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부터 시간을 다시 쓰는 중입니다 - 인생 후반의 시간을 잘 기획하고 잘 쓰는 법
사이토 다카시 지음, 이혜윤 옮김 / 유영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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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새해 들어 일터를 옮겼습니다. 12년을 일해 온 직장을 그만 두기로 결심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앞으로 4년을 더 도와달라는 직원들도 있었습니다만, 뭔가 달라진 느낌이 결국은 일을 접는 것이 좋겠다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습니다. 그런 결정을 내린 뒤에도 되돌려볼까 하는 생각이 들 여지가 없었다는 것도 섭섭하면서도 다행이란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생각해보면 앞으로 4년 정도 더 일을 할 수 있었겠지만, 그 과정에서 불편함이 이어졌을 것으로 예상이 되었고, 그때는 갈만한 곳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이와 같은 결단은 2년 전에 내렸어야 했던 것 같습니다. 체력이 지금보다 더 나았을 때 결단을 내렸어야 했던 것입니다.


다행히도 오래 전에 하던 일을 다시 시작한 지금의 병원은 규모로 보아 업무에 익숙해지는데 유리한 곳이라는 점입니다. 다만 업무의 양은 생각보다 많은 것 같고, 업무를 덜어줄 직원이 있으면 좋을 것 같기도 합니다.


제가 저지른 작금의 상황은 메이지대학교 문학부의 사이토 다카시 교수가 쓴 <55부터 시간을 다시 쓰는 중입니다>와는 숫자를 제외하면 맥을 같이 하는 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제목에 들어간 55라는 숫자는 55세를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다카시 교수는 55세라는 나이에 이르면 삶에 여러 변화가 뚜렷하게 나타나 마지못해서라도 이제 슬슬 전환점이 왔구나하고 자각하게 되는 나이라고 했습니다.


전작인 <성숙력-45세를 이후로 후회 없이 사는 인생 리스타트>의 속편인 셈입니다. 45세를 짚었던 것은 인생을 90년으로 보았을 때 반환점을 도는 시점으로 보았던 것인데, 55세라고 한다면 그 사이에 세상이 바뀌어 인생을 110년으로 본다는 이야기는 아닐 것 같습니다. 일본의 직장의 정년은 65세라고 하는데, 55세에 이르면 젊은 세대에게 중요한 업무를 물려주고 뒤로 물러나앉는 시점이라는 것 같습니다.그러니까 10년의 시점을 두고 은퇴를 준비한다는 생각인 것 같습니다. 10년이라는 기간은 꽤나 길어 보입니다만, 금세 지나가는 세월입니다. 따라서 계획을 잘 세워야 훗날 후회가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저자는 이 책의 성격을 인생의 나머지 절반을 행복하게 보내기 위한 방법들을 시간활용법 중심으로 생각해보는 안내서라고 하였습니다. 제 경우는 금년에 67살이 되어가고 있으니 이 책에서 이야기한 35년의 기간 가운데 3분의 1을 보낸 셈입니다. 그리고 보니 이번에 그만 둔 직장에서 일을 시작했을 때의 나이가 55살이었던 것을 생각해보면, 인생의 나머지 절반을 행복하게 보내기 위한 시간이라기보다는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옮긴 직장 역시 잊고 있었던 본업에 복귀하기 위한 새로운 도전이 될 것 같습니다.


젊었을 적에는 65살에 은퇴를 하면 전공을 살려 3국에서 봉사하면서 삶을 마무리해보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번까지 여섯 차례의 전직을 통하여 끊임없이 도전하는 삶을 살아온 것 같아서 아마도 편안하게 쉬는 기간은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55가 아닌 어느 숫자에 이르러 여생을 행복하게 보낼 준비를 하는데 이 책이 크게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2장에서 정리해놓은 55세 이후의 시간활용법에 대한 저자의 설명이 마음에 와 닿았던 것 같습니다. 뿐만 아니라 3-5장에 이르는 실천편은 구체적으로 여생을 설계하는데 크게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아무리 지겨운 일도 무료함보다 괴로울 수는 없다고 한 저자의 말에 공감합니다. 하지만 굳이 밝힐 이유는 없어 보이는 소소한 것들 가운데 저와 생각이 다른 것도 없지는 않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특히 오래 전에 읽은 <갈 곳 없는 남자, 시간이 없는 여자>의 저자가 일본의 남자들은 정년을 하고나면 정말 봐줄 수가 없다는 주장이 옳은 것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는 말씀을 꼭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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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의 그릇 - 돈을 다루는 능력을 키우는 법
이즈미 마사토 지음, 김윤수 옮김 / 다산북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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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검색을 하고서야 <부자의 그릇>2015년에 초판으로 소개되었고, 초판을 읽고 독후감을 적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초판의 독후감은 공부를 하는 일은 의지를 가지고 할 수 있는 일이지만, 돈을 버는 일은 의지만으로 되는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라고 시작했었습니다. 벌써 6년 전의 일입니다만, 저는 지금도 공부를 하는 일이 돈을 버는 일보다 쉬운 것 같습니다.


