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사건으로 보는 돈의 역사 돈의 역사 1
홍춘욱 지음 / 로크미디어 / 2019년 4월
평점 :
품절


아이들이 읽은 책을 읽어보는 것은 아이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궁금한 탓도 있습니다. <50대 사건으로 보는 돈의 역사>는 작은 아이의 책장에서 발견한 책입니다. 일을 시작했으니 돈이 무엇인지를 알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저 역시 어떤 주제거나 그 역사를 정리한 책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50대 사건으로 보는 돈의 역사>는 돈이 어떻게 생겨났고, 발전해왔는지를 살펴본 것은 아닌 듯합니다. 필자가 서문에서 세계 역사를 바꾼 중요한 사건의 배경을 살펴봄으로써,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이해의 폭을 넓혀보자는 것이다.’라고 적은 것을 보면, 세계사의 이면을 들어다보려 한 것 같습니다. 돈의 흐름, 바꿔 말하면 세계의 부가 어떻게 흘러왔는지를 정리한 것으로 보았습니다.


저자의 요약에 따르면 모두 7부로 정리한 이 책의 얼개를 보면, 1. 나폴레옹 전쟁, 2. 명나라 가정제 무렵의 동양의 역사, 3. 산업혁명의 발생과 확산, 4. 1929년 대공황, 5. 1971년 금본위제의 붕괴, 6. 1985년 플라자 합의, 7. 1950년 토지개혁으로부터 1997년 외환위기에 이르는 우리나라 경제 현황 등입니다.


저자는 경제지표의 추이를 이야기할 때는 수치, , 도표 등을 인용하여 이해하기 쉽도록 합니다. 그리고 주제와 관련된 다양한 사진들을 삽입하고 있습니다만, 이런 자료들은 책읽기에 몰입했던 눈이 쉬어가는 효과가 있는 것 같습니다. 다만 경제관련 상황의 변화를 수식으로 설명하는 부분은 정말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경제를 전공하시는 분들에게는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나, 앎이 부족한 탓이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보니 세계사적 관점에서 경제의 부침을 개괄하려다보니 서양, 중국, 일본, 그리고 우리나라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짚어본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렇다면 돈의 역사라기보다는 경기의 부침을 정리한 경제사에 가깝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19세기 초반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서 20세기 말까지의 주요 사건들을 정리한 것으로 보이는데, 지금 당장의 문제가 급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이 책의 후속편을 내신 것을 보면 저자 역시 같은 생각을 하셨던가 봅니다.


겨울의 초입에 들어서면서 우한폐렴이 다시 꿈틀거리는 모양새입니다. 지난해 12월 중국 우한에서 시작한 코로나감염이 전세계에 퍼지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중국과 가까운 우리나라의 경우 초반에 직격탄을 맞아 중국과 거의 실시간으로 확진자가 폭증하고 희생자가 발생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와 별차이 없이 중국과 교류하던 타이완의 경우는 우한폐렴의 피해가 미미한 편입니다.


우한폐렴의 방역체계가 제대로 작동했는가 하는 문제는 훗날 단단히 챙겨봐야 할 것 같습니다. 대구를 중심으로 번졌던 1차 유행은 여름철 휴가기간에 수도권을 중심으로 규모가 크지 않은 2차 유행을 보였습니다. 확산이 멈추어서(멈춘 것인지 숨은 것인지는 애매합니다만) 다행이었지만, 이제는 앞날을 내다보기 어려운 3차 유행이 시작되는 순간인 듯합니다.


