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릴레오의 고뇌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5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 / 재인 / 2010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큰 아이 덕분에 히가시노 게이고를 집중탐구하고 있는 중입니다. <갈릴레오의 고뇌>는 탐정 갈릴레오 연작의 다섯 번째 작품입니다. 데이도 대학 물리학부의 유가와교수와 동경 경시청의 구사나기 형사가 합을 맞추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절정에 올라있기 때문에 새로운 무엇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강박감 같은 것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탐정 갈릴레오에게 도전장을 던지는, ’예고 살인‘이라는 새로운 사건 형식이 등장합니다.

<갈릴레오의 고뇌>에는 모두 다섯 건의 사건을 담았습니다. 사건의 특성을 설명하기 위하여, 떨어지다, 조준하다, 잠그다, 가리키다, 그리고 교란하다 등을 화두로 삼았습니다. 추리소설인 만큼 사건과 관련한 실마리를 언급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생각입니다. 추리소설의 독후감을 적는 일이 참 쉽지가 않습니다. 역시 유가와교수가 사건 해결에 나서는 만큼, 이번 사건들의 특색은 무엇이고 어떤 과학적 지식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적용되었는가 하는 것이 관심의 초점이 될 것 같습니다.

첫 번째 사건은 추락사와 관련된 사건입니다. 자살인지 타살인지를 구분하는 것이 우선일 것이고, 죽은 사람이 마지막으로 만난 사람이 누군지가 관건이 될 것 같습니다. 일단 용의선상에 오른 사람이 사건을 전후한 시간에 무엇을 했는지, 즉 현장부재증명이 객관적이고 타당한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어 생각해볼 일입니다. 용의선상에 올렸던 인물이 빠져나가게 되면 새로운 용의자를 내세워야 하는데, 이런 작업이 반전이 될 수도 있지만 주요 용의자를 사건 초반에 놓치고 있다면 범행과 관련된 증거의 인멸에 나설 시간을 줄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그리고 범인을 추리하는 즐거움 말고도 또 하나의 책읽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추리소설 작가가 사건의 배치와 문제에 접근해가는 방식에 집중하다보면 사소한 것을 놓치는 경우도 없지 않습니다. 대범하게 넘어갈 수도 있습니다만, 손톱 밑의 가시에는 민감하면서 보이지 않은 마음 속에 들어앉아있는 인식의 오류라는 대들보는 보지 못하는 것이 인간인지라 소소한 것까지도 바로잡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책에서는 첫 번째 사건의 모두에서 찜찜한 대목을 발견합니다. “비가 퍼붓는 가운데 배달을 나갔지만 가는 곳마다 지하에 주차장이 있는 아파트라 물 한 방울 젖지 않은 채 상쾌한 기분으로 일을 다닐 수 있었다(9쪽)”라는 대목입니다. 비가 퍼붓는 가운데 스쿠터를 몰고 비가 퍼붓는 가운데 배달일을 하면서 물 한 방울 젖지 않을 수 있었다고 적는 것이 옳은지에 생각이 꽂힌 것입니다.

두 번째 사건은 유가와교수와 긴밀하게 관련이 있는 노교수가 연관이 된 사건입니다. 사실 이런 사건일수록 객관적으로 문제에 접근하기기 쉽지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일본 학계에 버팀목이 되고 있는 철학 같은 것을 배울 기회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우수한 연구자의 자질 같은 것인데요. “성실하다고 다 되는 건 아니야. 때로는 허튼 짓이 대발견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아. 연구자에게 필요한 자질은 뭐니 뭐니 해도 순수성이야. 어떤 것에도 영향받지 않고 어떤 색으로도 물들지 않은 새하얀 마음이야말로 연구자에게 가장 필요한 미덕이지.(110쪽)”

이런 미덕은 자연과학을 전공하는 연구자는 물론 사회과학을 하는 연구자에게도 필요한 덕목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연구자들은 이런 철학을 지키는 사람보다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아 보이는 것은 저의 편향된 시각 때문일까요?

