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염의 시대를 생각한다
파올로 조르다노 지음, 김희정 옮김 / 은행나무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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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0일 오전 8시, 전세계의 코로나 누적 확진자가 2천만명을 넘어섰다고 합니다. 2019년 12월 1일 중국 우한에서 원인불명의 폐렴환자가 발생했다고 처음 보고된 이후, 우한 화난재래시장과 연관된 41명의 폐렴환자가 확인되었고, 이를 WHO에 보고한 것도 중국 정부가 아니라 WHO중국사무소였다고 합니다. 우한발 폐렴은 중국 내에서 급속하게 확산되었고, 이어서 이탈리아 등 중국과 관련이 있는 지역을 거점으로 하여 전 세계로 빠르게 확산되어갔습니다. 초반에 중국을 비롯한 제 외국으로부터 우한폐렴의 유입을 적극적으로 차단한 대만 등을 제외한 많은 나라로 확산된 코로나 바이러스의 대유행은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계절적 요인과 무관하게 부침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WHO는 이번 코로나의 대감염을 공식적으로는 COVID-19라고 명명했다고 합니다만, 개인적으로는 ‘우한폐렴’으로 불러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과거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대유행을 스페인독감, 홍콩독감, 멕시코 독감으로 불렀던 것처럼 지구촌을 위협하는 급성전염병의 발생과 확산을 막기위한 범세계적인 경각심을 가지기 위해서라도 말입니다. 그런데 WHO는 유독 중국에 우호적인 듯한 느낌이 있습니다. 2002년 중국 광동성에서 처음 시작한 사스(SARS)의 경우 역시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을 약해서 붙인 이름이었습니다. 중동지방에서 발생했던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라고 불러 발생지를 분명하게 함으로서 해당 지역을 여행하는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킨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전염의 시대를 생각한다>는 이번 우한폐렴이 유럽으로 확산되는데 있어 거점 역할을 한 이탈리아에서의 지역적 유행이 시작될 무렵의 사회적 분위기를 정리한 내용을 담았습니다. 저자는 의외로 토리노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하신 분입니다. 여러 편이 소설과 희곡을 발표하여 주목받고 있는 문인이라고 합니다.

이탈리아에서 코로나 환자가 처음 보고된 것은 2월 6일입니다. 중국 우한을 다녀온 부부였습니다. 65세 이상인구비율이 22.6%나 되는 이탈리아는 3월22일 기준 코로나 확진자 53,578명였는데, 사망자가 4,825명으로 중국을 제치고 세계 1위에 올랐습니다. 특히 고령의 환자가 많았고, 이들을 치료할 수 있는 의료시설이 충분치 못했던 것이 원인이었다고 합니다. 저자가 이 책의 원고를 쓰던 2월 말일과 비교하면 각국의 코로나 발생현황이 많이 달라지기는 했습니다.

지중해 연안 지역의 특성대로 낙천적인 이탈리아 사람들도 코로나 사태에 직면해서는 달라진 점이 많은 듯합니다. 저자가 ‘의롭고 의기 소침한’이라는 소제목을 달아 글을 쓴 것을 보면 말입니다. 사실 KF94 마스크를 쓰고, 대인접촉을 최소화하는 것 이외에 코로나 바이러스의 전파를 차단할 뾰족한 수가 없다는 현실에서, ‘전염은 이미 우리의 관계를 위태롭게 만들었고, 극심한 고독감을 안겨주었다.(32쪽)’라고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인간은 섬이 아니다’라는 영국 성공회이 사제이자 시인 존 던의 말을 새겼습니다. 최소한의 인간관계는 유지할 이유가 있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번 코로나 대유행에서의 특징을 보면 나이가 많거나 지병이 있는 고위험군을 제외한, 젊은층은 감염이 되더라도 무증상으로 진행되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보니 젊은이들은 마스크를 쓰는 것조차 거부하는 상황입니다. 자신은 감염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겠지만, 나이든 부모나 친지들에게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다는 점을 깨닫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2018년 전세계적인 대유행을 보였던 스페인독감의 경우는 2018-2019년 사이에 전세계적으로 1,700만 ~ 5,000만 명이 숨져갔습니다. 당시 스페인독감의 특징은 젊은이들이 심각한 증상을 보이다가 사망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인플루엔자바이러스에 면역이 되어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스페인독감의 유행 이후에 각국 보건당국은 비롯하여 WHO가 독감에 유난히 민감한 것은 스페인독감의 대유행이 다시 올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입니다.

우한폐렴 대유행의 초반이던 3월 무렵까지만 해도 중국, 싱가포르, 일본, 홍콩, 대한민국, 이란과 이탈리아는 코로나 감염의 G7이었던 점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기본적으로 무엇을 잘 못했는지를 분명히 해야 언젠가 다시 올 급성전염병을 잘 관리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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