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호 습관은 배신하지 않는다
공병호 지음 / 21세기북스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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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책에선가 읽기를 추천했던 기억이 남아있어서 읽게 된 책입니다. 요즈음 정리하고 있는 원고에서 인용할 부분이 있을 듯해서이기도 합니다. 저자는 이 책을 쓴 이유를 이렇게 적었습니다. “보통의 집안에서 보통의 머리로 보통의 학교를 나와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특별한 인생을 살아가려면 도대체 무엇이 필요한가라는 의문 때문이었다.(6)” 독재정권이라고 욕먹던 시절에도 개천에서 용이 나곤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런데 민주화되면서 점점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것 같습니다.


심지어는 개천에서 가붕개(가재, 붕어, 개구리)로 살아도 행복한 세상이 좋다는 모 장관도 있었습니다. 저 역시 굳이 용이 되려고 용쓸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그런데 그 장관은 자신의 자식만큼은 가붕개로 살지 않도록 은수저를 물려주었더라는 것이 알려져 가붕개들을 실망시켰던 것 같습니다.


이 책의 저자는 은수저를 물지 못한 보통 사람으로 태어났지만 특별한 삶을 살아보려는 의지를 가진 사람을 위하여 자신이 살아온 삶의 방식을 소개합니다. 자신의 삶을 철두철미하게 통제하는 방법입니다. 변화무쌍한 시대에 맞서 자신의 삶을 튼튼한 반석 위에 끌어올리는, ‘작지만 야무진 습관 목록이라고 합니다. 특별한 누군가가 되려면 그에 걸맞도록 자신을 철저하게 통제해야 하는데,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을 몸에 익히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입니다.


저자는 먼저 비범한 사람들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 사이의 보이지 않은 차이를 정리합니다. 수많은 자기계발 이론에 하나 더 얹는 셈입니다만, 저자는 투입(input)과 산출(output)의 이론으로 설명합니다. 산출은 통제가 상대적으로 쉽고, 투입은 통제가 어렵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인생을 살아가는데 있어 노력이라는 씨앗을 뿌려야 성공이라는 열매를 거두는 법입니다. 결과물인 산출을 통제할 수 있다면 굳이 뭔가를 투입할 이유가 있겠습니까?


저는 일은 의료의 질을 평가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의료행위를 평가하는 요소로 인적요소를 비롯하여 시설, 장비 등 구조적 요소와, 진료과정에서 이루어지는 필요한 의료행위들이 적절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평가하는 과정적 요소와, 진료행위의 최종 결과가 어땠는지를 보는 결과적 요소 등을 평가하게 됩니다. 여기에서 결과적 요소는 구조와 과정이 제대로 이루어졌다면 좋게 나올 것으로 생각을 하게 되는데, 좋은 결과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결국 투입되는 구조적 요소와 과정적 요소를 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론입니다. 즉 산출을 직접 통제가 불가능하고 투입요소를 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결국 저자는 특별한 자신을 만들기 위해서 필요한 습관을 세 가지 영역에서 정리해놓았습니다. 그 습관을 만드는 작업을 경영이라고 표현합니다. 1. 개인을 위한 습관 경영, 2. 비즈니스를 위한 습관경영, 3. 가정과 사회에서의 습관경영 등입니다. 개인을 위한 습관은 제가 하는 평가의 요소로 판단해보면 구조적 요소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비즈니스를 위한 습관은 과정적 요소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정과 사회에서의 습관 역시 과정적 요소의 범주에 들어갈 것 같습니다. 그런데 비즈니스를 위한 습관이 산출의 질을 끌어올리는 긍정적 요소라고 한다면 가정과 사회에서의 습관은 산출의 질을 끌어내릴 수도 있는 부정적 요소를 줄여주는 방법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인생을 마감하는 시점에서 보면 순식간에 지나온 느낌이 들겠습니다만, 초반에 보면 머나만 여정처럼 느껴질 것입니다. 그래서 결과가 어떨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다만 먼저 살아본 사람들의 이야기를 참고할 따름입니다. 저자는 습관경영의 핵심을 두 가지로 요약했습니다. “하나는 소망하는 결과를 얻으려면 무엇을 투입해야 하나를 정확하게 아는 일이고, 다른 하나는 반복, 반복, 반복을 실천하는 일이다.(23)” 쉽게 말하면 소망하는 결과를 얻으려면 어떤 습관이 필요한가를 알아야 하고, 그 습관이 몸에 배도록 해야 한다로 정리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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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감 일기 - 공포와 쾌감을 오가는 단짠단짠 마감 분투기
김민철 외 지음 / 놀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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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 달 전에 계약했던 책의 원고를 마무리해서 출판사에 보냈습니다. 마감일 저녁에 보냈으니 약속은 지킨 셈입니다. 이미 써놓은 원고를 다듬는 작업이라서 달포면 끝낼 수 있을 것이라고 짐작했지만 꼬박 석 달이 걸렸습니다. 매주 두 건씩 쓰는 누리 사랑방 연재물도 있었고, 책 읽고 독후감쓰기 등 기본으로 하는 일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사건들이 생기는 바람에 며칠씩 손을 대지 못하는 날들이 많았습니다. 마감을 넉넉하게 잡았던 것이 참 다행입니다.