12년 일해온 직장을 떠나 금년 1월부터는 대전 유성에 있는 병원에서 일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니까 이 병원은 제가 40년도 전에 근무했던 군병원에서 멀지 않은 곳입니다. 당시에는 허허벌판에 병원만 달랑 서 있던 것이었는데, 그때 봉급으로 땅을 샀어도 대박이 났을 것입니다. 돈을 버는 일도 각자가 알아서 하는 일일 것입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손금에 나와 있어야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돈 버는 일에 목숨을 거느니 차라리 예측 가능한 무엇에 몰입을 하는 편이 훨씬 수월할 것 같습니다.


이 책은 은행이라는 번듯한 직장에 다니던 주인공 에이스케가 학창시절의 경쟁자 오타니의 꼬임에 넘어가 주먹밥집을 창업하고, 인기몰이를 하면서 점포를 늘려가다가 한순간에 몰락해가는 과정을 그렸습니다. 사업이라는 것이 운을 타고 승승장구를 할 수도 있습니다만, 중요한 것은 판을 키울 때와 쉬어갈 때를 잘 알아야 한다는 점을 이야기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덤으로 꺽여본 사람만이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교훈을 배울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처럼 창업을 한 것은 아닙니다만, 직장에서 일하는 것도 같은 궤적을 그릴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이것은 제가 경험으로 느낀 것입니다만, 잘 나갈 때 위기감을 느끼지 못하면 몰락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이 경우는 재기가 어렵다는 것이 창업과는 다른 점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새해부터 직장을 옮겨 아주 오랜만에 본업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런데 오랫동안 손을 놓은 티가 너무 나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보니 하루 13시간 이상 일을 해도 처리가 되지 않아 헤매고 있습니다. 해야 할 일이 이런 규모인지를 모르고 덤빈 셈입니다. 그리하여 다시 선택의 순간을 맞이한 것 같습니다. 계속 할 것인지 숨고르기를 할 것인지 말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지난해 받았던 제안이 새삼스럽습니다. 물론 쉽지는 않겠습니다만,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새로운 분야에 도전한 적이 여러 번이었습니다만, 나름대로는 의미가 있는 성과를 거두었던 것을 보면 아직까지는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이 두렵지만은 않습니다. 단 돈을 버는 일만큼은 예외일 것 같습니다.


<부자의 그릇>을 읽다보면 돈을 버는 일에 있어서 중요한 금언을 곳곳에 배치해놓았습니다. 이 글을 쓰는 순간 눈에 띈 구절은 이렇습니다. “사람에게는 각자 자신이 다룰 수 있는 돈의 크기가 있다.(41)” 마침 눈에 들어온 이 구절이 제게 의미심장한 것은 제가 새가슴이라서 큰 돈을 써야하는 순간에는 쫄리더라는 경험 때문입니다.


은행원이 주먹밥집을 창업했다가 말아먹는 과정을 따라가다보면 역시 창업이란 간단한 것이 아니구나 싶었습니다. 세상을 사는 일처럼 진퇴를 잘 알아서 결정해야 하는 것이지만, 잘 나갈 때 쉬는 법을 아는 사람은 그리 흔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래도 <부자의 그릇>의 주인공 에이스케는 운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자신의 운이 아니라 딸 덕분에 기댈 수 있는 언덕을 만나고, 무너졌던 가정을 되살릴 수 있었으니 말입니다.


