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모해도 괜찮아, 쿠바니까
김광일 지음 / 이담북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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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여행을 다녀와서 내는 여행기 가운데 쿠바가 유독 많은 것 같습니다. 아마도 쿠바에 대한 묘한 환상 같은 것이 있어 쿠바를 다녀오는 분들이 적지 않은 것 같기도 합니다. 제 경우는 여행사 상품으로 남미를 다녀오는 길에 쿠바에서 2박을 하는 일정으로 아바나를 중심으로 쿠바를 구경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의 제 느낌은 과거로 여행하는 느낌에 더하여 갑자기 불어 닥친 개방의 물결에 정체성이 흔들리는 듯한 느낌도 없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무모해도 괜찮아, 쿠바니까>는 CBS 노컷뉴스의 김광일 기자가 2주나 밀린 연차를 몰아 다녀온 쿠바에서 겪은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휴가를 처음 떠날 때는 철저하게 혼자이고 싶었다지만, 시작부터 끝까지 혼자였던 적은 별로 없었던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혼자이고 싶을 때는 차라리 산사에 들던지 아니면 남해의 낙도로 들어가는 편이 훨씬 좋을 것이라는 생각을 버리지 않고 있습니다.

해외를 여행하는 한국 사람들 가운데 혼자서 고독한 여행을 즐기는 사람은 별로 없다는 것 같습니다. 누군가와 함께 하지 않으면 불안해지기 때문이라는데, 그럴거면 출발할 때 마음에 맞는 친구와 함께 여행을 떠나는 편이 더 낫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떻든 저자는 쿠바에서 보낸 2주일의 휴가는 아바나, 플라야 히론, 트리니다드, 산타 클라라, 바라데로 등을 찾았는데,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을 세워서 떠난 여행이 아니라 일단 떠나고 보는, 현지에 도착해서 사정에 맞게 일정을 잡는, 그야말로 무계획이 계획인 여행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이렇게 가는 여행이 진짜 여행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쿠바 사람들 속에 스며들어 그들의 삶을 제대로 느껴보았다는 이야기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여행을 떠난 시점도 적절해보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책을 읽다보면 더위에 지쳐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잡은 일정마저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 경우도 있어 보여서 말입니다.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니 생기는 기시감은 아마도 이제훈 배우와 류준열 배우가 출연한 여행예능 <트래블러>에서 본 풍경을 뒤따라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체 게바라의 행적에 대하여 그리 후한 편은 아닙니다만, 기왕에 일찍부터 체 게바라의 삶에 공감해오셨다고 한다면 쿠바에서의 체 게바라의 행적을 뒤쫓아보는 것도 좋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도 아니면 스페인의 식민지배에서 벗어나기 위한 독립운동의 흔적을 뒤쫓아보는 것도 좋지 않았을까요?

물론 휴가를 떠나기 전까지 출입처를 전전하면서 쌓인 피로를 풀기 위한 여행이었기에 먹고, 마시고, 느리게 가는 시간 속에 몸을 맡기고 싶었을 수도 있겠습니다. 오래 전에 미국에서 같이 근무하던 친구는 여름만 되면 북쪽에 있는 리조트에 가서 세끼 밥만 먹고 머릿속을 비우고 온다고 했습니다. 낮에는 나무 그늘에 누워 시원한 바람을 느끼고 밤에는 하늘에 뜬 별을 바라보는 것 이외에 책을 읽거나 생각도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몸과 마음을 같이 풀어놓는 휴식시간이 휴가에서 돌아와 바쁘게 돌아가는 삶에 큰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였습니다. 하긴 긴장감을 풀어내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무엇이 최고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닐 것 같습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쿠바에서 돌아온 뒷이야기가 없었던 것이 조금 아쉬운 책읽기였습니다.

중견급 기자라서 어련히 알아서 챙겼을 것으로 믿습니다만, 읽다보면 책 읽는 흐름이 흔들리는 곳이 더러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쿠바 여행 일정을 마치고 공항을 거쳐 출국할 예정(69쪽)’이라는 대목은 굳이 ‘공항을 거쳐’가 들어갈 이유는 없어 보입니다. 여러 차례 등장하는 ‘두런두런 앉아 이야기하다’는 대목도 어색합니다. 결정적인 것은 제가 옮겨 적기가 무엇합니다만 순화된 표현을 썼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대목(81, 179쪽)도 있었습니다.

쿠바는 빠르게 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순박한 쿠바사람들을 경험하고 오는 여행자들도 없지 않지만 사회주의 특유의 사고에 당혹하는 경우도 없지 않은 듯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무모해도 괜찮은 여행은 없습니다. 무모한 도전은 사고를 부를 수 있기 때문에 안전은 철저하게 챙겨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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