원고 마감 때문에 신경을 곤두세울 무렵 나온 <마감일기>를 읽을 기회가 생겼습니다. 원고를 마감하고 읽어서인지 부담 없이 읽으면서 격하게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마감일기>는 마감일을 두고 글을 쓰시는 여덟 분이 마감일에 관한 생각이나 사연을 고백(?)하신 글을 모았습니다. 광고회사에서 광고 문구를 쓰시는 분, 수필가, 소설가, 번역가, 방송작가, 삽화가 등 여덟 분이 하시는 일도 참 다양합니다. 그리고 마감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여덟 분이 전혀 다른 색깔의 글을 쓰신 것도 대단한 일입니다. 글을 쓰시는 분들마다 마감을 대하는 생각들이 다르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요즘에는 누리사랑방에 수요일과 토요일해서 주 2회 여행지에 관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창 때는 매주 월요일에 발표되는 독후감,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에 발표되는 여행기, 그리고 한 달에 한 번씩 내는 수필 등 연재물을 써내기도 했습니다. 심지어는 21일짜리 해외여행을 떠나면서 원고를 미리 편집자에게 보내두는 치밀함(?)으로 마감을 지키려 노력한 적도 있습니다. 그리고 보면 <마감일기>에 실린 여덟 분 가운데 첫 번째로 글을 쓰신 김민철님의 마감 지키기와 제 경우가 닮았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김민철님은 마감근육을 키워야한다는 말씀을 주셨습니다만, 세상만사가 생각하지 나름이라는 원칙은 마감에도 적용된다는 생각입니다.


마감에 대한 여덟 분들의 생각은 모두 달랐는데, 공통점이 될 가능성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글을 쓰신 분들이 모두 여성일 수도 있겠다는 점입니다. 가능성이라고 한 발 물러선 까닭은 글 안에서 확인된 경우도 있지만 글을 읽어서만은 전혀 감을 잡을 수 없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성함과 글 내용으로 유추해본 결과 모두 여성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보니 <마감일기>를 기획하고 제작하신 분들도 여성분들이 많아 보이는 것 같습니다. 딱히 여성과 남성을 편 가르기를 할 생각은 아니었습니다. 다만 세상사가 조화롭게 돌아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 편이라서 남녀가 어울려 일을 하고, 그러다가 좋은 일도 생기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마감일기>를 읽고서 든 생각이 있습니다. 만약 제가 <마감일기>의 필진으로 참여해달라는 청탁을 받았다면...하는 가정입니다. 며칠 전 마감일에 맞춰 원고를 보낸 책이 저로서는 여덟 번째 책입니다. 여덟권의 책을 내면서 마감일을 정하고 쓴 경우로는 세 번째였습니다. 지금 진행하고 있는 아홉 번째 책을 포함하여 여섯 권의 책은 마감일을 정하지 않고 썼거나 쓰고 있는 셈입니다. 첫 번째 책은 혼자서 기획해서 원고를 쓴 다음 세 곳의 출판사에 보냈더니 그 가운데 한 곳에서 출판하겠다는 답을 받았던 경우입니다.


