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출근했는데, 뭘 하라고요? - Z세대 직장인이 회사에서 살아남는 성과 창출 프로젝트
윤홍준 지음 / 이담북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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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할 나이가 넘었는데도 자기계발서를 읽게 되는 것은 아직도 현장에서 일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젊어서는 세상사는 이치를 배우려 자기계발서를 읽었다면 지금은 같이 일하는 젊은이들을 이해하기 위하여 자기계발서를 읽게 되는 것 같습니다. 아니면 지금까지 살아온 경험을 정리해서 인생 후배들이 참고할 수 있는 자기계발서를 써볼 것 같기도 합니다.

<이제 막 출근했는데, 뭘 하라고요?>는 Z세대라고 하는 요즈음 젊은이들은 물론 그런 젊은이들과 함께 일하는 꼰대세대를 위한 직장생활 조언을 담았습니다. <현장근로자를 위한 4S 직장 성공기>를 쓴 ㈜신성이엔지의 윤홍준 상무이사님의 두 번째 저서입니다. <현장근로자를 위한 4S 직장 성공기>가 자신의 직장생활을 요약한 내용이라면, <이제 막 출근했는데, 뭘 하라고요?>는 슬기로운 직장생활을 위한 지침서라고 할 만합니다. 저자의 첫 번째 책을 읽고 쓴 독후감을 읽으신 저자께서 직접 보내주셔서 읽게 되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일었던 베이비붐 이후에 태어난, 그러니까 1970년대 태어난 젊은이들을 X세대라 불렀던 데서 시작하여 1980년대부터 1990년대 중반에 태어난 Y세대,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태어난 Z세대로 구분하는데, 세대별로 다양한 특징이 있다고 합니다. X세대가 개인주의를 중시하던 세대라고 하면, Yepto는 ‘You Live Only Once’를 줄인 YOLO(욜로)의 의미를 중시하는데, ‘인생은 한번 뿐이니 뭐든지 내가 원하는 대로 하겠다’라는 도전주의 정신의 세대라는 것입니다. 이 책의 화두가 되고 있는 Z세대는 편견 없이 다양성을 중시하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제 경우는 베이브붐세대의 대표주자라 할 58년 개띠보다 조금 이른 나이라서 Z세대의 젊은이가 보기에는 꼰대 중에서도 상꼰대라고 할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화고 이 책을 읽어가다 보니 의외로 Z세대들과도 통할 수 있는 점이 있어 보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은 아내의 성화 때문에 대충 정리를 했습니다만, 넥타이를 버리지 않고 모아두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유행은 돌고 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세대 간에 생각의 격차가 생기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하지만 정치판에서 흔히 이야기하는 것처럼 ‘적의 적은 내 편’이라는 근거 없는 이론도 있고, 세대를 건너뛰면 오히려 생각의 차이가 줄어들 수도 있겠습니다. 예전의 대가족제도에서도 보면 아이들이 부모보다 조부모를 잘 따르고 조부모 역시 손주들을 더 예뻐하는 것을 보면 근거가 전혀 없어보이지도 않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저자는 갓 입사한 Z세대가 미래의 주인공이 될 것을 상정하고 이들을 어떻게 키워갈 것인가를 이야기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부분의 회사에서 관행처럼 해오던 신입사원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우선 중견기업에 입사하여 인사부에 배치한 지 6개월 되는 신입사원을 중심에 놓고 인사부, 나아가 회사 전체에서 이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 것인가를 1월 6일(월요일)부터 10일(금요일)까지 신입직원부터 팀장에 이르기까지 6명의 인사부직원들이 해낸 일들을 뒤쫓는 방식으로 정리했습니다.

이 기간 중에 등장인물들이 나눈 이야기는 대화체로 적고, 그 상황에 대한 설명을 지문형식으로 정리하고 있어서 직장인들이라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신입 시절부터 월요병을 앓는 직장인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습니다만, 신입직장인이라면 머릿속에 새겨둘만한 20가지의 상황들, 혹은 단계들을 1. 출근하자마자 퇴근하고 싶은 Z세대에게, 2. 성과 그게 뭔가요? 먹는건가요?, 3. 직장에서 성과를 내는 기술을 따로 있다, 4. 성과를 200% 끌어올리는 방법, 5. Z세대여, 스마트 에너자이저가 되자, 등 5개의 영역으로 정리해놓았습니다.

