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고 쓸모없는 독서
김성민 지음 / 다반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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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論語)술이(述而)편에 公子曰, 三人行, 則必有我師, 擇其善者而從之, 其不善者而改之(공자왈, 삼인행, 즉필유아사, 택기선자이종지, 기부선자이개지)’라는 대목이 있습니다. ‘길을 가는 세 사람이 있으면 스승이라 할 사람이 반드시 있다라고 풀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들 중에 선한 사람이 하는 것을 가려 따르고, 선하지 않은 사람이 하는 것은 고쳐 따른다라고 독할 수 있는 다음 대목을 생각해보면 세 사람이 함께 하는 걸 보면 배울 점이 있다라는 정도로 이해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그렇다면 왜 세 사람일까 생각해봅니다. 두 사람은 같은 생각을 할 가능성이 많지만, 세 사람이 모이면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바꾸어 말하면 세상의 모든 것은 배움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할 것입니다. 지은이의 생각이 담겨 있는 책을 읽는다는 것은 누군가 행한 일을 지켜보는 일과 다를 것이 없기 때문에 세 명이 한 일이 아니라 할지라도 배울 점이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논어의 한 구절을 가져온 것은 김성민님의 <아름답고 쓸모없는 독서>라는 제목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였던 모양입니다. 필자는 세상에 쓸모없는 책읽기는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무리 아름답다고 해도 쓸모없는 책읽기를 왜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역설적으로 강조했다는 답변이 돌아올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요즈음 사람들, 특히 젊은이들은 비유나 우회적 언사에 담긴 뜻을 제대로 붙들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직설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좋아하다보니 생각을 묵히는 것도 익숙하지 않은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작가는 쓸모없는 독서라고 하면서도 나름대로 책을 읽고 떠오르는 생각들을 정리해서 <아름답고 쓸모없는 독서>라는 제목을 달아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작가의 생각이 어떻든 간에 저는 그 가운데 쓸모 있어 보이는 것들을 건져 올렸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쓸모없음의 쓸모라는 프롤로그의 제목을 보면 작가 역시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제가 요즘 외국어나 외래어 사용에 심한 저항감을 느끼고 있는 중이라서 서문이나 들어가는 글이 훨씬 나아보이지 않나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자가 책들을 읽고 얻은 생각들을 정리한 결과물이 이 책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작가는 자신이 읽은 책들은 쓸모없는 책이라고 생각한 것인지, 자신의 책읽기가 쓸모없는 일이었다는 것인지 헷갈리게 됩니다. 전자라면 그 쓸모없는 책을 쓴 저자들이 불편해질 것 같습니다. 그리고 후자라면 굳이 쓸모없는 짓을 왜 하셨는지도 궁금해집니다. 그런데 프롤로그(정말 마음에 안듭니다만 작가가 붙여놓은 글이라서 어쩔 수 없이 인용하는 것입니다)를 보면 김민정 시인의 시집 아름답고 쓸모없기를에서 빌려왔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시는 시인이 경북 울진에서 주워온 돌을 두고 생긴 일을 시에 담으면서 정한 제목입니다. 그러니 책읽기를 돌과 비유하여 쓸모없는 일로 치부하는 것이야 말로 쓸모없는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작가의 글을 읽어가면서 제가 금년에 내놓은 독후감 생각이 났습니다. 원고를 정리하는 작업을 도와주던 아내한테서 지청구를 들었던 것입니다. 책읽기를 많이 했다고 자랑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합니다.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면서 관련이 있는 다른 책의 내용을 끌어오는 것은 그리 나쁘지 않은 독후감쓰기입니다만, 자칫 주제가 흩어질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에밀리 디킨스의 시, 고독은 잴 수 없는 것의 경우 고독을 주제로 한 시에 관한 생각보다는 시어로 사용한 고독고통으로 헷갈렸다면서 타인의 고통을 주제로 변주하여 영화 생일 의 감상평으로 대신하였습니다. 차라리 수전 손택의 타인의 고통을 가져오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삼인행, 즉필유아사라는 점을 새기라는 공자님 말씀대로 <아름답고 쓸모없는 독서>에서 얻은 바가 있습니다. 사실 확인을 제대로 해야겠다는 점과 적어도 책을 낼 때는 외래어나 외국어보다는 우리말을 사용하려는 노력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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