마지막 사건은 예고살인을 저지르는 범인을 어떻게 찾아내는가 하는 점인데, 전문 탐정이 아닌 일반인이 이런 방식으로 문제해결에 나설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대담한 순간이 있습니다. 그리고 사건은 의외로 단순한 정황에서 씨앗이 맺혀간다는 점도 배웠던 것 같습니다. 타인과의 관계에서 조심해야 할 대목이기도 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울랄라! 프로방스
박성국 지음 / 파랑새미디어 / 2016년 11월
평점 :
절판


지난해 다녀온 프랑스 여행을 정리하는 중입니다. 특히 프로방스 지방으로 진입하고 있어서 눈에 띄었을 것 같습니다. 이 책을 쓴 분은 까다라시에서 진행되고 있는 국제핵융합실험로 건설 사업을 주관하는 국제기구에서 근무하면서 액상 프로방스에서 살면서 경험한 것들을 책으로 펴낸 것이라고 합니다 ‘삶에 지쳤을 때 머물고 싶었던 장소’라는 부제를 달아놓으셨네요. 얼마 전에 읽은 장다혜님의 <프로방스에서, 느릿느릿; https://blog.naver.com/neuro412/222048757055>과 맥락을 같이하는 생각 같습니다. 그만큼 프로방스에서 살아보신 분들이 느끼는 바가 비슷하다는 것이겠지요.

프로방스는 프랑스 남부 지중해안의 동쪽 절반에 해당하는 지방입니다. 알프스산맥의 끝자락에 있는 셈이니 바다와 산이 만나는 절묘한 장소에 있는 셈입니다. 프로방스라고 줄여서 부릅니다만 공식적으로는 프로방스 알프 꼬뜨 다쥐르(Provence-Alpes Cote d’Azur)입니다. 프랑스 행정구역의 명칭인 데파르트망(Department)이 우리나라의 광역시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는 것도 배웠습니다.

저자는 프로방스에서 보고 들은 것들을 프로방스 마을, 꽃, 자연풍광, 문화, 이야기 그리고 지중해변 도시라는 작은 제목으로 나누어 놓았습니다. 잘 찍은 사진들을 넉넉하게 담았고, 사진설명을 포함하여 프로방스에 관한 이야기는 깔끔하게 압축해서 정리했습니다. 글을 읽는 것보다는 사진을 즐기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글을 건너뛰었다는 것은 아닙니다. 사진 가운에 본 듯한 풍경이 얼마 되지 않아서 사진에 더 끌린 것 같습니다.

생 뽈 드 벙스를 비롯하여, 에제, 생 빅투아르 산, 액상 프로방스, 모나코, 칸, 니스 등 프랑스 여행에서 들렀던 장소도 있지만, 정말 처음 들어보는 마을과 도시도 적지 않습니다. 그리고 라벤더, 유채꽃, 개양귀비, 수로, 빼땅크 등도 익숙하지만, 역시 처음 들어보는 이야기도 많습니다. 프로방스 지방에 흩어져 있는 마을 가운데 중세에 생긴 것들은 생 뽈 드 벙스처럼 대부분 언덕 위에 있다고 합니다. 14~16세기에 건설되었다고 하는데요. 좁은 길을 따라 지은 건물들이 단단한 돌로 만들어졌고, 골목길 조차도 미로처럼 연결되어 있는 것은 아마도 불시에 쳐들어오는 외적들을 방어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누군가 달았던 댓글들을 정리해서 곳곳에 배치하고 있는데, 아마도 책을 내기 전에 블로그에 연재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댓글을 적어주신 분들의 닉네임이라도 소개했더라면 좋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댓글 또한 타인의 창작물이 아닐까요? 최근에 어느 분의 블로그에서 일고 있는 표절시비를 읽은 탓에 적어봅니다.

프로방스에서 별을 바라보아야 한다는 것을 깜박했습니다. 고흐의 그림 ‘별이 빛나는 밤에’도 그렇지만, 저자께서 알퐁스 도데의 <별>에 나오는 ‘프로방스의 어느 양치기 이야기’에 나오는 한 대목을 인용하고 있어서 더욱 그런 것 같습니다. “별이 많기도 해라! 너무 아름다워요! 이렇게 많은 별을 본 적이 없어여. 당신은 이 별들의 이름을 알고 있나요?” 여름날 프로방스에서 바라본 밤하늘의 별이 엄청났던 모양입니다. 저자께서는 알퐁스 도데의 ‘프로방스의 어느 양치기 이야기’를 이례적으로 길게 적고 있습니다.