저자는 이 책을 집필하는데 3년이 걸렸다고 했습니다. 책을 읽어가다 보면 자기계발서의 브리태니커사전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자기계발에 관한 수많은 명언들이 상황에 맞게 소개되어 있습니다. 반복해도 좋겠다는 생각입니다만, Z세대와 함께 일하는 직장선배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책일기였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저를 포함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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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심장을 쏴라 (리커버 특별판) - 2009년 제5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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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의 독서동아리 독심회(讀心會)에서 이달에 읽은 책입니다. 독서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책읽기가 다양해지는 것 같습니다. 2009년에 발표된 정유정작가님의 <내 심장을 쏴라>는 제5회 세계문학상 수상작품이기도 합니다. 이야기는 정신과 폐쇄병동에 입원하게 되는 두 젊은이의 탈출기입니다. 정신과 폐쇄병동은 누구든 쉽게 들여다볼 수 없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잘 알려진 것처럼 작가는 간호사출신이고, 간호대학에 다닐 때 정신병원에 실습을 나갔던 것이 이 작품을 쓰게 된 동기가 되었다고 합니다.

정유정 작가님께서는 독심회(讀心會)가 속한 심평원 출신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 책을 고른 것은 아닙니다만 이 책을 제안하고 발표해주신 분 역시 간호사 출신이고 정신병원에 갇힌 두 젊은이의 이야기가 궁금했다고 했습니다. 어쩌면 정신과 폐쇄병동은 들여다볼 수 없는 곳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궁금해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야기는 강원도 어디쯤 수리산 자락에 있는 수리 희망병원을 무대로 전개됩니다. 안양에 있는 수리산이 강원도 어디에도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이야기의 핵심은 정신병원의 폐쇄병동에 갇힌 두 젊은이 수명과 승민이 폐쇄병동에 갇힌 이유가 과연 정신병 때문인가 하는 것입니다. 요즘은 환자가 원해서 정신병원에 입원하는 자발입원이 늘고 있기는 합니다만, 보호자에 의하여 입원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보호자가 돌보기 힘들다는 이유로 정신병원에 입원을 시키다보니 경우에 따라서는 사회로부터 격리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입원을 악용하는 사례가 없지도 않았다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정신병동에서는 두 부류의 인간이 있어요. 미쳐서 갇힌 자와 갇혀서 미쳐가는 자”(213)라는 주인공 수명의 이야기도 나오는가 봅니다.

이야기를 보면 수리 희망병원에서 정신질환자들을 돌보는 간호사나 보호사들이 환자들을 강압적으로 통제하고 격리실에 가두는 일을 빈번하게 볼 수 있습니다. 최근에 정신병원에 입원한 정신질환자가 구타를 당하고 숨진 사건이 있었다고 하는 것을 보면 정신병원 안에서의 폭력이 근절된 것은 아닌가 봅니다. 제가 일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는 정신병원에 입원한 정신질환자들에 대한 의료행위들이 의학적으로 적절하고 환자의 권리가 제대로 보장되는가 등을 평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정신병원을 직접 방문하기도 하는데, 이 소설의 무대인 수리 희망병원 같은 곳은 본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이야기는 수명이 정신병원심판위원회에 출석하여 심리를 받으면서 수리 희망병원에서 있었던 일을 회상하는 방식으로 전개됩니다. 수명이 정신병원에 처음 갇히게 된 것은 낯선 동네에서 모르는 여성을 쫓아가다가 성폭력 미수로 경찰에 체포된 사건 때문인데, 위원회에서 처음 밝히는 그 사건에 대한 설명입니다. “그날도 오늘처럼 비가 왔습니다. 저는 몇 시간째 거리를 헤매고 있었죠. 피곤하고 흠뻑 젖은 데다, , 불안해서..... () 저는 집에 가고 싶었습니다.(7-8)” 그런데 경찰을 비롯한 세상 사람들은 그 설명을 들어주지 않았던 것입니다. 이 장면을 비롯하여 수리 희망병원에서도 마찬가지로 정상(?)이라고 믿는 사람들은 미쳤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볼 생각을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물론 조리가 없고 허황한 것처럼 들릴 수도 있습니다만, 그 이야기를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절실한 이야기일 것입니다.