역시 소설을 단숨에 읽을 수 있고, 맥락을 파악하기 쉬운 것 같습니다. 자기계발서의 형식으로 만들었더라면 술렁술렁 읽고 넘어갔을 것이나 소설이기 때문에 더 몰입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이미 그럴 가능성이 없습니다만, <부자의 그릇>을 읽은 독자 여러분들, 모두 부자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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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가지 흑역사로 읽는 세계사 : 고대~근대 편 - 마라톤전투에서 마피아의 전성시대까지 101가지 흑역사로 읽는 세계사
빌 포셋 외 지음, 김정혜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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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을 여행하다보면 그곳에 관한 역사를 공부하게 됩니다. 우리나라의 역사는 고구려-백제-신라의 삼국시대로부터 고려-발해를 거쳐 조선에 이르기까지 비교적 잘 정리되어 있고, 또 학창시절 국사과목을 통하여 배워 역사의 흐름을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를 제외한 나머지 나라들의 역사, 즉 세계사는 그 범위에 비하여 배정된 시간이 제한적이다 보니 솔직하게 말씀드려 수박 겉핥기 식일 수밖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역사를 공부하다보면 정사(正史)보다는 야사(野史)가 더 재미있기도 합니다.


다산초당에서 기획한 <101가지 흑역사로 읽는 세계사: 고대~근대편>을 읽을 기회가 생겼습니다. 우선 제목부터 흥미로웠습니다. 역사면 역사지 흑역사는 무엇일까 싶었습니다. ‘흑역사라는 용어는 1999년말 방영된 일본의 만화영화 <건담>에서 사용된 것으로 없었던 일로 해버리고 싶거나 없던 일로 된 과거이 일을 말하는 신조어라고 합니다. 빌 포셋 등 12명의 필진이 참가하여 고대 페르시아에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세계 곳곳에서) 각기 다른 시간과 공간에서 인간 군상이 만들어낸 101가지 실수를 다루었습니다. 이와 같은 실수들 가운데 어떤 실수는 재앙을 야기했고 어떤 실수는 우리가 생각하거나 인식하는 방식을 몰라보게 바꾸어 놓았다라고 했습니다.


다시 제목으로 돌아가서 이 책의 원제목은 <101 Stumbles in the March of History>입니다. 직역을 하면 <역사의 행진에서의 101가지 걸림돌>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이 책에서 다룬 대부분의 사건이 누군가의 실수로 역사의 흐름이 바뀐 것 맞습니다. 하지만, 안전유리의 개발과 같이 실수로 인하여 우리네 삶을 개선할 수 있는 사건도 있었고 보면, 걸림돌이니 흑역사니 하는 제목이 딱 들어맞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역사라는 것이 대부분 상대적인 것이라서 누군가의 실수로 인하여 손해를 본 쪽이 있으면 상대방은 이득을 본 셈이기 때문에 상대방에서 보면 흑역사가 아닌 셈입니다.


제목부터 시비를 붙인 셈입니다만, 역사의 흐름은 정말 누군가의 얼척 없는 판단이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버린 경우가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당시의 누군가의 입장에서는 최선이었을 수도 있는 것입니다. 역사적 사건은 후세 사람들의 평가를 받을 일이라고 했던가요? 후세 사람들도 입장에 따라서 서로 다른 평가를 내릴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책의 필진 가운데는 역사를 전공하신 분도 있지만, 소설가 혹은 작가가 많은 편입니다. 필진에 따라서는 실수가 없었던 것으로 하고 역사의 흐름이 어떻게 달라졌을 것인가를 상정해보기도 합니다. 일종의 대체역사를 서술하였습니다.


그리스와 페르시아 사이에 벌어진 전쟁이 오해에서 시작되었다는 이야기에서부터 그리스, 로마, 비잔틴, 스페인, 프랑스, 독일, 영국, 러시아를 거쳐서 미국에 더하여 일본 역사와 관련된 2개의 이야기와 영국의 식민지시절의 인도 이야기 하나가 덤으로 들어가 모두 50개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일본에 관한 이야기 2개는 모두 우리나라와 연관이 있습니다. 하나는 여-몽 연합군의 일본정벌과 관련된 사건이고 다른 하나는 선조 때 벌어진 왜란을 다루었습니다. 이야기들 가운데는 정말 세계 역사의 흐름을 바꿀만한 큰 사건도 많습니다만, 그럴 정도로 파급력이 컸다고 보기 어려운 사건도 없지는 않습니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역사의 흐름을 바꿔 놓은 흑역사의 세상으로 시간과 공간 여행을 떠날 것이다. 그리고 각 여행의 말미에서 그런 흑역사가 없었더라면 오늘날 우리 삶이 어떤 모습일지를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는다라고 서문에 해당하는 글은 마무리되었습니다. 역사를 돌아보는 이유는 과거에 일어난 일에서 현재를 살아가는 지혜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이 책의 기획은 참신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다만 역사에 대한 성찰의 깊이가 다소 부족하지 않나 싶기도 한 이유는 분명치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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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픽 #02 - 멋진 신세계, 2021.1.2.3
문지혁 외 지음 / 다산북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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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들어 첫 번째 독후감은 책이 아니라 잡지에 대한 것입니다. 다산북스가 지난 가을 창간한 계간잡지 <에픽>입니다. 제가 읽은 잡지는 <에픽 #2>입니다. 그러니까 2021년 신년호인 셈입니다.