아홉 권의 책 가운데 출판사의 제안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딱 한 권이었습니다. 계약을 하려다보니 마감을 정해야 했는데, 넉넉하게 6개월로 잡았습니다. 선금까지 받아놓고 글을 쓰게 되었기 때문에 정신적으로 압박을 많이 받았던 모양입니다. 계약을 하고 해외여행을 떠났는데, 비행기를 타고 가면서 원고를 쓰기 시작해서 여행에서 돌아왔을 때는 3꼭지를 정리했습니다. 처음에는 25꼭지 정도를 기획했는데, 중간에 사정이 생겨 23꼭지로 책을 꾸미게 되었습니다. 6개월로 정한 마감을 무려 3개월 단축한 것입니다. 아마도 제가 잘 할 수 있는 주제를 새롭게 기획한 틀에 맞추어 글을 썼기 때문에 자료조사와 글쓰기를 동시에 진행해서 가능했던 일 같습니다.


마감으로부터 자유로우려면 원고를 미리 쓰면 좋겠지만, 그렇게 쓴 원고가 편집자의 눈에 들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것 같습니다. <마감일기>의 필진 여덟 분 모두 글 마감하시느라 애쓰셨습니다. 마감에 대한 여덟 분의 생각을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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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자연의 비밀 연대 - 위기의 시대, 인간과 자연의 조화로움을 향한 새로운 시선
페터 볼레벤 지음, 강영옥 옮김, 남효창 감수 / 더숲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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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 숲에 관심을 가져본 적이 언제였나 싶습니다. 꽤 오래 전에 대중교통으로 갈 수 있는 서울시내와 근교의 걸을만한 곳을 열심히 찾던 적이 있습니다. 도심을 걷기도 했지만 숲길이 훨씬 많았던 것 같습니다. 나무와 숲과 함께 하면서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오랜만에 나무와 숲에 관한 책을 읽었습니다. 독일에서 가장 유명한 숲 해설가이자 생태작가인 페터 볼레벤의 <인간과 자연의 비밀 연대>입니다. 독후감을 쓰면서 생각해보니 <숲 사용 설명서: https://blog.naver.com/neuro412/221367286940>로 이미 만나본 적이 있었습니다. 작가는 오랜 세월 인간과 자연을 이어주었던 띠가 아직 훼손되지 않았다라고 믿는 분입니다. <숲 사용 설명서>에서는 숲에서 생각보다 다양한 것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에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물론 독일 숲이겠지만서두요. <인간과 자연의 비밀 연대>에서는 숲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오감을 통하여 숲을 느끼는 방법, 나무도 오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 숲이 가지는 치유의 효능 등을 알게 되었습니다.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는 우한폐렴의 위험을 피하기 위하여 숲으로 가는 방법을 생각해보았던 것 같습니다. 숲에서는 아무래도 타인과의 거리를 충분히 띄울 수 있을 것 같고, 게다가 숲이 가지고 있는 항균작용을 이요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등 5감을 넘어 여섯 번째 감각을 주제로 하여 숲과 사람을 연결해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인간과 자연의 비밀 연대>는 아마도 정해진 주제 없어 자유롭게 떠오르는 생각들을 모아놓은 느낌입니다. 31개 꼭지들이 통일된 주제로 연결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말입니다.