생 빅투아르 산의 경우는 세잔이 액상 프로방스에 있는 화실 부근 언덕에서 그린 모습만 기억하고 있습니다만, 저자는 다양한 방향에서 바라본 생 빅투아르 산을 소개해주셨네요. 가족들과 함께 생활을 하셨기 때문인지, 가족들 덕분에 겪은 이야기들도 적지 않게 소개되었습니다. 여생사를 따라가는 여행으로는 느낄 수 없는 프로방스에 사는 분들을 만나봐야 느낄 수 있는 진솔한 이야기가 더 실감나는 것 같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백년을 살아보니
김형석 지음 / 덴스토리(Denstory) / 201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연세대학교 철학과 교수로 봉직하면서 수필가로 활동해온 김형석교수님께서 97세 되던 해에 살아온 날들을 돌아보는 심정을 정리하였습니다. 행복에 대한 그의 생각, 결혼과 가정, 우정과 종교, 돈과 성공 그리고 명예, 마지막으로 노년의 삶에 대한 생각들을 담았습니다.

의학을 비롯한 다방면의 발전으로 누구나 100세를 살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젊어서는 전혀 생각해보지 못했던 일입니다. 따라서 젊어서 생각해두었던 노후의 삶에 대한 생각을 수정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역시 먼저 살아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틀을 짜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서 읽게 된 책입니다. 필자 역시 장년기와 노년기를 맞고 보내면서 인생과 사회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더 늦기 전에 스스로의 인생관과 가치관을 정립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으로 이 책을 썼다고 했습니다.

행복론에서는 아무래도 주관적일 수밖에 없는 행복을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는 적고 있습니다. 행복과 성공이 동전의 양면과 같이 공존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성공과 실패를 판단하는 객관적 기준이 있다는 것입니다. 바로 ‘나에게 주어진 재능과 가능성을 유감없이 달성한 사람은 행복하며 성공한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제가 부여받은 재능과 가능성을 유감없이 발휘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한 우물을 파지 못하고 여기저기 기웃거렸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젊어서 생각했던 일들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고 하겠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이루어놓은 성과가 어땠는지 평가하는 일은 후세의 몫이라는 생각입니다. 그저 평범하게 살아내는 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최근에는 하고 있습니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남들보다 뛰어난 무엇을 하려 나선다면 세상이 오히려 어지러워질 것 같아서입니다.

결혼과 가정, 우정과 종교에 관한 이야기들은 개인사에 가까운 일이라는 느낌이었습니다. 다만 대학에서 젊은 사람들과 지속적으로 접촉해온 까닭인지 세상의 변화에서 동떨어져 있지는 않으신 듯합니다. 제 경우는 학교를 떠나고서는 꽤 오랫동안 젊은이들과의 접촉이 많지 않았다가, 지금 직장에서 들어와 12년을 보내면서 옛날과는 많이 다른 세태를 느끼게 되는 것 같습니다. 변하고 있는 세태의 물결에 올라타지 못하면 빠져 죽을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젊은이들을 이해하고 도와주는 일을 해야 하지 싶습니다.

요즈음 우리사회는 양극화가 지나치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내편이 아니면 적이라는 식으로 생각하다보니 중도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만 것 같습니다. 같은 상황에서도 상대가 저지른 잘못은 격하게 비난했으면서도 우리 편이 저지른 잘못은 감싸는 이상한 행태를 너무나 많이 보고 있습니다. 저자 역시 흑백논리를 지향하다보면 중간 존재가 배제되는 것을 걱정하였습니다.

