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인간 - 인공지능이 인간을 낳는 시대, '인간다움'에 대한 19가지 질문
이미솔.신현주 지음, 이성환 감수 / 한빛비즈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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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대 최고로 인정받던 이세돌 기사가 인공지능 기사 알파고의 대결에서 1승4패로 무너진 지도 벌써 4년이 넘었습니다. 중계 등의 사정 때문인지는 몰라도 통상적인 전문기사간의 대결과는 사뭇 다른 점이 있었습니다. 덤은 중국방식으로 7집반으로 하고, 대국시간은 각자 2시간에 초읽기는 1분 3회로 하였습니다. 한국기원에 주관하는 도전기는 흑과 백이 각각 5시간입니다. 방송중계가 걸린 세계대회의 경우는 3시간을 각각 사용합니다. 일본의 경우 각각 6~8시간을 사용하는데, 기성(棋聖), 명인(名人), 혼인보(本人坊) 등의 3대 기전의 경우는 이틀에 걸쳐 대국이 이루어집니다. 대국시간을 제한 없이 사용하던 근대 바둑이 현대에 들어서면서 각각 40시간을 사용하던 것에 비하여 대폭 줄인 시간이지만, 다른 나라에 비하면 여전히 긴 편입니다.

전문기사의 경우도 장고 뒤에 악수가 나오기도 합니다만, 아무래도 시간을 많이 사용하게 되면 경우의 수를 최대한 검토한 끝에 착수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알파고의 경우는 입력된 자료의 검색에 별 시간이 들지 않기 때문에 시간을 많이 써도 달라질게 별로 없을 것입니다.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에 관하여 시시콜콜 따져 본 것은 책으로 나온 EBS MEDIA의 다큐프라임 <4차 인간>을 읽었기 때문입니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인간이 함께 공존하고 성찰하며 살아갈 방식을 같이 고민해보자는 기획이었다고 합니다. 그런 이유로 4차 인간이라는 제목을 정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1760년에서 1820년 사이에 유럽과 미국에서 일어난 최초의 산업혁명은 농촌사회를 중심으로 하던 농경산업이 도시를 중심으로 증기기관을 이용한 기계를 사용하는 기계산업으로 발전하는 과정으로 기계혁명이라고 말합니다. 제1차 세계 대전 직전인 1870년에서 1914년 사이에 일어난 제2차 산업 혁명은 철강, 석유 및 전기 분야와 같은 신규 산업을 확장하는데 전력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였으며, 전기혁명이라고 합니다. 1970년대 시작된 제3차 산업 혁명은 디지털혁명이라고 할 만큼 아날로그 방식의 전자와 기계 장치들이 디지털 기술을 적용한 장치로 전환되는 과정입니다. 최근 언급되고 있는 제4차 산업 혁명은 로봇 공학, 인공 지능, 나노 기술, 양자 프로그래밍, 생명 공학, IoT, 3D 인쇄 및 자율주행 차량 등에 적용되는 새로운 기술혁신으로 인공지능 혁명이라고 합니다.

물론 4차 산업혁명기에 당면한 인간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논의하기 위하여 4차 인간이라고 규정했다는데 조금은 단순한 것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이 기획에서 천착하려는 대상이 ‘인간’인데, 이야기를 과학, 인간다움, 그리고 관계를 화두로 하여 이야기를 펼치고 있습니다. 모두 다섯 부분으로 구성된 내용을 보면, PART 1 디지털 불멸과 먀, 그리고 기억, PART 2 알고리즘을 가진 뇌, PART 3 인간의 자유의지, PART 4 인간과 기계의 공존, PART 5 4차 산업혁명시대 인간과 기계의 미래 등입니다. 1~3까지는 주로 뇌과학의 발전에 초첨을 맞추고 있으며, 4~5는 인간과 기계 사이의 관계 설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뇌과학의 세부분야를 선도하고 있는 연구자들을 어렵사리 섭외하여 관련 분야의 현황과 전망에 대하여 정리된 의견을 들었는데, 전반적으로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간이 500살까지 살 것이며, 심지어는 불멸이 불가능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심지어는 인격을 비생물학적인 몸에 이식하는 것까지도 가능하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그런 대상을 인간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인간의 뇌지도를 그려보려고 시도하는 연구자들도 있다고 합니다. 사실 사람의 뇌를 구성하고 있는 신경세포가 무려 1천억개나 되고, 신경세포 하나 마다 1~10만개의 신경연접이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사람의 뇌를 얇게 저며서 처리한 뒤에 찍은 사진을 분석하여 3차원적 이미지를 구축한다는 것인데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인지 이해되지 않습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람마다 다른 뇌지도를 가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신경연접을 이루는 신경세포와 축삭의 실체를 완벽하게 구현하는 것이 과연 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

이야기의 후반에서 다루고 있는 기계, 즉 로봇과 인간의 관계를 어떻게 볼 것인가하는 부분은 꽤나 흥미로웠습니다. 기계가 감정을 느낄 수 있을 것인지, 사람에 기계에 대한 감정이 생물에 대한 감정과 동일할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의 기획자가 영화 『바이센테니얼 맨』을 참고했더라면 좋았겠다 싶습니다. 아이작 아시모프 원작소설을 영화화한 크리스 콜럼버스감독의 1999년작 영화로 사람과 로봇 사이의 사랑이 필연적으로 만나게 되는 문제를 잘 짚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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