하지만 폐쇄병동에 갇혀있는 사람들은 나름대로 협력관계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그들은 서로를 이해하고 서슴없이 도와주기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런 관계가 승민이 아파서 위험한 지경에 이르렀을 때 서로 도와 승민의 목숨을 구할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작가는 폐쇄병동 안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3자적 시각에서 그려낸 것이 아니라 그들 속에서 같이 움직이며 그들의 시각에서 기록해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어떻게 되었거나 수명은 여러 정신병원을 전전하고 심지어는 공주 치료감호소를 다녀온 끝에 조현병을 치료하고 퇴원하는 좋은 결말을 맺게 되었습니다. 사실 조현병도 처음 증상이 나타났을 때 적적한 치료를 일관되게 받으면 완치되어 사회로 복귀할 수 있는데, 초기 치료가 적절하게 이루어지지 않으면 치료가 어려운 만성 조현병으로 발전하게 된다고 합니다. 수명이 정신병원에 갇히는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았던 아버지가 수명의 입원 중 죽음을 맞음으로써 수명과 아버지 사이에 얽혔던 여러 상황에 대하여 서로 터놓고 이야기할 기회가 없었던 점이 아쉬웠습니다. 살면서 누군가와 얽힌 사연을 제대로 풀지 못하고 지나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를 생각해보면 충분히 그럴 수도 있겠다 싶기는 합니다.

이 책을 발표하신 분이 감명 깊었다고 말씀하신 부분입니다. “땅거미가 깔리고 있었다. 하늘도, 숲도, 수리호도 온통 먹빛이었다. 땅거미의 먹빛은 동트기 전의 먹빛과 의미가 다르다. 불안을 부르는 빛이었다. 충동을 깨우는 빛이었다. 머리를 낮추고 포복해오는 광기의 그림자였다. 크고 작은 사고, 폭력과 자살 소동이 가장 많이 일어나는 시간이 바로 땅거미가 내릴 무렵이었다. (136)” 작가가 얼마나 세밀하게 사물을 관찰하고 서술하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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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디자인 강의 with 인디자인 - 10년차 디자이너에게 1:1로 배우는, 개정판
황지완 지음 / 한빛미디어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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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봄, 영등포에 있는 청색종이 출판사에서 개설한 편집디자인 교육에 참여한 적이 있습니다. 그동안 끄적거려온 글들을 어떤 모습이든 책으로 만들어보려는 욕심 때문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매주 1회씩 주간의 교육을 받은 소감은 ‘아무래도 재수강을 해야겠구나’하는 것과 ‘개인 출판이라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겠구나’하는 것이었습니다.

재수강을 고려하면서 일단 책으로 정리할 최종 원고를 한편 정도는 준비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동안 써두었던 원고를 손을 보려할 즈음에 이담출판사의 제안으로 책을 내기로 하면서 그 책의 원고를 준비하는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려서 지난해 말에서야 마무리PORO

금년 들어 디자인 교육을 다시 받기 위하여 원고준비를 시작하려는 순간 우한폐렴 사태가 벌어지면서 청색종이의 편집디자인 교육 역시 잠정적으로 문을 닫는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세상에 어려운 일이 책을 만드는 일인 것 같습니다. 책을 빌려보던 동네 도서관도 2월 중순 문을 닫았는데,  3개월 가까이 문을 닫았다가 2주전에 내부 시설을 개수하여 다시 문을 열었습니다.