전혀 생소한 이야기도 있습니다만, 알듯말듯한 것을 분명하게 하는 것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식물을 키우면서 손을 탄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런 현상을 접촉형태형성이라고 한다고 합니다. 접촉형태형성은 식물을 만지면 더디게 자라는 현상을 말합니다. 더디게 자라는 것이 아니라 줄기를 키우는 반응을 보이는 것인데, 식물은 무언가와 접촉을 하는 것을 바람으로 인한 풍하중(風荷重)으로 인식한다는 것입니다. 식물이 바람을 맞으면 꺽일 수 있기 때문에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하여 줄기를 두텁게 만들고 뿌리를 깊이 내리는 반응을 한다는 것입니다.


숲에 들어가면 항균제인 피톤치드이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은 이제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피톤치드는 나무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자구책이라고 합니다. 숲에는 호시탐탐 나무를 노리는 미생물들이 넘치고 있다고 합니다. 이들이 바람에 가지가 부러지거나 혹은 동물이 무심코 긁어놓은 상처를 통해서 나무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서서히 나무를 먹어치우기 시작해서 종국에는 죽음으로 몰아넣는다고 합니다. 이런 미생물들을 퇴치하기 위하여 나무가 만들어내는 화학물질이 바로 피톤치드인 것입니다.


피톤치드는 염증억제효과는 물론 항암효과까지도 있다고 합니다. 암으로 진단받은 사람들이 숲 생활을 시작해서 암이 깨끗이 나은 경우가 있는데, 바로 숲의 치유효과를 제대로 받는 경우라고 하겠습니다. 항노화효과도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숲과 가까이 지내도록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예전에 아프리카를 여행하면서 코끼리가 나무껍질을 벗겨 먹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물론 배가 고파서 먹는 것이겠지만, 그렇게 함으로써 얻는 추가 이익이 있다고 합니다. 숲이 무성해지면 수관이 형성되면서 지면에 풀이 자라지 않게 된다고 합니다. 초식동물이 나무껍질을 벗겨 먹으면 나무는 상처를 이고 고사하게 되어, 대지가 햇볕에 노출되고 초식동물을 풀을 뜯어 먹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초식동물이 계획적으로 나무껍질을 벗겨먹는 것은 아닐거라는 생각입니다.


나무는 뿌리에 기억을 저장하는 기능이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다른 나무들과 전기적 신호를 주고받아 소통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보면 숲에는 우리가 모르는 비밀이 많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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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끝나야 시작되는 여행인지 몰라
김현 외 28인 지음 / 알마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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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을 기점으로 우한폐렴 확진자가 두 번째로 많아지는 상황을 맞아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었습니다. 덕분에 동네 도서관이 문을 닫아 개천절이 지난 다음에서야 다시 문을 열었습니다. 다시 문을 연 동네 도서관은 꽤나 북적거려 책을 고르는 것도 쉽지는 않았습니다. 신간서적들 가운데 <여기서 끝나야 시작되는 여행인지 몰라>를 골라든 것은 제목이 주는 묘한 느낌 때문이었습니다. 여행 관련 서적인가? 우한폐렴사태로 국내외 여행이 어려운 상황인데, 어떤 여행에 초점을 맞춘 이야기일까 궁금했던 것입니다.