저자가 전염병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았더라면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우한폐렴이 등락을 거듭하는데는 성공적인 방역을 위해서라면 사회활동을 최소화해야 하는데, 그 결과로 경제가 위축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경제와 방역은 동전의 양면입니다. 그리고 경제는 전염병을 완전히 차단한 다음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경제를 살기기 위하여 방역을 소홀히 하다보면 참혹한 결과만 남게 되기 때문입니다. 중세 유럽을 휩쓴 흑사병과 20세기 초반 세계를 휩쓴 스페인 독감의 교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방역과 경제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방역에서 긴장의 끈을 놓지 않은 나라만 유일하게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름답고 쓸모없는 독서
김성민 지음 / 다반 / 202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논어(論語)술이(述而)편에 公子曰, 三人行, 則必有我師, 擇其善者而從之, 其不善者而改之(공자왈, 삼인행, 즉필유아사, 택기선자이종지, 기부선자이개지)’라는 대목이 있습니다. ‘길을 가는 세 사람이 있으면 스승이라 할 사람이 반드시 있다라고 풀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들 중에 선한 사람이 하는 것을 가려 따르고, 선하지 않은 사람이 하는 것은 고쳐 따른다라고 독할 수 있는 다음 대목을 생각해보면 세 사람이 함께 하는 걸 보면 배울 점이 있다라는 정도로 이해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그렇다면 왜 세 사람일까 생각해봅니다. 두 사람은 같은 생각을 할 가능성이 많지만, 세 사람이 모이면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바꾸어 말하면 세상의 모든 것은 배움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할 것입니다. 지은이의 생각이 담겨 있는 책을 읽는다는 것은 누군가 행한 일을 지켜보는 일과 다를 것이 없기 때문에 세 명이 한 일이 아니라 할지라도 배울 점이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논어의 한 구절을 가져온 것은 김성민님의 <아름답고 쓸모없는 독서>라는 제목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였던 모양입니다. 필자는 세상에 쓸모없는 책읽기는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무리 아름답다고 해도 쓸모없는 책읽기를 왜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역설적으로 강조했다는 답변이 돌아올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요즈음 사람들, 특히 젊은이들은 비유나 우회적 언사에 담긴 뜻을 제대로 붙들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직설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좋아하다보니 생각을 묵히는 것도 익숙하지 않은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작가는 쓸모없는 독서라고 하면서도 나름대로 책을 읽고 떠오르는 생각들을 정리해서 <아름답고 쓸모없는 독서>라는 제목을 달아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작가의 생각이 어떻든 간에 저는 그 가운데 쓸모 있어 보이는 것들을 건져 올렸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쓸모없음의 쓸모라는 프롤로그의 제목을 보면 작가 역시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제가 요즘 외국어나 외래어 사용에 심한 저항감을 느끼고 있는 중이라서 서문이나 들어가는 글이 훨씬 나아보이지 않나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자가 책들을 읽고 얻은 생각들을 정리한 결과물이 이 책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작가는 자신이 읽은 책들은 쓸모없는 책이라고 생각한 것인지, 자신의 책읽기가 쓸모없는 일이었다는 것인지 헷갈리게 됩니다. 전자라면 그 쓸모없는 책을 쓴 저자들이 불편해질 것 같습니다. 그리고 후자라면 굳이 쓸모없는 짓을 왜 하셨는지도 궁금해집니다. 그런데 프롤로그(정말 마음에 안듭니다만 작가가 붙여놓은 글이라서 어쩔 수 없이 인용하는 것입니다)를 보면 김민정 시인의 시집 아름답고 쓸모없기를에서 빌려왔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시는 시인이 경북 울진에서 주워온 돌을 두고 생긴 일을 시에 담으면서 정한 제목입니다. 그러니 책읽기를 돌과 비유하여 쓸모없는 일로 치부하는 것이야 말로 쓸모없는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작가의 글을 읽어가면서 제가 금년에 내놓은 독후감 생각이 났습니다. 원고를 정리하는 작업을 도와주던 아내한테서 지청구를 들었던 것입니다. 책읽기를 많이 했다고 자랑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합니다.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면서 관련이 있는 다른 책의 내용을 끌어오는 것은 그리 나쁘지 않은 독후감쓰기입니다만, 자칫 주제가 흩어질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에밀리 디킨스의 시, 고독은 잴 수 없는 것의 경우 고독을 주제로 한 시에 관한 생각보다는 시어로 사용한 고독고통으로 헷갈렸다면서 타인의 고통을 주제로 변주하여 영화 생일 의 감상평으로 대신하였습니다. 차라리 수전 손택의 타인의 고통을 가져오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삼인행, 즉필유아사라는 점을 새기라는 공자님 말씀대로 <아름답고 쓸모없는 독서>에서 얻은 바가 있습니다. 사실 확인을 제대로 해야겠다는 점과 적어도 책을 낼 때는 외래어나 외국어보다는 우리말을 사용하려는 노력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잘 쉬는 기술 - 어떻게 쉬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을 위한 최고의 휴식법 10가지
클라우디아 해먼드 지음, 오수원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제 시작된 것 같은 한해가 벌써 12월입니다. 어쩌면 1월에 시작한 우한폐렴 때문에 정신없이 보냈기 때문인 듯합니다. 남들과의 접촉을 최소화하려 노력을 하다 보니 오히려 정신적인 압박이 심해진다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돌아다녀야 하고, 그런 사람들로 인하여 우한폐렴 사태가 증폭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엎어진 김에 쉬어간다는 옛말이 있습니다. 이런 분들은 어떻게 하면 잘 쉬는지 모르기 때문에 밖으로 나돌아야 쉬는 것이라고 생각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떻게 쉬는 것이 잘 쉬는 것인지 모르는 분들이 읽어보면 좋을 책을 읽었습니다. 작가이자 방송인인 클라우디아 해먼드의 <잘 쉬는 기술>입니다. 이 책은 영국의 더럼대학교 연구진이 중심이 휴식실험의 성과를 정리한 것입니다. 북새통(Hubbub)이라는 이름의 연구진에는 역사가, 시인, 예술가, 심리학자, 뇌과학자, 지리학자, 심지어 작곡가까지도 포함되었다고 합니다. 135개국에서 모두 18천명이 자발적으로 조사에 참여하여 응답했습니다. 저자는 조사에 참여한 사람들이 좋은 휴식방법이라고 생각하는 상위 10개 활동에 대하여 조사한 결과를 이 책에 담았습니다.