그동안 구입하고 읽지 못하던 책은 물론 아이들이 사서 읽은 책까지 섭렵하면서 도서관이 문을 열기를 기다렸습니다. 모처럼 찾은 도서관에서 신간 중심으로 책을 고르던 중에 노란 표지로 된 <편집 디자인 강의>라는 책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내용은 살펴보지도 않고 빌려왔는데, 막상 읽어가다보니 편집디자인 교육을 받은 것과 거리가 있어서인지 금세 이해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아주 기본적인 것은 물론 편집실무를 하면서 부딪히는 문제까지 다루려다보니 저처럼 도서편집에 대한 기초가 전혀 없는 초보가 이해하기에는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10년차 디자이너에게 1:1로 배우는’이라는 부제처럼 편집을 배워서 어느 정도 하시는 분들을 위한 심화교재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편집 디자인 강의>는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되었습니다. PART 01 편집디자인 워크플로우에서는 1장 편집디자인 너를 알고 싶다!, 2장 편집디자인 첫걸음, 종이 정복하기, 3장 그리드를 알면 디자인이 쉬워진다, 4장 편집디자인의 핵심, 타이포그래피, 5장 면과 선의 매력적인 변신, 꼼꼼히 알아야 할 표, 6장 디자인에 활력을 주는 색상, 7장 편집디자인의 꽃, 사진과 일러스트, 8장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출력, 인쇄, 제책의 순서이며, PART 02에서는 PROJECT 1 나만의 텍스처로 만드는 굿즈 디자인, PROJECT 2 에세이, 셰익스피어를 만나다 표지 디자인, PROJECT 3 인생이 묻고, 톨스토이가 답하다 본문 디자인, PROJECT 4 나의 스페인행 본문 디자인, PROJECT 5 달력을 응용한 다이어리 디자인, PROJECT 6 헬렌을 위한 경제학 양장 표지 디자인, PROJECT 7 30대에 하지 않으면 후회할 것들 상세 페이지 디자인 등의 순서로 정리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PART 01에서는 편집디자인의 기초를 정리했고, PART 02에서는 실제 원고로 편집디자인을 연습하는 과정입니다.

역시 편집디자인을 배워야겠다는 막연한 생각으로 책을 읽어서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단 편집할 원고를 준비하고 인디자인 프로그램에 올려놓고 작업을 하면서 막히면 책을 찾아보는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 옳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런 생각을 하게된 것만으로도 일단 책을 읽은 성과는 나온 셈입니다. 일단 책을 도서관에 반납을 하겠습니다만, 아무래도 책을 사서 곁에 두고 필요할 때마다 읽어보고 확인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또한 책을 꾸미는데 반영할 좋은 생각들이 머리에 떠오를 때마다 정리를 해둘 필요가 있다는 저자의 조언도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사전 준비가 모두 끝나면 본격적으로 책을 다시 읽으면서 편집에 도전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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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기억을 보라 - 비통한 시대에 살아남은 자, 엘리 위젤과 함께한 수업
엘리 위젤.아리엘 버거 지음, 우진하 옮김 / 쌤앤파커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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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의 홀로코스트 기념관을 보면 묘한 느낌이 들곤 합니다. 폴란드의 오시비엥침(독일어로는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본 나치의 만행에 몸서리를 치게 됩니다만, 마이애미에서 홀로코스트 기념관을 볼 때와, 예루살렘에서 홀로코스트 기념관, 야드 바셈(Yad Vashem)을 참관할 때의 느낌이 같지않더라는 것입니다. 어쩌면 이스라엘에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포용하지 못하고 각을 이루며 사는 모습이 마음 한 구석에 꺼림칙하게 걸려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나치의 유대인 박해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 남긴 글들을 읽으면서도 다양한 생각이 들었던 것은 홀로코스트 과정에서 보인 유대인들의 다양한 모습들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나의 기억을 보라>는 루마니아 출신의 유대인으로 16세의 나이에 아우슈비츠에 강제 수용되었다가 극적으로 살아남은 엘리에저 “엘리” 위젤(Eliezer “Elie” Wiesel)의 교육철학에 관한 내용입니다.


엘리 위젤은 종전 후에 프랑스의 고아원에 보내졌고, 1948년 소르본 대학교에 입학하였습니다. 프랑스 신문 <라르슈>의 기자로 활동하던 그는 1952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프랑수아 모리아크로부터 홀로코스트의 경험을 글로 써볼 것을 권유를 받고 <밤>이라는 제목의 회고록을 써서 주목받기에 이르렀습니다. 1955년 미국 뉴욕으로 이주하여 1963년에는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였습니다. 이후 그는 나치의 수용소에서 경험한 바를 토대로 폭력과, 억압, 인종차별 등을 바로 잡기 위하여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 1986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하게 됩니다.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대체로 자신이 겪을 것에 대하여 언급하는 것을 피하는 경향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나치에 부역한 유대인은 부역한 사실을 숨기기 위하여, 나치로부터 끔찍한 탄압을 받은 사람들은 기억조차 되살리는 것이 두려워서 그런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엘리 위젤은 폭력적 인종차별이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증언해서 공유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그러지 않고 침묵의 심연에 관련된 사실들을 감추어두면, 같은 일이 반복될 것이라는 것입니다.