역사적으로 찬성과 반대가 대립할 때는 대화, 토론, 투쟁의 순서로 해결을 하게 되는데, 일반적으로는 대화와 토론 과정을 거치면서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방법이 도출되면 토론에서 패한 쪽이 양보를 하기 마련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마르크스주의 사회에서는 투쟁에서 승리하는 쪽이 원하는 것을 얻게된다고 합니다. 요즈음 우리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기도 합니다. 대화와 토론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모습을 두고 내로남불이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이 부분에서 저자는 의사가 환자를 치료할 때, 약을 치료하다가 듣지 않으면 주사를 쓰고, 그래도 안되면 수술을 한다고 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약이나 주사, 수술은 각각의 환자 상태에 따라 병용되거나 따라 선택되는 독립된 치료방식이지 단계별로 접근하는 치료방식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저 역시 적지 않은 나이에 접어들었기 때문인지, ‘사람은 성장하는 동안은 늙지 않는다’라는 말씀을 새기려 합니다. 끊임없이 스스로를 키워가는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면 늙지 않을 것으로 믿고 싶다는 이야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전염의 시대를 생각한다
파올로 조르다노 지음, 김희정 옮김 / 은행나무 / 2020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8월 10일 오전 8시, 전세계의 코로나 누적 확진자가 2천만명을 넘어섰다고 합니다. 2019년 12월 1일 중국 우한에서 원인불명의 폐렴환자가 발생했다고 처음 보고된 이후, 우한 화난재래시장과 연관된 41명의 폐렴환자가 확인되었고, 이를 WHO에 보고한 것도 중국 정부가 아니라 WHO중국사무소였다고 합니다. 우한발 폐렴은 중국 내에서 급속하게 확산되었고, 이어서 이탈리아 등 중국과 관련이 있는 지역을 거점으로 하여 전 세계로 빠르게 확산되어갔습니다. 초반에 중국을 비롯한 제 외국으로부터 우한폐렴의 유입을 적극적으로 차단한 대만 등을 제외한 많은 나라로 확산된 코로나 바이러스의 대유행은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계절적 요인과 무관하게 부침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WHO는 이번 코로나의 대감염을 공식적으로는 COVID-19라고 명명했다고 합니다만, 개인적으로는 ‘우한폐렴’으로 불러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과거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대유행을 스페인독감, 홍콩독감, 멕시코 독감으로 불렀던 것처럼 지구촌을 위협하는 급성전염병의 발생과 확산을 막기위한 범세계적인 경각심을 가지기 위해서라도 말입니다. 그런데 WHO는 유독 중국에 우호적인 듯한 느낌이 있습니다. 2002년 중국 광동성에서 처음 시작한 사스(SARS)의 경우 역시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을 약해서 붙인 이름이었습니다. 중동지방에서 발생했던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라고 불러 발생지를 분명하게 함으로서 해당 지역을 여행하는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킨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전염의 시대를 생각한다>는 이번 우한폐렴이 유럽으로 확산되는데 있어 거점 역할을 한 이탈리아에서의 지역적 유행이 시작될 무렵의 사회적 분위기를 정리한 내용을 담았습니다. 저자는 의외로 토리노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하신 분입니다. 여러 편이 소설과 희곡을 발표하여 주목받고 있는 문인이라고 합니다.

이탈리아에서 코로나 환자가 처음 보고된 것은 2월 6일입니다. 중국 우한을 다녀온 부부였습니다. 65세 이상인구비율이 22.6%나 되는 이탈리아는 3월22일 기준 코로나 확진자 53,578명였는데, 사망자가 4,825명으로 중국을 제치고 세계 1위에 올랐습니다. 특히 고령의 환자가 많았고, 이들을 치료할 수 있는 의료시설이 충분치 못했던 것이 원인이었다고 합니다. 저자가 이 책의 원고를 쓰던 2월 말일과 비교하면 각국의 코로나 발생현황이 많이 달라지기는 했습니다.

지중해 연안 지역의 특성대로 낙천적인 이탈리아 사람들도 코로나 사태에 직면해서는 달라진 점이 많은 듯합니다. 저자가 ‘의롭고 의기 소침한’이라는 소제목을 달아 글을 쓴 것을 보면 말입니다. 사실 KF94 마스크를 쓰고, 대인접촉을 최소화하는 것 이외에 코로나 바이러스의 전파를 차단할 뾰족한 수가 없다는 현실에서, ‘전염은 이미 우리의 관계를 위태롭게 만들었고, 극심한 고독감을 안겨주었다.(32쪽)’라고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인간은 섬이 아니다’라는 영국 성공회이 사제이자 시인 존 던의 말을 새겼습니다. 최소한의 인간관계는 유지할 이유가 있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번 코로나 대유행에서의 특징을 보면 나이가 많거나 지병이 있는 고위험군을 제외한, 젊은층은 감염이 되더라도 무증상으로 진행되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보니 젊은이들은 마스크를 쓰는 것조차 거부하는 상황입니다. 자신은 감염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겠지만, 나이든 부모나 친지들에게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다는 점을 깨닫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2018년 전세계적인 대유행을 보였던 스페인독감의 경우는 2018-2019년 사이에 전세계적으로 1,700만 ~ 5,000만 명이 숨져갔습니다. 당시 스페인독감의 특징은 젊은이들이 심각한 증상을 보이다가 사망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인플루엔자바이러스에 면역이 되어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스페인독감의 유행 이후에 각국 보건당국은 비롯하여 WHO가 독감에 유난히 민감한 것은 스페인독감의 대유행이 다시 올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입니다.

