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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감 일기 - 공포와 쾌감을 오가는 단짠단짠 마감 분투기
김민철 외 지음 / 놀 / 2020년 11월
평점 :
석 달 전에 계약했던 책의 원고를 마무리해서 출판사에 보냈습니다. 마감일 저녁에 보냈으니 약속은 지킨 셈입니다. 이미 써놓은 원고를 다듬는 작업이라서 달포면 끝낼 수 있을 것이라고 짐작했지만 꼬박 석 달이 걸렸습니다. 매주 두 건씩 쓰는 누리 사랑방 연재물도 있었고, 책 읽고 독후감쓰기 등 기본으로 하는 일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사건들이 생기는 바람에 며칠씩 손을 대지 못하는 날들이 많았습니다. 마감을 넉넉하게 잡았던 것이 참 다행입니다.
원고 마감 때문에 신경을 곤두세울 무렵 나온 <마감일기>를 읽을 기회가 생겼습니다. 원고를 마감하고 읽어서인지 부담 없이 읽으면서 격하게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마감일기>는 마감일을 두고 글을 쓰시는 여덟 분이 마감일에 관한 생각이나 사연을 고백(?)하신 글을 모았습니다. 광고회사에서 광고 문구를 쓰시는 분, 수필가, 소설가, 번역가, 방송작가, 삽화가 등 여덟 분이 하시는 일도 참 다양합니다. 그리고 ‘마감’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여덟 분이 전혀 다른 색깔의 글을 쓰신 것도 대단한 일입니다. 글을 쓰시는 분들마다 마감을 대하는 생각들이 다르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요즘에는 누리사랑방에 수요일과 토요일해서 주 2회 여행지에 관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창 때는 매주 월요일에 발표되는 독후감,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에 발표되는 여행기, 그리고 한 달에 한 번씩 내는 수필 등 연재물을 써내기도 했습니다. 심지어는 21일짜리 해외여행을 떠나면서 원고를 미리 편집자에게 보내두는 치밀함(?)으로 마감을 지키려 노력한 적도 있습니다. 그리고 보면 <마감일기>에 실린 여덟 분 가운데 첫 번째로 글을 쓰신 김민철님의 마감 지키기와 제 경우가 닮았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김민철님은 ‘마감근육’을 키워야한다는 말씀을 주셨습니다만, 세상만사가 생각하지 나름이라는 원칙은 마감에도 적용된다는 생각입니다.
마감에 대한 여덟 분들의 생각은 모두 달랐는데, 공통점이 될 가능성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글을 쓰신 분들이 모두 여성일 수도 있겠다는 점입니다. 가능성이라고 한 발 물러선 까닭은 글 안에서 확인된 경우도 있지만 글을 읽어서만은 전혀 감을 잡을 수 없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성함과 글 내용으로 유추해본 결과 모두 여성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보니 <마감일기>를 기획하고 제작하신 분들도 여성분들이 많아 보이는 것 같습니다. 딱히 여성과 남성을 편 가르기를 할 생각은 아니었습니다. 다만 세상사가 조화롭게 돌아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 편이라서 남녀가 어울려 일을 하고, 그러다가 좋은 일도 생기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마감일기>를 읽고서 든 생각이 있습니다. 만약 제가 <마감일기>의 필진으로 참여해달라는 청탁을 받았다면...하는 가정입니다. 며칠 전 마감일에 맞춰 원고를 보낸 책이 저로서는 여덟 번째 책입니다. 여덟권의 책을 내면서 마감일을 정하고 쓴 경우로는 세 번째였습니다. 지금 진행하고 있는 아홉 번째 책을 포함하여 여섯 권의 책은 마감일을 정하지 않고 썼거나 쓰고 있는 셈입니다. 첫 번째 책은 혼자서 기획해서 원고를 쓴 다음 세 곳의 출판사에 보냈더니 그 가운데 한 곳에서 출판하겠다는 답을 받았던 경우입니다.
아홉 권의 책 가운데 출판사의 제안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딱 한 권이었습니다. 계약을 하려다보니 마감을 정해야 했는데, 넉넉하게 6개월로 잡았습니다. 선금까지 받아놓고 글을 쓰게 되었기 때문에 정신적으로 압박을 많이 받았던 모양입니다. 계약을 하고 해외여행을 떠났는데, 비행기를 타고 가면서 원고를 쓰기 시작해서 여행에서 돌아왔을 때는 3꼭지를 정리했습니다. 처음에는 25꼭지 정도를 기획했는데, 중간에 사정이 생겨 23꼭지로 책을 꾸미게 되었습니다. 6개월로 정한 마감을 무려 3개월 단축한 것입니다. 아마도 제가 잘 할 수 있는 주제를 새롭게 기획한 틀에 맞추어 글을 썼기 때문에 자료조사와 글쓰기를 동시에 진행해서 가능했던 일 같습니다.
마감으로부터 자유로우려면 원고를 미리 쓰면 좋겠지만, 그렇게 쓴 원고가 편집자의 눈에 들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것 같습니다. <마감일기>의 필진 여덟 분 모두 글 마감하시느라 애쓰셨습니다. 마감에 대한 여덟 분의 생각을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