심리학을 전공한 까닭인지, 최종 1위를 맨 뒤에 공개하는 심사결과공개방식을 택하여 긴박함을 높이려한 것 같습니다. 잘 쉬는 기술을 10위부터 알아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0위 명상, 9TV시청, 8위 잡념, 7위 목욕, 6위 산책, 5위 아무 것도 안하기, 4위 음악듣기, 3, 혼자 있기, 2위 자연에 들기, 1위 독서 등입니다. 135개국 사람들이 참여했기 때문에 문화적 배경이 다양한 탓인지 비슷한 개념 같은데 별도 구분된 것들이 있는 듯합니다. 어떻거나 저 역시 이런 방식으로 쉰다고 생각하는 것들인 것 같습니다. 세상 사람들 생각이 비슷한 것 같습니다.


휴식이라는 것을 일과는 반대 개념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쉬는 일을 전투적으로 하는 사람들도 없지 않은 것을 보면 휴식이 일처럼 되는 경우도 없지 않을 것 같습니다. 반면 일을 즐기는 사람에게는 일 자체가 휴식이 될 수도 있습니다. 휴식을 하지 않으면 마치 큰 일이 날 것 같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휴식과 관련된 상업활동을 하는 사람들의 영업 전략에서 나온 것 아닐까 의심해봅니다. 언론이나 영화와 같은 매체도 책임의 일부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잘 쉬는 방법들에 대하여 저자가 취한 설명방법은 일단은 과학적 실험의 결과를 토대로 한 것들입니다. 따라서 다양한 자료들을 인용하여 주제를 설명합니다. 방송과 작가라는 직업적 특성을 잘 살리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저의 관심대상인 산책과 책읽기와 관련한 다양한 자료를 챙겨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그밖에도 많은 사람들이 추천하는 잘 쉬는 방법을 어떻게 수행하는지도 배우는 책읽기였습니다. 역시 책을 읽는 다는 것은 공부도 하고 쉬기도 하는 일거양득의 효과가 있는 것 같습니다.