우한폐렴 대유행의 초반이던 3월 무렵까지만 해도 중국, 싱가포르, 일본, 홍콩, 대한민국, 이란과 이탈리아는 코로나 감염의 G7이었던 점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기본적으로 무엇을 잘 못했는지를 분명히 해야 언젠가 다시 올 급성전염병을 잘 관리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동급생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신경립 옮김 / 창해 / 2008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우한폐렴 사태 덕분에 큰 아이의 책읽기 취향을 파악하고 있습니다. 히가시노 게이고 전작읽기에 가까워지는 것도 큰 아이 덕분입니다. <동급생>은 히가시노 게이고가 1993년에 발표한 작품입니다. 그는 1985년에 <방과후>로 등단했는데, 학원을 무대로 한 작품으로는 <동급생>이 등단작에 이어 두 번째라고 합니다.

추리소설을 읽은 감상을 적는 일은 정말 어려운 것 같습니다. 이야기의 얼개를 넣으면 아직 읽지 않은 사람들에게 미안하고, 이야기의 얼개를 빼고 적으면 꼭 소가 없는 찐빵 같다는 느낌이 들어서입니다.

<동급생>은 추리소설인 동시에 고등학교 3학년 남녀학생들이 등장하기 때문에 이들의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한 성장소설이라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학교나 학생들의 분위기를 모르기는 마찬가지입니다만, 그 사이에 일본의 학교의 분위기나 학생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 작품이 발표된 지도 어언 30년이 되어가는 데, 오래 전에 학교를 다닌 제 느낌으로는 30년 전의 일본 학원 분위기에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연쇄살인을 다루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동급생>에서도 3건의 죽음이 등장합니다. 첫 번째 죽음은 고3인 여학생인데 주인공 남학생이 죽음에 관련되어 있습니다. 죽음이 있기 전애는 몰랐지만 우연히 가진 관계로 인하여 임신을 하였던 것입니다. 그녀의 임신을 둘러싸고 학생지도를 맡고 있는 선생님들이 개입을 하고, 결국 사고로 이어진 것입니다.

한 여학생이 사고로 인하여 죽음을 맞았다는 것으로 사건이 종료되었으면 이야기가 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야기의 주인공인 남학생은 원인을 제공한 자신의 책임을 피하지 않고 죽은 여학생의 부모에게 진솔한 사과를 드리고, 사건이 자신 때문에 일어났음을 밝혔습니다. 이런 학생을 요즘 보기 드문 OO이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과거에는 ‘모름지기 매사에 신중하게 생각하고, 행동에 옮길 때는 주저하지 말며, 자신이 행한 바에 대하여 책임을 지도록 하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남학생이 여학생을 진정으로 사랑해서 관계를 가졌는지는 분명치 않습니다. 순간적인 충동으로 결정한 행동이었는데, 여학생은 남학생을 정말 좋아했기 때문에 응한 것 같습니다. 남녀관계는 양쪽의 생각이 일치하여 행동이 결정되더라도 원치 않는 방향으로 흘러갈 때도 있는 것입니다만, 일방의 생각으로 일이 벌어질 때는 좋은 결말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행동으로 인하여 친구가 불행한 일을 당한 것을 보고는 그 책임을 모른 척하지 않겠다는 주인공 남학생의 생각이 기특하다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두 번째 죽음은 자살인 듯 타살인 듯 모호합니다. 사실 추리는 이 사건부터 시작된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세 번째 죽음은 두 번째 죽음에 관련된 선생님 죽음인데, 첫 번째 죽음에도 연관이 되어 있다고 보아야 하겠습니다. 세 건의 죽음은 주인공 남학생의 연애사에서 출발하는 셈입니다. 남녀학생의 사랑에 부모의 생각이 개입되어 깨지는 경우도 있는 모양입니다. 30년 전에는 그랬을까요?

히가시노 게이고의 초기작품인 까닭인지 탐정 가이스케, 갈릴레오 유가와 교수 등처럼 사건 해결을 주도하는 인물이 없고, 등장인물 특히 혐의를 받는 사람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하여 집중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사건해결의 주체는 경시청의 형사들이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번째 사건처럼 자살인지 타살인지를 가리기 위하여 증거를 모으고 상황을 재구성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추리소설을 기본을 따라가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초보자이다보니 사건의 실체에 접근하는 과정이 더디거나 형사의 조사를 보조하는 역할 정도에 머무는 것 같습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학원물은 유독 운동부와 관련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작가가 운동을 좋아하기 때문인 듯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