<나의 기억을 보라>는 엘리 위젤의 제자, 아리엘 버거의 저작입니다. 15살 때 엘리 위젤을 만났던 아리엘 버거는 전통 유대교를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어머니와 예술가적 기질이 있어 전통에 매이는 것이 정답은 아니라는 입장의 아버지 사이에서 갈등을 빚던 젊은 시절을 보내기도 합니다만, 에리 위젤을 만나면서 자신의 삶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20대 시절에는 위젤의 학생으로, 30대에는 위젤의 조교로, 대학원을 마치고도 위젤과의 만남을 이어가면서 그의 철학을 고스란히 이어받을 수 있었는데, 25년동안 이어진 만남과 5년 동안의 강의 필기, 같이 강의를 듣던 학생들과의 면담기록 등 다양한 자료를 바탕으로 위젤의 교육철학, 방법론, 유대경전의 새로운 해석 등을 읽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위젤교수의 가르침에 따라 저자 자신의 삶의 방향을 정해오기까지의 과정에 대한 고백일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단원별 제목이 기억-다름-믿음과 불신-광기와 반항-행동주의-말고 글을 넘어서-목격자로 이어지는 것은 유대인들이 살아온 나날들에서 얻는 삶의 의문부호에 대하여 답을 찾아가는 과정일 수도 있습니다.


위젤교수는 유대교의 다양한 교리서를 비롯하여 근현대 작가의 작품에 등장하는 장면을 교재로 하여 수업에 참여하는 다양한 학생들의 다양한 생각을 모두어 스스로 결론을 맺도록 하는 수업방식을 채택하는데, 정리를 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위젤교수는) 이 세상을 광기로부터 구해내려면 교육이 도덕적 그리고 윤리적으로 타락을 이겨내도록 해주는 숨겨진 요소를 찾기 위해서 노력했다는 것’입니다. 이 요소는 결국 지식은 저주가 아닌 축복이 될 것이고, 그 지식이 쌓여 증오가 아닌 공감과 동정의 행위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위젤교수가 찾아낸 숨겨진 요소는 바로 기억이었다고 합니다(37-38쪽). ‘망각은 우리를 노예의 길로 이끌지만 기억은 우리를 구원합니다.(50쪽)’라는 말이 유대교 경건파 사이에 전해온다고 합니다. ‘목격자의 이야기를 경청함으로써 우리 모두 목격자가 될 수 있습니다.(65쪽)’라고 저자는 이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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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인간 - 인공지능이 인간을 낳는 시대, '인간다움'에 대한 19가지 질문
이미솔.신현주 지음, 이성환 감수 / 한빛비즈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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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대 최고로 인정받던 이세돌 기사가 인공지능 기사 알파고의 대결에서 1승4패로 무너진 지도 벌써 4년이 넘었습니다. 중계 등의 사정 때문인지는 몰라도 통상적인 전문기사간의 대결과는 사뭇 다른 점이 있었습니다. 덤은 중국방식으로 7집반으로 하고, 대국시간은 각자 2시간에 초읽기는 1분 3회로 하였습니다. 한국기원에 주관하는 도전기는 흑과 백이 각각 5시간입니다. 방송중계가 걸린 세계대회의 경우는 3시간을 각각 사용합니다. 일본의 경우 각각 6~8시간을 사용하는데, 기성(棋聖), 명인(名人), 혼인보(本人坊) 등의 3대 기전의 경우는 이틀에 걸쳐 대국이 이루어집니다. 대국시간을 제한 없이 사용하던 근대 바둑이 현대에 들어서면서 각각 40시간을 사용하던 것에 비하여 대폭 줄인 시간이지만, 다른 나라에 비하면 여전히 긴 편입니다.