한때는 TV를 바보상자라고 부를 정도로 TV시청이 부정적으로 평가되던 시절이 있습니다. 아마도 라디오에서 TV로 사람들의 관심이 넘어올 때 생긴 편견일 수도 있습니다. 책을 읽거나 라디오에 귀를 기울일 때는 보거나 듣는 사람이 머릿속에 그림을 그려 상상의 세계를 스스로 창조해야 하지만, TV는 모든 일을 대신해주기 때문에 상상력을 약하게 만들고 잡념에 빠지거나 자기만의 인상을 떠올리는 것을 방해한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제 경우는 TV를 통해서 새 소식이나 드라마, 심지어는 운동경기나 예능 프로그램을 시청할 때도 같이 시청하는 아내나 아들하고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습니다. 심지어는 휴대폰을 눌러서 검색을 해보기도 합니다. TV를 단순하게 시청하는데서 그치지 않고 앎을 확장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입니다. 이는 TV 편성이 다양해진 것이나 방송의 내용도 구성이 달라졌기 때문에 생긴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TV가 더 이상 바보상자가 아닌 것이 분명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독서의 역사 - 책과 독서, 인류의 끝없는 갈망과 독서 편력의 서사시
알베르토 망구엘 지음, 정명진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관심을 가진 분야에 대한 책을 고를 때, 일단 역사를 다룬 책을 우선적으로 고르는 경향이 있습니다. 누군가 정리해놓은 역사를 읽어보면 해당 분야에 대하여 쉽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알베르토 망구엘의 <독서의 역사>를 냉큼 고른 이유이기도 합니다. 아르헨티나 국립도서관장으로 재직 중인 저자는 작가, 번역가, 편집자 등 책과 관련된 다양한 직업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책의 수호자’, ‘우리 시대의 몽테뉴’, 등으로 불리며 세계 최고 수준의 독서가이자 장서가로도 평가된다고 합니다.


목차를 보면 책읽기에 관하여 이렇게 다양한 주제를 끄집어 낼 수 있다는 것에 놀라게 됩니다. 제목이 의미하는 바가 잘 이해되지 않는 마지막 페이지라는 첫 번째 글은 저자 자신의 독서의 역사를 정리하다가 이 책을 쓰게 된 이유를 설명합니다. 나아가 이 책이 안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점을 솔직하게 고백합니다. 독서가로서의 개인의 역사에서 나아가 독서 행위의 역사를 정리해보려 하는데, 그 또한 여러 개인의 역사를 정리하는 것에 불과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보르헤스가 1930년대 중반에 출간된 수학사에 관한 서평에서 수학의 역사는 불구라는 큰 결함을 가지고 있다라고 전제하였는데 책에 담긴 사건의 연대기적 순서가 논리적이고도 자연스런 순서와 맞아떨어지지 않는다라고 이유를 설명했다고 합니다.


전체주의 정권은 인민이 책 읽는 것을 두려워한다고 합니다. 국민들에게 사고하지 말 것을 요구하기 때문에 책을 금지시키고, 위협하고, 검열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네 역사에서도 그와 같은 상황이 벌어졌던 것을 기억합니다. 그런데 그 다음이 중요합니다. ‘어느 면에서 보면 인민 통치 집단이든 전체주의 집단이든 국민 모두가 어리석은 존재로 남을 것을, 그리고 국민들이 자신의 퇴행을 순순히 받아들일 것을 요구하기 때문에 알맹이와 가치가 없는 것들을 소비하도록 부추긴다.(40)’ 충분히 공감되는 이야기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저자는 독서의 역사를 정리해보기로 했다고 합니다.