막상 책을 열어 읽으려다보니 헷갈리기 시작했습니다. 우선 구성은 달랐지만 앞 뒤 표지가 비슷해서 어느 쪽에서부터 읽어야 할지도 구분되지 않았습니다. 흔히 뒷표지나 책갈피에 정리해두는 책내용에 대한 소개도 없습니다. 뒤적이다 참여작가 목록을 발견했습니다. 29분이나 되었습니다. 그 가운데 직접 만나본 분은 신요조씨가 유일했고, 알만한 분으로는 장석주 시인이 유일했습니다. 그 분의 작품 가운데 읽어본 것이 있던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이 책을 기획하신 분 같습니다만 안지미님이 적은 지금 우리가 사는 방법이라는 제목의 시작하는 글을 보면, 금년 한해 우리네 일상은 우한폐렴 사태로 인하여 엄청난 변화가 있었던 것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무언가 하고 있다는 것을 느껴보려는 취지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특히 의지와 노력만으로 언제든지 누릴 수 있다고 믿었던 모든 것들이 송두리째 흔들리면서 불안과 우울, 무력감이 현실의 시간을 허공에 조각내버리는 듯 했다라는 것입니다. 작가 주제 사마라구의 <눈먼 자들의 도시>에 나오는 우리가 이루어낼 수 있는 유일한 기적은 계속 살아가는 것이라는 구절을 인용한 것을 보면 알고 지내던 사람들에게 안부를 전하고 묻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앞뒤가 헷갈리더라는 말씀을 드렸습니다만, <여기서 끝나야 시작되는 여행인지 몰라>는 수필, 시 그리고 그림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열세분이 수필을, 열 분이 그린 18점의 그림, 8분이 쓴 11편의 시를 수록했습니다. 시인들이 쓴 수필도 있으니 참여하신 분들과 작품 수가 일치하지는 않습니다.


먼저 수필을 살펴보면, 열세편의 수필 가운데 열한편이 우한폐렴으로 인하여 뒤틀린 삶에 관한 글입니다. 아참! ‘우한에서 시작한 코로나라고 적은 한 분을 제외하고는 많은 분들이 지금의 상황을 조성한 원인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지적하기를 꺼려하는 분위기입니다.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우한폐렴 사태와 관련하여 제게도 짧은 글을 쓸 기회가 있었다면 사태의 원인부터 방역대책 등에 관하여 궁금한 것들을 쏟아냈을 것 같습니다. 작가들 가운데 응급의학과를 전공하신 의사선생님이 계셨는데, 그저 사태에 적응해가고 있는 자신의 모습에만 관심을 두신 것 같아 조금 아쉬웠습니다. 어디엔가 코로나19가 사람과 공생을 시작했다는 구절도 있었습니다만, 코로나19는 아직 사람들과 공생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20세기 초 지구촌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스페인독감 이후로 지구촌 규모로 확산된 바이러스 전염병으로는 거의 100년 만에 처음입니다. 스페인독감 때는 없던 세계보건기구도 생겼지만, 지구인들의 대응은 별반 차이가 없어 보입니다. 보건의료분야의 선진국도 우왕좌왕하기는 매한가지입니다. 방역정책을 결정함에 있어 전문가들의 조언을 듣기보다는 정치적 고려가 우선하는 경우도 속출했다고 하겠습니다. 심지어는 방역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듯한 나라도 있는 것 같습니다.


<여기서 끝나야 시작되는 여행인지 몰라>의 뒷장부터 읽을 수 있는 시의 경우는 다양한 형식을 취하고 있었고, 하나 같이 어려웠습니다. 비유도 난해했고 행간에 숨겨둔 의미도 쉽게 와닿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제가 시를 제대로 이해할 준비가 되어 있지 못하기 때문인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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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동네
손보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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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창작소설을 골라 읽은 기억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중견작가인 손보미님의 <작은 동네>를 골라든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과거의 삶을 모두 지운 채 살아갈 수 있을까?’라는 질문 때문이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 아니면 학창시절 대학동아리에서 가을공연으로 올렸던 쏜톤 와일드의 <우리 읍네>를 떠올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작가는 화자에 대하여 별다른 이야기를 해주지 않습니다. 화자는 서른일곱 난 회사원으로 연예기획사에서 10여 년간 일 해왔고, 화자는 전공이 무언지는 모르겠지만, 시간강사로 출강하는 모양입니다. 화자와 남편 사이에 일어나는 소소한 이야기 사이사이에 화자는 열 살 무렵 경기도 광주에서 살면서 겪었던 일들을 회상합니다. 화자는 그 작은 동네에서 열한 살 때까지 살다가 떠났는데, 그 후로 아버지가 가족을 떠나는 바람에 홀어머니와 둘이서 살았다고 합니다.