전문기사의 경우도 장고 뒤에 악수가 나오기도 합니다만, 아무래도 시간을 많이 사용하게 되면 경우의 수를 최대한 검토한 끝에 착수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알파고의 경우는 입력된 자료의 검색에 별 시간이 들지 않기 때문에 시간을 많이 써도 달라질게 별로 없을 것입니다.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에 관하여 시시콜콜 따져 본 것은 책으로 나온 EBS MEDIA의 다큐프라임 <4차 인간>을 읽었기 때문입니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인간이 함께 공존하고 성찰하며 살아갈 방식을 같이 고민해보자는 기획이었다고 합니다. 그런 이유로 4차 인간이라는 제목을 정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1760년에서 1820년 사이에 유럽과 미국에서 일어난 최초의 산업혁명은 농촌사회를 중심으로 하던 농경산업이 도시를 중심으로 증기기관을 이용한 기계를 사용하는 기계산업으로 발전하는 과정으로 기계혁명이라고 말합니다. 제1차 세계 대전 직전인 1870년에서 1914년 사이에 일어난 제2차 산업 혁명은 철강, 석유 및 전기 분야와 같은 신규 산업을 확장하는데 전력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였으며, 전기혁명이라고 합니다. 1970년대 시작된 제3차 산업 혁명은 디지털혁명이라고 할 만큼 아날로그 방식의 전자와 기계 장치들이 디지털 기술을 적용한 장치로 전환되는 과정입니다. 최근 언급되고 있는 제4차 산업 혁명은 로봇 공학, 인공 지능, 나노 기술, 양자 프로그래밍, 생명 공학, IoT, 3D 인쇄 및 자율주행 차량 등에 적용되는 새로운 기술혁신으로 인공지능 혁명이라고 합니다.

물론 4차 산업혁명기에 당면한 인간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논의하기 위하여 4차 인간이라고 규정했다는데 조금은 단순한 것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이 기획에서 천착하려는 대상이 ‘인간’인데, 이야기를 과학, 인간다움, 그리고 관계를 화두로 하여 이야기를 펼치고 있습니다. 모두 다섯 부분으로 구성된 내용을 보면, PART 1 디지털 불멸과 먀, 그리고 기억, PART 2 알고리즘을 가진 뇌, PART 3 인간의 자유의지, PART 4 인간과 기계의 공존, PART 5 4차 산업혁명시대 인간과 기계의 미래 등입니다. 1~3까지는 주로 뇌과학의 발전에 초첨을 맞추고 있으며, 4~5는 인간과 기계 사이의 관계 설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뇌과학의 세부분야를 선도하고 있는 연구자들을 어렵사리 섭외하여 관련 분야의 현황과 전망에 대하여 정리된 의견을 들었는데, 전반적으로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간이 500살까지 살 것이며, 심지어는 불멸이 불가능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심지어는 인격을 비생물학적인 몸에 이식하는 것까지도 가능하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그런 대상을 인간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인간의 뇌지도를 그려보려고 시도하는 연구자들도 있다고 합니다. 사실 사람의 뇌를 구성하고 있는 신경세포가 무려 1천억개나 되고, 신경세포 하나 마다 1~10만개의 신경연접이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사람의 뇌를 얇게 저며서 처리한 뒤에 찍은 사진을 분석하여 3차원적 이미지를 구축한다는 것인데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인지 이해되지 않습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람마다 다른 뇌지도를 가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신경연접을 이루는 신경세포와 축삭의 실체를 완벽하게 구현하는 것이 과연 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

이야기의 후반에서 다루고 있는 기계, 즉 로봇과 인간의 관계를 어떻게 볼 것인가하는 부분은 꽤나 흥미로웠습니다. 기계가 감정을 느낄 수 있을 것인지, 사람에 기계에 대한 감정이 생물에 대한 감정과 동일할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의 기획자가 영화 『바이센테니얼 맨』을 참고했더라면 좋았겠다 싶습니다. 아이작 아시모프 원작소설을 영화화한 크리스 콜럼버스감독의 1999년작 영화로 사람과 로봇 사이의 사랑이 필연적으로 만나게 되는 문제를 잘 짚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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