잡지를 읽고서 제목의 의미가 궁금했습니다. <에픽 #1>, 즉 창간호에 관한 정보를 찾아보았습니다. <에픽>은 픽션과 넌픽션을 아우르는 신개념 서사 중심의 문학잡지라는 설명입니다. 1. 서사시, 2. 웅대한, 3. 영웅적인, 등을 의미하는 영어 ‘epic’의 모음에 ‘i’를 추가했다고 합니다. ‘이야기란, 서사란, 하나의 내[i]가 다른 나[i]와 만나는 지점에서 비로소 생겨난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이런 설명을 읽으면서 강남구에서 내세운 ‘ME() ME() WE(우리)’라는 홍보문구가 생각납니다. 각각의 단어는 문제가 없지만, 신박하다고 생각했을 해석이 문법적으로 오류가 아닌가 싶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계간지 <에픽>에서 내세운 ‘epiic’이란 단어를 구글에 넣어보면 다양한 의미들을 볼 수 있습니다. 주로 창조적인 일이나 지도자교육 등과 관련된 분야에서 사용하고 있는 단어였습니다. 아일랜드 환경청의 EPIIC‘Environmental Policy Integration-Innovation and Change’의 머릿글자 모음이고, 터프트 대학의 글로벌 리더십 연구소에서는 ‘Education for Public Inquiry and International Citizenship’의 머릿글자 모음입니다. 그런가하면 미국 보스턴에서는 epiic solution이라는 고등학교 학생들의 여름방학 과정이 있습니다. 사고방식과 방법 그리고 사회연결망을 가진 학생들이 모여 혁신과 창업에 관한 생각을 만들어내는 과정인 것 같습니다.


계간지 <에픽>은 기존의 문학잡지와는 차별화된 창조적인 무엇을 추구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느낌이라서 두루 사용되고 있는 영어 단어 epiic의 의미와 부합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잡지는 세부분으로 구성되었습니다. 1‘creative non-fiction’은 창조적인 비소설 부문입니다. 2‘virtual essay’는 소설과 비소설이 만나는 부문입니다. 3fiction은 소설부문입니다.


<에픽 #2>창조적 신세계를 내세웠습니다. 각 부분에는 주제에 걸맞은 이야기들이 담겨있습니다. 1부에서는 구술생애사라는 독특한 영역을 개척하고 계신 최현숙 작가가 취재한 여성 노숙인의 삶, 밀리터리 덕후가 된 소설가의 이야기, 응급실 노동자들의 속마음을 취재하여 정리한 내용입니다. 흔히 읽어볼 수 없는 글이란 생각입니다. 2부에서는 독특한 독후감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두 권의 책을 선정하여 서로 비교해서 쓴 독후감입니다. <출발 비디오 여행>이라는 TV방송에서 비슷한 주제를 다룬 두 편의 영화를 비교하는 방식을 닮았다는 생각이 들면서 새로운 형식의 독후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3부에서는 5편의 단편소설을 실었습니다.


조금 아쉬운 점은 없지 않았습니다. 굳이 외래어를 써야했을까 싶은 대목이 적지 않게 눈에 띄었다는 점입니다. 최근 저는 외국어에 강박증이다 싶을 정도로 과민한 편입니다. 그래서 이번에 출간하는 책에서는 외래어를 최대한 우리말로 옮겨보았습니다. 이런 작업을 하면서도 책을 읽는 분들이 우리말이 무슨 뜻인지 모르지 않을까하는 걱정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외국어가 무슨 뜻인지 모르는 경우도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처음에는 의미가 바로 와 닿지 않더라고 반복해서 읽다보면 그 뜻을 찾아보시고 기억하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잡지는 한권 분량의 책입니다만,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어서 얻는 것이 참 많다는 생각을 합니다. 더구나 실험정신이 가득한 내용을 담고 있다면 글줄깨나 쓴다는 분들로서는 호기심이 일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특히 1부의 비소설부문과 3부의 소설부문에는 등단여부와 관련 없이 원고를 모집하고 있다고 합니다. 물론 일정한 수준을 맞춰야 발표가 가능하겠지요? <에픽>의 정신에 맞는 창조적인 양식과 내용의 글을 써 응모해보겠다는 생각이 꿈틀거리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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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비
마르그리트 뒤라스 지음, 백수린 옮김 / 창비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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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의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작품이 새로 번역되어 나왔다고 해서 읽었습니다. 나이 때문인지 <연인>을 읽고 뭘까?’하는 느낌이 남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독후감 제목에도 일탈이라는 단어를 넣었던 것 같습니다.