광주에서 자라던 시기에 화자는 특히 어머니의 과보호를 받는 것에 대한 불편함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과외활동 등에 대하여 지나친 간섭에 대한 불만이 가출소동으로 이어지고, 화자의 가출소동은 어머니의 삶에 변화를 가져오면서 부모님 사이의 갈등으로 확장된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결국은 화자의 출생에 관한 비밀이 밝혀지는 것으로 이야기가 마무리됩니다. 화자의 어머니는 전남의 어느 섬에 살았다는 것입니다. 1970년대의 언제쯤 오징어잡이 배를 탔던 아버지가 북방한계선을 넘는 바람에 북한에 압류되었다가 돌아오는 사건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 사건은 연루된 사람들은 물론 그 가족들까지의 삶에도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합니다.


학급에서 따돌림을 받는 친구를 가까이 끌어들이려 노력하는 모습 등, 화자는 초등학교를 다닐 무렵에 이미 나름대로 주관이 뚜렷했던 것 같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과거의 삶을 모두 지운 채 살아갈 수 있을까?’하는 질문은 화자의 것이 아니라 화자의 어머니의 것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화자가 여동생의 자식이었다는 것이 마지막에 밝혀지고 나서야 화자의 어머니의 행동이 이해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자녀를 키우는데 있어서 출생과 관련된 비밀을 언제까지 숨길 수 있다고 생각한 것도 이해되지 않습니다. 왜곡된 기억으로 인하여 삶이 뒤틀릴 수도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아버지가 가족을 버렸다고 생각하는 화자의 입장에서는 아버지의 생각이나 입장을 제대로 들을 기회가 없었던 것도 불행한 일이었을 것 같습니다. 부모님이 이혼할 무렵 화자는 충격을 받은 것은 아니나 자신이 기여한 바가 있는 듯하여 죄책감 같은 것을 느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머니는 나는 그저 너가 행복하기만을 바란단다라는 말로 퉁치고 말았습니다. 이 한 마디에 모든 이야기가 담겨있는 셈입니다.


그런데 어머니가 이야기해준 오빠의 죽음에 대한 아버지의 기억은 전혀 달랐던 것을 보면 화자의 출생에 관한 많은 사실들이 가족 간에 제대로 공유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부모님의 이혼도 화자의 친부가 간첩혐의를 받고 복역한 것과 무관하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화자의 가출사건이 계기가 되어 알게 된 여성이 자살을 하고 그 일로 경찰이 쫓아다닌 것 때문에 아버지가 겁을 먹었던 모양입니다.


화자의 전공이 무언지 모른다고 말씀드렸습니다만, 강의 중에 분위기를 바꾸고 싶을 때, 외국의 산불, 어린아이 납치사건, 전염병, 노인들의 집단자살, 한반도 남부에서 일어난 강진 등, 어떻게 보면 부정적이고 충격적인 사건을 학생들에게 이야기하는 것을 작용과 반작용으로 이해할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점만 보더라도 화자는 독특한 개성을 가진 분 같아 보입니다. 저도 꽤 오랫동안 학생들을 가르쳤습니다만, 이런 종류의 사건으로 강의실의 분위기를 바꾸어보겠다는 생각은 해본 적도 들어본 적도 없는 것 같습니다.


여전히 남북이 대치하는 상황입니다만, 과거에는 간첩으로 몰리는 것은 사회적으로 매장당하는 것과 같은 의미였기 때문에 화자의 어머니는 조카를 위하여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던 모양입니다. 월북 이야기를 읽다보니 최근에 벌어진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북한해역에서 사살되고 소각되는 경천동지할 사건이 떠오릅니다. 사건 후 남북한 당국이 상황을 정리하는데 있어 앞뒤가 맞지 않는 일이 넘치고 있기 때문인 듯합니다. 세상이 바뀌었다고 하는데, 이제는 간첩으로 몰리는 것이 아니라 월북자로 몰리는 세상이 된 것은 아닐까 싶어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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