저자가 생각하는 두 가지 책 읽는 방식을 소개합니다. 첫 번째 방식은 세부사항을 속속들이 파악하려고 가슴을 죄며 사건과 인물들을 추적하는 방법입니다. 이 경우에는 독서의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어서까지 이야기가 확대된다고 했습니다. 두 번째 방식은 신중하게 탐험하는 방법입니다. 복잡하게 뒤얽힌 텍스트의 의미를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 텍스트를 샅샅이 조사하다보면 단순히 단어의 발음에서 즐거움을 얻기도 하고, 아니면 그 단어들이 결코 드러내려 하지 않는 어떤 단서에서, 그것도 아니면 스토리 자체에 깊숙이 숨어있다고 의심은 가지만 지나치게 가혹하거나 경이로워서 결코 직시할 수 없었던 그 어떤 것에서 즐거움을 방식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가 하면 독서라고 하는 행위의 본질에 대한 성찰의 역사로 정리해놓았는데, 꽤나 장황하기 때문에 요약하는 것이 쉽지가 않을 듯합니다. 초등학생 때는 책을 소리내어 읽기가 권장되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아우구스티누스 시절에도 그랬다고 합니다. 그래서 스크립타 마네트, 베르바 볼라트(scripta manet, verba volat)’라는 표현이 만들어졌던가 봅니다. 당시에는 책장에 쓰여진 단어는 아무런 움직임도 없이 죽어있는데 반해, ‘큰 소리로 외쳐지는 단어는 날개까지 달고 훨훨 날아갈 수 있다는 점을 찬양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오늘날 이 표현은 글자로 쓰여진 것은 영원히 남고, 말로 표현된 것은 공기 속으로 사라진다라는 새로운 의미를 얻었다고 합니다.


저자는 최고의 독서가답게 오래된 자료를 섭렵하여 얻은 책읽기에 관한 다양한 주제를 정리해냈습니다. 암시 읽기, 눈으로만 읽는 독서, 글읽기 배우기, 그림 읽기, 누군가에게 대신 책을 읽게 하기, 혼자만의 은밀한 독서, 책읽기의 은유, 책읽기와 미래예언, 상징적인 독서가, 갇힌 공간에서 책읽기, 금지된 책읽기, 얼간이 같은 책벌레 이미지, 등 글제목만 해도 정말 재미있어 보이는 주제들입니다. 물론 책읽기 말고도 책의 형태, 책분류의 역사, 책 훔치기 등과 같이 약간은 동떨어진 듯한 주제도 없지 않습니다만, 이런 주제들도 결국은 책읽기와 연관이 없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밤의 역사 - 악마의 잔치, 혹은 죽은 자들의 세계로의 여행에 관하여 우리 시대의 고전 25
카를로 긴즈부르그 지음, 김정하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악마의 잔치, 혹은 죽은 자들의 세계로의 여행에 관하여라는 부제에 끌려 읽게 된 책입니다. 여행에 관한 책이라면 어떤 종류도 마다하지 않는데, 악마 혹은 죽은 자들의 세계라고 하니 얼마나 유혹적입니까? 특히, “마녀와 주술사들은 밤 시간을 이용해 주로 외진 곳이나 들녘 또는 산에서 모임을 가졌다. 때로는 몸에 기름을 바르고 지팡이나 빗자루를 타고 하늘을 날아 모임에 참가했다.(11)”라고 시작되는 서론의 머리에서 헤리 포터 연작을 생각했는지도 모릅니다. 결론을 먼저 말씀드리면 아주 지난한 책읽기였다는 고백을 드립니다. 이 책이 연구의 결과물이었다는 감사의 말을 새겼어야 했습니다.


