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의 역사 - 책과 독서, 인류의 끝없는 갈망과 독서 편력의 서사시
알베르토 망구엘 지음, 정명진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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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을 가진 분야에 대한 책을 고를 때, 일단 역사를 다룬 책을 우선적으로 고르는 경향이 있습니다. 누군가 정리해놓은 역사를 읽어보면 해당 분야에 대하여 쉽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알베르토 망구엘의 <독서의 역사>를 냉큼 고른 이유이기도 합니다. 아르헨티나 국립도서관장으로 재직 중인 저자는 작가, 번역가, 편집자 등 책과 관련된 다양한 직업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책의 수호자’, ‘우리 시대의 몽테뉴’, 등으로 불리며 세계 최고 수준의 독서가이자 장서가로도 평가된다고 합니다.


목차를 보면 책읽기에 관하여 이렇게 다양한 주제를 끄집어 낼 수 있다는 것에 놀라게 됩니다. 제목이 의미하는 바가 잘 이해되지 않는 마지막 페이지라는 첫 번째 글은 저자 자신의 독서의 역사를 정리하다가 이 책을 쓰게 된 이유를 설명합니다. 나아가 이 책이 안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점을 솔직하게 고백합니다. 독서가로서의 개인의 역사에서 나아가 독서 행위의 역사를 정리해보려 하는데, 그 또한 여러 개인의 역사를 정리하는 것에 불과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보르헤스가 1930년대 중반에 출간된 수학사에 관한 서평에서 수학의 역사는 불구라는 큰 결함을 가지고 있다라고 전제하였는데 책에 담긴 사건의 연대기적 순서가 논리적이고도 자연스런 순서와 맞아떨어지지 않는다라고 이유를 설명했다고 합니다.


전체주의 정권은 인민이 책 읽는 것을 두려워한다고 합니다. 국민들에게 사고하지 말 것을 요구하기 때문에 책을 금지시키고, 위협하고, 검열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네 역사에서도 그와 같은 상황이 벌어졌던 것을 기억합니다. 그런데 그 다음이 중요합니다. ‘어느 면에서 보면 인민 통치 집단이든 전체주의 집단이든 국민 모두가 어리석은 존재로 남을 것을, 그리고 국민들이 자신의 퇴행을 순순히 받아들일 것을 요구하기 때문에 알맹이와 가치가 없는 것들을 소비하도록 부추긴다.(40)’ 충분히 공감되는 이야기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저자는 독서의 역사를 정리해보기로 했다고 합니다.


저자가 생각하는 두 가지 책 읽는 방식을 소개합니다. 첫 번째 방식은 세부사항을 속속들이 파악하려고 가슴을 죄며 사건과 인물들을 추적하는 방법입니다. 이 경우에는 독서의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어서까지 이야기가 확대된다고 했습니다. 두 번째 방식은 신중하게 탐험하는 방법입니다. 복잡하게 뒤얽힌 텍스트의 의미를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 텍스트를 샅샅이 조사하다보면 단순히 단어의 발음에서 즐거움을 얻기도 하고, 아니면 그 단어들이 결코 드러내려 하지 않는 어떤 단서에서, 그것도 아니면 스토리 자체에 깊숙이 숨어있다고 의심은 가지만 지나치게 가혹하거나 경이로워서 결코 직시할 수 없었던 그 어떤 것에서 즐거움을 방식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가 하면 독서라고 하는 행위의 본질에 대한 성찰의 역사로 정리해놓았는데, 꽤나 장황하기 때문에 요약하는 것이 쉽지가 않을 듯합니다. 초등학생 때는 책을 소리내어 읽기가 권장되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아우구스티누스 시절에도 그랬다고 합니다. 그래서 스크립타 마네트, 베르바 볼라트(scripta manet, verba volat)’라는 표현이 만들어졌던가 봅니다. 당시에는 책장에 쓰여진 단어는 아무런 움직임도 없이 죽어있는데 반해, ‘큰 소리로 외쳐지는 단어는 날개까지 달고 훨훨 날아갈 수 있다는 점을 찬양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오늘날 이 표현은 글자로 쓰여진 것은 영원히 남고, 말로 표현된 것은 공기 속으로 사라진다라는 새로운 의미를 얻었다고 합니다.


저자는 최고의 독서가답게 오래된 자료를 섭렵하여 얻은 책읽기에 관한 다양한 주제를 정리해냈습니다. 암시 읽기, 눈으로만 읽는 독서, 글읽기 배우기, 그림 읽기, 누군가에게 대신 책을 읽게 하기, 혼자만의 은밀한 독서, 책읽기의 은유, 책읽기와 미래예언, 상징적인 독서가, 갇힌 공간에서 책읽기, 금지된 책읽기, 얼간이 같은 책벌레 이미지, 등 글제목만 해도 정말 재미있어 보이는 주제들입니다. 물론 책읽기 말고도 책의 형태, 책분류의 역사, 책 훔치기 등과 같이 약간은 동떨어진 듯한 주제도 없지 않습니다만, 이런 주제들도 결국은 책읽기와 연관이 없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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