 <치매 당신도 고칠 수 있다>입니다. 앞으로 세 번째 개정판을 낼 기회가 올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치매로 고통 받는 많은 분들에게 알려야 할 새로운 사실들을 꾸준하게 정리하고 있습니다.

<바랍니다 나이 들어도 나를 잊지 않기를> 역시 그런 생각으로 꼼꼼하게 읽은 책입니다. 예전과는 달리 다양한 관점에서 본 치매에 관한 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 책은 저자가 10년 넘게 요양원에서 치매환자에게 물리치료를 해드리면서 경험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이들과의 동거는 하루하루가 다사다난했다. 하루도 조용히 지나가는 법이 없었다. (…) ‘이해’라는 잣대를 갖다 댈 수 없는 세상을 이해할 수 없어서 힘들고 짜증스러웠다”라고 프롤로그에 적은 것을 보면, 아마도 처음 일을 시작할 때는 치매환자의 특성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듯합니다. 어쩌면 요양원에서하던 일을 접고, 의원이나 병원 같은 곳으로 옮길 수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물리치료사를 구하는 곳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년이 넘게 요양원에서 치매환자들과 부대껴온 것은 다음과 같은 깨달음이 있었기 때문인 듯합니다. “우리가 그들의 세상을 바라보듯, 그들도 그들만의 세계에서 우리를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소통할 수 없는 그들은 눈빛으로 말하고 있었다. 따뜻함도 냉랭함도 분별할 수 있노라고. 그들은 느끼고 있었다. 다만 표현하지 못했을 뿐이다.”

저자가 이 책에서 소개하는 사건사고(?)들은 일반인의 시각에서 보면 절대 이해가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치매환자들이 보이는 행동이나 사고방식은 저마다의 특색이 있어서 일정한 틀에 넣을 수 없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따라서 상황에 맞게 환자의 행동이나 말을 이해하고 적절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즉, 대단한 순발력이 필요하다고 하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치매라는 증상을 보이는 질병을 잘 이해해야 하겠습니다. 사실 치매는 질병이 아니라 다양한 질환에서 나타낼 수 있는 증상들입니다. 치매 증상을 나타내는 질환들 가운데는 완치가 가능한 경우도 있지만, 대뇌의 퇴행성변화, 즉 되돌릴 수 없는 손상으로 생기는 경우가 훨씬 더 많습니다. 따라서 그런 변화가 서서히 진행되도록 하고, 남아있는 기능을 더 오래 유지시키는 돌봄에 무게를 두어야 하겠습니다.

아직까지도 치매하면 벽에 똥칠을 하고, 사람들과 전혀 대화가 되지 않는 그런 상황을 떠올립니다만, 이런 증상은 대체로 치매의 말기에 이르러서 나타나게 됩니다. 즉 치매 초기에는 환자의 행동이나 말이 치매 증상 때문일 것이라고 믿지 않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치매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나타날 가능성이 높은 증상입니다. 따라서 평소와 달라졌다는 느낌이 들면 일단 주의 깊게 관찰을 하고, 필요하면 전문가에게 보일 필요가 있습니다. 진행된 암은 손 쓸 수 있는 여지가 별로 없기 때문에 조기발견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왔고, 또 조기검진을 통하여 일찍 발견된 암을 수술 등의 방법으로 완치시키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치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조기에 발견하면 완치가 가능한 경우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럴 수 없는 원인에 의한 치매 역시 진행을 더디게 할 수 있는 약물치료를 비롯하여 비약물적 치료도 있기 때문에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치매로 고생하는 환자를 요양병원이나 요양시설에 모시는 것을 크게 부끄러워할 것도 아닙니다. 배회하는 증세나 배뇨, 배변 조절이 어려운 치매 환자의 경우는 전문시설에서 전문가들의 도움으로 간병하도록 하는 것이 환자를 위하여, 또 가족을 위한 선택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치매환자를 돌보는 분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아주 중요한 일이라는 점을 마지막으로 적어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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