서론에 나오는 이 책의 얼개를 읽었을 때, 책읽기를 멈추었어야 하지 않았나 생각도 합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어 무언가를 얻은 것이 있었기에 위안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 책에 어떤 내용이 담겼는지를 남겨놓기 위하여 저자가 서론에서 요약한 내용을 옮겨두겠습니다.


나는 이 책의 차례를 연구 대상의 이질적인 특성들에 근거해 정했다. 이 책은 서론과 세 개의 부와 견론으로 구성된다. 1부에서는 악마의 잔치에 대한 종교재판의 이미지가 어떻게 출현했는지 재구성했고, 2부에서는 심화와 의식의 심오한 층위와 이로부터 악마의 잔치에 활력을 불어넣은 민간신앙이 어떻게 발생했는지 기술했다. 3부에서는 신화와 의식들이 어떻게 확산되었는지를 설명하려고 노력했으며, 결론에서는 지배계층 문화에서 기원하는 요인들과 민속 문화에서 기원하는 요인들 간의 타협에 통해 악마의 잔치라는 확고한 전형이 성립되었음을 밝혔다.(31)”


14세기 프랑스에서는 나병환자, 유대인, 무슬림 들이 우물에 독을 풀어 기독교인들을 몰살시키려는 음모가 있었다는 이유로 재판에 넘겨저 화형에 처해지거나 추방되었다고 합니다. 이들의 죄상을 밝혀낸 사람은 교회의 이단심문관이었습니다. 심문기록이 남아있고 피의자들의 혐의가 진술을 통하여 입증되었다고는 하지만, 요즈음처럼 피의자의 권리를 지켜가며 심문이 이루어졌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아마도 받고 있는 혐의와 심문관이 정해놓은 절차에 따라 고문이 이루어졌고, 피의자가 진술했을 가능성이 높았을 것 같습니다. 사건의 배경에는 13479월 경 콘스탄티노플을 떠난 제노바의 범선이 이탈리아 남부 메시나 항구에 정박했을 때, 배에서 상륙한 쥐들이 옮겨온 페스트균이 있었습니다. 페스트균이 유럽대륙을 휩쓰는 동안, 살아남은 사람들이 갑작스러운 재앙을 가져온 자들 지목하여 희생양을 삼고자 했을 것입니다.


이렇게 시작한 종교재판은 마녀사냥으로 발전했습니다. 이미 유럽을 지배하고 있던 기독교가 일을 벌린 것입니다. 마녀들은 비밀리에 모여서 동물로 변신하거나, 인육을 먹거나, 빗자루나 동물을 타고 날아다니는 것을 목격한 누군가의 고발에 따라서 종교재판을 받고 유죄로 판정이 나면 화형에 처해졌습니다. 사실 암암리에 포교를 하던 기독교가 공인되기 전부터 우상숭배의 금지 등을 이유로 이교를 배척했다는 것을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공인 전까지는 이교에 반대하다가 순교를 당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그때까지는 다신교나 민간 신앙이 주류 종교였고 기독교가 이교였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던 것이 상황이 바뀌었던 것입니다.


마술사나 마녀의 활동은 민간 신앙 혹은 당시 만해도 중요했던 농업 생산을 축원하기 위한 대중적인 행사였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저자들은 이런 풍습이 동쪽에서 전해진 것으로 파악합니다. 그 뿌리를 중앙아시아를 넘어 시베리아까지 찾아 나서기도 합니다. 마술사나 마녀가 동물로 변신할 수 있다는 허황한 믿음도 민간의 풍습이나 신앙에서 행하는 행사를 위하여 변장한 것을 오해하였을 수도 있습니다.


이 책의 내용은 서지학적, 민속지학적인 연구의 결과입니다. 결론 부분에 이르면 저자가 다룬 악마의 잔치라는 이미지는 이단 심문관이나 세속 재판관들이 만들어낸 것(적대적인 사회집단이나 무리가 꾸민 음모)과 이미 민속 문화로 오랫동안 전해오던 샤머니즘 문화라는 것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