<여름비>는 더 난해했던 것 같습니다. “, 아버지는 그것을 교외선 기차에서 주워오곤 했다.”라고 시작하는 것으로 보아 책이 꼬투리가 되는 것 같았습니다. 파리 13구의 남동쪽 센 강의 서안에 위치한 비트리에 사는 소년 에르네스토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러시아에서 이주해온 부모 사이에 태어난 일곱 자녀의 막내아들이고 잔이라는 여동생이 있습니다. 성장소설이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으로 시작하는 이야기는 의외로 에르네스토가 학교에 가지 않겠다는 선언으로 이어집니다. 왜냐구요? “학교에서는 내가 알지 못하는 걸 가르쳐주니까요.”라는 것입니다. 당연히 학교에서는 알지 못하는 것을 배우는 것 아닐까요? 그런데 에르네스토는 독학에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사실 읽을 줄만 안다면 많은 책을 읽어서 비교하고 그러는 가운데 진리를 발견할 수도 있습니다. 프랑스에서도 자녀가 의무교육을 받지 않으면 부모와 아이까지 감옥에 가는 모양입니다.


어떻든 에르네스토는 학교에 가지 않고서도 독일철학까지 독파하게 됩니다. 그런데 공부하는 방식을 들어보면 여러 학교의 입구까지 가서 교실에서 하는 이야기를 들으면 저절로 알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런가 하면 학교에서 신의 부재를 배웠다고도 합니다. 그런 식으로 하면 수년에 걸쳐 공부할 것을 한번에 배울 수 있다고 합니다. 이야기가 일관성을 잃고 오락가락하는 것 같습니다.


<연인>에서도 그랬습니다만, <여름비>에서도 에르네스토와 여동생 잔 사이의 관계를 비롯하여 시베리아의 야간열차에서 만난 남녀 사이에 생기는 관계 등이 꼬집어 이야기한 것은 아니지만 정상적인 일이라 보기 어렵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옮긴이는 초기 작품을 제외하면 뒤라스의 작품들은 대체로 심리묘사를 배제한 채, 암시와 반복, 맥락 없는 대화들로 모호하고 감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라고 하였습니다. 특히 <여름비>에서는 이야기를 풀어가는 중간에 희곡 작품처럼 등장인물들이 대화를 주고받는 형식이 곳곳에 삽입되어 있습니다. 이런 구성은 이야기를 따라가는 흐름을 이어가는데 어려움을 겪도록 합니다.


아마도 제목과 관련한 묘사일 것 같습니다. “비트리에 첫 여름비가 내린 것은 바로 그날 저녁, 어머니가 눈물을 머금은 라 네바를 오래도록 부르는 동안이었다. 비는 시내 전역에, 강과 파괴된 고속도로에, 나무, 오솔길, 아이들이 지나던 비탈길에, 세상의 끝까지 떠돌아다닐 창고 옆의 서글픈 의자들 위에도 오열하는 파도처럼 세차게, 격정적으로 쏟아져 내렸다.” 비가 왜 내려야 했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세상을 씻어내기 위하여 쏟아졌던 노아의 홍수를 연상시키는 대목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이야기의 마무리 역시 에르네스토와 잔, 그리고 교사가 비트리를 떠나 결코 돌아오지 않았다는데, 그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도 분명치 않습니다. 부모는 비트리를 지키다가 자신들을 죽음에 이르도록 내버려둔 이유도 모호합니다. 옮긴이의 말씀대로 정말 이상한 소설입니다.


그리고 의사로서의 제 상식으로는 이해되지 않는 대목도 눈에 띄었습니다. 에르네스토의 여동생 잔은 어렸을 때 불에 너무 매료되었다는 이유로 시립 진료소에서 혈액검사를 받았다고 합니다. 그 결과 혈액 속에서 잔이 방화범의 기질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발견되었다는 것입니다. 제가 아는 범위에서는 혈액검사를 통하여 방화범의 기질을 확인할 수 있는 검사가 있다는 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혹시 유전자검사를 말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방화범 유전자가 있다는 이야기도 처음 듣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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